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사이버포뮬러는 후속편이 나올 때마다 더욱 업그레이드 된 레이스카가 등장한다. 최근 등장하는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레이스카를 볼 때마다 마치 만화에 등장하는 자동차를 보는듯한 느낌이 든다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디자인과 기술에 감각이 미처 적응하지 못한 탓이리라.

로보레이스(ROBORACE)가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 전기 레이스카 플랫폼인 로보카(ROBOCAR)를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공개했다. 로보레이스는 전기자동차 레이스인 FIA 포뮬러-E 챔피언십과 동일한 트랙에서 펼쳐질 무인 자동차 레이스다.

로보레이스는 자율주행 전기 레이스카들이 달리는 레이스(이하 로보레이스 챔피언십)를 열 계획이며, 로보레이스 챔피언십에 참가하는 팀은 동일한 로보카로 레이스에 참가하지만, 로보카를 움직이는 자율주행 인공지능(AI)프로그램은 각 팀이 직접 개발하게 된다. 사실상 AI 대 AI의 대결인 셈이다.

이 로보카를 개발하기위해 로보레이스는 2016년부터 ‘데봇(DevBot)’이라 불리는 테스트 차량을 제작했고, 지난 1년간 로보카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이 데봇은 영국의 레이스카 제조업체인 지네타(Ginetta)의 LMP3(르망프로토타입3) 레이스카 섀시에 배터리와 전기모터 구동계, 자율주행을 위한 컴퓨터와 인공지능을 탑재한 연구용 차량이다.

로보레이스는 지난 2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포뮬러-E에 2대의 데봇을 투입해 시범 레이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데봇은 거의 완벽한 주행을 펼쳤으나 아쉽게도 충돌 사고로 파손된 채 피니쉬라인을 통과했고, 사람이 운전하는 레이스카의 주행과 비교하면 아직 자율주행 레이스카의 소프트웨어는 미완성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로보레이스가 로보카를 발표하며 무인 자율주행 레이스를 진행하는 것은 오히려 경쟁을 통해 자율주행 자동차의 소프트웨어를 발전시킨다는 취지에서다. 로보카에는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PX 2(DRIVE PX 2) 플랫폼이 탑재되어 두뇌 역할을 맡게 되며, 여기에 각종 센서가 연결된다. 자율주행을 위한 5개의 라이다와 2대의 레이더, 18대의 초음파 센서, 2대의 광학 속도 센서, 6대의 AI 카메라 등 다양한 기술을 사용합니다. 물론 이 모든 장비는 레이스 팀이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컨트롤하게 된다. 사방에서 수집한 정보를 어떤 식으로 활용해 레이스카가 스스로 달리게 할지는 각 팀 엔지니어의 몫이다.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고성능 차량의 개발은 이미 로보레이스가 거의 끝마친 상태. 수많은 테스트를 통해 레이스카 플랫폼의 성능을 다듬고, 이 과정에서 타이어 회사 미쉐린의 적극적인 협조로 각종 노면에서의 주행 데이터를 수집했다. 로보레이스 챔피언십에 참가할 각 팀이 로보카의 인공지능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차량의 운용에 필요한 최대한의 데이터가 제공될 예정이다. 차량의 성능이 동일한 만큼, ‘인텔리전스’ 경쟁이 되도록 하는 것이 로보레이스 챔피언십의 목표다.

로보카의 길이는 4.8m, 폭은 2m로 무게는 975kg이며 4개의 모터를 이용해 시속 320km/h 이상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차량의 디자인은 헐리웃 영화 트론과 오블리비언에 등장하는 탈것들을 디자인한 다니엘 사이먼이 담당했다.

운전석이 없고 AI 컴퓨터와 배터리, 자동차가 달리는데 필요한 것만을 탑재한 차량인 만큼 차체는 마치 가오리처럼 납작하고, 상부를 날개로 덮은 듯한 디자인이다. 포뮬러 레이스카와 같은 윙은 별도로 부착되어있지 않지만, 사실상 차체 전체가 다운포스를 만들어내고 공기의 흐름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로보레이스의 CEO Denis Sverdlov는 로보레이스 챔피언십의 목표가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전 세계 도로교통망을 바꿔놓을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로보카 레이스가 자동차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기여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자동차 레이스에 열광하는 수많은 이들이 ‘인간의 한계가 사라진, 소프트웨어의 한계에 도전하는’ 자동차들의 레이스에 감동하고 열광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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