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스타 모터사이클(Star Motorcycle)이 야마하로 통폐합됨에 이어 올해 야마하 크루저의 새로운 출발을 기념하는 듯한 모델, Star Venture가 새로이 등장했다. 스타 벤처의 혈통을 찾아 올라가면 다소 복잡한 과거사가 나온다.

스타 모터사이클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야마하는 미국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스핀오프 브랜드로 아메리칸 크루저를 전문으로 다루는 스타 모터사이클을 만들었다. 스타 모터사이클은 크루저에 집중함으로 야마하의 스포티한 이미지와 분리하고 양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크루저 스타일의 ‘미국적인’모터사이클을 라인업에 편입, 추가하면서 미국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혁혁한 성과를 올렸다.

야마하와는 별개의 브랜드였지만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스타와 야마하를 따로 구분 짓지 않고 야마하 브랜드로 판매되었다. 또한 미국 내에서도 야마하-스타로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이 있을 정도로 존재감이 희미했으니 태평양 너머의 대한민국에서는 스타의 존재를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스타 벤처의 시초는 ‘로얄 스타 벤처(Royal Star Venture)’로 볼 수도 있지만 콘셉트를 감안하면 벤처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벤처 로얄(Venture Royale)’에 가깝다. 벤처 로얄은 당시 골드윙의 대항마로 등장한 V4엔진을 장착한 투어러였다. 에어 서스펜션과 라디오, 전자식 크루즈 컨트롤 등 당시로써는 놀라운 기술이 잔뜩 들어간 모델로 스타 모터사이클이 만들어지기 1년 전인 1993년까지 생산되었다. 

벤처 로얄은 단종됐지만 이 바이크의 V4 엔진은 스타 모터사이클의 대표기종인 로얄 스타 시리즈와 V-MAX 등의 후속기종에 사용됐고 후속기종은 스타 모터사이클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 비록 공식적인 자료는 없지만 벤처 로얄이 스타 모터사이클의 시작에 큰 역할을 해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올해 벤처 로얄의 콘셉트와 이름을 그대로 계승한 듯한 스타 벤처가 새롭게 등장했다. 모험을 뜻하는 이름처럼 영락없는 대륙횡단용 모터사이클의 모습이다. 전면부 페어링은 야마하의 스포티한 디자인 철학이 잘 녹아있다. 4개의 LED헤드라이트가 참 야마하답다는 느낌이다. 반면 V형 2기통 엔진과 탱크부터 사이드백, 후미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아메리칸 투어러의 모습이다. 다소 이색적인 조합이지만 어색하지는 않다. 30년전 벤처 로얄의 디자인 콘셉트를 현대적으로 살려낸 모양새다.

야마하다움은 디자인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내부적으로는 기존 아메리칸 투어러에서 볼 수 없던 호화로운 장비가 잔뜩 사용되었다. 크루즈 컨트롤과 연동식 ABS는 당연히 기본 사양이다. 또한 이 장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TCS가 장착되어 있고 YCC-T를 이용한 2개의 출력모드도 지원한다. 스마트키 역시 기본 적용되고 탑박스와 사이드백은 스마트키를 이용한 전자식 잠금장치가 내장되었다. 

가장 재미있는 전자장비는 Sure-Park System이라고 불리는 주차보조 장치다. 무거운 대형 크루저를 뒤로 미는 일은 중노동이기에 모터사이클에 후진 모터가 장착된 경우를 간혹 볼 수 있다. Sure-Park System은 이에 더해 모터를 이용한 전진 기능까지 지원한다. 약 시속 1km로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무게나 강한 토크의 압박감 없이 경사로에서도 힘들이지 않고 주차할 수 있다. 

스타 벤처는 미 대륙을 횡단하기 위한 투어링 바이크인 만큼 오랜 라이딩도 편하게 달리기 위한 방풍시스템과 열선 시스템이 완비되어 있다. 윈드스크린은 전동식으로 높낮이를 7cm가량 조절할 수 있다. 전면부 페어링은 편안한 주행을 위해 공기역학적으로 디자인되어 있고 측면에는 운전자에게 오는 바람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디플렉터가 부착되어 있다.

핸들과 시트에는 열선이 내장되어 있다. 또한 동승자석에는 시트뿐만 아니라 등받이에도 열선이 내장되어 있는 점이 특징이다. 별도 옵션을 통해 운전자 등받이와 동승자 손잡이에 열선을 추가할 수도 있다. 열선과 많은 전자장비를 내장하고 있는 만큼 타 모터사이클보다 커다란 발전장치를 2개 내장하고 있다. 발전 용량은 총 750W으로 내장된 열선장비와 별도의 열선 의류까지 동시에 사용해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장거리 주행을 위한 투어링 바이크가 오디오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중점을 두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스타 벤처 역시 마찬가지로 계기반과 오디오 시스템에 커다란 무게를 싣고 있다. 계기반은 터치스크린을 지원하는 7인치 컬러 LCD로 되어 있고 운전 중에도 간편히 조작할 수 있도록 핸들에 D-PAD라는 일종의 조이스틱이 장착되었다. 또한 헤드셋과 페어링을 한다면 음성을 통한 제어까지 할 수 있다. 

계기반에는 연료정보와 TPMS를 포함한 각종 차량 정보가 표시되며 별도 옵션을 통해서 내비게이션이나 위성라디오를 추가할 수도 있다. 또한 블루투스나 USB로 연결하여 휴대전화의 오디오, SMS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만약 헤드셋까지 페어링되어 있는 상태에서 주행 중 SMS를 받게 된다면 계기반에는 문자 메시지와 함께 TTS를 이용한 음성 안내까지 지원된다. 

스타 벤처는 기본 사양과 함께 편의장치가 더 추가된 TC 패키지(Transcontinental Option Package)가 적용된 사양까지 총 두 가지 버전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운전석에 2개의 고음질 스피커가 달려있지만 TC패키지가 적용된다면 탑박스에 별도의 스피커가 추가되어 동승자석에도 충분한 음향을 제공받을 수 있다. 동시에 오디오 제어 스위치가 추가되어 동승자는 별개로 오디오를 조절할 수 있으며 운전자와 서로 다른 음악을 감상할 수도 있다. 

또한 TC 옵션 적용 시 통해 계기반에 내비게이션과 위성 라디오 기능이 추가되고 수납공간이 2L가량 증가해 총 143L의 수납공간을 확보하게 된다. 그리고 도난방지를 위한 경보시스템이 추가되고 하단 페어링에는 LED 안개등이 장착된다.

엔진은 1,854cc의 V형 2기통 엔진이 사용됐다. 야마하-스타의 로드라이너에서 사용됐던 엔진으로 17.4kg.m의 최대토크를 2,500RPM에서 발휘하는 저회전, 토크 중심 엔진이다. 하지만 새로운 미션을 적용해 독특하게도 5단과 6단 미션이 모두 오버 드라이브 기어로 구성되었다. 대륙횡단용 모터사이클다운 세팅이다. 또한 대형 크루저로서는 보기 드물게 슬리퍼 클러치가 장착되어 있는 것도 특징이다.  

다만 연비는 아쉬운 편이다. 공식 연비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연료탱크의 크기는 약 25리터이고, 순항거리는 약 321km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토대로 단순 계산하면 연비는 약 리터당 12.84km. 표기 연비보다 실제 연비에 가까운 수치겠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언제나 코너링 성능에 집중하는 야마하답게 크루저지만 기민한 핸들링과 놀라운 무게분배를 보여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야마하에 따르면 434kg(TC 모델의 경우 437kg)의 무거운 중량을 갖고 있지만 무게중심 설정을 통해서 동급 경쟁기종에 비해 사이드스탠드를 움직이는 데에 힘이 22% 덜 들것이라고 한다. 꼭 사이드스탠드에 한한 것이 아닌, 저중량 설계를 통해 무게중심이 낮다는 이야기이다. 비슷한 이유로 민첩하고,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는 가벼운 핸들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속속들이 미국 시장에 특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크루저의 상식을 깨는 스펙과 야마하의 매력이 살아있는 스포티한 디자인은 미국만이 아닌 유럽과 대한민국에서도 통할지도 모를 일이다. 야마하가 주장하고 있는 대로 저중심 설계로 날렵한 핸들링을 가지고 있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스타 벤처는 미국에서 연 2,500대 판매를 목표로 8월부터 판매 개시될 예정이다.

비록 스타 모터사이클은 통폐합됐지만 1년 만에 ‘스타’의 이름을 가진 채로 부활하게 된 벤처 시리즈는 결과적으로 스타 모터사이클의 처음과 끝을 함께하게 됐다. 스타 벤처가 과연 ‘스타’라는 이름의 자부심과 야마하와 단일화된 스타 모터사이클의 성공적인 새 출발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