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의 콤팩트 SUV 쿠가가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고 국내 시장에서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국내 첫 런칭 후 페이스리프트까지 걸린 기간이 조금 짧은 듯 싶기도 하지만 트렌드가 빨리 바뀌는 수입차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매력발산을 하기 위한 노력이라 생각한다면 나쁠 것은 없다. 특히 콤팩트 SUV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매우 빠른 편이기 때문에 포드가 이런 전략을 세운 것도 나름의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포드의 쿠가에 대해 본격적인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꼭 언급하고 싶은 모델이 있다. 바로 폭스바겐의 티구안이다. 티구안은 소위 폭스바겐 사태가 터지기 바로 직전까지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에서 수년간 수입차 전체 판매량 1위 자리를 지켰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던 모델이다. 새 차를 구매할 때 사람들이 몇 달씩 대기하며 기꺼이 기다리는 수고를 감내한 것은 물론이고, 중고 매물이 나오면 실물을 보지도 않고 사겠다고 딜러들이 차를 사가기 위해 버선발로 뛰어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고차 시장에서도 역시 엄청난 인기를 보여줬었다.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티구안이 얼마나 많이 팔렸고, 또 우수한 상품성을 가졌는지가 아니다.

티구안의 인기를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찬찬히 살펴보면 티구안이라는 모델이 아니라 티구안이 속한 세그먼트와 티구안이 포함되는 가격대의 수입차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형 SUV, 혹은 콤팩트 SUV라 불리는 이 세그먼트는 현재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핫한 시장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가장 핫한 시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 역시 이런 흐름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데 올해 역시 국내 메이커들과 수입 메이커들의 한바탕 치열한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폭스바겐 사태가 터지고 왕좌를 지키고 있던 티구안이 자리에서 내려오자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를 누가 메꿀 것인지에 대해 매우 궁금해 했다. 그리고 대안이라 말할 수 있는 몇 가지 모델들이 언급되기 시작했는데, 그 모델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모델이 바로 쿠가다. 쿠가는 포드의 글로벌 정책에 따른 글로벌 C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참고로 동일한 플랫폼을 공유하는 차량으로 가장 대표적인 모델로는 링컨의 MKC가 있다. 여기서 이스케이프란 모델명을 떠올리는 사람이 물론 있겠지만, 이스케이프는 쿠가와 쌍둥이 모델 혹은 판매 시장에 따라 이름만 다른 거의 동일한 모델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물론 100% 완벽히 같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왜 이 세그먼트에 속하는 모델에 사람들은 이리도 열광하는 것일까? 우선 현실적으로 가장 가격대 성능비, 즉 가격 대비 가치에 대한 판단에서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시장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수입차가 흔해져 더 이상 수입차를 끌고 다닌다고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다르게 봐주는 수입차 프리미엄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끝이 났다. 수입차를 선택하는 사람들 역시도 남들의 시선을 즐긴다기 보다는 효율을 우선시하며 따지기 시작했고, 연비, 신차 가격대비 감수해야 하는 감가상각, 그리고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유지비 까지 꼼꼼하게 따져 최종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 됐다.

그렇다 보니 남들의 눈에는 고급스럽게 보이지는 않더라도 크기가 작아 가족 누구나 운전하기 편하고, 디젤이라 연료비가 적게 들고, 고급 대형 차량에 비해 소모품이나 사고 발생 시 부담해야 하는 부품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은 모델이 가시권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여기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꼽는다고 할 때 쿠가는 언제나 상위 순위권에 꼽힐만한 조건들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어떻게 보면 앞서 설명한 티구안의 공백을 가장 자연스럽고 완벽하게 대체할만한 모델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쿠가를 왜 수입 콤팩트 SUV 시장에서 강자로 봐야하는 것일까. 우선 가장 큰 이유로는 기본기를 꼽고 싶다. 사실 포드의 차들은 포드의 글로벌 전략에 따른 글로벌 플랫폼에 따라 모듈화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난 이후 이전에 비해 기본기가 많이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지고 있는 기술적인 장점과 강점을 몇 개의 플랫폼에 쏟아 부어 모델마다 가지고 있던 단점을 최소화시켰고 그 이후에 모델별로 특징과 장점을 차별화해 특징을 불어넣어 마무리 짓는 방식으로 각각의 모델들을 완성시키고 있다.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졌고 기술적인 평가에서도 이전 대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마디로 포드의 원포드 전략은 성공적이라 평가받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좋은 평가를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이미 성능이 검증된 완성도 높은 엔진을 사용한 것이다. 쿠가에 장착된 심장은 포드의 2.0L 듀라토크 디젤엔진인데 PSA가 개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단순히 PSA가 개발한 것이 포인트가 아니라 PSA가 가지고 있는 디젤 기술력이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포드와 PSA가 함께 개발한 디젤 엔진은 재규어·랜드로버와 볼보도 사용하기도 한다. 성능과 안정성, 그리고 완성도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쿠가를 운전해보면 왜 다들 기본기 얘기를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디젤이지만 가솔린 엔진 만큼이나 조용하고 연비 또한 뛰어나다. 상시4륜 모델치고는 연비도 그만하면 꽤 잘 나오는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쿠가를 몰아본 느낌을 두고 동일한 플랫폼의 포커스 얘길 하는데 포커스를 몰아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몰아보자 마자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 굳이 차이점을 찾아보라면 무게 중심에 따른 차이 정도라 할 수 있는데 같은 플랫폼을 쓰는 MKC와는 또 조금은 다르다. 결국 동일한 글로벌 C플랫폼에서 생산된 모델이라고 하더라도 세팅에 따라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은 효율성을 높이면서 각각 개성 있는 모델을 만든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코너에서 크게 무리하지만 않으면 기분 좋은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전체적으로 빠릿빠릿하게 코너링을 공략하며 민첩함을 즐기는 차는 아니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누구나 쉽고 편하게 느긋느긋한 주행감을 즐기기엔 안성맞춤이다.

쿠가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수입차답게 고급스러운 옵션이다. 안전이나 편의에 관련된 옵션들이 매우 화려하다. 티타늄 트림을 선택해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이나 핸드프리 테일게이트, 자동주차 보조시스템 등을 더하면 거의 풀옵션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상위 브랜드의 모델들과 비교하더라도 부족함을 느낄 수 없다. 디자인은 다소 점잖지만 속은 알찬 기능으로 꽉 찬 모델이라 하겠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아직 한글화에 다소 인색한 인포테인먼트와 기능에 대한 설명을 전달하는 부분에서 친절하지 못한 점은 안타깝다.

시장에서 티구안이 빠진 이때가 쿠가에게는 절대 절명의 기회라 할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전달하고 최대한 빨리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왜냐하면 티구안은 조만간 다시 돌아와 예전의 명성을 되찾으려 최대한 노력할 것이고, 티구안의 공백을 이용해 점유율을 높여보려는 경쟁자들의 노력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과연 쿠가는 이번 기회를 제대로 살려 수입 콤팩트 SUV 시장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점유율을 높여야 하는 미션을 제대로 성공시킬 수 있을까? 물론 가능성은 무척이나 높아 보인다. 수입 콤팩트 SUV 시장에 또 다른 왕좌의 주인공이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