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모터스포츠가 지난 12월 10일 독일 오펜바흐의 현대자동차 유럽 본사에서 2014 세계 랠리 선수권 팀을 정식으로 런칭 했다. 팀의 명칭은 ‘현대-쉘 월드 랠리 팀’이며 내년부터 세계랠리선수권대회(World Rally Championship : WRC)에 참가하게 된다. 현대 모터스포츠는 지난 6월 설립된 현대자동차 산하 유럽 법인 중 하나로, WRC 참가를 위한 랠리카의 개발과 팀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작년 여름 파리모터쇼에서 i20 WRC 콘셉트카를 공개하며 WRC로의 복귀를 선언했고, 지난 1월 정식으로 2014년 WRC 출전을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남양 연구소와 유럽의 현대 모터스포츠를 중심으로 WRC 랠리카를 개발해왔는데, 남양연구소가 자동차 기술 개발의 주축을 담당하며, 유럽의 현대 모터스포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환경에서의 랠리카 테스트와 데이터 축적을 진행해 왔다.



한편 현대 모터스포츠 랠리 팀은 새로운 타이틀 파트너인 쉘을 만나, ‘현대-쉘 월드 랠리 팀’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다. 다년간의 파트너십을 통해 현대 i20 WRC 랠리카는 ‘쉘 헬릭스 울트라’ 로고를 모든 WRC 이벤트에 부착하고 달리게 된다.



사실 현대자동차의 WRC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모터스포츠 마니아라면 현대 마크가 선명한 엑센트(베르나) 월드 랠리카를 기억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WRC에 참가해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내었고 이를 통해 유럽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였지만, 당시 실질적인 랠리카 개발은 현대자동차가 아닌 영국의 MSD가 담당했다고 한다. 때문에 이번 현대자동차의 모터스포츠 법인 설립과 랠리카의 개발은 큰 의미를 갖는다. 과거의 연장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조직의 출발로 보아야 할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유럽 전용 모델인 i20을 베이스로 WRC 스펙 랠리카를 개발했다. i20 WRC에는 300마력 급의 1,600cc 터보차저 엔진과 레이스용 6단 트랜스미션,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이 탑재된다. 일반 판매사양의 i20과는 섀시부터가 전혀 다른 차라고 할 수 있다. 네 바퀴에는 독립현가장치가 적용된다. 차량의 무게중심을 낮추고 앞뒤 무게배분 최적화를 위해 엔진의 위치도 이동시킨다. 외관에는 각종 에어로다이내믹 보디 킷과 윙이 장착되어 공기 흐름을 최적화 했다.



물론 WRC 팬이라면 랠리카와 실제 판매되는 차가 전혀 다른 모델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랠리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차량이라면 팬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얻는다. 과거 WRC를 휩쓸던 푸조 206RC, 폭스바겐 폴로 R 등이 대표적이다. 평범한 작은 승용차가 세계적인 레이스에 우승한 ‘스포티한 차’라는 이미지로 포장되는 것이다. 물론 메이커의 이미지도 크게 상승한다.



하지만 WRC의 우승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수한 랠리카와 뛰어난 드라이버, 그리고 이들을 뒷받침할 팀과 메이커의 역할이 모두 중요하다.

현대 모터스포츠의 팀 책임자 미쉘 난단은 WRC 팀 런칭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우리는 오늘 여기에 있기까지 엄청나게 열심히 노력했고, 이렇게 세계를 향한 우리의 새로운 WRC 팀을 런칭하게 되었습니다. 1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WRC 규정에 맞는 랠리카를 개발하고 테스트 하여 i20 WRC 스펙을 탄생시켰고, 모터스포츠 팀과 현대적인 모터스포츠 기반시설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거대한 성과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첫 시즌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합니다.”



어렵게 랠리카를 개발하고 팀을 만들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쉘 난단은 현대-쉘 월드 랠리 팀의 2014년 목표가 우승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의 2014년 목표는 무척 현실적입니다. 우리는 각 랠리에 참가한 두 대의 차가 무사히 경기를 마치도록 하며,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경험을 쌓아 우리가 앞으로의 랠리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잘 된다면, 우리는 해를 거듭할수록 포디엄에 오르기 위한 경쟁에 점점 더 많이 참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왕이면 팀을 운영하면서 우승을 노리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쉘 난단의 말은 놀랍도록 냉혹한 현실을 바라보고 있다. WRC에서 현대자동차와 경쟁하게 될 메이커는 시트로엥, 포드, 폭스바겐 등이 있다. 시트로엥과 포드는 수차례 WRC 우승을 차지한 전통의 강자다. 폭스바겐은 혜성처럼 나타나 올해의 WRC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그 중에서 폭스바겐은 현대자동차의 좋은 귀감이 된다. 우수한 드라이버를 영입한 것도 종합우승의 이유겠지만, 전년도의 WRC 참가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올해의 WRC에서 단번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현대자동차의 모터스포츠 경험치는 전무 하다시피 하다. 단기간의 성과를 내려면 자체 연구소를 세워 랠리카를 개발하기보다는 이미 충분한 실적을 갖고 있는 랠리카 전문 개발사의 기술을 돈으로 사는 편이 빠르다. 그러나 미래를 생각한다면 현대자동차는 단기간의 실적보다 내실을 다져야 한다.



현대 모터스포츠는 팀의 주력 드라이버로 벨기에 출신의 드라이버 티에리 누빌을 영입했다. 티에리 누빌은 25세의 젊은 드라이버다 WRC 참가경력이 2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년 처음 출전한 WRC에서 7위를 거두며 잠재력을 드러냈고, 올해는 종합 2위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성장 가능성을 지닌 드라이버로 손꼽힌다. 신생 팀인 현대-쉘 월드 랠리 팀과 가장 잘 어울리는 드라이버가 아닐 수 없다.



“나는 터프한 WRC에 뛰어드는 현대 모터스포츠와 함께하게 되어 무척 흥분됩니다. 현대자동차와 같은 자동차 제조사를 대표하는 것은 무척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우리의 첫 시즌동안 팀을 이끌어가는 것에는 막대한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저는 팀의 빠른 성장을 위한 책임감과 동기, 열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리드 드라이버 티에리 누빌의 말이다.



다니 소르도와 크리스 앳킨슨은 WRC 2013 시즌동안 티에리 누빌과 함께할 파트너로 선택되었다. 소르도는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앳킨슨은 오스트레일리아 랠리에서 누빌과 함께 i20 WRC를 타고 활약하게 된다. 팀의 세컨드 드라이버로는 핀란드 출신의 유호 하니넨이 선발되었다. 하니넨은 2015년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WRC에 참가할 예정이다.



한편 현대 모터스포츠는 i20 WRC 개발과 관련한 재미있는 인포그래픽 자료를 공개했다.

- 3명의 테스트 드라이버
- 55일간의 테스트
- 6,900km를 주행
- 4,700리터의 연료를 사용
- 4개국에서 테스트
- 해발고도 150~2,200에서 테스트
- 3대의 섀시 사용
- 자갈길, 아스팔트, 눈길 테스트
- 33,500km를 서비스 트럭에 싣고 이동
- 12대의 서포트 차량
- 테스트 팀이 마신 물 : 8,000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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