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쉐보레의 두 모델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가 올해 1분기 미국 소형 SUV 시장에서 판매량 톱 3에 오르며 4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달성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자 이 두 모델로 글로벌 시장에서 뛰어난 품질과 상품성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름 큰 이슈가 됐었다. 예로부터 자동차 시장에서는 결과적으로 판매량이 모든 것을 입증하는 법인데 이 두 모델이 소형 SUV를 구매하는 미국 소비자 10명 중 4명이 GM의 모델을 선택한 것이라는 뜻이니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 두 모델을 번갈아 타보며 한 번에 시승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시승회에 참석했는데 나름 이 두 모델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확실한 비교를 할 수 있어 좋은 비교 시승을 할 수 있었다. 사실 이 두 모델을 별도로 타보긴 했지만 한 모델을 시승하고 나서 어느 정도 시간의 텀이 생기면 이전 모델의 시승 느낌이 어느 정도는 잊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동시에 비교하면서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다. 

먼저 시승한 모델은 트랙스 크로스오버였다. 외형 디자인과 내부 공간의 구성은 가격 대비 정말 훌륭한 수준이다. 소형 SUV에서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의 상품성을 보여주는 모델이 그리 많지 않을 정도로 이 모델의 구성은 뛰어난데 그래서 앞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판매량이 높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매 성과는 놀라울 정도로 이 모델의 가치를 알아보는 소비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된다. 소형 SUV에서 이렇게 거주성이 뛰어나게 만들어 낸 것도 좋지만 전체적으로 여유있는 공간을 만들어 냈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칭찬받을 일인 것 같다. 

운전석에 앉아 이것저것 손으로 만져보며 살펴보면 가격대비 충분히 가치있는 인테리어와 구성을 만들어 냈다고 보여진다.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있을 것은 다 있고 딱히 신경이 쓰이거나 불편할만한 것이 전혀 없다. 군더더기 없는 구성에 금방 적응하고 또 쉽게 손이 간다.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심플하고 세련되며 조작이 쉽고 편리해 운전이 편하다. 바로 이런 요소들이 소형 SUV에서 꼭 필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그런 점들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올해부터 적용된 온스타는 이런 부분에 좀 더 경쟁력을 올려주는 요소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좀 더 차를 스마트하게 활용하고 또 관리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온스타는 차를 잘 아는 사람에게는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차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도움을 주는 그런 가이드 역할을 한다. 시동을 거는 것은 물론 경정비를 위해 예약까지도 할 수 있다고 하니 바쁘고 정신없는 현대인들에게 충분히 플러스 요인이 된다. 

작은 차체라서 그런지 달리기 성능은 경쾌하다. 가속도 굼뜨지 않고 시원스럽다. 움직임만 보면 이 모델이 3기통 1.2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는 것이 살짝 믿겨지지 않기도 하는데 좀 더 큰 엔진을 품었다고 해도 믿을 것 같다. 특히나 마음에 드는 것은 연비로 고속으로 거칠게 몰아도 12km/L 정도를 계속 유지해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사랑받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비가 좋지 않은 차를 타는 사람들은 해외의 여러 가지 이슈로 국제 유가가 요동칠 때 마다 신경을 많이 쓸 수 밖에 없는데 이 정도 연비가 꾸준히 나와주면 기름값의 변동에 그만큼 무던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알맞은 덩치에 걸맞게 장착된 3기통 1.2L 가솔린 터보 엔진은 시승 내내 좋은 느낌을 전해준다. 작은 배기량이지만 언덕이나 힘든 코스에서도 너무 힘들어하지도 않고 고속으로 올려쳐봐도 힘든 내색을 크게 하지 않는다. 이 정도는 충분히 소화 가능해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즐거운 시승을 이어나간다. 도심 거쳐 한적한 시외곽으로 나가도 답답함은 없다. 정숙성도 이정도면 합격점으로 소형 SUV에 대한 선입견만 가지고 있지 않는다면 누구나 만족스럽게 탈 수 있는 모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승 코스가 어느덧 산으로 바뀌었다. 아주 험한 오프로드 까진 아닐지 모르지만 소형 SUV에게는 이 정도면 오프로드라고 할 정도의 코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시승차가 트레일 블레이저로 교체됐는데 타는 순간 AWD가 있다는 사실에 즐거워졌다. 아마도 아까 타고 왔던 트랙스 크로스오버로 이 코스를 계속 통과해야 한다면 절대로 즐겁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조금은 불안해하고 금새 걱정이 들지 않았을까. 

산으로 들어간 트레일 블레이저에게 펼쳐진 코스는 생각보다 험했다. 물론 험하다는 기준이 매우 상대적이겠지만 이번 시승이 지프나 랜드로버 같은 모델의 시승이면 험하다는 표현을 하지 않겠지만 이 모델은 AWD가 장착된 그거 소형 SUV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래서 이런 코스를 트레일 블레이저가 통과할 수 있을까 살짝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을 뿐. 살짝 했던 걱정이 무안하게도 어느덧 코스를 통과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나뭇가지가 유리창과 차체를 때리자 오히려 그런 자연을 좀 더 즐기고 싶어서 창문까지 열고 주행을 했다. 이 얼마 만에 느끼는 오프로드인가, 얼마 만에 즐기는 자연인가 싶어서 말이다. 거친 코스를 만난 트레일 블레이저에게 힘든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생각보다 경쾌하게 코스를 거침없이 올라갔고 또 침착하게 내려갔다. 차가 힘들어하고 코스를 버거워하면 재미보다는 부담도 되고 겁도 날텐데 계속 통과하고 정복하는 재미가 있었다. 차는 탄탄했고 부족함이 없었다. 타기 전에는 이 작은 소형 SUV에 AWD는 좀 과분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막상 경험해보니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행동반경도 아웃도어 쪽으로 좀 더 넓어질 수 있고 아무래도 비나 눈이 많이 오거나 도로가 얼어 환경이 거칠어지는 시기에도 걱정 없이 다닐 수 있어 심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시승 코스의 끝이라 할 수 있었던 산에 올라 눈 앞에 펼쳐진 경치를 바라보니 AWD 기능은 차가 떠나갈 때 까지 그 횟수가 비록 몇 번 되지 않더라도 그 때 제대로 써먹기만 한다면 그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는 것이라는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바로 공감했다. 시승차 구성이 트랙스 크로스오버 한 종류라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했다면? 그래서 이 경치를 볼 수 없었다면? 분명히 아쉬워했을 것 같다. 그리고 고만고만한 다른 시승 행사와 별다른 차별점을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 모델을 번갈아 타보며 각 모델의 장점과 차별화 포인트를 경험할 수 있었던 이번 시승 행사에서 꼭 말하고 싶었던 내용 중 하나는 바로 기본기였다. 두 모델 모두 기본기가 워낙 탄탄해 어떤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고 좋은 주행을 보여주는 모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이런 탄탄한 기본기에 더해진 높은 상품성이 미국 시장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이런 사실들이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도 잘 전달돼서 국내 시장에서도 좀 더 나은 결과가 나와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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