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의 휠은 프레임 다음으로 성능을 크게 좌우하는 부품이다. 일반적으로 자전거의 무게가 가벼울수록 체감성능이 높다고 말하는데 ‘휠의 무게를 10g 가볍게 하는 것은 다른 부품을 30g 경량화 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특별히 중시되는 경향이 있다. 다른 부품의 몇 배라고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실제로 가벼운 휠을 장착하면 자전거 가속성능과 핸들링의 민첩함이 크게 향상되는 것이 느껴진다.



공기저항이 적으면서 가볍고 튼튼한 휠은 아마추어에서부터 프로 레이서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이클리스트가 간절히 원하는 제품이다. 하지만 프로 레이서라면 경쟁자를 압도하기위한 1g이라도 더 가볍고 구름저항이 적은 휠에 몇 천 달러의 비용이라도 아끼지 않겠지만, 아마추어 레이서라면 프로용 제품보다 조금 성능이 낮아도 가격이 저렴한 모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소개할 ‘레이싱 콰뜨로 카본(Racing Quattro Carbon)’ 시리즈는 이탈리아의 휠 명가 펄크럼(Fulcrum)이 새롭게 출시한 합리적 가격의 카본 클린처 휠세트다.


 

카본. 클린처. 40mm.

휠은 자전거의 오랜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다. 오늘날 로드바이크용으로 사용되는 휠은 장착되는 타이어의 종류를 기준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크게 튜블러(Tubulat), 클린처(Clincher), 튜브리스(Tubeless)의 세 가지로 나뉜다.


: 접착제로 붙이는 방식의 ‘튜블러’ 타이어가 장착된 레이스용 휠세트, 펄크럼 레이싱 스피드 XLR 35


그동안 레이스용 휠세트는 내부에 튜브를 넣고 봉합한 타이어를 휠에 본드로 붙이는 튜블러 방식이 많이 사용되었다. 튜블러 타이어는 타이어가 공기의 압력을 100% 감당하기 때문에 휠에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펑크’ 발생 시에도 타이어가 휠에서 이탈하지 않아 라이더가 보다 안전하게 멈출 수 있다는 것도 레이스에서 선호되어온 이유다. 그러나 비싼 타이어 가격과 유지관리의 번거로움 때문에 동호인 라이더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 튜브리스(좌)와 클린처(우). 펄크럼의 투 웨이 핏(2 WAY FIT) 기술이 적용된 휠세트는 하나의 휠세트로 튜브리스와 클린처 타이어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클린처 타입은 일반적인 자전거에 많이 사용되는 방식으로, 타이어의 비드가 휠의 가장자리에 걸려 고정되고, 내부에 별도의 튜브를 집어넣어 공기압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튜블러 방식보다 무게는 조금 더 무겁지만, 타이어의 가격이 튜블러보다 저렴하고 유지관리가 수월해 동호인 라이더를 중심으로 선호되는 방식이다. 튜브리스는 클린처가 진화한 형태로 공기 밀폐력을 높여 튜브가 필요 없는 전용 타이어를 사용하도록 한 방식이지만, 아직까지는 사용자층이 많지 않다.


: 스포크의 패턴을 잘 보면 휠의 특징이 보인다. 뒷바퀴의 스포크는 3개의 스포크가 하나의 그룹을 이루며 7방향으로 뻗어나간다. 스포크 사이의 간격이 넓어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탈리아 캄파뇰로의 G3 패턴과 같은 기술이다.


펄크럼 레이싱 콰뜨로 카본은 휠세트의 에어로다이내믹 성능과 가격 그리고 유지관리의 편의성 모두를 갖춘 ‘주말의 레이서’를 위한 휠이다. 높이 40mm의 림은 꾸준히 고속을 유지하며 달리는 순항주행에 적합한 낮은 공기저항을 보여주며, 타이어는 클린처 타입을 장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합리적인 가격대의 중급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최상급 휠세트와 동일한 펄크럼이 자랑하는 여러 가지 신기술들이 적용되어 뛰어난 주행성능을 보여주는 카본 휠세트다.


 

고성능 클린처 카본 휠의 시대를 열다

레이싱 콰뜨로 카본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카본소재로 만들어진 휠이다. 그런데 무려 클린처 타입 타이어를 사용한다. 타이어의 비드가 걸쳐지는 림 월이 갖추어져야 하는 클린처 타입 카본 휠을 만들려는 시도는 많은 브랜드에서 있었지만 불안한 내구성과 무거운 무게로 번번이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2016년 레이싱 콰뜨로 카본을 출시한 펄크럼(Fulcrum)은 자전거 부품의 명가인 캄파뇰로(Campagnolo)의 기술력을 이어받은 브랜드로 펄크럼을 대표하는 휠은 다름 아닌 클린처 휠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레이싱 제로(Racing Zero)다. 그렇다면 카본 클린처 휠 레이싱 콰뜨로 카본은 어떨까?



펄크럼이 제작한 클린처 휠이라고 하니 일단 믿음이 간다. 또한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발전한 기술은 타이어가 림 월에 걸쳐진 상태로 강한 압력을 받게 되는 클린처 타입 림도 카본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펄크럼은 여기에 40mm 높이 그리고 폭 17mm 광폭 림의 에어로다이내믹(Aerodynamic) 디자인을 적용하여 고속주행성능을 끌어올렸으며 허브의 설계와 스포크의 배열, 브레이크 성능을 높이기 위한 가공에 이르기까지 펄크럼의 휠 제작기술을 총망라했다. 펄크럼 레이싱 콰뜨로 카본은 당장 레이스에 사용해도 전혀 모자랄 것 없는 성능을 가졌다. 하지만 가격은 부담은 줄인 170만원이다.


: 레이싱 콰뜨로 림 브레이크와 DB 모델의 비교. 두 모델의 림 사이드 마감이 다르며, DB모델의 경우 허브의 중심에서 제동이 이루어지는 디스크브레이크의 특성을 고려해 앞바퀴에도 2:1 스포크 패턴을 적용했다.


레이싱 콰뜨로 카본은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되었다. '레이싱 콰뜨로 카본' 그리고 '레이싱 콰뜨로 카본 DB(디스크브레이크)',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기존 림브레이크 방식과 최근 로드바이크에 도입되고 있는 디스크브레이크 프레임에 사용할 수 있는 타입이 함께 출시된다. 라인업 역시 다분히 미래지향적이다. 펄크럼은 클린처 휠의 대명사로 레이싱 제로를 왕좌에 올렸듯이 카본 클린처 휠, 디스크브레이크용 카본 클린처 휠 분야에서 역시 왕좌를 노리는 주자로 레이싱 콰뜨로를 내세웠다.



레이싱 콰뜨로 카본의 림은 견고함을 위해 3K 카본 레이어로 골격을 만들고 매끄러운 UD카본으로 완벽한 마감을 완성했다. ETRTO 규격으로 17C, 즉 타이어가 체결되는 내부의 폭이 17mm 외부 폭은 24.2mm로 전통적인 로드바이크의 림들과 비교해 폭이 넒은 ‘에어로 와이드’ 디자인을 적용했다.



알루미늄 휠과 비교해 카본 휠의 약점으로 여겨져 왔던 악천후시의 제동불량을 막기 위해 펄크럼은 ‘3Diamant'라는 기술을 통해 브레이킹 서페이스(Breaking Surface)를 가공했다. 레이싱 콰뜨로 카본의 림 측면을 살펴보면 브레이크패드가 닿는 부위를 따라 라인을 그리듯 무광 처리된 부분이 보이고 카본 특유의 독특한 광택을 확인할 수 있다. 브레이킹 서페이스에는 마감재인 UD카본소재를 사용하지 않아 3K의 직조 구조가 그대로 드러났고, 림 표면에 남아있는 불필요한 레진을 정밀하게 깎아내어 브레이크패드가 카본섬유 표면에 직접 접촉하도록 했다.

림의 좌우 측면이 브레이크패드와 균일하게 마찰함으로서 부드럽고 일정한 제동력을 낼 수 있도록 했고, 악천후 속을 달려 림이 젖은 상태에서도 안정적인 제동력을 발휘한다. 악천후 속 라이딩에서 브레이크레버를 아무리 꽉 잡아도 브레이크패드가 하염없이 미끄러지면서 자전거가 멈추지 않았던 아찔한 경험을 해본 라이더라면 레이싱 콰뜨로가 얼마나 뛰어난 휠세트인지 벌써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휠이 가볍고 빠르게 회전하기 위해서 정교한 림 밸런스(Rim Balance)는 필수적이다. 림 밸런스가 단순히 전체적으로 무게가 균등하다는데서 끝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휠에는 타이어와 튜브가 장착되기 때문이다. 타이어 튜브의 밸브를 통과하기 위한 밸브 홀을 고려해 반대편에 카본섬유를 더해 최종적인 균형을 고려한 ‘다이내믹 밸런스(Dynamic Balance)’는 더욱 부드러운 주행감을 제공해줄 것이다.


 

‘Two-to-One 스포크 패턴이 이끌어낸 뛰어난 반응성

2:1 ‘Two-to-One’은 허브와 림을 연결하는 바퀴살인 스포크(Spoke)의 좌우 개수가 2:1의 비율을 이루도록 디자인되었음을 의미한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휠은 전체적인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자전거의 구조는 정확히 좌우가 대칭을 이루고 있지 않다. 라이더가 페달을 밟으면 그 에너지는 크랭크와 체인 카세트스프라켓을 통해 최종적으로 ‘뒷바퀴의 오른쪽’으로 전달된다. 때문에 힘이 집중되는 부위에는 더 강한 지지력이 필요하다. 2:1 Two-to-One 기술이 적용된 것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레이싱 콰뜨로 카본의 프론트 휠은 좌우 각 9개씩 총 18개의 스포크가 균일하게 배치된 ‘래디얼 패턴(radial pattern)’이다. 반면 동력을 받아 추진력을 내는 리어 휠은 총 21개 스포크를 사용하는데,  우측이 14개 좌측이 7개로 2:1 비율의 비대칭 패턴을 사용한다.



단 레이싱 콰뜨로 카본 디스크브레이크 모델의 경우 앞바퀴에도 2:1의 스포크 패턴을 사용하는데, 이는 허브를 통해 림에 제동력을 전달하는 디스크브레이크 로터가 장착되기 때문이다. 레이싱 콰뜨로 카본 디스크브레이크의 앞바퀴는 뒷바퀴와 반대로 왼쪽에 14개 오른쪽에 7개의 스포크가 사용된다. 두 레이싱 콰뜨로 카본에 적용된 2:1 Two-to-One 설계는 강한 지지력으로 휠의 비틀림을 최소화하여 힘 전달력을 높인다. 이러한 설계는 강한 힘이 휠에 가해지는 급가속의 반응성능을 높여주고, 림을 멈추기 위한 제동이 가해질 때도 안전한 조향능력을 책임진다.



2:1 Two-to-One의 견고함은 고성능 허브와 스포크가 바탕을 이루고 있다. 스트레이트 풀 방식의 더블버티드 스포크는 높은 장력과 낮은 공기저항 값을 지니며, 높은 텐션을 유지하면서도 스포크의 풀림을 막기 위한 안티 로테이션 시스템(Anti-Rotation system)을 적용해 정비 주기를 늘렸다. 스포크와 허브 하우징이 견고하게 고정되도록 한 스포크 텐션이 초기 세팅 값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도록 도와준다.



앞뒤 바퀴 모두 허브의 베어링은 실드 카트리지 방식이다. 허브의 기본구조는 펄크럼의 최상급 모델과 거의 동일하지만, 펄크럼 CULT(Ceramic Ultimate Level Technology) 세라믹 베어링은 적용되지 않았다. 프리허브바디는 래칫&폴 방식을 사용하며 래칫의 톱니는 30개, 허브바디에는 3개의 폴이 장착된다. 프리허브바디의 소재는 알루미늄으로 흰 색을 띄는 독특한 표면처리 기술이 적용되었는데, 제원에는 표기되어있지 않지만 캄파뇰로의 신형 휠에 적용된 것과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프리허브바디는 액슬과 직결되는 방식이며, 펄크럼의 제원에 의하면 액슬을 교환함으로서 QR방식 및 스루액슬 방식으로 변환 가능하다.


: 림의 강성을 극대화하기위해 니플을 삽입하기 위한 구멍을 뚫지 않았다. 휠 빌딩 시에는 밸브 홀을 통해 림 내부에 니플을 삽입한 후, 자석을 이용해 스포크 홀로 끌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하게 된다.

또한 스포크 홀이 카본 림의 외벽만을 뚫고 연결되어 내벽의 구조강성을 극대화한 'MoMag(Mounting Magnet)' 디자인이 적용된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림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내구성과 휠의 반응성을 높이고 스포크 장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 중 하나다.



펄크럼 레이싱 콰뜨로 휠세트에는 QR 그리고 전용 브레이크패드가 포함되어 있다. 브레이크패드는 캄파뇰로의 BR-BO500X 카본 림용 제품이다.


 

2016 베스트셀러 카본 휠의 등장을 예고하다

소비자가격 170만원으로 출시되는 레이싱 콰뜨로 카본의 공식 무게는 1555g다. 라이드매거진이 측정한 앞뒤 휠을 합한 무게는 1485g(F-654g/R-831g/)이다. 레이싱 콰뜨로 카본 디스크브레이크 모델은 소비자 가격 168만원에 공식 제원상의 무게는 1605g이며 실측 무게는 1585g(F-740g/R-845g)으로 제원보다 더 가벼운 무게를 보여주었다. 초경량 급의 무게는 아니지만 레이싱 콰로 카본 시리즈는 다른 경쟁 카본 클린처 휠세트들 사이에서 단연 가벼운 편이며, 여기에 펄크럼이라는 브랜드가 지닌 품질과 성능에 대한 신뢰와 합리적인 가격까지 갖춘 매력적인 모델임에 틀림없다.



이제 바야흐로 카본 휠 클린처 휠이 동호인 라이더들 사이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시기가 왔다고 본다. 그동안의 카본 휠들은 대부분 튜블러 방식이었기 때문에 타이어 관리가 어려워 라이더들이 평소에 사용하기엔 부담되는 부분이 컸지만, 카본 클린처 휠인 펄크럼 레이싱 콰뜨로 카본은 이런 고민을 해결해줄 고마운 존재가 될 것이다.

또한 아마추어 레이스에 나가는 사이클리스트라면 펄크럼 레이싱 콰뜨로 카본을 트레이닝용으로 사용할 두 번째 휠세트로 갖추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알루미늄 휠세트를 트레이닝용으로 사용했을 때 레이스를 앞두고 휠과 함께 패드를 교체해야만 했던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레이스를 통해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온 휠세트 명가 펄크럼, 레이싱 콰뜨로 카본 시리즈는 합리적인 가격과 신뢰를 갖춘 고성능 카본 클린처 휠세트를 원하는 라이더를 위한 펄크럼의 선물이다. 2016년 한 해 펄크럼 레이싱 콰뜨로 카본 시리즈는 클린처 휠의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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