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3일, 혼다코리아는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쏠비알 펜션에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시승회를 개최했다. 이번 시승회는 그동안 대형 모터사이클 시장에 소극적이었던 혼다의 전환점을 만들어 줄 5종의 신모델을 소개하고, 테스트 라이딩을 통해 매력을 확인하는 자리다. 또한 제품 홍보만이 아닌 시승 후 피드백을 통해 혼다가 진일보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이번 시승회에 등장한 모터사이클은 CBR1000RR, CBR1000RR SP, X-ADV, CB1100RS, CRF250L RALLY까지 총 5종으로 다양한 장르, 배기량을 가진 폭넓은 라인업으로 꾸려졌다. 특히 다섯 기종 모두 올해 완전히 새로 선보이는 모델 혹은 풀체인지되는 모델이다. 또한 발매 전부터 국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혼다에서도 비중을 두고 있는 기종이다.

첫 행사 일정은 혼다코리아 마케팅팀 김선수 팀장의 신모델 5종의 상세한 설명과 함께 간단한 질의응답, 그리고 시승 코스에 대한 설명으로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었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 후 ‘안전하고 즐겁게 즐겨달라’는 혼다코리아 미우라 상무의 인사말과 함께 시승회가 시작되었다.

이날 시승은 기종에 따라 두 코스로 나눠서 진행되었다. 스포츠성이 강한 온로드 바이크 CBR1000RR과 CBR1000RR SP, CB1100RS는 유명산자락을 지나며 온로드 기종의 코너링 성능을 느낄 수 있는 A코스를 주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멀티퍼포즈 기종인 X-ADV와 CRF250 RALLY는 다재다능함을 느낄 수 있도록 숏코너와 약간의 임도 주행이 혼합된 B코스를 달리도록 꾸려졌다.

 

X-ADV

세간의 화제를 모아온 X-ADV는 도심형 크로스오버 모터사이클이다. 외형이나 조작감은 스쿠터에 가깝다. 인테그라의 오프로드 버전이라고 이해하면 좋지만 본격적인 오프로더로 보기는 어렵다. 실전에서 가장 유효한 것은 작동 폭이 꽤 늘어난 서스펜션 덕에 승차감 면에서 크게 안락해졌다는 점. 라이딩 포지션이 무척 자연스럽고 마치 의자에 앉은 것처럼 피로감이 없었다. 이런 점이 조합되어 다소 거친 노면이나 초행길에서 페이스 높여 달릴 때도 여전히 높은 안심감으로 작용해 스트레스 없이 즐길 수 있었다. 

가장 놀란 것은 전작과 대비할 때 월등히 나아진 DCT의 조작감이다. 다운쉬프트 때 특히 반 박자 늦게 반응해 스포츠라이딩 상황에서 오히려 써먹기 난감했던 것이, 이제는 진정한 의미의 스포츠를 즐길 수 있을 만큼 반응이 빠르고 이질감이 줄었다. 업 쉬프트도 무척 부드럽고, 모드별로 변속 타이밍이 상당히 보완된 흔적이 느껴졌다.

하지만 역시 차체 무게가 여전히 상당해서 마음 놓고 오프로드에 뛰어들기에는 부담스러웠고, 어디까지나 험로가 나타나면 흔쾌히 지나가는 용도의 투어링 바이크로, 온로드만 고집했던 인테그라의 기존 대비 영역이 확장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CRF250 랠리

이미 한국에 출시되어 오프로드 입문자에게 사랑받았던 CRF250L의 후속으로, 랠리 바이크다운 터프한 외모와 늘어난 연료탱크로 항속거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어든 것이 반가웠다. 무게가 다소 늘어 전반적으로 안정감이 늘어난 데다, 서스펜션 능력이 크게 좋아져 어지간한 험로는 아무렇지 않게 주파할 수 있다. 엔진이나 동력계통은 온로드 스포츠 라이딩에 적합한 250cc로 여전히 한계가 있어 다소 높게 회전수를 유지해야 원하는 타이밍에 가속할 수 있다.

엔듀로 투어링 바이크로는 아프리카 트윈이라는 큰 대안이 있지만 가격이나 덩치, 무게 등이 상당히 부담스럽고 벅차 보인다면 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온로드에 집착하지 않는 진정한 여행용, 어드벤처용 바이크로써도 상당히 매력적인 패키징이다. 입문하기에 적절한 가격도 큰 매력이며 모토캠핑용 바이크로 아주 잘 어울린다. 높은 연료효율로 온로드는 여유롭게 달릴 수 있고, 오프로드에서는 대형 프론트 휠과 뒷바퀴만 해지할 수 있는 ABS으로 짜릿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윈드스크린은 크기가 충분해 방풍성이 좋았고, 너클가드도 기본 장비되어 쾌적하다. 무척 다재다능하지만 엔트리모델인만큼 핸들 주변 파츠에서 저렴한 인상을 주는 점은 아쉽다. 한편으로 매력적인 판매가격을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CBR1000RR SP

192마력의 강력한 파워를 바탕으로 한층 더 첨예한 주행 보조장비를 더한 SP는 스탠다드 버전보다 강력한 것은 물론 프리미엄 슈퍼바이크에 어울리는 주행질감을 가졌다. 시승 날은 비가 내려 도로 사장이 여의치 않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화 된 토크컨트롤 시스템으로 문제없이 주행할 수 있었다. 고화질 TFT 액정 계기반은 훌륭한 가독성을 가져 어느 상황에서도 쉽게 주행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SP에만 들어가는 올린즈 스마트 EC 시스템은 차량에 탑재된 제어장치에서 정보를 받아 서스펜션의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다. 스탠다드 버전과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이며, 놀라울 만큼 경쾌한 운동성을 발휘하는 데에도 한 몫했다. 티타늄 연료탱크를 채용해서 위쪽의 무게를 1,300g이나 줄인 것도 영향이 크다. 퀵 시프터는 업/다운 모두 부드럽게 작동했으며 젖은 노면에서도 슈퍼스포츠 전용 ABS가 이질감 없이 잘 작동해주었다. 마른 노면의 트랙이라면 더욱 깊은 진가를 알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CB1100RS

이미 발매되어 인기를 누린 CB1100EX의 스포츠 버전이다. 스포츠 버전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레트로 디자인으로 강력한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어 다소 색깔이 강렬하지 않지만, CB1100시리즈만의 고유한 무게감도 잘 유지한 채 스포츠 주행성능을 다소 높여 젊은층에게 어필하기에 충분해보였다. 하지만 역시 정차 시의 체감 무게는 상당해 도심에서 운용하기 좋은 바이크라기보다는 달리기 시작하면 본질이 드러나는 타입이라서 접근성을 보았을 때 누구나에게 추천하기에는 망설여진다. 

아이들링 스피드도 1,000rpm 주변으로 매우 낮은데, 2,000rpm만 되어도 부드럽게 가속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공랭의 거친 느낌대신 한없이 부드러운 현대 4기통의 질감에 가까워 요즘 바이크에 익숙한 젊은 층이라도 다루기 어렵지 않고 이질감이 적다. 외관상 보이는 조형미는 여전히 멋지다. 한편 기존 휠 사이즈에서 조금 작아진 17인치 앞 휠로 운동성이 조금 더 예민해졌다. 예전 CB시리즈가 떠올리는 부드럽고도 말끔한 핸들링 특성이 반가웠다. 라이딩 포지션은 의외로 EX와 비교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며 여전히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4기통 네이키드 바이크라고 느꼈다.

시승 후에는 시승 소감과 기종별 장단점을 발표하는 별도의 피드백의 시간을 가졌다. 아쉽게도 온로드 기종을 체험하게 되는 시승 막바지에 난 데 없는 폭우로 인해 본격적인 시승에 차질이 생긴 점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그랬던 만큼 많은 안전요원을 곳곳에 배치한 혼다의 안전관리가 유난히 돋보였다. 또한 경쾌함과 사용자 친화적인 특성을 우선시하는 혼다의 개발철학이 담겨있는 5종의 핵심 차종을 통해 혼다가 추구하는 토털컨트롤의 미학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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