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의 성격이 강한 제품일수록 고객들이 이를 체험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래도 일상에서는 안전하게 체험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 대표적인 예가 모터사이클 브랜드로, 고객들이 제품의 본격적인 재미를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그 중 스포츠 성향이 강한 모델이라면 서킷에서의 행사를 통해 일반 도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극한의 주행을 통해 제품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자동차에서는 어떨까? 이동수단으로의 성격이 강한 제품이나 브랜드에서는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반대로 취미영역으로의 성격이 강한 제품이나 브랜드는 이러한 활동이 자주 펼쳐진다. 그 대표 브랜드 중 하나가 람보르기니로, 강력한 성능의 제품을 여럿 보유하고 있는 만큼 고객들이 이를 안전한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서킷에서의 행사를 자주 진행한다. 지난 24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람보르기니 트랙데이를 실시, 미디어들에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 직접 방문해보았다.

오늘의 시승은 람보르기니를 대표하는 모델 우라칸이다. 강풍을 뜻하는 말로 ‘허리케인’의 어원이기도 한데, 그만큼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을 담아내기 위해 선택된 이름이다. 가야르도의 뒤를 이어 V10 엔진을 탑재한 우라칸은 공기역학을 고려한 납작한 차체에 외장을 날카롭게 다듬어놓은 덕분에 그 어떤 브랜드와도 차별화된 모습으로 주위의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된다.

성능 면에서는 말이 필요할까. 5.2L 자연흡기 엔진은 최고출력이 640마력, 최대토크가 61.2kg·m(에보)에 달해 최고속도가 무려 325km/h, 제로백(0-100km/h) 2.9초(쿠페, 스파이더는 3.1초), 제로이백(0-200km/h) 9초(쿠페, 스파이더 9.3초)라는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이런 강력한 성능에도 무게는 준중형차 수준인인 1.7톤, 테크니카 모델인 1.5톤 밖에 나가지 않으니 놀라운 주행 성능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우라칸 STO

이런 뛰어난 성능의 모델을 트랙에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어찌 마다할 수 있을까. 그것도 우라칸 테크니카와 STO를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시간이 길지 않은 건 조금 아쉽지만 짧은 시간에서도 충분히 강력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모델들이고, 트랙에서의 주행은 상당한 체력을 요하기 때문에 익숙치 않은 모델들인 만큼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한다.

가장 먼저 진행된 세션은 트랙 주행이다. 우라칸 중에서도 강력한 STO와 테크니카 두 모델을 경험할 차례. 두 모델 모두 후륜구동인 만큼 아무리 각종 주행보조 기능들이 갖춰져 있다고 해도 주의하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위기는 달릴 때가 아니라 타고 내릴 때에 있었다. 서양인이라고 해서 모두 크다는 생각은 편견일 뿐이었다. 키 196cm의 기자가 헬멧까지 쓰고 차에 오르려니 왜 이리 공간이 비좁기만 한지, 시트를 조절해 등받이를 최대한 눕히고 나서야 팔을 뻗을 수 있을 정도의 자세를 취할 수 있었지만 머리를 천장에 딱 붙인 채 고정된 상태로 달려야 한다. 오프로드를 달리는 상황이었다면 상상도 하고 싶지 않지만 다행히 노면이 깨끗한 서킷이니 조심해서 달리기로 하고 인스트럭터를 따라 코스로 들어섰다.

외관에선 대단히 스포츠성이 강한 우라칸 시리즈들이지만, 람보르기니에선 일상에서의 주행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말한다. 첫 바퀴는 워밍업과 코스 숙지를 겸해 가볍게 달렸는데, 생각보다 조작에서의 어려움은 없다. 방향지시등이 레버식이 아닌 버튼식이라는 정도만 조금 혼동될 뿐 5.2L의 엔진이 너무 예민하게 굴지 않아 운전이 어렵지 않다. 여기에 센터 콘솔에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도 마련돼 있어 주행 정보는 물론이고 내비게이션 등의 정보도 표시할 수 있어 실용성을 높인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하면 얘기가 많이 달라진다. 가속 페달의 조작 단계를 0에서 10까지로 구분할 때 절반 정도까지는 가볍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데다 출력도 조작에 맞춰 유순하게 뿜어지기 때문에 문제 없는데,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부드럽게 내려가던 페달이 무언가에 살짝 걸린 느낌이 드는데, 거기서 힘을 더해 더 깊이 밟아주는 순간부터 등 뒤에서 우렁찬 포효가 쏟아져나오며 맹렬하게 차체가 돌진하기 시작한다. 마치 우라칸의 발작 버튼을 누른 것처럼 미친 듯이 달려나가기 시작하는데, 최근 대세인 터보차저가 아닌, 자연흡기 방식의 5.2L 엔진인 만큼 반응도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이런 고성능 엔진이 가벼운 차체에 얹어져 있으니 돌진하는 기세가 상상 이상이다.

다행인 것은 우라칸의 제동성능과 핸들링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코너를 앞두고 브레이크에 지긋이 힘을 가하자 부드럽게 속력이 줄어든다. 슈퍼 트로페오 같은 레이스에서 300km/h 넘는 속도에서도 단숨에 60km/h까지 줄일 수 있는 강력한 브레이크가 탑재되어 있지만, 너무 예민하지 않아 부드럽게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이래서 일상에서의 주행도 문제없다고 말하는 것이란 걸 깨달았다.

핸들링도 발군이다. 사륜구동이나 전륜구동에 비해 뛰어난 후륜구동 방식이고, 여기에 리어 휠 스티어링 기술을 더해놓아 움직임이 예상보다 훨씬 민첩하다. 뒷바퀴가 고속에서는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약간 꺾이면서 안정성을 높이고, 저속에서는 앞바퀴와 반대방향으로 꺾여 회전반경을 줄여주는 기능이다. 이런 서킷에선 대부분 높은 속도에서 코너를 돌아나가지만, 좀처럼 뒷바퀴의 파열음이 들리지 않는 건 이런 기능이 뒷받침하기 때문일 것이다.

준비된 두 차량을 2바퀴 정도 번갈아가며 타본 것이라 세부적인 차이를 파악하긴 어려웠지만, 공통점 하나만은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자연흡기 모델에서의 즉각적인 반응으로 나타나는 V10 엔진의 강력함이다. 안타까운 건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들에 전동화라는 숙제가 주어졌고 람보르기니도 나름의 계획을 바탕으로 이를 차근차근히 준비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 내연기관의 재미를 극한까지 경험할 수 있는 우라칸 시리즈를 만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 세션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으로는 잠깐 쉬어가는 느낌의 AS 세션에 참가했다. 고객들에게 람보르기니에서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소개하는 자리다. 국내 람보르기니 제품의 판매를 책임지는 람보르기니 서울에선 서울 삼성동과 장안동 두 곳에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서비스는 장안동에서 진행한다. 당연히 공식 서비스센터인 만큼 교육을 이수한 전문 테크니션이 배치되어 전용 공구를 이용해 수리가 진행되고, 특히 평균 경력이 9년일 만큼 긴 경력을 보유한 정비사들은 모두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며, 차체에 주로 사용되는 알루미늄은 용접이 매우 까다로운 소재인데 이 람보르기니 서울에는 2명이나 알루미늄 용접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체계적인 인력 배치와 시설을 바탕으로 람보르기니 서울은 지난 2021년 세계적인 품질 인증기관인 TUV SUD의 인증을 획득하며 전문성을 인정받았을 정도니, 람보르기니 고객이라면 이런 든든한 서비스를 믿고 안전하게 즐기기만 하면 된다.

마지막으로는 짐카나 경기다. 앞선 트랙 주행 세션이 우라칸의 강력한 파워를 체험하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짐카나에선 가속과 제동, 핸들링을 더 깊이 맛볼 수 있다. 인스트럭터의 안내에 따라 코스 숙지 후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먼저 연속 좌우 방향 전환인데, 일자로 세워진 고무고깔 옆으로 누워있는 고깔의 방향에 따라 좌로 우로 빠르게 방향을 전환하며 통과해야 한다. 워낙 트랙 주행에 최적화된 우라칸이다보니 좌우 방향 정도로는 차체가 쏠린다는 느낌이 없다.

좁은 커브를 빠르게 돌아나온 다음에는 두 번의 원 선회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굳이 원 선회를, 그것도 두 번이나 하도록 코스를 구성한 건 우라칸의 리어 휠 스티어링을 체험해보란 의미다. 앞서 트랙 주행에서는 안정적으로 돌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런 짐카나에서는 놀랄만큼 회전 반경이 줄어드는 우라칸의 핸들링 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짐카나를 마친 후 인스터럭터의 택시 주행으로 같은 코스를 한 번 더 경험했는데, ‘이 정도가 가능하다고?’하는 생각을 수없이 할 만큼 높은 페이스로 주행이 이뤄졌음에도 빠르고 매끄럽게 통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인스트럭터의 실력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여기에 한계치가 다른 차에 비해 훨씬 높은 우라칸의 실력도 적잖은 역할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프란체스코 스카르다오니 람보르기니 아시아 태평양 총괄

람보르기니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는 프란체스코 스카르다오니가 이날 행사에 함께 했는데, 막간을 이용한 인터뷰가 진행됐다. V10 모델의 운명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향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업그레이드되어 만날 수 있을 것이며, 원오프(one-off) 모델의 계획은 없다”고 밝혀 순수 내연기관의 우라칸은 8월 페블 비치에서 선보이는 후속 모델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서 전동화에 대한 계획은 “2028년에 순수전기차를 출시하는 것은 변함없다”며 “우루스나 란자도르 같은 모델을 EV화해 2030년까지 선보일 계획이고, 내부에서 친환경 합성 연료 사용에 대해 디자인이나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혀 내연기관 모델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람보르기니 레부엘토

끝으로 경쟁사 대비 람보르기니의 강점에 대해 묻자 그는 디자인을 꼽으며 “쿤타치 같은 모델은 지금 출시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한다. 여기에 뛰어난 밸런스 등 드라이빙 다이내믹은 일상부터 레이싱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각자의 취향에 맞춰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점도 있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람보르기니라는 브랜드 그 자체로, 고객과 함께하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우라칸뿐만 아니라 람보르기니의 제품을 구입하는데는 각자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디자인이나 성능이 마음에 들어서일 수도 있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주변의 시선을 받고자 한다면 그 또한 이유가 될 수 있다. 혹은 우렁찬 배기음에 반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쨋건 다양한 이유로 구입하더라도 최소한 내가 가진 차의 진면모를 한 번쯤은 제대로 경험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런 고객들을 위해 람보르기니에서는 트랙 데이를 운영하고 있으니 내 자동차의 진짜 모습을 안전한 공간에서 제대로 한 번 확인해보길 바란다. 새로운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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