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밀레니엄이라는 전 지구적 이슈가 있을 시기 한국에서는 일본 대중문화개방이라는 또 하나의 이슈가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그동안 금기시되어오던 일본 영화와 소설, 음악 등 다양한 문화상품이 제한적이기는 하나 이전과 비교해 자유롭게 유통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애니메이션은 당시의 청소년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현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 상품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수년간 애니메이션 시장의 최정상에 군림해있는 문화상품을 꼽으라면 단연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건담’과 ‘에반게리온’이다. 이 두 타이틀은 이미 애니메이션의 틀을 벗어나 다양한 문화상품을 만들어냈다. 심지어 전혀 관련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자전거 시장에까지 말이다.

 

이왕 몸을 감싼다면... '1만2천 장의 특수 장갑과 AT필드다!'

에반게리온은 1995년 TV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게임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되었으며 그에 상응하는 다양한 문화와 제품이 출시되었다. 실생활에서 즐겨 입는 티셔츠는 물론 스마트폰 케이스, 티슈커버, 식기, 컵 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다. 심지어 모터스포츠 팀이 있으며, 일본의 고속철도 신칸센은 에반게리온을 테마로 열차 안팎을 꾸미기도 했다. 

지난 2010년 에반게리온 작품 속 두 명의 히로인을 테마로 미니벨로 2종과 헬멧 그리고 사이클링 팬츠가 출시된 적 있다. 미니벨로는 드롭바 모델과 라이저바 모델이 각각 출시되었지만 10만 엔에 가까운 비싼 가격 때문인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참고로 싱글기어 모델이었다. 이후 에반게리온과 관련한 자전거 상품은 자취를 감추었다가 지난해 네덜란드 자전거 메이커 반무프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100대 한정모델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자전거가 아닌 사이클링 유니폼이다. 일본의 사이클링 유니폼 전문 브랜드 선볼트(SUNVOLT)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 이전과는 달리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는 라이더를 위한 제품을 출시했다.

여섯 가지 디자인의 저지는 각각 작품 속 주인공이 탑승하는 에반게리온 기체의 컬러와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상징적인 요소를 모티브로 삼아 제작되었다. 팬츠는 얼핏 밋밋할 수 있으나 뒷부분과 다리 끝부분에 디자인 포인트를 주었다. 에너지가 다 떨어진 다음에도 3분간의 스프린트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아쉽다.

가격은 저지와 팬츠 각각 세금포함 11,880 엔, 15,120 엔이다. 에반게리온 사이클링 유니폼은 오는 5월 21일까지 예약을 받은 뒤 7월말 발송 예정이며, 에반게리온 스토어(http://www.evastore.jp)에서 구입할 수 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번 콜라보레이션은 ‘제1탄’이라는 점이다. 아직 별다른 정보는 없지만 분명, 에반게리온 팬을 위해 서비스, 서비스!

 

샤아 전용 로드바이크 - '지오닉 사가 보증합니다, 세 배 빠릅니다'

건담의 오랜 팬이 아니더라도, 애니메이션 좀 봤다는 이들은 ‘붉은색이 3배 빠르다’는 말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알 것이다. 붉은색은 바로 1979년 기동전사 건담의 등장인물인 ‘샤아 아즈나블’이 탑승하는 전용 모빌슈트의 컬러다. 특히 작중 샤아 아즈나블의 붉은 자쿠는 양산형 자쿠와 비교해 3배 높은 내구성과 파워 그리고 속도와 함께 ‘붉은 혜성’이라는 이명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2017년 또 다른 붉은 혜성의 전설이 시작되니, 바로 ‘샤아 전용 로드바이크’의 등장이다. 이래 뵈도 지금껏 출시되었던 애니메이션 모티브 디자인의 자전거와 달리 본격적인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모델이다. 

카본프레임 모델 ‘RD-CB01-CA02’와 알루미늄프레임 모델 ‘RD-AL01-02’로 각각 출시된 샤아 전용 로드바이크는 붉은 혜성의 자전거라는 이름에 걸맞게 프레임과 포크, 안장, 바테이프, 케이블하우징까지 붉은색으로 컬러링되었다. 다운튜브와 시트클램프 위치에는 지온 공국 심벌이 있어 멋을 더한다. 

이 자전거를 판매하는 회사인 반다이의 주장에 의하면 자쿠의 원 제조사인 ‘지오닉’사가 개발한 제품이라고. 황동색의 헤드 배지는 입체감을 살린 지온공국 심벌이며, 자전거의 디자인은 일본 슈퍼로봇의 대부라 불리는 메카 디자이너 오카와라 쿠니오가 맡았다. 오카와라 쿠니오는 기동전사 건담뿐만 아니라 기갑전기 드라고나, 장갑기병 보톰즈를 비롯해 독수리 5형제, 각종 ‘용자’ 시리즈 로봇의 디자인에 참여했다. 

샤아 전용 로드바이크의 카본프레임모델은 시마노 105 구동계와 유압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했다. 입문자용으로 어울리는 알루미늄프레임 모델은 시마노 소라 구동계를 사용한다. 두 제품 모두 포크는 카본 재질이며, 프레임 사이즈는 450에서 540까지 네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카본 프레임 모델이 35만 엔, 알루미늄 프레임 모델이 15만 엔이다. 현재 샤아 전용 로드바이크의 1차 예약 판매는 종료되었으나 2차 예약이 곧 P-BANDAI 홈페이지(http://p-bandai.jp)를 통해 재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샤아 아즈나블과 같이 3배 빠른 속도에 도전해보고 싶은 라이더라면 구입을 고려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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