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7일 폴리나에서 자이언트 리브의 2018 로드 신제품 발표회에 참석하고 이틀간 랑마를 시승했다. 폴리나(Follina)는 이탈리아 북동쪽에서 산을 볼 수 있는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베네치아에서 북쪽으로 30km를 가면 트레비소(Treviso)라는 작은 도시가 나오고, 다시 40km를 더 올라가면 아주 오래된 수도원이 있는 폴리나(Follina)라는 마을을 만날 수 있다.

그곳에서 리브(Liv)의 2018년 로드 신제품인 랑마(Langma)가 첫걸음을 떼었다. 'Fly to the Summit'이라는 랑마의 부제를 제대로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행운 중의 행운이었다. 

청포도가 아름답게 익어가는 와이너리를 햇살을 가르며 주파했고, 18개의 스위치백 구간을 오르고 내리면서 코너링과 업힐, 다운힐을 동시에 테스트했다. 날아다닌다는 말이 딱 맞았다.

가파른 오르막을 가볍게 오르고, 평지에서는 보다 힘차게 가로지르며, 다운힐에서는 안정적인 코너링과 공격적인 하강. 특히 페달링의 힘 손실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은 감탄을 자아냈다. ‘랑마 어드밴스 SL 0(Langma Advanced SL 0)’의 매력은 실로 강력했다. 

그리고 찾아온 두 번째의 행운, 국제자전거연맹(UCI) 여성 월드투어 경기 중 하나인 지로로사(Giro Rosa)를 응원할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 6월 30일에 첫 스테이지를 시작한 지로로사는 세계 3대 로드 투어 경기 중 하나인 지로디탈리아(Giro d’Italia)의 여성 버전이다. 올해 28회를 맞은 지로로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우디네(Udine)군의 작은 마을인 아퀼레이아(Aquileia)에서 시작하여 나폴리 시에 있는 토레델 그레코(Torre Del Greco)까지 1,010.72km를 열흘 동안 달린다. 

랑마와의 첫 대면이 그렇듯, 비현실 같은 현실은 이어졌다. 지로로사 관람과 함께 리브가 후원하는 팀 선웹(Team Sunweb)을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팀 선웹, UCI 우먼스 팀(UCI Women's Teams)을 만나다

리브가 이번에 선보인 랑마는 팀 선웹과 함께 지로로사에 데뷔했다. 팀 선웹은 네덜란드 프로 로드 레이스팀으로 여성팀과 남성팀이 있다. 여성팀 전체 구성원은 원래 6개 나라 출신 11명의 선수이다. 지로로사는 대회 규정이 팀원 수를 7명까지로 제한하고 있어서 필자가 만난 지로로사 참가팀은 3개 나라 출신, 7명의 선수다.

특히 이번 시즌은 팀 선웹의 리더 루신다 브랜드(Lucinda Brand)선수가 벨기에 겐트에서 열린 ‘옴롭 헷 뉴스블라드(Omloop Het Nieuwsblad)’ 레이스 대회에서 우승해 팀에 2017년 첫 승리를 안겨주었다. 이를  시작으로 여성 월드 투어 레이스 경기 중 하나인 ‘트로페 알프레도 바인다(Trofeo Alfredo Binda)’에서 코린 리베라(Coryn Rivera)선수가 우승하였고 팀 선웹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지로로사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기가 펼쳐진 이탈리아는 올해 유독 더위가 일찍 시작되었다. 남유럽의 여름은 3월부터 해가 내리쬐면서 5월부터는 더워지기 시작한다. 아홉 시가 한참 넘어서야 해가 지고 사람들은 여전히 광장에 북적인다. 뜨거운 햇살로 열정을 태우는 나라, 이탈리아에서 팀 선웹을 만났다.

밤새 비가 내리고 날이 개인 29일 아침, 포르데노네(Pordenone)의 작은 호텔에서 팀 선웹을 만났다. 그와 동시에 여러 대의 팀차가 눈에 들어왔다. 선수들이 타는 관광버스급 메인 차량 외에도 경기 중 여분 자전거를 싣고 선수들과 함께 움직이는 컨보이 차량, 대회에서 필요한 자전거를 싣고 다니는 트럭 등 팀을 따라다니는 차량이 족히 몇 대는 됐다. 세계 3대 여성 로드 레이스로 꼽히는 지로로사에 참가한다면 이 정도의 지원 차량과 넉넉한 지원팀은 필수일 수밖에.

이날 리브는 팀 선웹과 만난 자리에서 판매용이 아닌 팀 선웹을 위한 경기용 랑마 어드밴스 SL 0를 처음 선보였다. 리브 창립자인 보니 투(Bonnie Tu)와 리브 브랜드 최고담당자인 피비 리우(Pheobe Liu)가 랑마를 덮어뒀던 장막을 거두며 팀 선웹의 본격적인 지로로사 데뷔를 알렸다.

랑마 어드밴스 SL 0 모델은 판매용, 경기용으로 나눠지며 차이점이 있었다. 판매용은 별이 만개한 은하수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라면 경기용은 깔끔한 느낌의 블랙 컬러를 주로 사용했다. 또 판매용 라인업에는 없는 시마노 듀라에이스 Di2 구동계를 장착해 팀 선웹의 경기용 자전거에 대한 차별화를 보여줬다.  

이어 팀 선웹 코치인 아드리안 헬만텔(Adriaan Helmantel)은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랑마 어드밴스 SL 0’로 지로로사를 준비하고 경기를 치르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본 대회 전날, 아퀼레이아(Aquileia) 마을 중심에 있는 캄피돌리오 광장(Piazza Del Campidoglio)에서 지로로사 개막식이 열렸다.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광장에 각 팀 모든 선수가 나와 인사를 했고, 마을 어린이들이 합창을 하고 춤을 추며 축제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아름다운 여성들의 싸움, 지로로사

6월 30일, 첫 스테이지는 아퀼레이아부터 해안도시인 그라도(Grado)까지 11.5km 팀타임트라이얼(Team Time Trial) 경기가 열렸다. 레이스 지형은 고도차가 거의 없는 평탄한 길로 피니시 지점인 그라도로 들어가는 길의 양쪽으로 바다가 펼쳐진 도로여서 시원한 맛을 더했다.

지로로사 팬은 비가 오는 날씨에도 그라도에 모여 선수들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소리 질러 응원했다. 그들은 선수들이 지나가는 순간에 맞춰 코스 옆길에서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경기를 맘껏 즐겼다. 특히 선수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코너링 구간과 길목마다 관중이 몰려들어 대회 분위기를 살렸다. 그 덕분에 출발지 아퀼레이아에 기자들의 발이 묶이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팀 선웹은 지로로사에 처음 출전함에도 불구하고 스테이지1 팀타임트라이얼 경기에서 15분 6초를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다. 시즌 초에 큰 사고를 당했던 영국 출신 몰리 위버(Molly Weaver)가 부상을 극복하고 팀에 합류한 것을 생각하면 실로 쾌거다.

7월 1일에 치른 스테이지2는 포르데노네 군에 있는 작은 마을 조폴라(Zoppola)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올라가 산간지방인 몬테레알레 발첼리나(Montereale Valcellina)까지 거리가 총 122.2km였으며, 90km지점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는 코스가 포함되어 있었다. 출발지점 도착지점 할 것 없이 어린아이부터 연세 지긋한 어르신까지 함께 모여 지역 축제를 즐겼다. 대회 개최지 곳곳에 분홍 장미나 리본을 달아두어 이동 중에도 지로로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출발지였던 조폴라에 필자가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각 팀이 몰고 온 차량으로 온 도시가 꽉 차 있었다. 팀 선웹 차량 앞에 경기에 타고 나갈 자전거를 쭉 세워놨는데 UCI 관계자들이 태블릿 PC 크기 정도의 어떤 기계로 자전거 이곳저곳을 검사했다. 규정 위반은 없는지 확인하는 모습은 긴장감을 더했다. 선수들은 경기 복장으로 갈아입고, 한쪽에서는 경기 직전 준비물을 꼼꼼하게 챙겼다. 

선수들은 매 스테이지마다 출발지에서 다함께 무대에 올라 인사하고 사인 패널에 사인해야 한다. 사인 후, 관중이 쭉 서있는 길을 자전거를 타고 나와 출발선 앞에 선다.

대회 직전이라 예민할 텐데도 출발선에 서서 옆 선수랑 수다를 떠는 선수가 있는 반면, 어떤 선수는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하게 기도를 했다. 선수들이 사람들의 환호 속에 출발하고 기자단은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다 먹고 나왔을 때는 그 많은 사람들이 언제 있었냐는 듯 조폴라 시내는 정말이지 고요했다.

우리는 재빨리 피니쉬 라인이 있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 점점 산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사실 중간에 다른 곳도 들렀다. 지로로사 홈페이지를 보고 선수들이 곧 지나갈 마을로 갔는데 이미 다 지나갔단다. 완전히 실시간은 아닌 모양이다.

도착지점인 몬테레알레 발첼리나는 사람으로 붐볐다. 정말 조용한 시골 마을인데, 지로로사를 보러 이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이다. 포토 존에 자리를 잡고 선수들을 기다렸다. 우리가 자리 잡은 곳 뒤편에 초등학생 쯤 되는 어린이들이 지로로사 깃발을 흔들면서 경기를 응원했다. 너무나 능숙한 자세로 펜스에 기대어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네덜란드 출신 아네미크 반 블뢰텐(Annemiek Van Vleuten) 선수가 들어오면서부터 마을은 한 번 더 달아올랐다. 선수들이 꼬리를 물고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함성이 연이어 터졌다. 선수들이 얼추 다 들어왔을 즈음 사람들은 각자 응원하는 선수들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선수는 역시 스테이지 우승자인 아네미크 반 블뢰텐 선수였다. 관중에 둘러싸여 롤러 위에서 페달링하면서 인터뷰에 답했다. 인터뷰, 회복 페달링, 팬서비스까지 한꺼번에 몇 가지를 하는 것인지 역시 프로는 다르다.

필자는 팀 선웹 팀차로 발걸음을 옮겼다. 선수들은 회복 운동을 마치고 씻은 후 앉아 있었다. 팀차에는 샤워실 3칸이 있어서 3명이 동시에 씻을 수 있다. 파스타를 먹고 있기에 아침을 몇 시에 먹었냐고 물었더니 9시에 먹고 점심을 안 먹었단다. 

대회 직전에 점심 대신 스포츠 음료를 마시고 경기 준비를 했고 했다. 경기력을 위해서 조절했겠지만 점심을 스포츠 음료로 때우고 엄청난 에너지를 썼으니 배가 고플 수밖에.

이날 팀 선웹에 경사가 있었다. 스테이지2에서 베스트 영 라이더 저지를 팀 선웹 ‘플로처 막카이(Floortje Mackaij)' 선수가 차지했다. 막카이 선수는 하얀색 저지를 입으러 무대에 나가있었다. 막카이가 돌아오자마자 팀차는 기자단과 공식 인터뷰가 있는 곳으로 출발했다.

30분 후 시골 호텔에서 팀 선웹을 다시 만났다. 호텔 주차장에 미캐닉 차량 등 차 여러 대가 서 있고, 한 쪽에서는 바퀴를 분리해 자전거를 열심히 닦고 있었다. 팀 미캐닉에게 다가가 물었더니 매 스테이지가 끝날 때마다 자전거를 씻어내고 미세 조정을 한다고 했다.

7대 자전거를 다 씻어내는 데에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한창 일하고 있는데 즐겁냐고 짓궂게 질문했다. 답이 의외였다. 거의 새 자전거를 이 좋은 날씨에 닦고 있는데 이보다 더 좋을 수 있겠냐고. 온 몸에 세제 거품이 묻어 있었고 손은 쉴 새 없이 바빴지만 표정은 정말이지 즐거워 보였다.

 

말리아 로사, 핑크색 우승저지를 향해!

선수들이 마사지를 받기 전 마지막으로 짧게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새 자전거 랑마를 타고 경기를 뛰어보니 어땠냐는 질문에 선수들이 입을 모아 칭찬했던 것이 강성과 반응성이었다. 뛰어난 강성 덕분에 더 편하고 안정적으로 경기를 뛸 수 있었고, 워낙 가볍고 반응성이 좋아서 페달링이 바로 추진력으로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선수들의 평가였다.

팀 선웹 남성팀이 같은 시기에 투르드프랑스에 출전 중이어서 마사지를 받고 올라가서 경기를 봐야 한다며 선수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렇게 필자의 일정도 마무리 됐다.

지로로사에서 몇 가지 인상 깊게 남는 장면이 있다. 정말 프로다웠던 선수들의 열정과 팀 구성원의 관리 및 지원이 하나이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회를 운영하는 UCI 관리 체계와 지로로사 운영진의 경기 운영능력이 두 번째다.

그런데 무엇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할아버지 손을 붙잡고 아장아장 걸음을 떼고 나온 귀여운 아기가 손을 흔들며 선수들을 응원했던 장면이다. 나이와 성별을 가릴 것 없이, 이 대회와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와 인파에 치이면서도 웃고 떠들며 자전거 축제를 온몸으로 즐기던 관중이야말로 필자가 이번 취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며 오랫동안 잊지 못할 이탈리아의 잔상이 될 것이다.

지로로사 대회는 24개 팀, 168명의 선수가 참가했고 7월 9일 스테이지10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랑마를 타고 출전한 팀 선웹의 루신다 브랜드 선수는 8스테이지에서 우승했다. 최종우승은 네덜란드 출신의 안나 벤 더 브르겐(Anna Van Der Breggen)이 차지했다.

그 외의 자세한 정보는 지로로사 공식사이트(http://www.girorosa.it)에서 확인 가능하고, 대회 동영상과 그 외 정보는 UCI 로드 섹션(http://www.uci.ch/road/videos)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_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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