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영상의 시대다”

하루를 보내다 보면 스마트폰을 통해서나 길거리를 거닐다가도 영상 콘텐츠를 보지 않고 보내는 날은 극히 드물다. 글보다 직관적인 동영상은 머리를 굴려 사고해야 하는 수고를 조금 덜어낼 수 있다. 이것은 분명 장점이다. 정보의 입력을 개개인이 통제하기 쉽지 않은 요즘 시대에 알맞은 형태의 콘텐츠다. 스마트폰과 카메라의 비약적인 발전과 우리 삶에 녹아든 SNS의 흐름에 힘입어 누구나 손쉽게 사진을 찍고 표현하며 소통하는 세상이 되었듯, 지금은 누구나 멋스러운 동영상을 찍어 많은 사람과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 흐름은 손바닥만 한 액션캠이 등장하며, 더욱 급물살을 타고 있다. 비교적 고가의 액션캠부터 저렴한 중국산까지 다양한 경쟁자가 뛰어들었고, 우리는 수많은 종류의 액션캠 또는 스포츠캠을 보며 선택의 고민을 해야 하기에 이르렀다.

 

당신이 사이클리스트라면,

SNS와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영상을 본 후, ‘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우선 알려줄 것이 있다. 영상을 편집하고 업로드해 공유하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하고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동영상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우선 외출 전 배터리를 충전하고 메모리 확인후 캠을 거치대에 올려 촬영을 해야 한다. 이후 컴퓨터에 옮겨 촬영한 영상을 돌려보며 편집 구상을 하는 과정은 사실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라는 의미며 더구나 컬리티는 있는 작업물을 위해서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통해 만든 작품은 모두가 공감하며 꿈꿀 수 있는 좋은 기억의 매개체 역할을 해낸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당신이 사이클리스트라면, 그 시작을 지금 소개하는 시마노 스포츠캠 CM-2000과 해볼 것을 추천한다. 

추천 이유를 살짝 던져 보자면, ‘사이클리스트에게 딱 필요한 기능을 조합한 스포츠캠’ 이다. 시마노는 사실상 이미 외계인과 손을 잡았다고 표현해도 반박하기 쉽지 않다. 낚시 외에도 자전거에서 이미 세계 정상을 찍어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전거 이용자의 요구를 누구보다 오랜 시간 살펴왔고, 잘 알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이다. 초소형 캠으로 영상 기록을 남기고 싶은 니즈에 맞춰 몇 해 전부터 스포츠캠을 내놨고, 이번에 기능을 좀 더 추가하고 다듬어 CM-2000을 내놓았다.

 

시마노 스포츠캠 CM-2000

캠코더(Camcorder)란 카메라와 레코더(Camera+Recorder)의 합성어이다. 말 그대로 사진을 찍는 카메라에 녹화 기능을 추가한 기기를 의미한다. 우리가 떠올리는 캠코더는 방송국이나 영화 촬영에 쓰는 커다란 캠코더부터 한 손에 들어와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소형 캠코더가 떠오를 것이다. 단지 크기가 훨씬 작고 가벼울 뿐, CM-2000도 엄연한 캠코더이다. 이름에 맞춰 2000만 화소로 만들어낸 이미지를 최대 초당 120장씩 찍어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나 SNS 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H.264 코덱으로 거의 모든 기기에서 볼 수 있는 영상 파일로 저장한다. 최대 녹화 해상도는 1440P인 2560 x 1440 30프레임이고, 주로 사용하게 될 해상도인 풀HD 1920 x 1080에서는 30과 60프레임을 지원한다. 화각은 120도를 기본으로 90도와 130도를 지원한다. 경쟁 스포츠캠과 비슷한 수치이다. 이전 CM-1000에 비해 줄었지만, 그만큼 왜곡이 줄고 우리가 많이 봤던 영상과 비슷해 이전의 어색함을 덜어냈다. CM-1100은 이전 CM-1000과 마찬가지로 135도(기본)와 180도를 지원한다. 경쟁 제품이 그렇듯, 타임-랩스(Time-laps)를 위한 인터벌 사진 촬영도 지원하고, 스마트폰과 연동해 캠을 주무르는 형태도 다른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ANT+로 라이딩 기록을 영상에 남기자

CM-2000의 꽃이자 CM-2000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다. ANT+ 연결을 지원하는 스포츠캠은 CM-2000이 유일하다. 무려, 속도, 케이던스, 심박계, 파워미터, 시마노 전동 Di2 변속 포지션, 그리고 GPS와 연동해 녹화할 수 있다. 사이클리스트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장비를 모두 지원한다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연결된 장비를 이용해 원하는 순간만 촬영할 수 있는데, 아무 버튼을 누르지 않고도 녹화를 시작할 수 있고, 필요한 장면만 녹화하니 배터리도 절약할 수 있다. 스펙상 풀HD 60프레임 기준 1.2시간의 녹화 시간에 실망하기는 이르다.

CM-2000의 모든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이 필수다. 본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해상도와 촬영 모드 설정 정도. ANT+ 기기 연결을 위해서는 스마트폰이 꼭 필요하다. CM-2000은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를 이용해 스마트폰과 연결되는데, 스마트폰에 ‘시마노 스포츠캠 앱’ 설치 후 본체의 ’MODE/SELECT’ 버튼을 2초간 눌러 버튼 잠금 해제 후, 한 번 눌러 나오는 메뉴에서 위 쪽의 스크롤 버튼을 누르면, 부채 모양의 무선 인터넷 활성화 아이콘을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의 무선 인터넷 연결 메뉴로 넘어가보면 ‘SMN-CAM-XXXXX’와 같은 것이 검색되는데, 비밀번호를 입력해 연결하고 나면 스마트폰과의 페어링 준비는 끝이다. 이제 앱만 실행하면 된다.

첫 번째 ‘LIVEVIEW’는 의미 그대로 CM-2000이 바라보는 화면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다. 크게 살펴봐야 할 기능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녹화, 반전(Mirror), 앵글-프리, 화각 조정 정도가 전부다. 이것저것 더 넣을 수도 있었을 텐데, 가능한 심플하게 구성했다. 두번째 ‘FILE LIST’는 저장된 파일을 볼 수 있고, 그 다음 ‘SETTING’ 메뉴로 들어가면, CM-2000을 제대로 활용 할 수 있는 기능이 모두 모여있다. 여기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Recording Mode에서 해상도를 선택하고, Movie Stabilizer 바를 오른쪽으로 밀어 떨림 방지 기능을 켜고, Device angle이나 White Balance 같은 것은 그대로 둬 알아서 하도록 두자. 앵글-프리(Angle-Free) 기능은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벽을 타며 본체가 90도로 누워도 알아서 똑바로 바라보도록 잡아줄 것이다. 물론 나는 할 수 없으니 다른 분이 해줬으면 한다. 

두 번째 그룹에 위치한 ‘ANT+ Pairing Setting’에 주목하자. 이 액션캠의 매력은 여기서 시작이다. ANT+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아주 간편한 연결이다. 목록 중 자신이 가지고 있는 ANT+ 기기 확인 후 전원을 켜고, 항목별 전원 막대를 오른쪽으로 쓸어 넘기기만 해도 빠르게 페어링이 완료된다. 파워미터의 경우 아무도 국내에서 거의 본 적 없는 제품으로 페어링을 시도했건만 아무 이상 없이, 그것도 빠르게 연결할 수 있었다. 여기서 ‘Di2’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데, Di2 파츠 중 ‘D-FLY’를 준비하면 CM-2000과 페어링이 가능하다. 이것으로 무려 자신의 기어 포지션을 영상에 표현해낼 수 있다. 이렇게 페어링 후에는 간단히 녹화를 시작하는 것만으로 영상과 페어링한 장비의 데이터가 함께 녹화된다. 

이렇게 페어링된 ANT+ 기기를 활용하는 메뉴는 바로 아래의 ‘’ANT+ AUTO REC’ 메뉴에서 사용할 수 있다. 메뉴 그대로 ANT+ 기기를 이용해 자동으로 녹화를 시작하거나 정지할 수 있는 기능이다. 오른쪽의 ‘+’ 버튼을 손가락으로 선택해 들어가 보면, 속도, 케이던스, 심박수, 파워, Di2 프론트, Di2 리어까지 총 6가지의 조건으로 CM-2000의 녹화 조건을 설정 할 수 있다. 주행 중 멈췄을 때 기록을 자동으로 중지하는 일시정지 기능으로 활용하려 할 때를 예로 들어보자. 속도를 ‘ON’ 상태로 만들고, 최솟값(Minimum)과 최댓값(Maximum)을 정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최소 1, 최대 200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의미는 1km/h에서 200km/h 사이의 속도가 감지될 때는, 녹화를 진행한다는 뜻이다. 신호나 기타 이유로 정차했을 때는, 0km/h가 되어 녹화가 자동으로 중지된다. 이전의 스포츠캠이 정차했을 때도 녹화가 진행되어, 배터리 낭비는 물론 이후에 편집까지 해야 했지만, 이러한 수고를 덜어낼 수 있다.

이런 조합도 가능하다. 남산을 300w로 오르는 라이더라면, 파워를 ON시키고, 최소값을 250w 정도 설정해두면, 남산에 돌입했을 때나 언덕을 오르는 등 힘을 내는 구간에서만 녹화를 할 수도 있다. Di2와 연결했다면, 앞 이너(Inner) 기어로 타며 웜업 할 때는 녹화를 하지 않고 있다가 아우터로(Outer) 걸었을 때, 녹화를 시작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메뉴 가장 상단에 있는 AND 또는 OR를 선택해 설정한 조건이 모두 만족하거나, 하나라도 만족할 때 시작하도록 선택할 수 있다. 

 

2017년의 CM-2000은 원하는 구간에서만 자동 녹화를 할 수 있다

GPS AUTO REC 메뉴에 들어가면, 마찬가지로 ‘+’ 버튼을 볼 수 있다. 손으로 터치해 열어보면, 구글 맵을 사용한 화면을 볼 수 있고, 화면을 터치하면 구간 설정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설정한 구간은 스마트폰 GPS 신호를 기반으로 블루투스를 통해 서로 연동된다. 전력 소모가 많은 GPS 수신은 스마트폰에게 넘겨 배터리 용량을 늘리지 않으면서 효율성을 고려한 구조이다. 이 기능 또한 다양하게 활용 할 수 있다. 팀 라이딩 코스 중 언덕 구간이나 마지막 도착 지점 부근을 설정할 수도 있고, 스트라바 기록 도전을 남기기 위해 특정 구간을 선택해 저장해두면 온전히 라이딩에 집중하며 영상 기록도 남길 수 있다. 라이딩 중 녹화 버튼을 누르기 위해 전방을 살피는데 소홀해지지 않아도 된다. 그저 잠시 마음의 준비 후 그대로 돌입하면, 알아서 녹화를 시작하고 끝내는 안전하고도 유용한 기능이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녹화 버튼을 눌러왔거나, 위험을 감수하며 한 손으로 캠의 녹화 버튼을 누를 수 밖에 없었던 상황과 비교한다면, CM-2000이 가진 가장 강력한 기능이라 꼽을 수 있겠다.

스포츠캠 중엔 기능이 많은 편이라 첫 세팅 까진 어느정도 이해가 필요하지만, 세팅을 끝낸 후엔 거치대에 올려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과정만 거치면 별다른 번거로움 없이 사용 가능하다. 아무래도 기존 스포츠캠을 사용 할 때는 이것저것 준비하는 과정부터 일이 되어버려 점점 사용 빈도가 줄어드는 것을 생각해보면, 준비 과정의 단순함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ANT+ 자동 녹화와 GPS 자동 녹화 기능을 사용하면, 아무래도 전체 라이딩 시간 중 실제 라이딩 모습만 담아내며 효율적으로 사용하니 체감 사용시간은 훨씬 길게 느껴진다. 다양한 기능을 700mAh의 리튬-이온 배터리로 버텨내는 것을 보면 효율성은 좋은 편. 추가 구입해야 하지만, 이 배터리는 교환이 가능해 러닝 타임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늘어난 러닝 타임은 128기가의 마이크로SD 카드를 사용해 다양한 순간을 넉넉히 담는데 전혀 아쉽지 않다. 경쟁 모델로 꼽을 수 있는 고프로 히어로4 세션에 비해 14g 정도 무거운 103g 이지만, 여전히 기존 시리즈에 비하면 매우 가벼운 무게이고, 배터리 교환과 128g의 저장공간 지원은 동급의 경쟁 모델이 전혀 지원하지 않는 부분이라 충분히 장점으로 어필 할 수 있다.

 

편집은 단순하지만, 간편하게

무사히 라이딩을 마치고 열심히 촬영한 파일을 컴퓨터에 옮기고 나면, 편집의 과정이 남아있다. 시마노 스포츠캠 CM-2000은 전용 편집 프로그램도 제공하는데, 이것을 이용해 ANT+로 받은 여러 데이터를 영상에 나타낼 수 있다. ‘시마노 카메라 에디터’는 정말 단순하다.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평소 다른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해온 사용자라면 물음표가 떠오를 만큼 별다른 기능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저 필요한 장면을 선택하고 잘라내는 컷편집 기능, 데이터를 표시하거나 표시하지 않거나. 이것이 전부다. 영상 편집에 처음 도전하는 초보자에게는 다양한 기능을 집어 넣어 어려운 용어를 띄워가며 혼란을 주는 것 보다. 딱, 필요한 기능만 열어 쉽게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쪽이 좀 더 사용자를 위한 방향이라 생각 했을 것. 앞으로 좀 더 세련되게 다듬어 업데이트될 것이라 예상되지만, 단순하며 간편한 사용법은 유지 될 것이다.

시마노 스포츠캠 CM-2000은 경쟁 모델의 아킬레스건과 같은 점들을 대폭 보완했지만, 가격은 약간 비싸다. 교환이 가능한 배터리, 교체식 렌즈 프로텍터와 별다른 외부 케이스 없이도 수심 30미터까지 방수를 지원하면서 배터리 포함 103g의 무게는 어디든 올려 둬도 부담되지 않는다. 확실히 전문 영상 작업자를 위한 사양의 스포츠캠은 아니지만, 라이딩에 특화된 기능을 탑재한 이 스포츠캠의 가격은 39만 원. 라이딩에 집중 하면서도 추억 가득한 영상 기록을 남기고 싶다면 시마노 스포츠캠 CM-2000은 충분히 만족 할 수 있는 선택이며, 또 다른 창작의 재미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제품과 관련한 자세한 정보는 나눅스네트웍스가 제공하는 시마노 스포츠 카메라 공식홈페이지(http://www.shimano-sportcamera.com/ko/)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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