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바이크 중 최초로 시속 300km를 돌파한 하야부사로 대표되는 스즈키는 한때 과격한 모터사이클을 만드는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마냥 과격해 보였던 스즈키의 이미지도 옛말이 됐다. 전자장비의 적용 폭을 넓혀가면서 대부분의 빅바이크에 ABS, TCS가 보편화하고 있고 최신 기술이 집약된 GSX-R1000에는 현존하는 대부분의 전자장비가 내장되어있는 수준이다.

전자장비가 보편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장비에 있어서 최근 스즈키는 다른 브랜드보다 유독 친절해 보인다. 스즈키만의 독자적인 전자장비인 로우 RPM 어시스트 덕분이다.

로우 RPM 어시스트는 출발이나 변속 시에 RPM이 낮아지게 되면 시동이 꺼지지 않도록, 혹은 파워가 떨어지지 않도록 엔진 회전수를 보정해주는 기술이다. 기본적으로는 낮은 RPM에서 울컥거림이나 시동 꺼짐을 막아줄 수 있다. 

물론 이 기능이 만능인 것은 아니다. 클러치를 한 번에 놓는다든지 하는 극한 상황에서는 시동이 꺼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출발 시에 적절하지 못한 스로틀과 클러치 조작 정도는 물론이고 스로틀 조작 없이 클러치를 살짝 놓아주는 수준의 상황까지도 보정해주기 때문에 대부분 상황에서 스무스한 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클러치 조작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라면 저속에서 바이크의 순간적인 울컥거림에 놀라거나 시동이 꺼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심지어는 이로 인해 넘어지는 상황까지 있는 것을 생각하면 RPM 어시스트는 초보자를 위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초보자에게만 유효한 기술은 절대 아니다. 아무리 노련한 라이더라도 간혹 실수하기 마련. 클러치나 스로틀 조작에 실수할 경우에는 안전장비로 활약할 수 있고 모터사이클에 짐이 많고, 텐덤을 해서 무게가 늘어나 스로틀 감을 달리해야 할 때도 낮은 RPM으로 부드러운 출발을 돕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단기어의 낮은 RPM에서도 부드러운 가속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모든 속도에서 저회전 안정성을 높여주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잦은 출발이 필요한 도심, 고단 저RPM을 사용하는 크루징, 오르막길, 탠덤 주행, U턴까지 여러 상황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강제로 RPM이 올라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모터사이클이 확 나가거나, 저속 주행감이 달라지는 이질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체험해본 RPM 어시스트는 생각 외로 자연스럽게 개입했다. 일반 모터사이클이라면 울컥거리거나 시동이 꺼졌을 만한 상황에서도 스로틀을 살짝 감아주 듯이 RPM이 살짝 올라가 부드러운 출발을 할 수 있다. 타 기종에 익숙한 라이더라도 이 기능을 사전에 말해주지 않았다면 이질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이 기술은 SV650에 최초로 적용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출시, 변경되는 대부분의 빅바이크에 적용되면서 어드벤처 장르의 브이스트롬 시리즈부터 로드바이크 GSX-S1000시리즈, GSR-S750까지 확대 적용되었다. 심지어는 플래그십 슈퍼스포츠 바이크 GSX-R1000에도 탑재돼 장르의 구분 없이 앞으로도 적용 기종을 확대해나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론적으로는 매우 간단하다. RPM이 낮아지게 되면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이를 감지하고 ECM(Electric Control Module)에 신호를 보낸다. 

ECM에서는 센서에서 온 데이터를 분석해 정확한 개도값을 ISC(Idle Speed Control)로 보내주고 ISC 회로를 개방시켜 RPM을 높여주게 되는 원리다. 이론만 보자면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스즈키의 기술력으로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점이 정말 대단한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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