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자동차 메이커들은 자신들을 대표할만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대표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사실은 매우 좋은 장점이다. 그러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하루 이틀 만에 가능한 것이 아니고, 단지 몇 개 모델이 성공했다고 구축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자면 볼보의 안전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예나 지금이나 볼보는 안전한 자동차의 대명사로 통한다. 볼보는 옛날부터 안전을 타사와의 차별화 포인트로 두고 차량을 만들어왔고, 안전과 관련된 타사의 기술들이 많이 발전해 상향평준화 된 현재에도 안전에서 만큼은 여전히 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는 메이커다. 



하지만 그러한 장점이 생각 외로 의외의 부분에서 발목을 잡기도 한다. 그 장점이 너무 강해 이미지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볼보를 안전을 빼면 별로 남는 것이 없는 차로 잘못 인식한다. 안전하긴 한데 디자인이나 편의시설 등 안전 이외에는 별다른 장점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심지어 그러한 오해는 볼보를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중장년층들이나 타는 올드한 메이커로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볼보가 안전 이외에도 보여줄 것이 많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에게 이처럼 답답한 일도 없다.



실제로 볼보는 안전 이외의 부분에서도 할 이야기가 많은 메이커인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모터스포츠다. “볼보로 모터스포츠를 한다고?”라며 놀라는 사람도 더러 있을 테고, “볼보 말고도 빠른 자동차 메이커가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 볼보로 모터스포츠를 해?”라고 되묻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라 본다. 솔직히 이런 반응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볼보는 사람들에게 안전의 대명사로 불려왔지 스피드의 대명사로 불린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볼보를 빠르지 않은 자동차 메이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에는 이미지가 이렇게 굳어지도록 방치한 볼보의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폴스타(Polestar)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라면 볼보라는 메이커를 스피드나 모터스포츠와 연계시키는 것을 어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폴스타는 볼보의 모터스포츠와 관련된 공식 파트너 회사로 스웨덴에서 열리는 투어링카 챔피언십(STCC)을 비롯 다양한 레이스의 우승 경력이 있는 약 17년 역사의 모터스포츠 팀이다. 참고로 많은 사람들이 볼보와 폴스타의 관계를 두고 BMW와 M, 메르세데스-벤츠와 AMG를 예를 들어 설명하곤 하는데, 일반적으로 BMW의 M과 메르세데스-벤츠의 AMG는 고성능 퍼포먼스 카의 개념으로 인식되며 이들의 존재는 각 메이커의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부각시켜주고,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게 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볼보 역시 이러한 개념의 폴스타라는 고성능 버전이 존재한다.  



폴스타가 제작한 이 공식 동영상은 일반인들에게 폴스타를 가장 빠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1996년에 설립된 폴스타는 그들의 정체성을 모터스포츠에서 찾고 있다. 모터스포츠의 참가 이외에 그들이 하는 개발, 마케팅, 교육 등 거의 대부분의 공식적인 활동들이 모터스포츠와 연관되어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중 고등학교용 교제를 생산하고 판매하거나, 볼보의 딜러들에게 교육을 진행하는 등 다소 의외의 활동도 하긴 하지만 이런 것들마저도 모터스포츠에서 얻은 것들을 기반으로 한다.



그 동안 폴스타는 볼보의 다양한 모델에 성능 개선 패키지를 제공해 왔다. 그 패키지라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한데 엔진관리시스템의 소프트웨어 변경, 리어 엠블렘, 사용자 매뉴얼 그리고 성능 인증서를 제공하는 일종의 튜닝 패키지 상품이라 할 수 있겠다. 비용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약 200~250만 원 정도만 투자하면 볼보 엔진의 파워를 극대화 해 고분고분한 볼보를 나름 성깔 있는 볼보로 변화시킬 수 있다. 이런 성격에 알맞게 하체를 보강하고 싶다면 그건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참고로 2012년 볼보 S50 D5 전륜구동 모델의 경우 폴스타의 성능개선 패키지를 구입해 장착하면 아래와 그래프와 같이 성능이 바뀐다.
 

위에서 언급한 성능 개선 패키지의 가격을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투자해볼만하다. 성능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그저 외형적인 요소만 살짝 변형시키는 익스테리어 튜닝 비용만 해도 몇 백만 원을 훌쩍 넘기는 시장 상황에서 이 정도 투자에 이 정도의 기계적인 성능 향상이 있다고 하면 오히려 안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물론 사람에 따라 출고상태 그대로의 성능에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경우라면 큰 만족감을 느낄 수는 없겠지만 동력성능이라는 자동차의 기본 요소를 높이는 것은 결국 자기만족을 높이는 과정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만족도가 높은 사람은 많을 것으로 보인다.



폴스타가 단순히 볼보의 성능개선 패키지만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볼보와 함께 콘셉트카를 개발하기도 하고 양산 모델도 제작한다.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볼보의 모델과 폴스타가 모터스포츠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결합해 시너지를 낸다고 이해하면 된다. 볼보 S60 폴스타 컨셉카와 DNA를 공유하는 첫번째 로드카가 바로 볼보 S60 폴스타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S60 폴스타 컨셉카는 2012 LA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3.0L 직렬 6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이 모델은 508마력(6500rpm), 최대토크 58.6kgm(5500rpm), 100km/h까지 도달속도 3.9초, 최고속도 300km/h, 연비는 미국기준  12.1km/l 이다. 사륜구동이며 6단 수동변속기가 장착됐다. S60 폴스타 컨셉카의 공개 이후 볼보는 2013년 4월 S60 폴스타의 양산형 모델을 출시했다.



출시된 S60 폴스타는 2013년 6월 말 호주시장에 투입된다. 볼보 C30과 S60 폴스타 컨셉카에 대한 환상적인 반응이 있었기에 첫 번째 양산 모델을 호주 시장에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호주 시장은 전통적으로 고성능자동차에 대한 반응이 좋기 때문에 이 모델의 반응을 봐가며 본격적인 사업전개를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볼보 라인업에서 가장 다이나믹한 모델인 S60 폴스타는 경쟁이 심한 세그먼트에 또 하나의 모델을 추가한 것이 아니다. 볼보가 추구하는 안전과 폴스타가 추구하는 고성능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사실이 중요한 점이다. 볼보 S60 폴스타 개발의 핵심은 새시 능력이다. 아우토반, 스페인의 고갯길, 얼어붙은 스웨덴의 도로 등 극한의 환경을 극복해가며 완성도를 높인 덕분에 지금의 성능을 갖추게 되었다.



올린즈(Ohlins) 댐퍼, 브렘보(Brembo) 브레이크 패드를 채용했을 뿐만 아니라, 새시의 철저한 튜닝은 물론, 프론트 스플리터, 리어 윙 그리고 디퓨저를 장착한 모습은 레이스풍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강력한 모습이다. 이 에어로 다이나믹 성능은 볼보자동차의 풍동 설비에서 가다듬은 것이다.



엔진은 직렬 6기통 T6이 베이스다. 더 큰 용량의 보르그 워너 터보차저를 장착했고, 인터쿨러의 용량도 키우고 레이스용 배기시스템을 붙였다. 여기에 엔진데이터를 다시 맵핑해 350마력 (5,700 rpm)의 최고 출력과 500Nm (2,800~ 4,750 rpm) 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며 시속 100km/h까지의 가속은 4.9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폴스타가 튜닝한 전용으로 론칭 제어시스템이 탑재된 6단 아이신(Aisin) 자동변속기가 장착됐고, 할덱스 사륜구동시스템으로 구동되며, 최고 속도는 250km/h 로 제한되어 있다. 무게는 S60 T6 R-Design과 비슷한 1,684 kg이다. 타이어는 235/40R19 사이즈를 장착했다.



외관과 인테리어는 전용 도어 트림, 프론트 그릴과 전면 엔진의 뱃지, 변속기 시프트 노브, 검정색 도어 미러 커버 등으로 드레스업 됐다. 물론 이 S60 폴 스타'에서도 S60의 안전 장비는 그대로 계승하지만, 안전성과 동시에 스포티한 이미지도 강조한다. 최근 볼보의 이미지 리더가 될 중요한 모델의 탄생인 것이다. 



브레이크는 더 커진 디스크의 플로팅 캘리퍼 시스템이며 패드는 브렘보 제품을 사용한다. 모델의 가격으로 봤을 때 캘리퍼도 브렘보를 사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살짝 든다. 서스펜션은 각각의 쇼크업소버를 통해 총 20개의 설정이 가능하다. 폴스타를 대표하는 레벨 블루 컬러가 가장 눈에 띄지만, 블랙과 화이트, 레드의 폴스타 모델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릴에 위치한 폴스타 뱃지가 아니라면, 일반인들의 눈에는 표준형 모델이라고 착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사람에 따라 이게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볼보는 고성능 자동차 시장에서 다소 저평가되는 편이라, 겉보기를 좀 화려하게 해서 차별화해도 될 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외형적인 커스텀은 개인적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한 부분이니 자신의 취향에 따라 화려하게 꾸미고 고성능 머신임을 어필해도 무방하다. 
 


스웨덴 출신의 33세 드라이버 로버트 달그렌(Robert Dahlgren)은 10년 동안 볼보자동차 생산 공장의 레이싱 드라이버로서 개발과정에 참여한 바 있다. 그는 “S60 폴스타는 볼보가 고객들에게 최초로 제공하는 경주용 카의 생산 버전이다. 일반적인 주행환경에서는 물론, 복잡하게 구부러진 도로에서도 강력한 주행 능력을 자랑한다.”고 설명한다. 폴스타의 대표인 크리스티안 달(Christian Dahl)씨는 S60 폴스타를 "자동차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폴스타이니 만큼 우리가 직접 운전하고 싶은 자동차를 만들었습니다. S60 폴스타야 말로 진정한 드라이버즈 카입니다.”라고 당당히 말한다. 그만큼 기대를 해도 좋다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할 만한 점이 있을 것이다. 바로 폴스타의 국내 시장 진출과 관련된 사실이다. 라이드매거진이 올해 초 디트로이트 오토쇼 볼보부스에서 만난 폴스타 관계자에게 국내 시장 진출과 관련한 가능성에 대해 직접 물어봤었다. 그의 대답은 무척이나 긍정적이었으나 폴스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국내 법규문제라는 변수가 남아있다. 이런 정책이나 법률적인 문제는 볼보코리아의 의지만으로는 쉽게 해결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근 시일내에 폴스타의 국내 진출을 낙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가능성 역시 없지만은 않다. 물론 볼보코리아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고 국내 유저들의 확실한 니즈가 확인돼 사업성 역시 확인돼야 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국내 시장에 폴스타가 진출한다면 볼보의 이미지는 확실하게 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듯 볼보가 안전 이외에 별다른 내세울 거리가 없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폴스타의 등장은 또 다른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고, 하이 퍼포먼스 볼보를 기대하고 있는 볼보 팬들의 갈증을 풀어줄 가장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폴스타는 과연 국내 시장에 들어올 수 있을까? 볼보코리아가 수입차 시장 초반에 일궈냈던 좋은 성적을 내길 기대한다면 폴스타의 적극적인 투입 같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해외처럼 수십 대의 폴스타가 국내 서킷에서 원메이크 레이스를 펼치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내 레이스에 폴스타가 참가해서 좋은 성적을 내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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