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모터사이클 제조사가 최근 몇 년 사이 주목받고 있다. 최신 슈퍼스포츠 플래그십 모델부터 유행이 끝나지 않는 듀얼 퍼포즈 모델, 그리 250cc 전후의 가성비 좋은 저배기량 모델까지. 다방면에 있어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유럽시장에서 옮겨온 아시아 시장 등 신흥국에서의 활기, 유럽 제조사의 대중형 모터사이클 개발과 엔트리 카테고리 모델의 낮은 가격 공세 등 일제 모터사이클이 공고히 차지하고 있던 시장까지 손길을 미쳐오는 양상과도 관련이 있다. 더 이상 ‘일제는 대중성 높은 절대다수의 모터사이클 판매, 유럽형은 고사양의 고품질 바이크가 주축이 되는 프리미엄 마켓을 담당’한다는 추세도 시들해진 지 오래다. 

이렇게 서로의 경계가 불분명해 진 시장에서 일본 제조사의 활발한 뉴 모델 개발활동이 눈에 띄는 것이다. 특히 작년까지 개량된 브이스트롬 시리즈 등 듀얼퍼포즈 모델과 스트리트 바이크를 다수 출시한 스즈키는 올해 슈퍼바이크 GSX-R1000을 풀체인지해 내놓았다. 그리고 스트리트 모델은 개량형을 내놓아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오늘은 그중 하나인 GSX-S1000/F의 개량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GSX-S시리즈는 병렬 4기통 스트리트 바이크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이 시리즈로는 곧 출시될 GSX-S125을 제외하면 현재 GSX-S750과 GSX-S1000/F가 판매되고 있다. GSX-S750또한 과거의 GSR750을 베이스로 개량된 모델로, 스즈키의 스트리트 바이크로서 중심축을 맡고 있다. 

이 시리즈의 가장 윗급인 리터클래스, GSX-S1000에 들어가는 심장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슈퍼바이크 GSX-R1000에 도입된 수랭 4사이클 DOHC 엔진을 개량해 만들었다. 최대출력 150마력, 최대토크는 11kgm에 이르는 리터급다운 튼실한 스펙이 돋보인다.

이 엔진은 롱스트로크 4기통으로 유명한데, 여기에 부드러운 스로틀 반응성과 즉각적인 가속성을 튜닝해 도로에서 짜릿한 감각을 즐길 수 있도록 조율했다. 보통 고회전 출력에 집착하는 4기통 엔진임에도 디튠을 통해 전 영역에서 높은 토크가 솟아나도록 세팅을 다듬은 것이 특징이다. 2018년형의 경우 거기서 또 한 번 개량을 통해 수치상으로는 초기형 GSX-S1000/F에 비해 5마력이 오르고 토크는 0.2kgm이 늘었다.

신형의 또다른 변화는 스포츠 라이딩 시 엔진 브레이크의 백토크를 완화할 수 있는 슬리퍼클러치를 추가했다는 것. 이 장비는 다양한 상황에서 요긴하게 쓰인다. 기어를 내리는 동작을 할 때 클러치를 다시 붙이는 순간 현재의 엔진회전수와 클러치의 회전수가 어긋나 강한 부하가 걸리는 것이 바로 엔진브레이크인데, 이것이 과도하면 기어다운 순간 차체 안정성이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이를 막기 위해 의식적으로 부드러운 클러치 미트에 신경쓰게 되므로 라이딩에 집중하던 부드러운 흐름을 깨뜨린다.

슬리퍼 클러치는 기술적으로 엔진과 구동계의 양쪽 디스크 이빨이 맞물릴 때 부드럽게 물려 들어가도록 비스듬한 경사로 홈을 파놓은 것이다. 슬리퍼 클러치가 채용된 바이크로 기어를 내릴 때 ‘덜컥’하고 걸리는 느낌이 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원리 자체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숨 가쁜 스포츠 라이딩 시 효과는 크다. 백토크 관리에 대한 압박을 크게 줄여주기 때문이다.

스즈키 미들급 이상의 스트리트 바이크 카테고리에 모두 새롭게 업데이트된 로우 RPM 어시스트 역시 라이딩 중 ‘작지만 반복되는 스트레스’를 줄이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클러치 미트 시 부드러운 출발을 돕는 이 기능으로 흔히 말하는 반 클러치의 사용을 줄여주고 정지-출발이 잦은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이지스타트도 적용됐다. 이 역시 기능 자체가 기술적으로 대단한 것은 아니나,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의외로 큰 효과가 있다. 원터치 시동으로도 볼 수 있는데, 셀스타터가 돌아 엔진을 회전시키기까지 버튼을 누른 채 기다리지 않고도, 한 번만 툭 눌러주면 알아서 시동이 걸릴 때까지 모터를 돌려주는 원리다.

또 신형부터는 안전을 위해서 비상등 스위치를 기본 채용하고 나오니, 별도로 작업을 통해 비상 스위치를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이 개선점 또한 아주 작은 변화지만 운전자 입장에서 기분 좋은 변화다. 개발진이 라이더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한 흔적이 보인다.

트랙션컨트롤이나 ABS는 여전히 기본 채용이고, 차체 색상으로 다양한 투톤 컬러 조합이 추가됐다. 메탈릭 트리톤 블루, 글래스 블랙 등 어려운 이름이 많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기존 단색 컬러의 재조합이다. S1000에는 기존 블루 단색 대신 블루/블랙, 레드/블랙 조합으로 화려해졌고, S1000F에는 앞서 말한 컬러 외에 펄 글래시어 화이트라는 밝은 흰 색상(단색)이 적용되어 화려함보다 단정한 투어러 이미지를 원한다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스페셜 컬러는 네이키드 바이크 형태의 S1000에 잘 어울리는 매탈릭 매트 블랙(팬텀 블랙). 이 컬러는 이번에 새롭게 GSX-S750과 함께 적용되어, 스트리트 파이터의 어둡고 강렬한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게다가 전 모델 동시 적용된 블랙 아노다이징 스텝, 레버, 핸들바가 잘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낸다. 스페셜 블랙 컬러는 앞 포크와 머플러도 검정으로 뒤덮여 독특하다.

스트리트 파이터 S1000과 스포츠 투어링 카테고리에 어울리게 풀 카울링 된 S1000F는 작은 업데이트로 큰 효과를 누리고자 했다. 단 5마력이 향상되는 등 성능 전반에 걸쳐 엄청난 변화는 없지만, 스포츠 라이딩에 효과가 큰 슬리퍼 클러치나 시내 주행에 도움을 주는 로우 RPM 어시스트 등 소소한 주행 기능의 업데이트가 상품성을 좀 더 높이는 데 성공했다.

전체 완성도를 높이고 리터급 4기통 엔진다운 파워를 충분히 간직한 신형 S1000/F는 국내에서도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가격은 일반 컬러들은 모두 1,599만 원, 스페셜컬러로 분리된 팬텀 블랙(매트 블랙)은 1,619만 원이다. 다용도 스포츠 바이크로 사용할 수 있는 스즈키의 리터급 4기통 세계, S1000/F로 마음껏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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