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모터사이클을 오래 타면 탈수록 지쳐간다. 평소에 사륜차도 함께 사용하고 있지만, 상대적인 박탈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륜차 역시 사륜차와 마찬가지로 배기량 등에 근거해 정기적으로 나라에 자동차세를 낸다. 그리고 의무사항인 책임보험도 가입하며, 차량 운행을 위해서 취득세, 등록세를 내고 번호판대를 지불한다. 여기까지 모두 사륜차와 동등하게 지녀야 할 의무다.

의무가 주어지면 권리도 주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륜차는 이 시점부터는 논외로 빠지기 시작한다. 이륜차에 대해 미개한 사회인식과 불균형한 법률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러던 와중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아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소위 말하는 ‘광화문 1번가’ 웹 사이트를 통한 국민인수위원회가 활동하는 일종의 국민신문고다. 국민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법 제정이나 사안에 대해 제의하면 이를 일정 기간 안에 검토하여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보고를 올리겠다는 것. 직접 국가 운영에 참여하는 국민의 의지를 북돋아 주겠다는 취지다. 이미 홍보 영상에 등장한 현직 대통령의 한 마디 한 마디가 화제가 되고 있다.

운영 준비 과정을 보면 이렇다. 지난 5월 12일,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인수위원이 되어 정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소통 창구를 개설하고, 최종 결과를 국민에게 보고하고 국민과 직접 소통, 토론할 국민인수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특별 지시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국무회의에서 국정자문기획위원회 산하에 국민인수위원회 설치가 의결됐다. 본격적인 국민 참여 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국민인수위원회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광화문1번가>에서 전국 방방곡곡으로부터 들어오는 민원, 불만, 제안 등 국민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듣겠다고 했다. 기본은 쌍방향 소통이다. 제안한 의견에 대한 검토 결과는 국민에게 직접 보고하고, 국민과 함께 대화하고 토론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인수위원은 누구인가? 정답은 국민 모두다. 물론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되어줄 위원이 몇 있지만 발언 주체는 국민 하나하나다. 

참여방법은 개인이 안건을 온라인 홈페이지나 오프라인 <광화문1번가>에 직접 제출하는 방식이다. 방송을 통해 포럼을 열기도 하고, 우편 및 전화로도 접수한다. 참여시간은 24시간 연중무휴다. (오프라인은 운영 시간 별도)

대국민 정책 창구로 등장한 <광화문1번가> 홈페이지를 둘러보면 이미 많은 안건이 ‘국민공감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올라와 있다. 로그인 없이 누구나 열람할 수 있고, 딱딱한 문서 형태가 아니라 보기 좋은 이미지로 만들어져 쉽게 공감하고 댓글로도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좋아요도 누를 수 있고 공유해서 남에게 알릴 수도 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교통/건축/국토’ 파트에 등장한 ‘이륜차 이동공간 확대’라는 제목의 건의다. 제안자는 현재 208명이며 500회 이상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수많은 네티즌이 공감해 ‘좋아요’ 수는 22,000회를 넘어서고 있다. 이륜차 면허 체계를 새롭게 마련하고 이륜차 관련 제도의 전면적인 개정을 촉구하는 이 안건은 이륜차 운전자는 물론, 사륜차를 이용하는 일반인들에게도 공감을 사고 있다.

제안자는 “이륜차 관련 제도의 전면적 개정이 필요하다”며 “국내에서 도로교통법에 의해 고속도로, 자동차 전용도로, 일부 국도에서의 이륜차 통행제한은 불합리하고 국내 이륜차 산업마저 저해시키는 규제”라고 성토했다. 이에 따라 이륜차 관련 제도의 전면적 개정과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그 방법도 제시했다. 먼저 현재 원동기장치자전거와 2종 소형으로 단순하게 분리되어 있는 이륜차 면허 체계를, 배기량에 따라 세분화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각 면허 속에서도 특징을 정확히 파악해 재구성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제안자의 근거는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현재 전 세계는 물론 대한민국 또한 1인용 교통수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 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주행 기준이나 주차 공간 관련해서도 법률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첫째, ‘이륜차 면허 체계 개선’이 우선이다. 현재의 면허 체계로는 1종 보통과 같이 보편화 된 자동차 일반 면허로도 이륜차를 아무 법적 제제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돼 있다. 배기량이 125cc 이하로 제한되기는 하지만, 이륜차의 특성상 배기량의 낮고 높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퀴가 두 개이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전혀 대응력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자동차 운전면허 소지자들이 별 부담 없이 이륜차를 운전하기 때문에 안전 불감증은 더욱 증폭되고 필수 장비인 헬멧을 쓰지 않는다거나, 자전거의 연장선상 정도로 간편하게 의식하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가 된다.

그것뿐 아니더라도 50cc, 125cc, 400cc 등 세분된 해외사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교통 선진 문화가 발달한 그들 또한 충분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세분화시켜 관리해오고 있다. 배기량이 클수록 운전자가 개입하고 관리해야 할 항목도 늘어나고 제어할 수 있는 속도의 범위도 크게 늘어난다. 아주 섬세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를 ‘자동차 면허로도 운전 가능한’, 혹은 ‘2종 소형 하나만 따면 모든 배기량의 이륜차를 다 탈 수 있는’ 법규는 교통선진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2종 소형 면허 시험도 장내 기능뿐 아니라 도로 연수와 같이 일반 도로 교통상황에서 본인의 운전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국민의 안전(운전자와 그 외 일반인 모두)을 위해서 절대 미루어서 안 될 시급한 문제다.

둘째, ‘이륜차에 적합한 주행 기준과 공간 관련법 마련’에 대한 제안도 설득력이 높다. 도로는 다양한 종류의 탈 것들이 한 곳에 모여 함께 이용해야만 하는 공용의 장소다. 그런 곳이 현재는 오직 사륜차만을 기준으로 제작, 운영되어 오고 있다. 이는 앞으로의 전 세계적인 배기가스 문제, 환경 문제로 이어지는 1인의 탈 것 트렌드가 증가하는 추세를 내다보아서라도 개정되어야 한다. ‘우마차를 포함한 이륜차는 마지막 차로로 달려야 한다’는 현실성 없고 낡아빠진 법률에 따라 아직도 국민은 움직이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시대착오가 아닌가? 

‘사륜차만’ 이용할 수 있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서울 도심에도 무척 많다. 자동차 전용도로의 가장 큰 장점은 교통 신호가 없고 넓고 쾌적한 도로 환경에서 무정차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륜차가 이런 쾌적한 도로환경에서 주행하면 안 될 이유가 무엇인가. 정말 득보다 실이 많은지 검토해봐야 할 문제다.

공간 관련법이란 이를테면 스쿠터가 주 이동수단인 대만과 같이 도로상에서 신호 대기 시 별도로 사륜차 앞쪽에 이륜차가 대기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예로 들 수 있다. 혹은 이륜차 전용 주차공간에 대한 호소로도 보인다. 도시에서도 사륜차 사이에서 눈치 보며 자투리 공간을 찾아다니다가, 결국 자전거 주차대나 도보 통행에 불편한 공간에 이륜차를 주차해야만 하는 현실 또한 안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소되어야 한다.

한 국가의 정책은 현실에 맞게 지속 변화해야만 하는데 대한민국은 그렇지 못했다. 특히 이륜차 관련한 법률이야말로 정말 창피할 정도로 도태되어 있다. 사회적 인식을 바꾸어야 법률을 바꿀 수 있다고 하는데, 오히려 반대다. 법률이 제대로 서야 인식이 바뀌고 국민 안전을 보장하며 산업이 발전하는 것이다. <광화문1번가>의 등장으로 오랜 시간 쉬쉬하며 드러내지 못했던 고리타분한 이륜차 관련법의 민낯을 대중에게 드러낼 수 있다면 대환영이다. 

많은 이들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지휘한 새 정부의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의 적극적인 운영을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무척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제안이 올라오겠지만, 그중에서도 ‘오래 고인 물’ 도태된 이륜차 관련법은 하루빨리 보편타당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선진국 중심으로 에너지 고갈, 대기 환경오염, 공간 문제 등으로 시작한 복잡 다양한 자동차 산업 관련 문제들이 이슈화되는 시점에서, 퍼스널 모빌리티 등 지금보다 훨씬 세분화되는 사륜차, 이륜차를 비롯한 모든 이동수단 관련 산업에 대한민국은 계속해서 뒤처질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잘못 끼운 단추를 풀어, 바르게 다시 끼워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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