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및 관련 산업의 동향과 분위기를 살펴볼 수 있는 EV 트렌드 코리아 2024가 지난 3월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국내 전기차 산업을 이끌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비롯해 충전 인프라 전문 업체인 채비 등 총 85개 업체가 450부스 규모로 참가해 다양한 제품과 기술력을 선보였다.

과거에는 자동차 브랜드들이 다수 참가해 행사장 전반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모습이었던 것과 달리, 몇 년 전부터 브랜드들의 참가 숫자가 점점 줄어들어 올해는 현대차와 기아 단 두 곳만이 참가해 아쉬움을 남겼다. 여기에 시장에서도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예전 같지 않아 브랜드에서도 전기차에 대한 전략을 대거 수정하는 상황인 만큼 현대차나 기아 모두 콘셉트카 등은 배제하고 오로지 현재 판매 중인 제품들로만 부스를 채웠다.

대신 전기차 관련 업체들은 다양한 제품들을 앞세워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가장 많은 전시품은 역시 전기차 인프라의 핵심인 충전기로, 다양한 업체에서 자사만의 기술이 담긴 충전기들을 전시했는데, 완속부터 초급속까지 여러 제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충전 솔루션, 전기차 전용 타이어 등은 물론이고 전기차 화재와 관련한 진압용 장비들도 전시되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EV 트렌드 코리아의 옆 전시관에서는 인터배터리 행사가 함께 개최됐는데, 이 분야의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많은 관련 업체들이 전시부스를 마련해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는 최근 공개한 아이오닉 5 상품성 개선 모델과 함께 코나 일렉트릭 N 라인으로 이번 EV 트렌드 코리아 2024에 참가했다.

먼저 신형 아이오닉 5는 기존 77.4kWh의 배터리 대신 에너지 밀도를 높인 84.0kWh의 4세대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기존 458km에서 485km로 늘어났다. 또한 새로운 세대의 배터리가 도입되며 급속 충전 속도도 늘어나 배터리 용량이 늘어났음에도 이전과 동일하게 18분 내에 배터리 용량의 80%(10-80%)까지 충전 가능하다.

또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ccNC(connected car Navigation Cockpit)을 장착해 기존에는 무선 업데이트로 내비게이션 정도까지만 최신 버전의 적용이 가능했으나, 신형부터는 제어기로 확대 적용함으로써 차량의 주요 전자제어와 연계된 기능까지 최신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고객에게 SDV 기반의 첨단 소프트웨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영상 및 고음질 음원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블루링크 스트리밍 서비스가 제공되며,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음성 인식 기능도 탑재했다.

승차감과 정숙성 향상을 위해 주파수 감응형 쇼크 업소버를 적용했으며, 차체 주요 부위 강성을 높여 안정성을 높이고 저주파 소음을 감소시켰으며, 모터 소음 제어 최적화와 후륜 모터 흡차음 면적 확대 등의 변화가 더해졌다. 주행 보조 및 안전 기능도 확대됐는데, 직접식 감지 스티어링 휠, 차로 유지 보조 2,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2, 전방/측방/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 및 주차 거리 경고 등이 더해졌고, 편의 사양은 지능형 헤드램프, 디지털 키, 디지털 센터 미러, 빌트인 캠 2, 2열 리모트 폴딩 등디 더해져 상품성을 높였다.

코나 일렉트릭은 64.8kWh 배터리로 동급 최고 수준인 417km의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코나의 디자인을 이어받으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더했는데, 공기역학 설계를 더한 덕분에 0.27Cd의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달성해 주행가능거리 향상에 기여했다.

SDV 기반의 편의사양과 첨단 안전사양도 대거 탑재했는데,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ccNC, e 하이패스 등으로 만족도를 높였으며, 전방/후측방/후방교차 충돌방지 보조, 고속도로 주행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및 유지 보조,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안전구간/곡선로), 지능셩 속도 제한 보조 등 다양한 안전사양을 전 모델에 기본 탑재했으며, 옵션으로 고속도로 주행 보조 2, 헤드업 디스플레이, 전방 충돌방지 보조 2,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 고속도로 진출입로까지 대응하는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등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기아

기아는 플래그십 전기차인 EV9을 필두로 EV6와 레이 EV 3종으로 EV 트렌드 코리아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기아 전기차 라인업을 대표하는 모델인 EV9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모델로, 국내 최초로 3열 시트를 갖춘 대형 전기 SUV다. 99.8kW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501km(19인치 휠 2WD 모델)의 주행가능거리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차량 전면에는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을 탑재했는데, 기아 커넥트 스토어를 통해 라이팅 패턴을 구입해 자신의 개성을 그래픽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2 기능이나 영상 및 고음질 음원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플러스 기능을 기간 단위 구독 혹은 영구 구입이 가능하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지원하는데, 핵심 부품은 물론이고 주요 편의 기능까지 확대되어 별도 장비 연결 없이도 적용된 기능의 보완이나 신규 기능의 추가가 가능하다.

EV6는 기아가 전용전기차로는 처음 선보인 모델로, GT 모델의 경우 제로백(0-100km/h) 3.5초라는 강력한 성능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77.4kWh 배터리 탑재로 최대 475km(2WD, 19인치 휠, 빌트인 캠 미적용 기준)에 달해 승용은 물론이고 택시 시장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전기차 전용 시트로 기존 내연기관차와는 다른 느낌을 보여주는 실내에는 친환경 자동차에 걸맞게 도어 포켓이나 크래시 패드, 보조 매트 등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 친환경 소재 및 공법 등을 적용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2,900mm의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기본 520L, 2열 폴딩시 1,300L에 달하는 적재 공간 등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확보해 활용성을 극대화했다.

레이 EV는 신형 레이의 전기차 버전으로, 35.2kWh 배터리로 복합 205km, 도심 233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하며, 배터리는 리튬인산철(LFP) 방식을 적용해 가격을 낮추는데 크게 고려해 정보 보조금을 더할 경우 2천만 원 초중반에 구입이 가능해 접근성을 높였다. 충전의 경우 150kW급 급속 충전기로 10%에서 80%까지 40분이면 가능하고, 7kW 완속 충전기로는 6시간만에 10%에서 100%까지 충전할 수 있다.

모터는 최고출력 64.3kW(약 87마력), 최대토크 147Nm의 성능으로 가솔린 모델 대비 가속 성능과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제공한다. 여기에 정체구간 주행에서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오토 홀드를 적용했으며, 모든 좌석을 접어 평평한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풀 플랫 기능, 정차 시 공조 및 오디오 등 전기장치를 장시간 사용 가능한 유틸리티 모드를 더해 차량 활용성을 크게 높였다.

 

KR모터스

이번 행사에 모터사이클 브랜드에서는 유일하게 KR모터스가 참가해 고객들을 만났다. KR모터스는 전기스쿠터 2개 제품을 선보였는데, 각기 다른 특징으로 사용 용도나 분야별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먼저 이루션의 경우 현대케피코의 수냉 파워트레인을 적용해 최고출력 9.2마력 정도의 성능을 내는 모터로 최고속도 95km/h, 제로오십(0-50km/h)은 4.5초에 도달하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 배터리는 시트 하단에 교환식 배터리 2개가 탑재되는데, LG 에너지 솔루션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쿠루의 충전 스테이션을 통해 교환이 가능하다. 이 쿠루의 충전 스테이션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0개 이상 설치된 상태여서 시내에서의 주행이라면 충전으로 인한 불편함을 겪을 일은 없겠다. 충전소까지의 거리가 애매하다면 시트 하단 수납함 내부의 충전포트를 사용해 직접 충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스코 트리는 델리로드를 기반으로 한 전기스쿠터로, 뒷바퀴를 2개로 늘려 모터사이클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도 부담없이 탈 수 있을 뿐 아니라, 적재량을 늘려 배송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구성한 것이 특징인 제품이다. 앞서 소개한 이루션과의 차이는 교체형 배터리가 아닌 내장형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2700W 모터에 72V 50A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최고속도는 45km/h에 불과한데, 이는 고속 주행보다는 배송용 업무에 적합하도록 중저속으로 세팅했기 때문. 대신 100kg의 화물을 적재한 상태에서 최대 44.3km를 이동할 수 있어 근거리 배송용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충전은 220V 전원을 사용해 3시간 9분 가량이면 100% 충전 가능하다.

 

 

삼성SDI

EV 트렌드 코리아와 함께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를 주제로 하는 인터배터리 행사가 함께 개최되는데, 이번 인터배터리에서 가장 주목받은 곳은 삼성SDI가 아닐까 싶다. 현재 전기차 시장에선 리튬이온 배터리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인데, 삼성SDI는 이번 행사에 참가해 차세대 배터리로 평가받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 계획을 밝혀 앞으로 전기차 시장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고체 배터리란 배터리에 사용되는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사용한 배터리를 뜻한다. 기존에 전기차에 많이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액체 상태의 전해질을 사용하는데, 이 액체 전해질은 온도 변화로 인한 배터리의 팽창이나 외부 충격에 의한 누액 등 배터리 손상시의 위험이 존재한다.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단단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안정적이며, 전해질이 훼손되더라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어 보다 안전하다. 그리고 이런 이점들로 인해 상대적으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부품도 줄일 수 있어 여유 공간에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는 활물질을 채울 수 있어 같은 크기로 더 높은 용량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삼성SDI는 이번 인터배터리 행사를 통해 현재 생산중인 배터리보다도 높은 900Wh/L의 전고체 배터리를 2027년부터 양산 계획을 밝혔다. 이미 2020년 1회 충전으로 주행거리 800km, 1,000회 이상 충방전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연구결과를 공개한 바 있어 향후 제품 양산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난관들을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남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배터리 충전 속도를 높인 초급속 충전 기술과 20년간 사용 가능한 초장수명 배터리 양산 계획, 새로운 폼팩터의 각형 배터리, 모듈이 없는 CTP(Cell to Pack) 기술 등도 이번 행사를 통해 발표하며 배터리 산업에서 경쟁사와의 격차를 크게 벌리는데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EV 트렌드 코리아 2024와 함께 개최된 인터배터리 2024 현장에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신사업 등을 소개하며 앞으로의 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들을 선보였다.

여러 전시물 가운데 눈길을 끈 것은 사내 독립기업인 쿠루의 전기스쿠터 충전 인프라였다. 현재 다양한 전기 스쿠터들이 시장에 선보이고 있지만, 충전 속도의 불편함으로 인해 아직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데, 배터리 교체형 제품에 대응하는 충전 스테이션을 공개함으로써 앞으로 전기 스쿠터 보급에 더욱 불을 지필 것으로 기대된다.

쿠루의 충전 스테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의 셀을 사용한 배터리팩이 준비되어 사용자가 스테이션을 방문해 사용한 배터리를 반납 후 충전이 완료된 배터리를 받아 장착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배터리 교환 과정은 사용자 인증 후 배터리 반납, 배터리 장착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존 내연기관 모터사이클의 주유에 소요되는 시간이면 교환 후 재운행이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최초 1회만 인증하면 다음 교환부터는 추가 인증 없이 배터리 교환이 가능해 더욱 빠른 교환 운행이 가능하다.

사용자는 방문 전에 앱을 통해 혼잡도를 확인하거나 교체할 배터리를 미리 예약할 수 있으며,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스테이션까지 길안내를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안전진단 기술을 통해 초단위로 배터리 충방전 정보 및 배터리 잔존수명, 온도 등을 24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해 안전 문제에 대해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현재 쿠루의 배터리 스테이션은 한강 이남지역을 중심으로 180여 대가 가동중이며,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스테이션 간 거리는 평균 1km에 불과하도록 촘촘하게 설치했다. 올해 중으로 서울 전 지역으로 설치를 확대하고 2025년까지 수도권에 1,000대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쿠루의 배터리 스테이션을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는 대동모빌리티, KR모터스 등의 업체가 있으며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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