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났나 싶다. 본격적으로 국내에 전기차 붐이 일어나기 시작한 게 3년 전으로, 그전까지는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한 번 길에서 만나는 정도였던 전기차가 이제는 길에서 흔하게 볼 수 있을만큼 일상이 됐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가 전기차를 내놓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일반 소비자는 물론이고 영업용 차량, 택시 등 다양한 형태로 보급이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하며 전기차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이제는 인프라 보급보다 차량 공급이 더 빠르게 늘어나며 충전 등의 문제로 인한 불편함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

현대차나 기아의 경우 제품의 수명 주기를 약 5년 정도로 보는데, 그 절반인 3년째가 되는 올해 E-GMP 기반의 전기차들이 속속 부분변경이 이뤄지고 있다. 가장 먼저 현대차의 아이오닉 5가 부분변경되어 공개됐는데, 이번에 기아 EV6도 부분변경된 신제품이 출시됐다. 제품 출시에 앞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실물을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 지난 13일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기아 360을 찾았다.

EV6 기본형 전면부

EV6 GT라인 전면부

이번 신제품은 상품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지만 디자인적으로도 약간의 변화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기본 틀을 그대로 유지한 채 부분적으로 변경이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자동차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전면부에서의 변화는 페이스리프트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상당하다. 헤드라이트의 경우 이전에는 상하로 주간주행등을 더했던 노멀한 디자인이었는데, 이를 삼각형 형태의 라인으로 잇고 헤드라이트 주변을 감싼 모습으로 바꾸며 EV9을 비롯해 향후 공개 예정인 다른 전기차들과 패밀리룩 형태를 갖추게 됐다. 여기에 GT 라인의 경우 양쪽 헤드라이트를 잇는 센터 포지셔닝 램프를 더해 이러한 통일감이 더욱 두드러진다.

EV6 기본형 실내

EV6 GT라인 실내

실내에서도 소폭 변화가 이뤄졌다. 먼저 와이드 스크린의 경우 기존엔 사다리꼴 형태였는데 신형에선 직사각형 형태로 바뀌었다. 스티어링 휠은 원형에서 D컷 스타일로 바뀌었는데, 기본형이 2스포크 방식인 것과 달리 GT라인은 3스포크 방식의 스티어링 휠이 사용된다. 그리고 센터 콘솔의 기어 다이얼 앞으로 지문 인식 시스템을 더했으며, 무선 충전 패드의 경우 스마트폰이 움직이지 않도록 구조를 개선했다.

이러한 변경점들도 주목할 부분이지만,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바로 차량 바닥면에 배치된 배터리. 차체의 크기가 변경되거나 하지 않았지만, 최신의 4세대 배터리가 탑재되어 에너지 밀도가 상승, 용량이 77.4kWh에서 84kWh로 늘어나 주행거리가 475km에서 494km(롱레인지 2WD, 19인치 휠, 빌트인캠 미적용 기준)로 늘어났다. 그리고 늘어난 용량에 따라 급속 충전 속도도 높여 350kW급 초고속 충전에서 이전 모델과 동일하게 18분 이내에 배터리 용량의 80%(10→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고.

이전에도 적응된 주파수 감응형 쇼크 업소버는 거친 노면에서의 승차감 개선을 위해 튜닝이 이루어졌고, 모터 소음 제어 최적화, 후륜 모터 흡차음 면적 확대 등 정숙성이 강화되는 등 승차감을 향상시켰다. 또한 탑승객 안전을 위해 B필러의 두께를 늘려 차체 강성을 높이고 2열 측면 에어백 추가로 총 10에어백 시스템을 적용해 안정성도 끌어올렸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최신의 ‘ccNC(connected car Navigation Cockpit)’가 탑재돼 편의성을 높였다. 대표적으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의 경우 기존에는 내비게이션에만 적용됐으나, 이제는 차량 제어기까지 확대 적용해 차량 기능을 최신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또한 SDV 기반 인포테인먼트 사양을 통해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를 자연어 음성 인식 기능으로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쓸 수 있다. 그리고 무선 커넥티비티 기능, 키를 소지한 채 차에서 멀어지면 문이 자동으로 잠기는 워크 어웨이 락, 카페이와의 연계로 실물 카드 없이 통행료 결제가 가능한 e 하이패스, 기아 디지털키 2, 지문 인증 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주행 보조 및 안전 기능에는 정전식 센서를 통한 스티어링 휠 그립 감지, 차로 유지 보조 2,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2, 전/측/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 등이 더해져 주행 편의를 높였다. 편의사양으로는 전동 조절식 스티어링 휠, 에어컨 광촉매 살균 시스템, 12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 디지털 센터 미러, 빌트인 캠 2 등이 적용됐다.

이러한 여러 업그레이드에도 기아는 신형 EV6의 가격을 동결했다. 롱레인지 모델의 경우 라이트 5,540만 원, 에어 5,824만 원, 어스 6,252만 원, GT-라인 6,315만 원(모두 전기차 세제 혜택 적용 전 기준)이며, 세제 혜택이 적용되면 모델에 따라 280~320만 원 가격이 내려가게 되고, 여기에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까지 더해지면 합리적인 가격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전기차 붐을 이끈 두 주역 중 하나인 EV6도 수명 주기 절반을 지나는 시점에 상품성 개선을 통해 다시 한번 추진력을 얻게 됐다. 특히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인 배터리 용량이 확대된데다 다양한 첨단 기능들이 대거 탑재된 만큼 한 지붕 이웃인 아이오닉 5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경쟁자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의 전기차 인기 하락이 판매량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앞으로 기아에게 남은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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