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Radio Control)는 리모콘으로 자동차 , 헬기 , 배 등을 조종하는 제품을 뜻한다 .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간단한 구조의 완구부터 세계 챔피언을 가리는 전문적인 레이싱 RC까지 목적에 맞는 다양한 RC 제품들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 우리나라에서는 ‘단지 장난감 ’이라는 선입견으로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가 즐기고 있는 생활 스포츠고 점점 국내에도 대중화되고 있다 . 특히 RC카는 일상생활에서 자동차를 RC와 접목시켜 누구나 쉽게 즐겁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
남경우 (1972년생 , 알씨챔프 대표 )씨는 우리나라 1세대 RC 마니아로 1985년부터 RC카를 접하기 시작했다 . 자동차를 직접 모는 것도 , 모터스포츠도 좋아하는 그는 RC카를 통해 한 때 국가대표 타이틀까지 따내며 세계 대회에 참가한 적도 있는 1세대 RC카 국가대표이기도 하다 . 4바퀴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RC카 . 아래부터는 학창시절부터 RC카의 매력에 푹 빠져 RC카에 인생을 건 남경우 씨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
Q) RC 카에 인생을 걸게 된 계기는 ?
2005년 한국선수권대회 때
A) 처음엔 자동차 프라스틱 모델부터 모으기 시작했다 . 1985년 , 중학교 때부터 시작했는데 점점 동적인 RC 모델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 자동차 뿐 아니라 헬기 , 배 , 비행기 등 수많은 종류의 RC가 있는데 자동차가 아무래도 가장 생활에 익숙해 선택하게 됐다 . 중 ·고등학교 때 RC카에 빠져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직장도 일본 RC제조업체인 교쇼사 ( 社 )로 다니게 됐다 . 그 후 하이텍 (한국에서 RC 조종기를 개발하는 업체 , 한국은 RC조종기 개발 분야의 강대국 중 하나다 ) 개발부서로 입사하게 됐고 마지막엔 국내 유일의 RC 모델 제조업체인 아카데미 영업부서에서 들어갔다 . 아카데미에서 일하다 얼마 전 알씨챔프라는 독립된 회사를 창업하게 됐다 .
Q) RC 카 국가대표까지 했다고 들었다
2003년 세계선수권에서 세계챔피언 베르텡 선수와 함께
A)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RC카도 대륙별 대회와 세계 대회가 존재한다 .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RC카에 대한 인지도가 낮지만 미국 , 일본 , 유럽권에서 그 인기가 상당하다 . 모터스포츠가 발전된 나라에서는 RC카 레이스도 발전됐다고 생각하면 된다 . RC카 레이스는 대륙별로는 매년 , 세계대회는 2년에 한 번씩 개최된다 .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아직 국제대회를 개최한 적이 없다 . 헬기나 비행기의 경우는 기록계측이 아니고 심사위원들에 의한 예술점수 등 주관적인 평가로 성적이 나뉜다 . 하지만 RC카의 경우는 원초적인 속도경쟁을 정확한 계측장비로 측정한다 . 이런 본연의 긴장감 넘치는 속도경쟁이 나에겐 더 잘 맞았다 .
자동차 레이스와 마찬가지로 RC카 레이스도 온로드와 오프로드 2가지 종목이 나뉘어있다 . 또 엔진 형식에 따라 GP(Gas Power)와 EP(Electric Power)로 나뉜다 . 나는 오프로드 GP 1/8스케일 종목 (버기카라고도 한다 )에서 2000년 국내 챔피언 타이틀을 따냈고 같은 해 세계대회에 한국대표로 참가하게 됐다 .
Q) RC 카 , 더 나아가 RC 카 레이스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2002년 한국선수권에서 우승해 포디엄 정상에 올랐다
A) 지금은 ‘키덜트 ’(키드와 어덜트의 합성어로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지칭함 )란 문화코드로 인정받고 있지만 예전만 하더라도 다 큰 어른이 아이들 장난감 가지고 논다고 안 좋게 보는 시선이 많았다 . 하지만 작다고 RC카를 무시한다면 정말 선입견이라고 말하고 싶다 . RC카는 자동차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을 작은 RC카에 함축시켜 놓았다 . RC카를 이해하면 자동차의 기본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 구조적인 면 뿐 아니라 . 자동차 핸들링의 기본도 RC카 조종을 통해 배울 수 있다 . 유럽의 경우 신소재를 차에 적용하기 전 RC카에 먼저 적용해 테스트 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 지금 레이스 카들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탄소섬유와 강화플라스틱재질도 RC카에서는 이미 예전부터 사용했던 소재다 .
레이스에서도 마찬가지다 . F1레이스처럼 레이스 RC카도 트랙의 상태 , 레이스 당일의 습도와 날씨 등에 따라 연료부터 엔진오일 , 유압오일 , 타이어의 상태까지 달리 사용한다 . GP 레이스 RC카는 보통 1기통 2.5CC나 3.5CC의 작은 엔진을 사용하고 연료통이 작기 때문에 5분 정도 밖에 주행할 수 없다 . 따라서 일반 레이스처럼 피트 -인 해 연료도 채우고 타이어도 교환한다 . 그래서 보통 2인 1조로 경기에 임하며 피트 -인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연습도 꾸준히 해야 한다 . 3.5cc 레이스 RC카의 경우 최고속력은 시속 140km정도 나오며 rpm이 45,000정도까지 올라간다 .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3초 정도 걸리며 기네스에 기록된 최고속력은 시속 300km다 .
이외에도 RC카는 많은 매력이 있다 . 직접 부품을 모아 튜닝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 시중에 판매하지 않은 부품은 직접 깎아가며 끼우고 도색한다 . 서스펜션에도 어떤 부품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정말 많은 차이를 보인다 . RC카를 좋아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실제 자동차도 정말 좋아한다 . 하지만 소위 ‘슈퍼카 ’나 나만의 ‘드림카 ’는 워낙에 비싸고 유지비도 이에 못지않게 비싼 것이 현실이다 . 하지만 RC카는 큰 부담 없이 작지만 내가 꿈꿔 온 드림카를 소유하고 조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고성능 RC카의 경우 250~300만원 정도 한다 . 자동차에 비하면 꽤 저렴한 편 아닌가 ?
Q) 현대 i20 WRC 를 첫 번째 RC 카로 내놓은 이유는 ?
A) 아카데미 영업부에서 일할 때 현대자동차 (이하 현대차 )와의 협력을 통해 제네시스 쿠페 RC모델을 생산한 적이 있다 . 이 모델을 가지고 정몽구 재단이 하는 사회사업에 같이 참여했다 . 격오지 아이들에게 RC카 레이스를 보여주고 같이 조종해보는 이벤트였다 . 그때 같이 놀던 아이들의 반응이 아직까지도 눈에 선하다 .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국내 브랜드의 자동차를 자신이 직접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 온 것 같았다 .
대한민국이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기업의 거점 국가라는 것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 물론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의 기업 활동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개선해야할 여지는 많다고 생각한다 . 하지만 50년이 채 넘지 않은 자동차 기업이 백년 이상 기술을 축적해 온 세계적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은 칭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특히 최근 WRC 참가와 BMW M디비전의 알버트 비어만 영입 등은 그간 소홀히 했던 모터스포츠와 고성능 모델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의 의지를 느낄 수 있다 .
남 대표가 i20 WRC RC카를 만들면서 어려웠던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 특히 보닛부분 에어벤트가 까다로웠다고 한다 .
제네시스 쿠페 때의 좋은 기억과 모터스포츠에 도전하는 현대차의 첫 번째 WRC 모델이라는 의미 때문에 첫 모델을 현대 i20 WRC로 만들고 싶었다 . 다행히 현대차 관계자들과 원활한 협력을 통해 시제품으로 출시했다 . 올 해 말에 LED 헤드라이트를 추가하고 전기모터의 출력도 높인 업그레이드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고 내년에는 WRC 시즌 시작과 동시에 2016 시즌 새로운 i20 WRC 모델도 출시하기로 현대차 쪽과 논의를 끝마친 상태다 .
Q) 목표가 있다면 ?
A) 새롭게 사업을 시작했으니 일이 정상궤도에 오르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할 수 있다 . 운 좋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 직업으로 이어졌다 . 일과 취미를 동시에 할 수 있어서 늘 즐겁다 . 이제 현역 RC카 선수에서 한 걸음 물러났으니 후진 양성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 현재 팀원이 5명 정도 되는 ‘팀 알씨챔프 ’라는 작은 팀을 운영하고 있다 . 팀원들에게 RC카 정비나 조종기술에 대해 많이 전수하고 있다 .
예전에 비해 RC카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 단순히 RC카는 무선 조종 장난감이 아니라 이를 통해 복잡한 자동차의 메카니즘도 배울 수 있고 공정한 경쟁을 통한 스포츠맨십도 배울 수 있는 생활 스포츠다 . 일반인들의 인식 변화에도 큰 몫을 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매년 한 모델 정도는 우리에게 익숙한 국산 브랜드 모델의 RC카를 만들고 싶다 . 외국에 나가보면 거의 모든 브랜드의 자동차들이 RC카로 제작돼 다양한 계층이 트랙에서 손쉽게 즐기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 국내에서도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현대나 기아자동차같은 국내 브랜드의 RC카 모델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일반인들도 관심을 갖지 않을까 생각한다 .
대한민국은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 기업이 거점을 두고 있는 자동차 생산 강국이다 . 하지만 교통수단으로써의 자동차 이외엔 자동차를 통해 재생산되는 문화기반이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 세계 5대 자동차 생산 기업 국가 중 유일하게 모터스포츠가 활성화 되지 않았고 지난해부터는 F1 그랑프리도 더 이상 열리지 않는다 . 백 년 이상을 자동차와 함께 지내며 문화를 쌓아온 선진 국가들과 단순히 비교한다는 것은 분명 어불성설이다 . 하지만 남경우씨와 같이 다양한 자동차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면 언젠가 우리나라도 자동차 생산 뿐 아니라 문화면에서도 강국에 이르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글
김종우 iamwooh@ridemag.co.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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