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Le Mans 서킷 
Le Mans 서킷은 1969년 처음 MotoGP를 개최한 이후 30년째, 18년 연속 개최되고 있습니다. 파리 동남쪽 약 200km에 위치한 르망 서킷은 1965년 완공되었고 다들 아시다시피 24시간 내구레이스로 유명한 곳입니다. 원래 명칭은 Sarthe이고 MotoGP는 총연장 13.629km의 Sarthe 서킷의 일부분인 Bugatti 서킷만 사용하게 됩니다.

프랑스에서는 MotoGP를 1953년 Albi(1회) 서킷에서 최초 개최를 했으며 총 54회 개최했습니다. Le Mans 서킷을 비롯해 Paul Ricard 13회, Charade 10회, Nogaro 2회, Reims 2회, Rouen 2회, Magny Cours 1회 MotoGP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1991년에는 Paul Ricard와 Le Mans 서킷 두 곳에서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2017년 초 노면의 리노베이션을 실시하여 좀 더 나은 그립을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Le Mans 서킷은 역시 많은 관중이 찾는 곳인데요. 2015년 기준 Race Weekend 기간 약 183,161명이 찾았습니다. 이는 체코 Brno 248,434명, 스페인 Jerez 243,570명, 스페인 Valencia 217,000명, 독일 Sachsenring 211,588명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관중이 찾는 곳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2002년 4스트록 머신이 도입된 MotoGP 클래스에서 지난 14년 간의 레이스 중 2008, 2010, 2011, 2014, 2015, 2016년도를 제외하고 9회 레이스가 Wet 컨디션이었습니다.

Le Mans 서킷은 총연장 4.18km로 좌코너 5, 우코너 9개로 직선 구간은 0.674km로 길지 않습니다. 서킷은 짧은 메인 스트레이트 구간을 지나 T3에서는 급격한 감속이 필요하며 T6, T8, T13코너가 헤어핀 및 저속코너로 이루어져 있어 Stop and Go의 전형적인 레이아웃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T3, T7, T8, T13, T14의 노면 그립이 낮기 때문에 주의 해야 할 코너이기도 합니다.
서킷 최고속도는 2015년 안드레아 이아노네가 세운 316.6km로 독일 Sachsenring 298.2km, Misano 299.5km, Motegi 314.3km, Brno 316.4km 다섯 번째로 느린 곳입니다.
코너 위주의 서킷이다보니 평균 속도 역시 160.7km로 Valencia 156.7km, Austin 158.6km, Jerez 159.3km에 이어 평균 속도가 네 번째로 느립니다.

Overtaking Hotspot은 T3, T8, T9과 마지막 T13, T14 코너 등입니다. 가장 많은 추월이 발생하는 곳은 메인 스트레이트 구간에서 곡선 주로를 지나 강한 브레이킹이 필요한 T3 코너입니다.
2016년 Crash는 T7에서 17회로 가장 많은 전도가 있었고 T8도 12회의 전도가 있었습니다. 2016년은 총 68회의 전도가 발생 전년 대비 10회 정도가 줄었으며 2012년에는 Wet 컨디션으로 무려 93회의 전도가 발생했습니다. 
결승 레이스는 MotoGP 클래스 총 28랩 117.2km, Moto2 클래스 총 26랩 108.8km, Moto3 클래스 총 24랩 100.4km를 주행하게 됩니다.

MotoGP Qualifying
Le Mans 서킷은 올 초 노면 리노베이션을 실시 많은 라이더가 향상된 그립을 기대했는데요. FP1, 2, 3는 비로 인해 제대로 된 그립을 맛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FP1, 2는 Wet 컨디션, FP3는 세션 후반 노면이 마르면서 라이더가 Slick 타이어로 주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기온까지 워낙 낮았기 때문에 슬릭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라이더는 후미권으로 주저앉기도 했습니다.
FP1 세션도 거의 Wet 컨디션이었지만 세션 막판 레이싱 라인이 마르면서 슬릭으로 주행한 라이더도 있었는데요. 특히 잭 밀러의 경우 엄청난 페이스로 1'37.467초로 2위 마르케즈보다도 1.288초나 앞선 랩타임을 기록하기도 했고 이때의 랩타임으로 Q2에 직행하기도 했습니다. 
위에서 말씀 드렸듯이 이번 FP 세션은 여러 라이더를 괴롭혔는데요. 도비지오소, 페드로사, 자르코, 이아노네, 로렌조가 Q2에 직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특히 Repsol Honda Team의 페드로사(Dani PEDROSA)와 Ducati Team의 로렌조(Jorge LORENZO)는 FP3에서 최후미인 22위와 23위에 랭크되었는데 제가 알기로 로렌조가 지금까지 FP 세션에서 최후미에 랭크된 것을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이번 Le Mans 전에서 바이크의 페어링을 유심히 보게 되었는데요. 마르케즈와 페드로사의 어퍼 카울의 에어 덕트 부분 크기가 다릅니다. 페드로사의 덕트가 더 넓은데요. 다운포스를 더 주기 위함인지 구형 카울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명히 다른 카울을 쓰는것 같았습니다. Aprilia의 경우 샘 로우스는 다운포스를 주는 신형 어퍼 카울을 계속해서 사용 중이고 알레익스는 기존 카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유는 있습니다. 노면 온도가 18도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다 페드로사의 경우 몸무게가 가볍다 보니 바이크에 하중을 제대로 걸기 어렵고 (페드로사는 타이어가 예열되는 시간이 남들보다 더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엔진 트러블까지 겹쳤었습니다.) 로렌조의 경우 특히 Front 하중을 많이 주지 않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이런 노면 온도가 낮고 완벽한 Dry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는 고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Ducati의 경우 Winglet이 금지된 이후 프론트의 다운포스가 적어서 다른 라이더에 비해 Softer한 컴파운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로렌조의 경우 위의 내용 외에도 Wet 컨디션에서 심리적 영향을 많이 받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크게 무리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번 역시 굳이 무리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강하게 푸쉬하는 것은 포기했다고 합니다. 지난 Jerez에서 페드로사는 우승하면서 많은 자신감을 가지고 Le Mans전에 임했을 것이고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로렌조 역시 지난 Jerez 포디엄으로 강한 집념을 가지고 레이스에 임할텐데요. 두 라이더 모두 우승권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로렌조는 Q1에서 16위, 페드로사는 Q1에서 좋은 랩타임을 보여줬지만 도비지오소와 자르코에 아십게 밀리면서 13위로 결선 그리드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서킷에 비해 노면 폭이 좁은 편인 Le Mans에서는 스타트가 순위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페드로사의 경우 원래 로켓 스타터이지만 세팅을 스타트에 맞추면 레이스에서 약간의 불리한 부분이 있어서 최근 3년 정도는 그런 레이스에 포커스를 둔 세팅을 해왔었는데요. 이번에는 스타트에 포커스를 둘 수도 있습니다.
로렌조는 인터뷰에서 Dry 컨디션일 경우 8위 정도를 목표로 한다는 것을 보면 현실적으로 본인이 상위권에서 주행하는 것은 힘들다고 판단한것 같습니다. (노면이 워낙 들쑥날쑥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로렌조가 타이어에 대한 만족과 불만에 관한 의사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보통 FP4 세션은 Q1 세션 전에 30분간 주행하는 세션으로 라이더 대부분이 레이스 시뮬레이션을 실시합니다. 이번 FP4에서는 페드로사가 2위를 했는데요. 완벽한 Dry 컨디션에서만큼은 페드로사도 강한 페이스를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썼듯이 스타트가 순위를 결정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

이번 Q2에 직행한 라이더 가운데 눈여겨볼 부분이 있는데요. 바로 KTM의 폴 에스파가로와 브라들리 스미스입니다. 지난 Jerez전부터 빅뱅엔진을 투입하면서 약간은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는데요. 이번에는 두 라이더가 모두 Q2에 직행한 것입니다. Q2에서도 폴 에스파가로가 8위, 스미스가 10위를 한 것인데요. 투입된 빅뱅 엔진의 출력이 확실히 좋아졌다는 폴 에스파가로의 평입니다.

도비지오소와 요한 자르코가 Q1에서 0.069초 차이를 보이며 1, 2위로 Q2에서 경쟁을 하게 되었는데요. Monster Yamaha Tech 3의 자르코(Johann ZARCO)의 경우 Q1에서는 굉장히 특이한 작전을 가지고 나온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Pit In 없이 15분간 주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처음 본 듯합니다) 물론 작전이 좋았기 때문에 Q2에 진입이 가능했지요. 자르코는 Q2에서 초반 6분 정도를 Pit에 머물면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리고 딱 한 번의 Run에서 5랩을 주행 체커기가 발령된 상황에서 1'32.229로 3위를 차지하면서 홈 팬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습니다. 자르코는 사실 루키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상위권에서 기존 라이더를 대단히 위협적으로 압박하고 있는데요. FP4 세션에서도 4위라는 좋은 페이스를 보여준 것을 보면 홈에서 MotoGP 첫 포디엄의 확율이 제법 높아보입니다. 만약 자르코가 우승을 한다면 Le Mans에서 클래스 통털어 로컬 라이더가 우승한 여섯 번째 사례가 됩니다. 또한 포디엄에 오른다면 로컬 라이더로는 프리미어 클래스 네 번째 포디엄이며 4스트록이 도입된 2002년 올리비아 잭 이후 두 번째 기록이 됩니다.

요한 자르코는 팀과 옵션을 포함하여 1년 계약을 했었습니다. 팀 메이트인 요나스 폴거도 마찬가지구요. 그런데 루키 답지 않은 활약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죠. 팀과 2018년까지 연장 계약에 합의 했습니다.

지난 Jerez에서 많이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던 Movistar Yamaha MotoGP의 발렌티노 로씨(Valentino ROSSI)는 이번 레이스 위크에서 상당히 좋은 페이스를 보여줬습니다. Q2에서는 비냘레스에 0.106초 차이로 2위를 차지 했고 올 시즌 가장 좋은 예선 성적을 보여줬는데요. 저는 예선보다 FP4 세션을 눈여겨 보았습니다. 다른 라이더들은 Front와 Rear Soft, Medium 장착해서 주행했는데 유일하게 로씨만 Front Medium, Rear Hard 컴파운드를 장착한 상태로 3위를 한 것입니다. 목요일 기자회견에서 새로 포장된 노면 그립에 많은 기대를 한다고 했는데요.

다른 라이더보다 Harder한 컴파운드로 레이스 시뮬레이션에서 좋은 랩타임을 보여준 것을 보면 예선 2위 보다도 FP4 세션의 3위가 더 레이스에서 경쟁력있는 순위라고 생각합니다.
결승에서도 Rear Hard 컴파운드를 선택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충분한 그립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Medium이던 Hard던 시즌 첫 우승을 충분히 노려볼 만합니다. 로씨는 Le Mans전 3년 연속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2008년 우승 이후 거의 10여 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FP4 세션에서 1위를 했던 Movistar Yamaha MotoGP의 매버릭 비냘레스(Maverick VIÑALES)가 시즌 두 번째 폴포지션을 차지했습니다. 사실상 정상적인 폴포지션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지난 개막전 Losail에서는 비로 인해 예선이 취소되면서 FP 세션 랩타임으로 예선 그리드를 정하면서 폴포지션이 되었습니다. 이번 폴포지션으로 비냘레스는 개인 통산 13회를 기록하게 되었고 시즌 3승에 도전하게 됩니다. 특히 이번 예선은 Yamaha 라이더가 1, 2, 3위를 휩쓸었는데요. 지난 Jerez전과 완전히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Honda에서는 칼 크러치로우가 가장 좋은 랩타임으로 4위를 했고 마르케즈가 5위를 했습니다. 마르케즈는 FP와 Q2 세션에서 두 번이나 전도할 만큼 그립으로 인해 고전했는데요. 바이크의 세팅을 조금씩 변경하면서 주행을 했는데 노면 컨디션이 오락가락하면서 100%의 상태를 만들지 못한 부분도 있고 오늘 있을 Warm Up Lap 세션에서 레이스를 위한 세팅을 마무리한다고 합니다. Ducati 가운데는 Q1을 거친 안드레아 도비지오소가 6위, Ducati GP16을 사용하는 스캇 레딩이 7위를 했습니다.

MotoGP Race
예선 5위 마크 마르케즈는 결승에 앞서 진행된 Warm Up 세션에서 어느 정도 페이스를 끌어올리면서 1위를 했습니다. 폴포지션을 차지한 비냘레스는 마르케즈에 0.161초 차이로 4위, 로씨 8위, 페드로사가 11위를 했습니다. Warm Up 세션은 결승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세션이기보다 미진한 부분을 점검하는 차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세팅이 모자라면 테스트하는 개념일 수 있고 결승에서 사용할 타이어를 테스트한다던가 하는 것이죠. 하지만 마르케즈 정도의 라이더라면 영향이 어느 정도 미칠 수 있는 세션이 되기도 합니다.

기온이 높지 않은 21도였지만 노면 온도는 레이스에 적정한 37도에서 레이스가 시작되었습니다. Front와 Rear 타이어는 칼 크러치로우만 제외하고 모두 Soft와 Medium 가운데 선택했습니다. 크러치로우는 Front Hard 컴파운드를 선택했으며 요한 자르코는 Front, Rear 모두 Soft 컴파운드를 선택하는 도박(?)에 가까운 선택을 했습니다. 비냘레스, 로씨, 로렌조는 Front, Rear Medium을 선택하였고 페드로사는 Front Medium, Rear Soft 컴파운드를 선택했습니다.

예선 리뷰에서 썼지만 로씨는 이미 Rear Hard 컴파운드를 거의 유일하게 사용하면서 타이어 그립에 대한 믿음이 상당히 컸고 페이스 역시 매우 좋은 상황이었습니다. 이번 결승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Movistar Yamaha MotoGP의 발렌티노 로씨(Valentino ROSSI)라고 생각합니다. 로씨는 레이스 중에도 결코 오버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했고 타이어 관리까지 하면서 나름대로는 여유있는 레이스 운영을 해주었습니다.
앞서 주행하던 요한 자르코는 모두 Soft 컴파운드를 선택했지만 노면 온도가 오를수록 타이어 그립이 낮아지기 때문에 자르코보다는 팀 메이트인 비냘레스에 포커스를 두고 주행을 하는 듯 했습니다. 아마도 자르코는 자신이 있고 홈 레이스인 만큼 초반 선두로 격차를 벌릴 작전이었던 것 같았습니다만 십게 통할 작전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발렌티노 로씨의 작전은 정말 괜찮았었습니다.

3랩을 남겨둔 시점 T3에서 추월에 성공하면서 2위 비냘레스에 0.4초 이상까지 격차를 벌리기도 했습니다. 2008년 이후 Le Mans전 우승이 없었던 로씨로서는 10여 년 만에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특히 2001년 Honda의 500승을 기록했고 이번 레이스는 Yamaha의 500승째를 기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선두로 주행하던 로씨는 T6에서 레이싱 라인을 조금 벗어나면서 브레이킹 포인트를 놓쳤고 이로 인해 코너를 크게 돌면서 비냘레스에게 선두 자리를 내어주게 됩니다.

이때가 마지막 랩이었습니다. 사실 로씨가 브레이킹 포인트를 놓치는 실수를 자주 하는 라이더가 아님에도 이렇게 중요한 상황에서 벌어진 것입니다. 그렇게 선두를 추월하기 위해 강하게 푸쉬하던 로씨는 T11에서 특이하게도 Rear가 미끄러지면서 전도로 리타이어하고 말았습니다. 우승은 둘째 치더라도 2위 포디엄을 세 개의 코너를 앞두고 놓치고 만 것입니다. 로씨가 레이스에서 리타이어해서 포인트를 얻지 못한 것은 지난해 일본 15전 Motegi전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T11의 경우 매년 2~4건 정도의 전도만 있을 정도로 전도가 매우 적은 코너 중 하나인데 어떤 이유인지 그곳에서 그것도 리어가 미끄러진 것입니다. 발렌티노 로씨 본인도 인터뷰에서 프론트도 아니고 리어가 그립을 잃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이번 리타이어로 인해 발렌티노 로씨는 챔피언십 포인트 리더에서 3위로 내려 앉았습니다. 하지만 리더의 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10회 월드 챔피언 타이틀 획득에 있어 이번 리타이어는 정말 뼈아픈 것입니다. 18회의 그랑프리 중 이제 다섯 경기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팀 메이트인 비냘레스가 벌써 3승을 가져갔기 때문에 견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1993년 현재 챔피언십 포인트가 도입된 이후 지난 Jerez전까지 최저 포인트 리더였습니다. 이번에 리타이어가 없이 2위 포디엄에라도 올랐다면 챔피언십의 방향이 달라졌을 겁니다. 왜냐하면 다음 그랑프리는 발렌티노 로씨의 홈인 이탈리아 Mugello이기 때문입니다. 우승이든 포디엄이든 다음 Mugello, Catalunya, Assen까지 로씨가 강한 서킷에서 계속해서 그랑프리가 이어지기 때문에 리타이어는 너무도 뼈아픈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전도 리타이어가 제일 아십고 안타까운 리타이어였습니다.

경기 내용은 사실 최고라고 해도 모자라지 않는 레이스였습니다. 예선 13위로 FP 세션 내내 고전하던 Repsol Honda Team의 대니 페드로사(Dani PEDROSA)는 로씨의 리타이어로 인해 어부지리 3위로 포디엄에 올랐습니다. Le Mans 서킷의 노면폭이 넓지 않고 Stop and Go의 레이아웃인지라 슬립 스트림 등의 추월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오로지 브레이킹과 코너속도로 추월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페드로사는 대단히 선전한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13 그리드에서 스타트 1랩에서 7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습니다. 

Front Medium, Rear Soft를 선택한 것도 페드로사의 중량을 생각했을 때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지난 Jerez전 우승에 이어 계속해서 포디엄에 오른 페드로사는 챔피언십 포인트 6위에서 2위까지 올랐습니다. 홈 레이스를 맞은 Monster Yamaha Tech 3의 루키 요한 자르코(Johann ZARCO)가 MotoGP 클래스 다섯 레이스 만에 2위로 첫 포디엄에 올랐습니다. 예선 리뷰에서도 썼지만 포디엄 가능성이 매우 컸던 자르코는 자국 팬의 엄청난 응원을 등에 업고 레이스를 할 수 있었는데요. 스타트도 정말 좋았고 6랩까지는 선두로 주행했습니다.

지난 개막전 Losail에서 선두로 주행중 전도로 아십게 리타이어한 자르코는 이번 만큼은 그런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무리한 주행은 삼가했다고 합니다. 거기다 도박에 가까운 Front, Rear에 Soft 컴파운드를 장착했기 때문에 레이스 초반 2위와의 격차를 크게 벌리지 못하면 추월을 허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자르코 본인도 7랩 정도를 남겨 놓고 그립이 없어서 고전했다고 했습니다. 만약 Medium을 선택했다면 또 다른 결과를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결과적으로 도박에 가까운 타이어 선택은 성공적이었던 것이죠.

프리미어 클래스에서 로컬 라이더가 포디엄에 오른 것은 1987년 Christian SARRON의 3위  이후 29년 만의 쾌거였습니다. 2008년 호르헤 로렌조, 2013년 마크 마르케즈 당시 루키를 능가하진 못하지만 거기에 버금가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네요. 전범기 헬멧만 바꾼다면 매너도 좋고 실력도 좋은 자르코가 인기를 좀 끌텐데 안타깝습니다. 폴포지션을 차지한 Movistar Yamaha MotoGP의 매버릭 비냘레스(Maverick VIÑALES)가 Pole To Finish로 시즌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비냘레스는 로씨와 같은 Medium 컴파운드를 선택했습니다. 7랩에서 선두 자르코를 추월한 비냘레스는 로씨의 추월로 조금 흔들렸지만 로씨가 실수하는 틈에 추월에 성공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비냘레스의 이번 레이스 주행은 본인으로서도 최고의 레이스였습니다. 특히 눈여겨 볼 것은 마지막 랩에서 Race Circuit Best 랩타임을 기록한 것입니다.

1'32.309초로 로씨가 2015년 1'32.879초를 약 0.5초나 앞당겼고 예선에서 크러치로우의 랩타임과 거의 동일한 랩타임을 기록한 것입니다. 로씨도 최고의 페이스였지만 마지막 랩에서 서킷 베스트 랩을 기록한 비냘레스 역시 대단히 무서운 라이더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만큼 로씨를 가장 견제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외모는 순하지만 마르케즈 못지않은 승부욕을 지닌 무서운 천재인 것이죠.

사실 비냘레스가 어제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지만 로씨의 전도가 비냘레스 때문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팬이 많을 겁니다. 로씨에게는 가장 무서운 적이니까요. 이번 우승은 Yamaha의 500번째 우승이자 비냘레스 개인 통산 20승째를 기록한 것이며 올 시즌 벌써 3승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로씨가 어제 전도하지 않았다면 T13에서 정말 멋진 배틀이 있었을지도 모르고 비냘레스 본인도 끝까지 멋진 배틀을 하고 싶었다고 했는데요. 그 전에 로씨가 전도해서 바램대로는 되지 않았죠. 로씨가 전도한 것도 몰랐다고 합니다.

또한 비냘레스가 T9에서 브레이킹 실수로 코너를 가로질러서 다시 합류하는 모습이 보이죠. 사실 로씨는 지난 Austin전에서 자르코의 인코너 공략으로 로씨가 코너를 벗어났고 0.3초의 페널티를 부과받은 바 있는데요. 레이스 디랙션이 시간을 분석한 결과 오히려 비냘레스가 랩타임에서 약간의 손해를 봤다고 합니다. 그래서 페널티는 부과되지 않았습니다.
Ducati Team의 안드레아 도비지오소는 페드로사의 접전 끝에 4위를 했습니다. 포디엄에 오를 수 있다면 기대로 강하게 푸쉬하다보니 오른쪽 팔에 힘이 빠지는(아마도 암 펌프를 의미하는것 같은데요.) 현상 때문에 속도를 늦추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올해는 꾸준히 상위권에 있고 불운이 겹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느 해보다 좋은 성적을 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팀메이트인 예선 16위 호르헤 로렌조는 Dry 컨디션에서 8위를 목표로 한다고 했는데요. 예상외로 6위로 체커기를 받았습니다.

사실 스타트가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1랩에서 겨우 세 명만 추월한 상황이었는데요. 안정적인 주행으로 조금씩 순위를 높여갔습니다. 본인도 이렇게 Ducati GP17로 안정적인 주행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Le Mans전에 대단히 강했고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고 있던 로렌조로서는 최선, 최고의 성적을 거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마크 마르케즈는 T3에서 전도 이번 Race Weekend에만 세 번째 전도를 했는데요. 올 시즌 두 번이나 전도 리타이어로 챔피언십 포인트에서도 4위로 밀려났습니다. 웜업 세션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자신감을 찾은 마르케즈는 세명의 Yamaha 라이더들이 워낙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4위 정도를 목표로 계속해서 뒤쫓아서 주행한 것인데요. 그것조차도 한계를 조금 벗어날 정도의 주행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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