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는 자전거 부품을 개조하는 것을 흔히 ‘트윅(tweak)’이라고 표현한다. 이 말은 ‘비틀다’ 혹은 ‘수정하다’라는 뜻인데, 삐딱한 사용자가 제조사 권장사항을 무시하고 멋대로 저지르는 일을 가리키는 말로는 아주 제격이다. 

사실 자전거 부품 개조는 별로 권장할 만한 일이 못 된다. 개조에 실패해 부품이 고장 나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 심지어 개조한 부품이 원인이 되어 사고라도 나면 책임은 본인의 몫이다. 혹시 뜯는 것에는 천재적인 소질이 있는데 조립엔 자신 없는 능력자라면 부품 개조는 포기하는 것을 추천한다. 일단 여기까지는 ‘정석’인 이야기다.

이번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매뉴얼을 무시하는 불량 사용자니, 절대 따라하지는 말 것!

 

옛날 옛적, 캄파뇰로 구형 변속레버가 있었는데...

오래 된 이야기다. 예전에 캄파뇰로가 10단 변속기를 처음 내놓았을 무렵, 기존의 8단이나 9단 변속기와 레버를 개조해 10단 변속을 할 수 있는지 궁리하던 사람이 있었다. 이들이 부품 개조를 연구한 이유는 결코 캄파뇰로 10단 변속레버가 비쌌기 때문이 아니다.

그런데 캄파뇰로의 변속레버는 구조가 무척 단순했고, 변속레버 안쪽의 부품 하나만 바꿔주면 8단이나 9단 레버를 10단으로 손쉽게 개조할 수 있었다. 캄파뇰로의 변속레버는 기본적인 공구 몇 가지만 있으면 분해조립을 할 수 있는데, 10단 레버의 ‘인덱스 래칫 링’이라는 톱니바퀴 모양 부품 하나만 바꾸면 10단 변속레버로 개조할 수 있었다. 

당시 10단 변속레버용 부품은 캄파뇰로의 순정품을 구입하면 되었고, 레버의 조립 방법은 공식 정비 매뉴얼을 참고하면 되는 쉬운 작업이었다. 이런 정보를 아는 사람은 레버를 직접 개조하거나, 혹은 이를 전문적으로 개조해주는 숍에 부품을 맡기기도 했다. 물론 해외 마니아들 이야기다. 

아마 부품의 제조사인 캄파뇰로는 이것이 별로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캄파뇰로가 11단 변속레버를 처음 출시했을 때, 기존의 10단 레버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부품을 개조해 11단 변속을 가능하게 하려는 시도를 했다. 하지만 웬걸, 이번에는 캄파뇰로가 11단 레버의 부품을 10단 레버에 이식할 수 없도록 부품의 구조를 살짝 바꿔놓았다. 

하지만 메이커가 하지 말라고 해도, 부품을 개조하겠다는 굳은 의지의 라이더(?)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08년, 해외의 사이클링 포럼 게시판에 한 이탈리안 라이더가 10단 레버를 11단으로 개조하는 것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변속기를 작동하는 영상을 올렸다. 과연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획기적인 시도라며 찬사를 보냈을까? 아니다. 이미 11단 레버를 구입해서 사용하는 사람이 많았고, 이 이탈리아 청년이 공개한 영상은 거짓말이라는 의심을 받기도 했으며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한 채 잊혔다. 

 

캄파뇰로 레코드 10sp,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그리고 몇 년이 흐른 지금, 이곳은 서울시 망원동의 라이드카페. 라이드카페지기 이원호 팀장은 작년 가을의 아마추어 레이스에서 사고로 자전거의 변속레버가 망가졌다. 그는 원래 스램(SRAM)사의 변속기를 사용했지만, 필자의 서랍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던 여분의 캄파뇰로 10단 레버가 전달되면서 이 사나이의 도전이 시작되었는데...

뜬금없이 예전 해외 포럼에서 10단 레버를 11단으로 개조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을 기억해낸 이원호 팀장. 검색 끝에 10단 레버를 11단으로 개조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이탈리아 청년을 찾아 메일을 보냈다.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메일을 보냈는데 며칠 뒤 정말로 답장이 날아왔다. “한국에서 어떻게 알고 연락을 다 했니? 갖고 있는 부품이 약간 남아있으니 입금해주면 보내줄게.”

페이팔을 통해 약 11만 원 정도의 부품 값을 송금한 그에게 약 한 달 뒤 부품이 날아왔다. 작은 봉투 안에는 캄파뇰로 변속레버의 안에 들어가는 톱니모양 부품 하나가 들어 있었다. 주물 가공으로 만든 부품 표면은 다소 거칠었고 원래의 캄파뇰로 레코드 부품보다 정밀도가 떨어졌지만, 사용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고. 

부품을 교체하는 방법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Campagnolo record overhaul’이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캄파뇰로 10단 레코드 변속레버를 분해했다가 재조립하는 영상이다. 이걸 보면서 따라하면 된다.

변속레버의 고무 후드를 벗긴 다음, 뒷면의 플라스틱 마개를 열고 중앙의 나사를 풀어 태엽 구조물을 빼낸다. 그리고 톱니 부품을 교체하면 작업은 끝. 영상을 보면서 조심조심 작업해도 20분 정도면 충분히 끝마칠 수 있다. 

부품에 남아있는 오래된 그리스를 제거하며 작업을 했는데, 실제 작업시간은 정확히 16분 소요. 아마 다음번에는10분 이내에 끝낼 수 있으리라. 조립은 분해의 역순이다. 물론 자신 없다면 부품을 고이 싸 들고 가까운 로드바이크 전문 숍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순정 11단보다 만족스러운 변속감?

변속레버를 바꾼 김에 변속기도 캄파뇰로 구형 코러스 10단으로 바꿨다. 하지만 실제 변속 단수를 결정하는 카세트스프라켓은 시마노 11단을 장착했다. 시마노도 캄파뇰로도 이런 세팅을 권장하지 않는다. 다만 시마노나 캄파뇰로의 어느 쪽 11단 스프라켓을 사용해도 별로 문제없이 작동하더라는 것은 아는 사람들끼리의 이야기다. 어쨌거나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외관은 구형 10단 구동계지만 실제로는 11단 변속이 되는 구동계가 완성되었다.

처음에는 조작감이 조금 뻑뻑했지만, 길이 들기 시작하자 굉장히 빠르고 부드럽게 변속된다. 심지어 11단 레코드 변속레버와 비교해도 부드러움에 별 차이가 없을 정도니 최신 부품이 부럽지 않다. 그럼에도 레코드 10단 레버를 중고로 구입해서 개조하는 것 보다 11단 레버를 구입하는 편이 더 쉽고 저렴하다. 서랍에 놀고 있는 부품이 있다면 모를까, 추천은 하지 않는 이유다.

물론 이런 식의 개조용 부품은 내구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 망가질지 모른다. 두 번째 자전거에 장착할 레버를 하나 더 만들고, 여분의 부품을 주문하기 위해 이탈리아 청년에게 다시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답장이 날아왔는데, 역시 이탈리아 사람 중 기분파가 많다는 말이 정말인가보다. 

“다시 주문해줘서 고마워. 이제는 부품이 다 떨어져서 당장은 보내줄 수 없는데, 까짓 거 두 번째부턴 단골이니 새로 만들어서 보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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