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아는(타는) 만큼 보인다고, 자전거를 오래 탈수록 보는 눈이 높아진다. 특히 자전거 타는 사람의 실력이 늘면 늘수록 그에 어울리는 자전거가 필요한데, 일부 골수(?) 라이더는 마음에 둔 자전거를 못 타면 상사병과 비슷한 증세를 경험하게 된다고 하니, 건강을 위해서도 반드시 마음에 드는 자전거와 부품, 액세서리를 손에 넣어야만 한다.

자전거를 처음 살 때의 ‘이 자전거 한 대’로 평생을 타겠다는 맹세는 잊어라. 결혼과 같은 신성한 것이 아니다. 원하면 손에 넣고, 만족감을 느끼며 뽐내는 것이 라이더의 진정한 기쁨 아니겠는가? 특히나 끝없이 마수를 뻗쳐오는 업그레이드 유혹을 영원히 떨쳐버리는 방법은 하나, ‘끝판 왕’을 사는 것. 물론 재미로만 살펴보고 가정과 지갑의 평화를 지키는 것 또한 독자 여러분의 자유다.

 

콜나고 콘셉트 프레임

자전거의 핵심은 ‘프레임’이다. 아무리 비싸고 고급스러운 부품을 장착해도, 이름 없는 브랜드의 프레임이라면 ‘이름 없는 자전거’가 될 뿐이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멋지고 훌륭한 브랜드의 자전거를 고르는 것이 고급스러운 자전거의 시작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콜나고 콘셉트는 제법 훌륭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콜나고는 이탈리아 브랜드다. 브랜드 로고에는 5색의 띠가 들어있는데, 이 띠는 ‘월드챔피언’을 배출한 브랜드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변변한 역사도 없는 브랜드의 자전거에 그냥 멋으로 5색 띠를 넣은 것과는 취급을 달리한다. 단, 하나의 사소한 티가 있는데 MADE IN ITALIA가 아니다. 관대하게 넘어가자. 가격은 550만 원, 아트 컬러는 580만 원.

한때의 유행에 휘말려 수수하고 무난한 컬러를 고르는 ‘실수’를 하지 않기를 권한다. 자전거를 두고두고 자랑하려면 역시 화려한 것이 제일이다. 20년 정도 묵히면 훌륭한 클래식이 될 것이 분명하다.

 

팔리 Z1 프레임

‘영원한 클래식인 동시에 엄청난 진보의 상징, 팔리 Z1’ - 팔리(PARLEE)를 소개하는 공식 수입사의 문구다. 심플한 직선의 튜빙을 쓴 모양새는 클래식하고, 자전거 프레임의 소재는 카본이니 틀린 말은 아니다. 참고로 팔리는 역사가 오래된 브랜드는 아니지만, NAHBS라는 수제 자전거 경연대회 카본프레임 부문에서 우승을 거두며 세계 최고의 ‘수제’ 카본 메이커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팔리도 여러 가지 모델이 있지만 Z1의 진가는 ‘주문 제작’ 모델이라는 점이다. 틀에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카본 튜브를 썰어서 이어붙여 만드는 자전거다. 0.1도 단위로 각도를 조절하고, 1mm단위로 길이도 조절할 수 있다. 다만 0.1도 단위로 내 몸에 맞는 자전거를 설계하는 것이 먼저다. 자전거의 설계와 피팅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일반 모델을 고르는 것이 속편할 수도 있다. 가격은 커스텀 990만 원, 일반 지오메트리 870만 원.

팔리가 어떤 자전거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 약점이자 동시에 매력이랄까, 숨은 진주를 갖고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 섭섭함을 동시에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팔리 Z1이 정말로 굉장한 자전거라는 사실은 확신을 가져도 좋다. 특히 카본무늬가 그대로 보이는 프레임은 ‘작품’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양산품’을 거부하는 라이더를 위한 훌륭한 선택 아닐까?

 

라이트웨이트 마일렌슈타인 오베르마이어 휠

자전거의 알파가 프레임이라면, 오메가는 휠이다. 라이트웨이트 마일렌슈타인 오베르마이어(Lightweight Meilenstein Obermayer)라는 휠을 자전거에 장착한다면 성능과 사람들의 시선 둘을 모두 얻을 수 있을 것은 분명하다.

“가볍고 단단해서 새처럼 날아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라이트웨이트의 마일렌슈타인 오베르마이어에 대한 설명. 적어도 휠을 장착했을 때의 기분은 날아가고도 남지 않을까? 단, 강한 옆바람에는 주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미 단종되었지만 ‘골드 에디션’과 같은 한정판 모델을 구할 수만 있다면 한강 어디에서나 돋보이는 라이더가 될 수 있다. 참고로 라이트웨이트 마일렌슈타인 오베르마이어 일반 모델의 국내 판매가격은 795만 원, 화이트/블랙 에디션 같은 특별 모델의 가격은 850만 원이다.

 

THM 피뷸라 브레이크, 클라비큘라 크랭크

카본소재로 만든 부품이 첨단, 최신의 기술인양 포장되어 있지만, 실은 대량생산이 어렵고 사람의 손이 가는 제품이다.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제품일수록 비싸고, 또 허술한 부분이 있어도 ‘핸드메이드 감성’으로 넘어갈 부분이 많다는 점은 굳이 지적하지 말고 넘어가자.

이런 핸드메이드 감성 가득하고, 가볍고, 비싼 부품을 만드는 메이커 중 THM이 있다. 그야말로 ‘알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브랜드’라 소개하면 적절할 듯하다. 

카본과 티타늄이라는 경량소재에 심취한 라이더라면 THM의 피뷸라 브레이크 캘리퍼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가벼움을 과시하기 위해 도색마저 생략하고 카본무늬를 드러냈다. 경량 브레이크 중 제동력이 형편없는 제품도 많지만, 피뷸라 브레이크 캘리퍼는 잘만 관리하면 상당히 우수한 제동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단, 청소는 자주 해주어야 한다.

THM 클라비큘라 크랭크 또한 괴상한 모양새에도 불구하고 ‘모습으로’ 경량을 과시하는 부품이다. 물론 실제로도 엄청나게 가볍고, 마치 부러질 것 같은 새의 골격 같은 모양새는 실제로도 주의가 필요하니, 과체중 라이더는 사용할 수 없다. 필자 또한 같은 이유로 갖고 있던 크랭크를 떠나보내야 했다.

 

엘리트 레로이카 보틀, 레전드 팩토리 윙 케이지

예쁜 물건을 마다할 사람은 별로 없다. 특히 자전거를 너무나 사랑하고, 사이클링 문화에 심취했고, 자전거가 단순한 탈 것이 아닌 공예품이라 생각하는 이라면 자전거 부품, 액세서리 하나라도 사소하게 고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당연히 물병과 물병을 자전거에 부착하기 위한 케이지도 예외가 아니다. 

장식품처럼 보이지만, 물병과 케이지 모두 ‘자전거 전용’ 제품. 그것도 내로라하는 이탈리아 브랜드다. 엘리트의 ‘레로이카(L'Eroica)’ 물병은 클래식 라이딩 이벤트인 에로이카의 참가자를 위한 제품. 자전거는 클래식한데 어울리는 물병을 찾아 수십년된 물병을 구하던 이들을 구원하기 위한 제품이다. 알루미늄 병에 코르크 마개로, 금속 냄새가 살짝 나기에 사실 물맛은 별로다. 가격은 일반 자전거용 물병의 약 5배 정도. 

날개 모양 물병 케이지는 이탈리아 커스텀바이크 공방 ‘레전드 팩토리’ 제품. 레전드 자전거를 주문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인데, 케이지만 따로 구하기가 사실 쉽지는 않다. 해외 쇼핑몰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물병 케이지 2개 가격은 40만 원 정도. 자전거에 약간의 사치(?)를 부리고 싶다면 구입해봄직 하다.

가격대비 성능을 무시하고, 어디에서나 자랑해볼 만한 아이템을 몇 가지 골라보았다. 이정도의 장비를 갖춘다면 영원히 만족하며 탈 수 있는 자전거가 만들어질까? 하지만 기사를 보더니 모 브랜드의 1,060만 원짜리 휠을 구입했다는 옆자리 신입기자의 한마디가 가슴 깊이 파고든다.
“끝판 왕을 질러도 신제품의 유혹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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