일반인들에게 글로벌 자동차메이커 ‘포드’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물어보면 여러 가지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아마도 이름이 회사명이 되어버린 인물인 헨리포드부터 토러스나 F시리즈 픽업트럭 등의 대표적인 모델을 떠올리는 사람이 가장 많을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끈 기업이라는 역사적인 사실이나 포드가 인수했다가 다시 매각한 재규어와 랜드로버, 혹은 볼보를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무척이나 다양한 대답이 돌아오겠지만 그 중 비행기 얘기를 하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거나 아니면 극히 적을 것이다.



물론 과거 포드가 트라이모터라는 항공기를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두었던 시절이 있긴 했지만 이제는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포드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흘러간 옛 이야기일 뿐이다. 이처럼 자동차 메이커 포드와 비행기는 연결고리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 서로 다른 영역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과거부터 지금까지도 여전히 항공기와 자동차 마니아 모두를 설레게 하는 단 하나의 이름이 있다. 바로 ‘머스탱’이다.



머스탱은 1964년 태어난 미국을 상징하는 스포츠카다. 머스탱은 야생마를 뜻하며, 다른 미국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머스탱을 벤치마킹해 다양한 스포츠카를 만들게 한 자동차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노스아메리칸 항공의 P-51 머스탱은 포드 머스탱보다 빠른 1940년에 태어난 전투기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유럽과 태평양 항공전에서 많은 활약을 했고, 세계대전 이후에는 민간용으로 개조되어 에어레이스 등에서 많은 활약을 한 명기다. 노스아메리칸 P-51 머스탱과 포드 머스탱은 이름을 제외하면 직접적인 혈연관계는 없다. 하지만 포드는 2008년부터 자동차 마니아뿐만 아니라 항공기 마니아들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들 아주 특별한 머스탱을 해마다 한대씩 선보이고 있다.

2008, 머스탱 AV8R '에비에이터‘ 에디션



2008년 포드는 머스탱 AV8R이라는 원오프 모델을 선보인다. AV8R은 ‘에비에이터’라고 읽으며, Aviator 즉 비행사를 뜻한다. 머스탱을 베이스로 포드레이싱이 엔진과 서스펜션 등을 튜닝 했고 오버펜더와 후드 등에 스페셜 디자인 파츠가 적용됐다.



무광 회색과 검정 베이스의 컬러로 칠해진 이 모델은 미공군의 F22 전투기를 모티브로 디자인됐고, 차량 측면과 유리로 만들어진 루프, 그리고 엉덩이의 야생마 엠블럼 자리에 미공군을 뜻하는 별 마크가 새겨졌다.




머스탱 AV8R은 경매를 통해 50만 달러에 판매됐고, 수익금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비행교육을 지원하는 개더링 오브 이글 프로그램에 전액 기증됐다. 이후 등장한 포드의 다른 스페셜 모델도 마찬가지로 경매를 통해 판매되어 수익금을 개더링 오브 이글에 기부하게 된다.


2009, 머스탱 AV-X10 디어본 돌 에디션



2009년의 스페셜 모델인 AV-X10 '디어본 돌'은 그야말로 ‘머스탱을 위한 머스탱’이다. 포드는 해마다 EAA 에어벤처라는 민간 에어쇼를 후원하고 있으며, AV-X10 디어본 돌은 그 현장에서 공개되었다.




AV-X10 디어본 돌은 머스탱 GT500모델에 머스탱 전투기의 디자인을 입혔다. 과거 미 공군 에이스의 전투기에는 은빛 기체에 화려한 포인트 컬러, 그리고 노즈아트라 불리는 섹시한 핀업걸을 그려 넣곤 했다. 실제 전투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지만, 이는 파일럿의 사기를 높이며 행운을 비는 뜻이 담겨있다.




AV-X10 디어본 돌의 디자인 역시 머스탱 전투기처럼 은색 차체에 화려한 옐로우 컬러가 눈에 띈다. 게다가 차체 측면에는 노즈아트까지 멋지게 그려 넣었다. AV-X10 디어본 돌은 경매를 통해 25만 달러에 판매됐다.



2010, 머스탱 SR-71 블랙버드 에디션



2010년에는 머스탱 GT를 베이스로 한 스페셜모델 ‘SR-71 블랙버드’가 공개됐다. SR-71 블랙버드는 마하 3.3으로 비행 가능한 미 공군의 극초음속 초고도 전략정찰기의 이름이다. SR-71 블랙버드는 로켓을 닮은 독특한 형태의 비행기로, 1세대와 머스탱처럼 1960년대에 개발됐지만,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과 기술로 우주항공기술 개발의 역사에 이름을 남긴 명기다.

머스탱 SR-71 블랙버드는 레이스 엔지니어 잭 로쉬와 캐롤 쉘비가 튜닝을 담당했으며, 블랙버드 정찰기를 상징하는 스페셜 파츠와 디자인이 입혀졌다. 프론트 그릴은 블랙버드의 독특한 공기흡입구를 형상화했고, 무광검정의 컬러를 베이스로 보닛과 차체 측면에 은회색의 미 공군 마크가 수놓아졌다. 루프에는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화살모양 블랙버드 정찰기의 실루엣이 그려졌다.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부분은 테일라이트 중앙의 엠블럼이다. 머스탱을 상징하는 야생마 대신 스컹크 한 마리가 앉아있다. 블랙버드 정찰기는 록히드마틴의 특별 기술 연구소인 ‘스컹크웍스’에서 개발됐는데, 머스탱 SR-71 블랙버드에도 스컹크 엠블럼으로 위트 있게 표현했다. 머스탱 SR-71 블랙버드는 경매에서 37만 5000달러에 판매됐다.


2011, 머스탱 블루엔젤스 에디션



2011년은 미해군항공대 창설 100주년이 되는 해였고, 포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한 모델 머스탱 ‘블루엔젤스’를 발표한다. 블루엔젤스는 미 해군을 대표하는 곡예비행단의 이름으로, 세계 최고수준의 비행실력을 가진 미해군 항공단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머스탱 블루엔젤스는 그 이름처럼 진한 군청색인 코나 블루 컬러로 머스탱 GT의 차체를 감싸고, 옐로우의 스트라이프로 수놓았다. 이는 블루엔젤스 곡예비행단이 사용하는 F/A-18 전투기의 컬러를 입힌 것이다. 차체 측면에는 블루엔젤스의 엠블럼과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졌고, 후방의 엠블럼 역시 블루엔젤스의 방패 문양이 들어간다.



특히 리어 스포일러는 마치 옆에서 보면 전투기의 꼬리날개를 연상하는 디자인으로, 선명한 옐로우 컬러로 숫자 1이 쓰여 있다. 숫자 1은 블루엔젤스 곡예비행단의 편대장기를 의미하며, 실제 블루엔젤스의 항공기 꼬리날개도 이와 같은 디자인이다.




항공기 마니아가 아니라면 알아보기 어려운 특징도 있다. 백미러 좌우의 윙커라이트의 컬러가 오른쪽이 녹색, 왼쪽이 적색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항공기의 좌우를 판단하기 위한 식별등의 컬러다. 백미러 아래의 램프가 블루엔젤스의 F/A-18 전투기 모양으로 지면을 비추는 것도 독특하다.



인테리어 역시 외관과 콘셉트를 맞췄다. 마치 전투기의 콕핏처럼 블랙 톤에 금속 질감으로 포인트를 주었으며, 옐로우 스트라이프와 블루엔젤스 문양의 자수가 수놓아진 레카로의 버킷시트를 얹었다. 머스탱 블루엔젤스는 40만 달러에 낙찰됐다.



2012, 머스탱 레드테일즈 에디션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미육군항공대 332 전투비행단 터스키기 에어멘 부대의 P-51 머스탱 전투기들은 붉은 색으로 꼬리날개를 칠했기 때문에 일명 레드테일즈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졌다. 이들은 미국 역사에서 처음으로 흑인 병사들로 이루어진 전투비행단이며, 인종차별을 이겨내고 1500회가 넘는 전투에서 영웅적인 활약을 펼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2년에는 이들의 활약을 담은 레드테일즈라는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포드가 2012년에 발표한 머스탱 레드테일즈 에디션은 바로 이 332 전투비행단을 기리기 위한 모델이다. 포드자동차 이사회의 에젤 포드 2세는 “명예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보여주는 역사의 심벌을 머스탱 ‘레드테일즈’ 에디션에 담았다”고 평가했다.




머스탱 레드테일즈는 332 전투비행단 소속으로 활약했던 실존하는 P-51 머스탱 전투기에서 디자인 모티브를 가져왔다. 머스탱 GT의 차체를 P-51 머스탱 전투기처럼 은색으로 칠하고 후미는 붉은 색, 노즈는 붉은색과 황색의 체크무늬로 장식했다.




측면에는 붉은 색 스트라이프와 함께 미육군항공대의 마크가 새겨졌고, 보닛에는 머스탱 전투기와 마찬가지로 터스키기 에어멘의 마크가 들어갔다.




한 가지 눈여겨볼 재미있는 특징은 마치 P-51 머스탱 전투기처럼 차체 측면 하단에 튀어나온 배기파이프다. 사실 이 배기파이프는 장식이지만 마치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투기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인테리어에는 붉은 스트라이프와 자수가 들어간 레카로 버킷시트가 적용되어 외관과 분위기를 맞추었다. 머스탱 레드테일즈의 최종 낙찰가격은 37만 달러다.



2013, 머스탱 선더버드 에디션



포드는 올해도 EAA 에어벤처 행사에서 머스탱의 새로운 스페셜 모델을 공개했다. 이 모델의 이름은 ‘선더버드’로 인디언의 신화에 등장하는 괴조이자 미공군 곡예비행단의 이름이기도 하다. 물론 포드 선더버드 로드스터와는 이름이 비슷하지만 다른 차다.



포드가 미공군 곡예비행단 선더버드를 테마로 머스탱 스페셜버전을 제작한 이유는 올해로 미공군이 창설 60주년을 맞이하였기 때문이다. 선더버드는 포드는 미공군 비행사들 중에서도 최고의 비행실력을 가진 이들이 모인 곡예비행단이다.



머스탱 선더버드 에디션은 다른 스페셜 모델과 마찬가지로 머스탱 GT를 베이스로 제작됐다. 5.0리터 V8엔진과 글라스 루프가 특징이며, 22인치 휠이 적용됐다. 차체 디자인 또한 약간의 변형이 이루어졌는데, 사이즈가 커지며 좌우로 돌출된 휠에 맞게 TS디자인에서 수공으로 제작한 와이드보디 킷과 에어로다이내믹스 킷이 인상적이다.



프런트 펜더 하단의 립이 차체 하부로 유입되는 공기를 줄였고, 원활한 공기의 흐름을 위해 차체 하부 전체를 매끄러운 플레이트로 덮은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그 외에도 브렘보 브레이크와 포드 레이싱 슈퍼차저 및 핸들링, 서스펜션 업그레이드 킷이 장착되어 성능을 높였다.




차체의 커스텀 페인팅 디자인은 선더버드 곡예비행단의 F-16 전투기에서 빌려왔다. 브릴리언트 화이트의 바탕에 레드와 블루로 포인트를 주었고, 특히 차체 후방 측면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붉은 날개와 별 장식은 선더버드 F-16 전투기의 꼬리날개 디자인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또 평소에는 보이지 않지만, 차체의 바닥에 선더버드 괴조 문양을 페인팅 했다. 실제 선더버드 곡예비행단의 F-16 전투기 배면에 그려진 것과 동일하다. 인테리어는 정확한 디자인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존 4인승이던 머스탱에서 뒷자리 좌석을 제거하고 차체 강화를 위한 롤 바를 비롯한 커스텀 파츠가 장착될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의 머스탱 스페셜 에디션들은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스페셜 모델과 대비된다. 일례로 현대자동차는 2011년부터 벨로스터를 한정판이라는 이름으로 무려 1만대가 넘게 판매했고, 2012년 6월에는 21대 한정판 벨로스터 터보를 공개했지만 컬러를 제외하면 다른 양산모델과 차이가 없었다. 이는 사실상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양산차일지언정, 많은 사람들의 선망을 받는 프리미엄 모델로 보기는 어렵다. 국내자동차 메이커가 만드는 스페셜 모델이 카 마니아들의 수집품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려면 단순히 생산 대수를 줄이는 것 이전에 브랜드가치를 높여야 한다.

한정판의 이름으로 비싼 가격의 거품을 씌운 모델보다는 차라리 현대 포니처럼 메이커의 역사를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차의 계보를 잇는 콘셉트 모델을 내놓는 편이 마니아와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포드 머스탱 스페셜 모델이 경매에서 판매된 가격을 보면 25만 달러에서 50만 달러에 이른다. 2013 머스탱 GT 양산모델의 가격이 3만 달러 초반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한정판 모델이 머스탱 양산 모델의 열 배에 이르는 금액에 팔린 셈이다.



머스탱 스페셜 모델이 이같이 높은 가격이 매겨진 것은 단순한 희소성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페셜 모델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메이커의 철학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메이커가 내놓은 단순한 한정판 모델이 아닌, 미국 포니카의 시조이자 머슬카라는 말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가 된 역사적인 차의 스페셜 모델이기에 사람들이 열광하며 이를 구입하려 하는 것이다.



포드 머스탱 선더버드는 7월 29일부터 8월 4일까지 미국 워싱턴주 오시코시에서 열리는 EAA 에어벤처 현장에 전시되며, 이후 영 이글 프로그램을 후원하는 기부금 마련을 위해 경매로 판매될 예정이다. 과거의 스페셜 모델의 가격을 생각해 볼 때 머스탱 선더버드 또한 30만 달러 이상의 가격에 낙찰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 포드 머스탱 선더버드가 지금까지 판매된 다른 스페셜 모델들의 판매기록을 갱신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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