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의 신차라니. 르노의 신제품 그랑 콜레오스가 드디어 출시를 알렸다. 처음 공개된 직후부터 부정적인 이슈로 몸살을 앓긴 했지만, 그만큼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반증이 아니었을까. 물론 기존 QM6도 제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지만, 이 또한 출시된 지 오랜 시간이 되어 인기가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분위기를 뒤집을 신제품이 필요했고, 그랑 콜레오스가 특명을 맡게 된 것이다.

지난 부산 모빌리티 쇼에서 처음 공개되어 차량의 내외부 모두가 공개됐으나, 르노가 국내에 선보이는 첫 번째 하이브리드인 만큼 주행감각이 어떨지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은 상황. 드디어 미디어 시승회가 개최되어 지난 28일 르노의 핵심 기지가 위치한 부산으로 향했다. 이번 시승회는 부산을 출발해 거제와 통영 일대를 달리는 170km 정도의 코스가 주어졌다. 익숙한 차라면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완전히 처음 접하는 모델이다보니 오히려 이 정도 시간으로 차량에 대해 다 파악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일단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시동을 걸고 도로로 나선다.

첫 번째로 독특한 변속 방식이 눈에 들어온다. 외관상으로는 일반적인 레버 타입의 변속기처럼 생겼지만, 기계식이 아닌 전자식 변속이 적용되어 있어 조작 방법이 다르다. 기존에는 원하는 기어단까지 끌어내려 변속하는 방식이었지만, 그랑 콜레오스는 주차 상태에서 기어 레버를 아래로 한 번 내리면 중립(N)으로, 또 한 번 내리면 주행(D)으로 바뀌는 방식이다. 익숙해지면 괜찮겠지만, 그 전까지는 항상 계기판에 표시되는 기어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주행해야 차량이 뒤로 밀리는 사고를 막을 수 있겠다. 물론 오토 홀드 기능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데,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정체가 많은 구간에서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어서 어느 쪽을 선택하기가 참 애매하다. 여기에 변속 레버를 좌우로 젖히면 회생 제동 기능의 단계를 조절할 수 있는데, 약함은 회생제동이 거의 안걸리는 수준이고, 강함은 꽤 강한 엔진 브레이크 수준으로 느껴지지만 회생제동이 갑자기 걸리는 것이 아닌, 페달을 뗀 이후 서서히 제동력이 올라오는 세팅이어서 탑승자들이 멀미하는 일을 크게 줄여줄 듯하다. 이런 변경이 번거롭다면 자동 모드를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교통량이 줄어들기 시작해 조금씩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매끄러운 주행감을 보여주는데, 이게 단순히 변속 시스템을 잘 다듬어서가 아니라, 변속 횟수가 훨씬 적기 때문이었다. 그랑 콜레오스 E-테크 하이브리드는 1.5 가솔린 터보 엔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조합했는데, 여기에 ‘멀티모드 오토 변속기’라는 것을 결합했다. 이 변속기는 총 3단으로 구성됐는데, 고작 이 정도 단수만으로 전 속도 영역을 다 커버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 일반적인 내연기관 모델의 경우 경차 정도나 4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되고, 대부분 최소 6단 이상, 많게는 10단이나 되는 자동변속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랑 콜레오스도 1.5 가솔린 터보 엔진에 100kW의 구동 모터, 60kW의 스타트 모터까지 2개의 모터를 결합해 245마력이나 되는 최고출력을 내니 더 많은 기어 단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지만, 겨우 3단 밖에 안되는 기어로 가속부터 고속에서의 항속까지 모든 부분을 소화해내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르노 코리아 개발진들은 “기존 자동변속기와는 다르게 운전 상황에 맞춰서 엔진과 모터가 자유롭게 전환하며 개입하기 때문에 3단 밖에 안되는 단수만으로 충분히 전 영역을 커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어 단수가 3단 밖에 안된다고 파워가 부족하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없다. 시승 중 오르막 와인딩 코스를 만나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공격적으로 달려봤는데, 엔진과 전기모터가 함께 힘을 가하자 거대한 차체가 거침없이 내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속도로 항속 주행 및 추월 주행 등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굳이 스포츠 모드까지 사용하지 않아도 에코나 컴포트 모드만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한 파워를 보여준다. 주행 내내 수시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개입하며 성능과 연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주는데, 일본 브랜드도 아닌 르노가 첫 번째 하이브리드 제품에서 이렇게 높은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는 건 바로 포뮬러1에서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주행 모드는 에코와 컴포트, 스포츠와 AI, 스노우까지 총 5개 중 선택할 수 있다. 출력 특성에서의 변화와 함께 스티어링 휠도 무게감이 달라져 가벼운 조향으로 편하게 운전할지, 아니면 묵직한 감각으로 안정적인 주행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 에코나 컴포트, 스포츠는 다른 차에서도 흔히 볼수 있는 기능이라 설명이 필요 없지만 AI는 처음 보는 것인데, 이는 소비자의 운전 형태를 분석 후 모드를 자동으로 전환해주는 모드라고 한다. 즉 잠깐의 시승으로는 기능을 파악하기 어렵고, 구매 후 일정 이상 주행한 후에나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라는 것.

주행 보조 및 안전 기능도 신제품답게 다양하게 탑재되어 있다. 우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중앙 유지를 합친 ‘액티브 드라이버 어시스트’가 적용되는데, 차선 유지 보조만을 개별적으로 작동시키지는 못한다고. 또한 표지판 인식률을 높여 도로의 제한 속도보다 높으면 경고음을 보내는 기능도 있는데, 이 기능이 불편해 한 번 꺼놓더라도 매번 시동을 걸 때마다 초기화되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 밖에도 각종 충돌 방지 기능과 긴급 제동 보조, 회피 조향 보조, 후방 긴급 제동 보조 등 다양한 안전 기능도 있고, 아직 운전이 익숙치 않은 사람을 위한 풀 오토 파킹과 어라운드 뷰 기능도 갖춰져 있다. 이 기능들은 차량 내부의 ‘설정’메뉴가 아닌, 별도의 운전자 보조 메뉴에 들어가서 기능 설정이 가능하다는 점은 참고하길 바란다.

도로도 한적해지고 운전에 여유가 생기니 다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그랑 콜레오스의 오픈R 파노라마 스크린은 운전석의 디지털 계기판, 중앙의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그리고 동승자를 위한 조수석 스크린까지 총 3개의 12.3인치 스크린으로 구성된다.

이 시스템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각 스크린이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컨텐츠를 다른 스크린으로 보낼 수 있다는 점인데, 중앙 스크린에 띄워놓은 내비게이션을 세 손가락을 사용해 운전석 쪽으로 당기면 계기판 화면에 내비게이션이 표시된다. 음악이나 동영상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경우에는 중앙 스크린과 조수석 스크린 간에 주고 받는 것이 가능한데, 마찬가지로 세 손가락을 이용해 작동한다. 콘텐츠 재생의 경우 독립적으로 작동이 가능한데, 이를 위해 차량에 블루투스 헤드셋을 연결할 수 있게 해 조수석 스크린에서 개별적으로 콘텐츠를 재생해 감상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유튜브를 비롯해 다양한 OTT 서비스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인터넷 사용을 위한 웨일 브라우저도 탑재되어 SNS나 정보 및 뉴스 검색도 가능하다.

운전석에서는 조수석 화면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동영상 등의 콘텐츠 재생이 운전자의 주의를 흐트러뜨리는 것이 아니냐 하는 걱정도 들겠지만, 걱정이 필요 없는 건 운전석에서는 조수석 화면이 보이지 않도록 코팅 처리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흔히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주변에서 화면을 보지 못하도록 사생활 방지 코팅이란 것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랑 콜레오스도 같은 방식의 코팅 처리로 운전자의 시선에서는 화면을 볼 수 없게 했다. 물론 중앙 스크린에서 재생하는 건 운전자도 볼 수 있지만 이는 주차중인 상태에서만 재생이 가능하고, 주행 중에 조수석에서 중앙 스크린으로 콘텐츠를 전달시켜도 재생이 중지되도록 설정해놓았기 때문에 안전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의 신제품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이러한 편의 기능들의 실행을 편리하게 돕는 음성 명령 기능이다. 이번 그랑 콜레오스에선 ‘누구(NUGU) 오토’를 탑재했는데, 개인적으로도 AI 스피커를 통해 집에서도 사용해왔던 터라 사용 방법이 불편하지 않았다. 특히 차량에 탑재된 만큼 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분만을 제외한 여러 기능을 실행시킬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공조 장치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차량 에어컨 온도를 21도로 설정해줘’라고 정확하게 명령하는 건 물론이고, ‘오늘 너무 더워’ 같은 추상적인 명령을 내려도 이를 인식해 에어컨과 통풍 시트를 동시에 작동시켜준다. 덕분에 운전 중 기능 작동을 위해 시선을 돌리지 않아도 되는 점은 반가운 부분. 다만 처음 타보는 차량이다보니 어디에 어떤 메뉴가 있는지 몰라 관련 메뉴를 호출해달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이 부분에 대해선 수행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르노 코리아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해 내부에서 검토를 거쳐 개선되면 OTA를 통해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발전을 위해선 경쟁이 필수다. 하지만 지금의 국내 시장은 경쟁이라는 것이 펼쳐지기엔 많이 아쉬운 상황이었데, 이번 르노의 신제품인 그랑 콜레오스를 시승해보니 앞으로 르노라는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서 다시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덩치를 키우기 위한 첫 번째 발판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매년 예정했던 신차 출시로 라인업을 늘리는 동시에 기존 차량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피드백을 바탕으로 아쉬운 부분들을 적극 개선해 나간다면 다시 한 번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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