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셉트 'City Adventure'가 처음 공개됐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양산이 될 거라고 예상했을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디자인이 콘셉트와 완전히 일치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더욱 적을 것이다. 그만큼 X-ADV의 등장은 갑작스러웠고 놀라웠다. 이를 증명하듯 서울모터쇼에서 일반 관람객의 시선을 가장 많이 끈 모델은 다름 아닌 X-ADV였고 혼다에서도 별도의 발표회를 갖고 기대감을 높였다. 

X-ADV은 이보다 복잡한 콘셉트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혼다에서는 스타일, 활동성, 편리함 세 가지를 강조하며 어드벤처 스쿠터를 표방하고 있다. 도심에서는 편안한 주행을 누리고 가끔은 흙길에서 엑티브한 활동도 즐길 수 있는 도심형 어드벤처 기종이라는 것이다.

특징을 분리해서 보자. X-ADV의 외형과 포지션만 따지면 특이하게 생긴 스쿠터처럼 보인다. 하지만 구조는 모터사이클에 가깝고 변속기도 일반적인 스쿠터에 쓰이는 CVT 방식이 아닌 DCT가 사용됐다. 콘셉트와 스펙을 보면 어드벤처 라이딩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편의성을 보면 시티 커뮤터라고 해도 무방하다. 크로스 어드벤처로 해석 가능한 이름대로 스쿠터와 모터사이클을 버무리고 어드벤처 양념을 넣어 완성한 신개념 크로스오버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다. 

'City Adventure' 콘셉트 시절과 비교해서 달라진 점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오히려 과장스럽다고 느껴졌던 녹색 LED가 제거되면서 콘셉트보다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이다. 바퀴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곳이 직선적이다. 마치 3D 폴리곤 같은 느낌으로 여전히 콘셉트 모델처럼 보인다. 

실루엣은 일반적인 스쿠터와 비슷하다. 하지만 철판을 이어 붙인 듯 각진 페어링이 헤드라이트부터 후미까지 이어져 있어 독특한 캐릭터 라인을 연출한다. 넘버 플레이트와 발판 쪽에는 금속 패널을 부착했고 머플러는 랠리머신 스타일로 꾸며 오프로드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윈드스크린은 조절 가능한 타입이다. 클립 방식으로 되어 있어 주행 중에 조절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튼튼하게 고정할 수 있고, 윈드스크린의 조절 폭도 넓은 점이 인상적이다.  

윈드스크린 너머로 보이는 복잡한 장치를 구태여 숨기지 않은 것은 랠리 머신의 느낌을 살리고자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 조절식 윈드스크린은 랠리머신 스타일의 사각형 계기반과 조합돼 독특한 모습을 만들어낸다.

혼다의 랠리머신 CRF450 RALLY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계기반은 인디케이터와 LCD가 분리된 것이 특징이다. 각종 경고등이 있는 인디케이터는 핸들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고 큼지막한 화면이 인상적인 LCD 계기반은 윈드스크린 뒤에 배치하고 대형 바이저를 부착함으로 랠리머신의 이미지를 살렸다.  

물론 외형만 오프로더 흉내를 낸 것은 아니다. 프론트 서스펜션의 작동폭이 153mm, 리어 서스펜션 작동폭은 150mm에 달한다. 이는 스쿠터는 물론이고 대형 어드벤처 바이크에 범접하는 수치다. 또한 앞에는 41mm의 도립식 포크가, 뒤로는 프로링크 방식이 사용돼 매뉴얼 모터사이클과 비슷한 구성을 보인다. 

휠 쪽을 보면 이 모델의 성격을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튜브리스 타입의 스포크 휠이 사용됐고 브릿지스톤의 온/오프로드 겸용 타이어 ‘트레일 윙’을 채용한 점은 어드벤처 바이크의 구성과 비슷하다. 또한 앞 17인치, 뒤 15인치의 휠 크기는 어드벤처 바이크의 휠 사이즈의 비율을 그대로 줄여놓은 수치다. 본격적인 오프로드를 달리는 기종은 아니지만 간단한 임도주행을 염두에 둔 모델임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온로드를 위한 옵션도 존재한다. 엄연히 도심주행과 임도주행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자 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ABS, TCS는 도심과 공도 주행 시 안전을 책임져주는 옵션이다. 또한 인테그라와 비슷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시트 밑에 풀페이스 한 개를 수납할 수 있는 21리터의 수납공간을 확보한 점은 크게 반길 만한 사항이다.

가장 눈여겨볼 점은 스마트키의 적용이다. 스마트키만 소지하고 있으면 시동부터 트렁크, 연료캡까지 간단히 조작할 수 있다. 스마트키가 적용된 점은 도심에서의 편리성에도 충분히 신경을 쓴 흔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사실 X-ADV의 가장 이색적인 부분은 트랜스미션에 있다. 스쿠터의 외형이지만 매뉴얼 바이크의 엔진과 구동계가 사용된 것이다. 745cc의 2기통 엔진은 일반적인 수동변속기나 CVT 무단변속기가 아닌 6단 DCT가 사용됐다. DCT는 전자 유압 회로로 제어되는 자동변속기다. 즉, 속도가 빨라지면 자동으로 쉬프트 업이 되고 감속을 하면 쉬프트 다운이 된다. 또한 오르막이나 내리막에서는 RPM을 보정해주기도 하니 운전자가 할 일은 그저 스로틀을 적당히 감아주는 것뿐이다. 

물론 여러 변속 타이밍이 설정된 드라이브 모드가 존재하고 클러치 조작 없이 버튼만을 이용한 수동 변속도 할 수 있다. 외형은 스쿠터지만 DCT로 인해 CVT 방식의 스쿠터보다는 수동변속기를 사용하는 매뉴얼 바이크의 주행감과 비슷하다. 

엔진의 최대출력은 54.7마력으로 배기량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하지만 6.9kg.m의 높은 토크가 4,750RPM부터 나오는 저속, 토크 위주로 세팅되어 있어 임도 주행에 유리하고 DCT와의 궁합이 좋다. 저속에 토크가 집중된 엔진과 DCT의 존재 덕분에 온/오프로드를 아우르는 스쿠터라는 특이한 콘셉트를 실현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기종의 투입에 소극적이었던 혼다가 올해에는 5종이나 되는 신기종을 투입하며 대배기량 라인업을 보강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X-ADV가 메인으로 선택된 것은 특이하기도 하지만 폭넓은 소비자를 잡을 수 있는 기종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라이더는 커뮤터로 사용할 만한 소형 바이크와 레저 용도의 빅바이크 사이에서 고민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X-ADV는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 해답을 제시해줄 수 있는 것이다. 평일에는 도심에서, 주말에는 임도에서, 시간 장소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올라운더. 그 것이 바로 X-ADV일 것이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