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모델을 물어보는 기자의 질문에 렉서스 담당자가 대답했다. LM의 경쟁모델은 없다고. LM은 그 어떤 모델과도 비교되지 않고 그 어떤 모델과도 경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것이 틈새시장이든 뭐든 간에 그 시장에 지금 LM이 홀로 독점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들렸다. 렉서스는 LM을 두고 플래그십 MPV라고 불렀는데 앞에 플래그십을 붙임으로서 기존의 MPV와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우리가 흔히 MPV라고 부르는 모델들은 미니밴으로 토요타의 시에나나 혼다의 오딧세이, 기아의 카니발이 여기에 속한다. 렉서스는 이들과 LM을 같은 카테고리로 구분하는 것을 원치 않는 듯 한 수 위의 고급형으로 구분했다. 이는 가격만 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사실 국내 시장에 LM이 등장하기 전에도 고급형 MPV를 원하는 수요는 있었다. 카니발도 공식적으로 리무진이라는 최상위 트림이 존재하고 그런 카니발을 튜닝해 1억이 넘는 금액으로 파는 전문업체도 꾸준히 성업 중이다. 하지만 렉서스는 이런 모델들과 LM은 시작점부터 다르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출고 이후에 여러 가지 작업을 하더라도 베이스가 되는 차량 시스템이나 애초에 만들어지는 기본적인 승차감에는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말 그대로 렉서스의 LM 500h 로열 그레이드는 쇼퍼드리븐 모델이며 경쟁 모델은 다른 MPV가 아닌 럭셔리 세단과 럭셔리 SUV인 것이다. 

수요는 있었지만 메이커들은 국내 시장이 출고 후 튜닝 시장으로 커버 가능할 정도로 작다고 판단했는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토요타가 알파드를 내놓는다고 했을 때 기자들은 출시 예정 모델 중에서 가장 의외의 선택이라고 말하기도 했었고 일본이나 동남아에서나 통하지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했었는데 결과는 달랐다. 알파드는 출고 대기가 1년이 넘기도 했고 심한 경우 바로 인수 할 수 있는 신차의 경우 삼천만원이 넘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거래되기도 했고 지금도 그렇게 피가 붙은 매물들은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사실 렉서스는 알파드의 반응을 보고 LM을 적극적으로 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만일 알파드가 국내 시장에서 통하지 않았다면 LM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출시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알파드는 보란 듯이 수요가 있음을 입증했고 결과로서 확인시켜줬다. 

그렇게 자신 있게 선보인 렉서스 LM 500h이라 그런지 행사장에서도 렉서스의 담당자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것이 법인이 뽑는 것이든 개인이 출고하는 것이든 간에 수요는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했고 4인승 로열 그레이드의 경우 1억9600만원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미 사전예약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결국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 프라이빗한 공간을 마련하는데 투자하는 비용은 비싸더라도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렉서스는 비행기의 퍼스트클래스 좌석에서 내려서 LM을 타고 이동하면 퍼스트클래스의 편안함과 프라이빗한 경험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렉서스라도 이런 표현은 보통 자신감으로는 쉽게 할 수 없는 말이다. 

국내에는 로열 그레이드와 이그제큐티브 두 가지 트림이 판매되는데 가격이 각각 1억9600만원과 1억 4800만원이다. 하지만 사전예약 500대 중 60%가 4인승으로 약 오천만원 정도가 더 비싼데도 고급형 모델의 수요가 높다. 참고로 6인승 모델인 이그제큐티브 트림은 파티션과 48인치 디스플레이, 우산 거치대 등이 제외된다. 아무래도 로열 그레이드를 경험해본다면 이그제큐티브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쇼퍼드리븐 모델이라고 강조하는 LM의 장점을 가장 잘 느끼려면 로열 그레이드를 경험해 보는 것이 맞다고 보여진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LM 500h 중에서 로열 그레이드 모델로 LM 풀 패키지가 적용돼 프런트 스포일러, 사이드 스커트, 리어 범퍼 스포일러가 포함된 스포일러 패키지와 어퍼 그릴 가니시 프런트 사이드 가니시, 백 도어 가니시가 포함된 가니시 패키지가 더해진 최고급 사양 모델이다.  

외형 디자인은 렉서스답게 알파드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스핀들 보디를 바탕으로심리스 타입 그릴로 렉서스 다운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전체적으로 남성적이고 각진 느낌으로 현대적이지만 약간은 미래지향적인 스타일로도 보인다. 옆모습은 전체적으로 안정적이고 양감이 커보여 공간감을 엿볼 수 있다. 리어의 디자인은 L자형 시그니처 바 램프가 깔끔하면서 강한 인상을 준다. 뒷모습을 보면서 도로에서 따라가다 보면 비슷한 느낌의 차량을 볼 수 없기 때문에 확실히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덕분에 도로에 나가면 독보적인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이나 동남아 쪽에서는 이런 스타일의 디자인을 종종 볼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워낙 희귀한 존재이자 독보적인 스타일이라 눈길이 더 간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좋고 싫고를 떠나서 워낙 특이하다 보니 한번이라도 더 쳐다보게 될 수밖에 없는 디자인이다. 독특하다면 독특하고 스타일리쉬하다면 스타일리쉬한 디자인인데 좀 더 눈에 익으면 괜찮아질 듯 하다. 알파드의 프론트 디자인이 워낙 강렬하고 강해서 기괴하다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LM은 아니다. 렉서스답게 자신만의 캐릭터가 확실하게 존재한다. 

렉서스가 강조하는 뒷자리의 체험은 말 그대로 호사라는 표현을 사용하기에 충분했다. MPV에서 쇼퍼드리븐이라는 것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감이 오지 않지만 막상 경험해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부드럽고 포근한 착좌감을 보여주는 시트는 최고급 럭셔리 세단의 시트와 비교해야 할 정도로 편하고 안락하다. 4인승이다 보니 시트를 거의 눕다시피 할 정도로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경험해 본 차량 중에 더 편한 경험을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편안하다.

시트의 소재라던지 안마 같은 부가기능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냉장고 같은 옵션까지 플래그십 MPV라고 표현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경험 전에는 쇼퍼드리븐이라는 단어가 조금 이질적이라고 느꼈지만 경험 후에는 쇼퍼드리븐에 이렇게 잘 어울리는 차가 여기 있었구나 싶다. 럭셔리 자동차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다. 

렉서스는 LM을 설명하면서 프라이빗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데 직접 경험해 보면 이게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 버튼 하나로 운전석과 공간을 구분해주는 글라스 격벽이 나오고 앞이 보이는 것도차 싫다면 버튼 하나로 불투명 유리로 만들 수 있다. 유리 격벽으로 공간이 분리되면 소리 또한 잘 들리지 않는다. 뒷좌석의 대화는 운전석에서 그저 웅성거림으로 들릴 분 정확한 대화를 듣기는 어렵다. 하지만 격벽을 내리면 운전석에 있는 사람들과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대화가 가능하다. 정숙성이 그만큼 우수하기 때문이다. LM을 설명할 때 차 안에서 대화가 되는 차량이라는 설명을 했는데 충분히 가능한 정숙성이다.  

4인승 로열 그레이드에 제공되는 48인치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두 사람이 모두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는 원하는대로 양분화 해 사용할 수 있다. 한 사람은 OTT를 감상하고 또 한 사람은 유튜브를 볼 수도 있다. 모든 컨트롤러는 양쪽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한 사람만 HDMI 케이블을 사용해 노트북 연결 후 업무를 볼 수도 있다. 직접 경험해 보니 프라이빗이라는 것은 앞뒤 공간 뿐만이 아니라 좌우 좌석에서도 적용되는 것이었다. 모든 기능과 버튼, 단자까지도 한쪽만 있는 것은 없다. 모두 다 양쪽에 똑같이 적용되는데 심지어 콘솔박스 덮개도 양쪽에서 열 수 있는 시스템이다.  

OTT든 유튜브든 무엇을 재생하던 간에 23개 스피커의 마크레빈슨 3D 사운드가 공간을 채운다. 고급스럽고 또 고급스러워 귀가 호강하는 느낌까지도 든다. 고급 오디오가 장착됐다는 사실은 럭셔리카 대부분이 강조하는 것인데 LM은 단순히 좋은 오디오를 장착한 것을 넘어서 공간감에서 가장 좋은 감상을 할 수 있도록 정성껏 세팅한 느낌이다. 음악을 들으며 시트를 편한 각도로 조절하고 강하지 않게 안마 기능을 작동시키면 고급 음악 감상실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리얼 컴포트 모드로 주행하면 뒷자리에서의 승차감은 매우 훌륭한데 비교대상은 럭셔리 세단일 수 밖에 없다. 그것도 시트를 이 정도 각도까지 눕힐 수 있는 모델들은 거의 리무진이나 롱휠베이스 모델이다 보니 럭셔리 중에서도 더욱 상위 모델들과 자연스럽게 비교가 된다. 과속방지턱을 넘어도 울컥거림이나 기분 나쁜 노면의 충격은 많지 전달되지 않는다. 주행 중에도 디스플레이에서 재생되고 있는 콘텐츠를 감상하는데 불편함은 없다. 게다가 MPV만의 제공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감이 더욱 여유 있는 느낌을 전달한다. 낮고 긴 럭셔리 세단에서 아무리 편하게 누워서 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다소 답답하다고 느껴본 사람이라면 꼭 경험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L-아닐린 가죽의 VIP 시트에 편하게 누워 컨트롤러로 이것저것 다양한 기능들을 손끝으로 쉽게 작동시켜보면 시간가는 지 모른다. 익숙해질수록 편해지고 원하는 것은 그 안에서 대부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승차를 경험하면서 반납하기 싫다는 느낌은 경험해 본 적이 있으나 좌석에서 내리기 싫다는 느낌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다. 호기심 어린 기분으로 뒷좌석에 올라탔을 때의 기분과 내릴 때의 기분은 너무나 다른 느낌이었다. 

시승 순서대로 운전석에 올라 직접 운전을 하게 되자 LM은 또 다른 경험을 하게 해준다. 뒷좌석과 분리되어 있는 구조의 특성상 운전석이 그리 넓어보이지는 않지만 막상 시트에 앉아보면 뒷좌석의 시트만큼이나 편안한 시트에 놀라게 된다. 눈높이도 높아 운전이 편하고 넓은 시야 덕분에 시야각이 탁 트인다. 운전석의 디자인은 최신 렉서스 디자인으로 럭셔리 SUV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어 운전 환경은 매우 편하고 쾌적하다.   

2.4리터 4기통 터보 하이브리드와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저속과 고속에서 부족함 없이 여유로운 힘이 느껴지는데 특히 저속 토크가 넉넉해 중저속의 일상적인 시내 주행에서 더욱 편하다. 차체의 크기도 크고 무게도 상당하지만 가속력도 답답하지 않고 반응도 신속하고 빠릿한 편이다.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편안한 주행감이지만 스포츠모드로 변경하면 좀 더 스포티한 주행을 보여주며 빠른 속도를 경험할 수 있다.

디자인만 보면 무게 중심이 높고 코너나 급격한 차선 변경 시 기우뚱 할 것 같은 디자인이지만 안정적으로 버텨주며 무게 중심은 생각보다 아래에 있다. 2세대 풀체인지 모델답게 새로운 GA-K 플랫폼을 기반으로 비틀림 강성을 높인 만큼 승차감이 안정적이고 주행성능도 뛰어나다. 크기와 무게가 있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기술력으로 국내 복합연비는 10.1km/ℓ(도심 9.7, 고속 10.7)을 보여주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MPV에 2억 가까이 되는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토요타 알파드가 고정관념을 깨는 변화의 신호탄을 쐈고 이제는 플래그십 MPV LM이 시장의 수요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차례다. 어쩌면 렉서스도 토요타 알파드가 출시되기 전까지 저 정도의 반응이 나올지 몰랐을 수도 있다. 아마도 알파드의 성공적인 출시 이후에 한국 시장에 투입하는 모델 전략이 바뀔 수도 있다고 본다. 발표회 때도 LX의 출시시기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아마도 렉서스는 이제 한국 시장에 좀 더 공격적인 신차 출시를 하지 않을까 싶다. 플래그십 MPV LM의 성과가 렉서스의 한국시장 공략에 변화의 속도를 정하는 또 하나의 기준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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