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Assen 서킷은 현재 개최 서킷 중 유일하게 1949년 FIM에 의해 첫 개최될 때부터 지금까지 87회 연속 개최가 이루어지고 있는 서킷입니다. Assen에서 최초로 모터사이클 레이스가 개최된 것은 1925년으로 당시 27.53km의 공도 서킷이었습니다. 1939~1946년까지는 2차 세계대전으로 레이스가 개최되지 않았고, 첫 개최부터 1954년까지는 16.54km, 1995년 7.704km, 1984년 6.027km 정도로 다시 줄였고 2006년 리노베이션으로 현재의 4.542km의 코스로 변경 된 것입니다.

그동안 유일하게 토요일 결승이 개최되었던 것이 2016년 시즌부터 일요일로 변경되어 개최되게 됩니다. 토요일 개최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토요일 결승이 개최되는데 이는 당시 서킷 근처에 교회가 있었던 겁니다. 1954년 전에는 서킷 형태가 아닌 도로에서 레이스를 하다보니 일요일 개최되면 도로를 통제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일요일 교회를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던 거죠. 그래서 시 의회에서는 레이스를 토요일 개최하는 것으로 결정을 한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토요일 결승을 개최했는데 이것이 Aseen만의 전통이 된 것입니다. 2015년에는 Race Weekend 3일간 142,150명의 관중이 찾았습니다.

Assen 서킷은 T1, T8, T9과 마지막 씨케인의 전면적인 스탠드 개보수 공사를 했습니다. 스탠드 보수 비용만 약 8,000,000유로가 들만큼 대대적인 공사를 한 것인데요. 관중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의자, 음료수 가판대 등의 시설까지 확충했습니다. 또한 그랜드 스탠드의 VIP 좌석은 높이를 높여 서킷의 전체를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Assen 서킷은 총연장 4.5km로 좌코너 6개, 우코너 12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메인 스트레이트 구간이 487m로 개최서킷 중 가장 짧습니다. 서킷 최고 속도는 2015년 이아노네 319.8km로 Misano 292.3km, Sachsenring 295.6, Jerez 295.9km, Motegi 310.3km에 이어 다섯 번째로 느린 서킷입니다. 연속되는 고속코너가 있기 때문에 평균 속도는 173Km로 Phillip Island, Mugello, Rio Hondo에 이어 네 번째로 빠른 평균 속도를 보이는 서킷입니다.

Overtaking Hotspot은 거의 매번 레이스에서 드라마틱한 추월이 나오는 라스트 코너 T16~T18 씨케인입니다. T5 헤어핀 코너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고속코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라이더의 공략이 어려운 서킷 중 하나입니다. 또한 3일의 Race Weekend 중 반드시 하루 이상 비가 내릴 확율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서킷이기도 합니다.

2016년은 Wet 컨디션으로 결승, 예선이 치뤄졌고 Crash는 T5 14회, T11 9회였으며 총 79회의 전도가 있었는데 이는 최근 5년간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전도였습니다. 2012년 48회, 2013년 52회, 2014년 38회, 2015년 39회였습니다. 결승 레이스는 MotoGP 클래스 총 26랩 118.1km, Moto2 클래스 총 24랩 109km, Moto3 클래스 총 22랩 99.9km를 주행하게 됩니다.

 

MotoGP Qualifying

Assen전 금요일 FP 세션 시작부터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잭 밀러는 코스 인하려고 할 때 Pit로 돌아와야만 했는데요. 브레이크 캘리퍼 문제였고 곧바로 도비지오소가 Mechanical 문제가 발생하면서 연기가 났고 이내 팀 메이트인 호르헤 로렌조가 T9에서 전도하면서 갑자기 Red Flag이 발령되었습니다. Ducati 위성팀인 Pramac의 페트루치도 도비지오소와 거의 동일한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세션 중단 이유는 도비지오소 바이크에서 오일이 누유되면서 로렌조가 전도한 것인데요. 누유구간이 길어서 무려 30분 정도 세션이 딜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엔진 문제로 보았지만 엔진 주변의 호스쪽 문제로 누유되었던 것으로 도비지오소는 이후 그 엔진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HRC와 2년 연장 계약을 공식 발표한 크러치로우는 기존 페어링(Fairing) 겉에 윙렛을 대신하는 새로운 페어링을 테스트했는데요. 아직 그 효과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데 페어링(Winglet)과 관련하여 규정의 모호함이 있었고 HRC는 기존 페어링에 부착이 가능한 파츠를 부착한 것입니다. 윙렛을 전면 금지하면서 프론트 페어링 규정을 만들었는데 이는 시즌 시작과 동시에 사용하기로 한 페어링의 좌우를 더 튀어나오게 설계하여 다운포스를 주는 것은 금지한다고 되어 있고 페어링의 범위는 프론트 휠축보다 150mm를 초과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HRC 보여준 것은 이 규정에 엄격히 따지면 위반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HRC는 그 파츠는 탈착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페어링으로 분류할 것이 아니라 예를 들면 머드 가드 처럼 탈부착 가능한 하나의 파츠로 봐야 한다는 것인데요.
만약 이것을 페어링의 일부로 그랑프리 위원회가 판단하게 되면 연간 두 번 변경 가능한 페어링의 횟수에서 1회를 사용하게 된 꼴이 되는 겁니다. 이번 페어링 상황으로 아마도 규정이 더 구체화되겠죠.

토요일은 FP3, 4, QP 세션이 진행되지만 예보대로 Assen 서킷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노면 온도가 16도 밖에 되지 않는 조건에서 Repsol Honda Team의 대니 페드로사(Dani PEDROSA)는 23위로 최하위를 했는데요. 노면 온도가 낮은 곳에서는 페드로사에게는 어려운 조건이 됩니다. 페드로사는 타이어 소모가 적은 라이딩 스타일과 적은 중량으로 인해 타이어 예열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FP1과 FP2에서는 썩 좋은 페이스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나쁘지 않았지만 Wet 컨디션에서는 확실히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Q2에서도 선두와 3.482초 차이로 12위를 한 것인데요. 

이렇듯 Wet 컨디션과 낮은 노면 온도에 고전하는 라이더가 또 있습니다. 바로 2013년 T13 고속 코너에서 하이사이드로 쇄골 골절 부상을 입은 Ducati Team의 호르헤 로렌조(Jorge LORENZO)입니다. 로렌조 역시 하드 브레이커도 아니고 비냘레스, 마르케즈, 로씨처럼 타이어 소모가 많지 않은 편으로 타이어나 바이크의 하중을 보았을 때 페드로사에 가까운 스타일입니다. FP1, 2 세션 종합 14위로 Q2에 직행하지 못한 로렌조는 Q1에서 11위로 예선 종합 21위를 한 것입니다. 이는 2003년 125cc 3전 스페인 Jerez 22위 이후 최악의 예선 성적입니다. 로렌조에 의하면 그립을 전혀 느낄 수 없었고 얼음판을 달리는 것 같다고 했지만 저는 99%는 심리적 불안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FP1, 2에서는 Dry 컨디션임에도 고속에서의 바이크 안정성이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2013년 트라우마가 로렌조를 대단히 압박하는 것이 Wet 컨디션에서는 그 이후 계속해서 대단히 부진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Q1에서는 라이더들이 타이어의 예열을 고려하여 Pit In 없이 15분간 계속해서 주행했는데요.
1, 2위가 계속해서 바뀌었고 스캇 레딩(Scott REDDING)과 Aprilia의 샘 로우스(Sam LOWES)가 Q2에 진출 했습니다. 특히 팀 방출설로 인해 위축되어 있는 샘 로우스가 처음으로 Q2에 진출했고 지난해 우승자인 잭 밀러(Jack MILLER)는 예선 13위를 했습니다. (Aprilia는 현재 페트루치와 바티스타를 로우스의 후임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Movistar Yamaha MotoGP의 발렌티노 로씨(Valentino ROSSI)에 의하면 2017년형 기존 섀시는 Monster Yamaha Tech 3의 자르코와 폴거가 사용하는 구형 섀시보다 좋지 못했고 채터링, 언더 스티어와 리어 타이어의 소모를 크게 했다고 합니다. 지난 Catalunya전 이후 진행된 테스트에서는 신형 섀시(프레임)과 구형 프레임의 비교 테스트가 실시되었지만 크게 차이점은 없었습니다.

이번 FP1, 2세션에서 발렌티노 로씨는 이 두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테스트 했는데요. 전 섀시보다는 긍정적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예선에서는 Monster Yamaha Tech 3의 2016년형 섀시를 사용했는데요. 확실히 Jerez에서 비냘레스와 로씨가 부진했을 때 Monster Yamaha Tech 3의 두 라이더는 이들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었죠. 바로 프레임에서 차이가 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로씨는 구형 프레임으로 예선에서 4위를 했는데요. 다른 세션에서도 상당히 경쟁력있는 모습을 보여준 만큼 시즌 첫 포디엄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Assen의 날씨가 변수입니다. 비가 계속 내리는지 오다 그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비가 온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만약 Flag To Flag으로 레이스가 진행되면 로씨는 신형 섀시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신형 섀시는 테스트를 위해 하나만 준비를 했기 때문에 예선에서 사용한 구형 섀시를 사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FP2 세션에서 1위를 했던 비냘레스(Maverick VINALES)는 올 시즌 가장 저조한 예선 성적인 11위를 했습니다.

비냘레스는 Wet 컨디션에서는 그립을 전혀 느낄수 없었고 이것이 타이어의 문제 같지는 않다고 했는데요. 확실히 이번 Assen전에서는 Michelin의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원인을 찾아봐야 겠지만 비냘레스 입장에서는 Wet 보다는 Dry 컨디션을 원할 것이고 Dry일 경우 포디엄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OCTO Pramac Racing의 다닐로 페트루치(Danilo PETRUCCI)는 역시 비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비뿐 아니라 FP1 세션에서는 캐리어 처음으로 세션 1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만큼 페이스는 대단히 좋았던 건데요. 지난 카탈루냐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First Row에서 스타트하게 된 페트루치는 Mugello전 예선에서도 Track Limit을 벗어나면서 해당 랩타임이 캔슬되었지만 폴포지션에 해당하는 랩타임이었습니다. 이번 예선 3위는 우연히 비가 와서 그런 것이라고 보기에 페트루치의 최근 페이스가 너무 좋습니다. 만약 비가 온다면 페트루치도 우승을 노려볼 만합니다.

Repsol Honda Team의 마크 마르케즈(Marc MARQUEZ)는 FP1 세션에서 13위였지만 이내 페이스를 끌어 올렸고 폴포지션에 0.065초 간발의 차이로 2위를 차지 했습니다. 폴포지션을 염두에 두고 마지막 타임어택에서 강하게 푸쉬했는데 당시 오일기가 발령되어서 순간 움찔하면서 약간의 랩타임을 손해 본 것이라고 합니다. Jerez전 이후 세 경기만에 First Row에서 스타트하게 된 마르케즈는 예선 점수로 BMW 승용차를 주는 BMW M Award 선두 자리를 다시 찾았습니다. 

Monster Yamaha Tech 3의 루키 요한 자르코(Johann ZARCO)가 1'46.141초로 클래스 데뷔 후 첫 폴포지션을 차지했습니다. 개인 통산 20회를 기록하는 자르코는 프랑스 라이더로는 2002년 독일 Sachsenring 올리비아 잭(Olivier JACQUE)이후 처음으로 폴포지션을 차지한 것입니다. 프랑스 라이더의 프리미어 클래스 15회째 폴포지션이기도 합니다. 지난 카탈루냐와 이번 아센에서 자르코는 전범기 문양의 헬멧을 쓰지 않고 있는데요. 앞으로 계속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러면 팬도 많이 늘어날텐데 말이죠.

스캇 레딩(Scott REDDING)은 FP3 세션에서 1위를 했지만 예선 5분을 남기고 T16에서 전도 아쉽게 5위를 했지만 시즌 베스트 기록이며 9위 도비지오소(Andrea DOVIZIOSO)는 T8에서 전도 당시까지는 가장 빠른 랩타임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만 아쉽게 더 끌어올리지는 못했습니다. 도비지오소의 3연승 도전은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루키인 폴거(Jonas FOLGER) 역시 6위로 자신의 시즌 베스트 예선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MotoGP Race

이번 MotoGP는 Moto3, Moto2 클래스 모두 대단히 박진감이 넘치는 결승이었습니다. 오전 Warm Up 세션에서는 Wet 컨디션으로 여러 명의 라이더들이 Pit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지난해 우승자인 잭 밀러가 큰 의미는 없지만 세션 1위를 했습니다. 요한 자르코의 첫 클래스 폴포지션과 다닐로 페트루치의 최근 상승세와 발렌티노 로씨의 괜찮은 페이스로 기대를 할 수 밖에 없는 레이스였습니다. 

이번 Race Weekend 동안 타이어 이슈는 잠잠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Assen의 노면 그립이 좋았고 Wet 컨디션에서는 Slick 타이어가 아닌 Rain 타이어를 사용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기온 18도, 노면 온도 25도로 레이스가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노면 온도 25도는 초반 타이어 예열에 시간이 필요할 수 있지만 알 수 없는 타이어의 소모 등의 현상은 확실히 덜한 컨디션입니다.

동계 테스트에서도 오전에 30도 정도의 노면 온도에서 가장 좋은 랩타임을 기록하기 때문에 이번 아센전의 노면 온도는 제법 좋은 컨디션이었다고 보입니다. Mugello전부터 라이더의 특성보다 바이크 특성에 맞추어진 타이어 선택이 보여지는데요. Front의 경우 자르코, 로우스, 에스파가로 형제는 Soft, 나머지 라이더들은 Medium을 선택했고 Rear의 경우 로씨, 비냘레스, 이아노네, 린스가 Hard, 자르코, 바버라, 로우스, 스미스, 폴거는 Soft, 도비지오소, 마르케즈, 페드로사, 크러치로우 등이 Medium을 선택했습니다.

특히 폴 포지션 요한 자르코는 프론트, 리어 모두 Soft를 선택하는 도박을 감행합니다. 또한 뮤젤로 전 이전까지는 크러치로우, 마르케즈는 다른 라이더들보다 Harder한 컴파운드를 선택했었습니다. 그 들의 라이딩 스타일이 타이어 소모가 많은 스타일이기 때문이었는데요. 이번에는 오히려 로씨와 비냘레스 Yamaha 라이더가 리어 하드 컴파운드를 선택하고 마르케즈와 크러치로우가 미디엄 컴파운드를 선택한 것입니다.

폴포지션 Monster Yamaha Tech 3의 요한 자르코(Johann ZARCO)는 프론트, 리어 컴파운드를 선택했고 레이스 시작부터 달아나는 작전을 펼쳤습니다. 보통 호르헤 로렌조가 컨디션, 페이스가 좋을 때 자주 사용하는 작전이기도 합니다. 자르코의 작전은 성공적이었습니다. 11랩까지는. 하지만 소프트 컴파운드로 선두로 달리면서 타이어 소모를 늦추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것입니다. 왜냐하면 선두에서 최대한 푸쉬해서 2위와의 격차를 벌려야 하지만 역부족이었고 그 만큼 타이어 소모는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8랩을 남겨놓았을 때 자르코는 4위로 주행 중이었지만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면서 White Flag이 발령되었습니다.

백색 깃발은 대기 시켜놓은 두 번째 바이크로 갈아 탈 수 있다는 신호입니다. 자르코는 이미 타이어의 한계가 다 되었기 때문에 바이크를 갈아 타기로 하는 작전으로 가장 먼저 바이크 스왑을 했지만 여기에서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바로 Pit Lane Speed Limit 60km를 초과하고 만것입니다. 자르코는 Ride Through Penalty를 부과 받고 순위권과는 완전히 멀어지면서 14위로 레이스를 마칩니다.

Assen 공포증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Ducati Team의 호르헤 로렌조(Jorge LORENZO)는 2003년 125cc 이후 역대 최악의 예선 성적인 21위를 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레이스는 Dry 컨디션에서 시작하게 되었고 비가 내리기 전까지는 12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습니다. 하지만 로렌조 역시 자르코의 뒤를 이어 바이크를 스왑했지만 노면이 약간 젖어 있다는 생각에서였는지 페이스는 급격하게 쳐졌고 비가 계속해서 내리지 않으면서 작전도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이번 레이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백마커가 있었습니다. 바로 로렌조와 바버라, 린스였습니다. 물론 Pit In을 했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로렌조는 Assen의 악몽에서 벗어나는 것이 정말 힘든 것 같습니다. 로렌조는 챔피언십 포인트 1점을 획득하는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예선 리뷰에서도 썼지만 노면 온도에 있어 Repsol Honda Team의 페드로사(Dani PEDROSA)에게는 힘든 레이스였습니다. Dry 컨디션이었지만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13위로 마치고 말았습니다. Ducati Team의 안드레아 도비지오소(Andrea DOVIZIOSO)는 2연승을 거두고 있었고 가장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라이더입니다. 예선은 9위로 조금 부진했지만 레이스 후반 들어 포디엄 경쟁까지 할 정도로 좋은 페이스를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5위로 다소 아쉬움은 있었지만 도비지오소는 2009년 케이시 스토너(Casey STONER) 이후 Ducati 라이더로는 처음 챔피언십 포인트 리더로 올라섰습니다. 도비지오소는 앞서 12랩에서 앞서 주행 중이던 매버릭 비냘레스가 전도 리타이어 할 때 포인트 리더가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이제 도비지오소는 포인트 관리를 해야하는 리더가 된 것입니다. 본인도 충분히 신중한 레이스를 한 것이고 앞으로도 10경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른 포인트 관리에서 많은 신경을 써야 할 입장이 되었습니다. 스토너 이후 Ducati의 월드 챔피언도 먼 이야기가 아닌 것 같네요.

예선 11위로 11그리드에서 출발한 Movistar Yamaha MotoGP의 매버릭 비냘레스(Maverick VINALES)는 좋은 페이스로 레딩에 이어 5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지만 T17에서 전도로 시즌 두번째 리타이어를 하고 말았습니다. 비냘레스는 페이스를 서서히 끌어올려도 되었을 상황에서 너무 서두른 면이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T17은 전도가 거의 없는 코너인데다 이번 전도도 리어가 미끌어진 것입니다. 로씨와 마찬가지로 신형 섀시를 사용하면서 챔피언십 포인트를 잘 쌓을 수 있었지만 비냘레스 본인도 왜 넘어졌는지 모를 정도로 이번 전도 리타이어는 비냘레스에게는 뼈아픈 실책일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7전까지 포인트 리더로 1993년 현 포인트 제도 도입이래 최저 점수로 리더자리를 지킨 것인데 이번 전도로 2위로 내려 앉은 것이고 사실 시즌 초반만 해도 워낙 압도적인 페이스를 보였기 때문에 로씨의 공공의 적이 되어 버렸지만 이제는 앞을 전혀 내다 볼 수 없는 안개속 형국으로 더 흥미로워지기는 했습니다. 이번 전도에서 바로 뒤에 도비지오소가 있었는데 하마타면 큰 사고로 연결될 수 있었던 매우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도비지오소가 잘 피해줬고 무사히 비냘레스도 부상없이 리타이어로 끝났습니다.

LCR Honda의 칼 크러치로우(Cal CRUTCHLOW)와 Repsol Honda Team의 마크 마르케즈(Marc MARQUEZ)는 레이스 후반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랩 T16에서 마르케즈가 크러치로우를 추월에 성공하면서 3위로 포디엄에 올랐습니다. 최근 보기 힘들었던 멋진 배틀이었는데요. 크러치로우는 3랩을 남겨둔 상황에서 마르케즈에 2.437초나 뒤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단숨에 쫓아서 포디엄 경쟁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막판 뒷심이 조금 부족했다고 할까요. 두 번 째 포디엄을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번 마르케즈의 포디엄은 데뷔 10년차 가운데 8년 연속 Assen전 포디엄으로 개인 통산 94회, MotoGP 클래스 통산 55회째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랩솔 혼다의 스페인 라이더 400회째 포디엄 기록도 세우게 되었습니다. 디펜딩 월드 챔피언으로 아직 챔피언십 포인트 리더로 올라서지 못했고 두 번의 리타이어를 했던 마르케즈는 최대한 전도를 피하기 위해 나름대로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주행한 것입니다. 16포인트를 추가한 마르케즈는 챔피언십 포인트 순위 4위로 도비지오소에 불과 11점 차이로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번 도비지오소, 크러치로우, 마르케즈의 3위 경쟁은 대단했습니다.

두 명의 이탈리아 라이더가 드라마틱한 레이스를 전개해줬습니다. OCTO Pramac Racing의 다닐로 페트루치(Danilo PETRUCCI)와 Movistar Yamaha MotoGP의 발렌티노 로씨(Valentino ROSSI)였습니다. 페트루치는 스타트는 4위로 예선보다 한단계 떨어졌지만 13랩에서 자르코를 추월하고 15랩에서 2위 마르케즈까지 추월에 성공했고 이후 로씨의 뒤를 바짝 쫓으면서 추월을 계속해서 시도합니다. 그리고 22랩에서는 선두로 주행하기도 했는데요. 저는 페트루치가 비에 강하고 사실 본인도 Dry 컨디션에서는 5위 목표, Wet 컨디션일 경우 포디엄을 목표로 했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페트루치가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 잘 달렸습니다.

본인도 페이스가 정말 좋아서 마지막 로씨를 추월하려고 했지만 백마커 때문에 방해를 받았다고 했는데요. 페트루치의 25랩은 로씨보다 조금 느렸지만 마지막 랩은 확실히 페트루치가 빨랐습니다. 그런데 이번 백마커가 있던 당시 Blue Flag이 발령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 린스와는 충돌할 뻔하기까지 했는데요. 경기가 끝나고 린스가 페트루치에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죠. 린스가 무엇인가 착각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블루 플랙이 안나왔어도(정말 안나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린스는 페트루치에게 항의할 수 없죠. 주행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에 패널티 부과 대상인데 오히려 항의를 한 겁니다. 페트루치는 이탈리아 Mugello전 3위와 함께 올 시즌 벌써 두 번 째 포디엄에 올랐고 2015년 영국 Silverstone전 2위에 이어 자신의 최고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정말 오래 기다린 발렌티노 로씨의 우승. 페트루치와의 접전 끝에 0.063초 차이로 우승한 로씨는 2년 만에 다시 Assen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아센 서킷 10승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올 시즌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로씨는 이번 Assen전에서 신형 섀시(프레임)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나름 괜찮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번 결승에서도 신형 섀시를 사용했는데 만약 8랩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비가 더 내렸다면 우승이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신형 섀시가 하나만 준비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로씨에게는 천운이 따른 것입니다. 지난해 Catalunya 우승 이후 18경기 만에 우승한 로씨는 MotoGP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되었습니다.

바로 최장기간 우승 기록인데요. 올해로 22년차인 로씨는 1996년 체코 Brno전 125cc에서 자신의 캐리어 첫승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이번 아센에서 우승을 하면서 20년 313일 최장기간 우승 기록을 세우게 된 겁니다. 그 전 기록도 자신의 기록이었지만 계속해서 기록을 경신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2위 기록이 로리스 카피로씨의 17년 49일이니까 거의 4년 정도의 차이가 있죠. 넘사벽 기록입니다. 그리고 쟈코모 아고스티니(Giacomo AGOSTINI)의 개인 통산 122승에 불과 7승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로씨는 115승을 기록 중입니다. 절대 불가능할 것 같았던 기록인데 이제 충분히 경신도 가능한 시야에 들어온 것이죠.

이번 레이스는 로씨의 우승도 중요했지만 페트루치의 압박과 살짝 젖은 노면으로 인해 보는 이로 하여금 심장을 상당히 쫄이는 정말 긴장감 최고의 레이스였습니다. 3위권 경쟁 역시 대단히 치열하고 재미있던 대박 레이스였습니다. 올 시즌 비냘레스, 도비지오소, 마르케즈, 페드로사, 로씨까지 우승자가 다섯 명이 되었고 8경기까지 역대 챔피언십 포인트 최저점수 리더로 도비지오소가 올랐습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불과 3~4명의 우승자로 재미나 흥미로 볼 때 흥행성이 많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인데요. 지난해 9명으로 역대 가장 많은 우승자가 나온 시즌이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Spec ECU와 미쉐린 타이어로 팀 간의 바이크간의 성능 격차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올해는 여기에 더해서 챔피언십 포인트 경쟁까지 이렇게 치열할 수 없는 시즌이 되었습니다. 초반에는 비냘레스가 너무 강해서 걱정했지만 정말 이렇게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시즌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주 박빙입니다. 다음 레이스는 7월 2일 독일 Sachsenring 입니다.

챔피언십 포인트 1위 안드레아 도비지오소 115점, 2위 매버릭 비냘레스 111점, 3위 발렌티노 로씨 108점, 4위 마크 마르케즈 104점, 5위 대니 페드로사 87점입니다. 2002년 4스트록 머신 도입 후 MotoGP 클래스 이탈리아 98승, 스페인 117승, 호주 41승, 영국 1승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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