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데일 올 뉴 제킬 & 트리거, 오버마운틴의 신세계

MTB 장르가 세분되면서 크로스컨트리와 다운힐 사이에 많은 것이 생겼다. 얼마 전 기사로 소개한 레드불 디스트릭트 라이드는 FMBA(Freeride Mountain Bike Association)라는 단체에서 주최한 프리라이드 대회다. FMBA처럼 엔듀로 장르에도 EMBA(Enduro Mountain Bike Association)가 있다. 2012년에 생긴 이 단체는 엔듀로 월드 시리즈(Enduro World Series, EWS)를 주최하고 있다. 2013년, 그 첫 대회 우승자인 제롬 클레멘츠가 타고 있는 자전거가 바로 캐논데일 제킬이다.

제킬과 늘 함께 등장하는 자전거가 있는데 바로 트리거다. 캐논데일은 현재 제킬을 엔듀로로, 트리거를 올마운틴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2016년까지 제킬과 트리거를 묶어서 오버마운틴이라는 장르로 분류했다. 이번에도 제킬과 트리거를 함께 소개한다. 폭스와 함께 개발한 제미니 쇽과 허슬(Hustle), 플로우(Flow) 두 가지 모드, 바뀐 링크 등 제킬과 트리거는 상당히 닮았다.

2018년식 제킬은 등장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다. 올해 4월 5일에 프로토타입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프로토타입의 리어쇽은 기존 제품과 달리 다운튜브 위쪽에 수평으로 장착돼 있었다. 시트스테이와 리어쇽, 다운튜브를 연결하는 링크는 상당히 커서 시트튜브에 물통케이지와 물통을 달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다.

사진 위쪽은 이전 모델에 적용됐던 DYAD RT2 리어쇽과 엘리베이트, 플로우 모드를 보여준다. 리어쇽 조절을 통해 한 대의 자전거를 두 대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캐논데일의 트래블, 지오메트리 변경 방식은 이미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사진 아래쪽은 2018년식 제킬과 트리거에 장착된 새로운 리어쇽이다. 링크 형태 변경과 동시에 서스펜션 제조사인 폭스와 함께 개발한 제미니라는 이름의 제품이다.

DYAD에서 보여줬던 듀얼 모드는 제미니 쇽에서도 이어지지만, 쇽이 새로워졌으니 모드의 이름도 바뀌었다. 허슬 모드와 플로우 모드다. 핸들바 마운트에 장착된 리모트 레버를 이용해 쉽게 쇽의 에어 볼륨을 줄일 수 있고, 제미니 쇽은 DYAD에 비해 77g 가볍다.

트래블 조절이 가능한 타사 제품 일부는 트래블을 줄이기 위해 모드를 변경하고 서스펜션을 눌러 줘야 하는 경우가 있으나 캐논데일은 다르다. 허슬 모드와 플로우 모드는 간편하게 바꿀 수 있다. 리모트 레버를 조작하는 것만으로 모드 변경이 된다. 허슬 모드에서는 리어 트래블을 줄이고 스프링 레이트를 증가시킨다. 민첩한 반응이 필요한 오르막과 비교적 좋은 노면, 라스트 스프린트에서 유용하다.

반대로 플로우 모드는 거친 길과 내리막에서 유용하다. 리어쇽 트래블 전체를 사용해 드롭에서의 충격도 잘 흡수해 주고, 큰 장애물도 비교적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다. 제킬의 리어 트래블은 허슬 모드에서는 130mm, 플로우 모드에서는 165mm, 트리거는 허슬 모드에서 115mm, 플로우 모드에서는 145mm이다.

제킬, 엔듀로 월드 시리즈의 최강자

제킬은 리어 165mm, 프론트 170mm 트래블의 풀서스펜션 MTB이다. 그런 동시에 레이스용 자전거다. 크로스컨트리나 다운힐 레이스에만 익숙하다면 165, 170mm 트래블에 레이스용이라는 표현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엔듀로 월드 시리즈는 분명 기록과 순위를 매기는 레이스다. 오르막을 쉽게 오르고, 내리막을 과감하게 달리며, 빠른 코너링을 할 수 있는 자전거에 대한 표현으로 레이스용이라는 것보다 더 좋은 단어는 없는 듯하다.

제킬이 레이스용 자전거라고 했는데, 트래블 조절만으로 레이스용 자전거가 될 수는 없다. 힘 손실 없이 오르막을 쉽게 오르면서 민첩한 반응을 보이기 위해서는 체인스테이가 짧아야 한다. 체인스테이를 얇게 만들거나 앞 디레일러를 떼는 고전적인 방법이 있으나, 캐논데일은 새로운 방법을 적용했다. 비대칭 구조를 활용한 Ai(Asymmetric Integration)라는 기술로, 구동계를 전체적으로 오른쪽으로 옮겼다.

자전거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크랭크와 체인링을 오른쪽으로 6mm 옮긴다. 체인스테이를 얇게 만들거나 앞 디레일러를 포기하지 않고도 체인스테이 길이를 줄일 수 있다. 체인라인을 맞추기 위해서 새로운 규격의 허브를 만드는 대신 뒤 허브도 같은 방향으로 이동시켰다. 그 결과 좌우 스포크의 각도와 텐션이 균일해지면서 무게 증가 없이 휠의 강성이 향상됐다. 이런 핵심적인 기술 외에도 올 뉴 제킬에는 다양한 기술이 적용돼 있다. 각각의 모델을 살펴보며 기술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2018년식 제킬 중 최상급인 제킬1이다. 메인 프레임과 스윙암 모두 발리스텍 카본 소재로 제작했다. 리어쇽은 폭스 팩토리 등급의 플롯 X EVOL 제미니 쇽으로 카시마코팅이 되어 있어 부드럽게 움직인다. 포크는 제미니 쇽을 공동 제작한 폭스 제품이다. 170mm 트래블의 팩토리 플롯 36으로, 스탠션 튜브에는 카시마코팅 처리를 했고, 하이스피드, 로우스피드 컴프레션 조절을 할 수 있다. 스램 XX1 이글과 XO1 이글을 조합한 구동계, 스램 가이드 RSC 브레이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제킬1은 메인프레임과 스윙암이 모두 카본이고, 리어쇽 링크도 당연히 카본이다. 대부분의 제조사가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하는 하위 모델의 링크를 금속제로 만드는 반면 캐논데일은 제킬 전 모델에 카본 링크를 사용했다. 카본 링크는 금속제 링크에 비해 가볍고 강성이 높다. 또한 스루액슬 방식 링크 피벗은 캐논데일의 LockR 기술을 적용해 메인 프레임과 스윙암이 단단히 고정된다. 전용 공구가 없어도 되고, 뒤틀리거나 흔들리지 않아 라이더의 움직임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제킬2의 메인 프레임은 발리스텍 카본인 반면 스윙암은 스마트폼 C1 알로이로 만들었다. 리어쇽은 플롯 X 퍼포먼스 엘리트 EVOL 제미니 쇽이다. 제킬1과 달리 카시마코팅은 되어 있지 않다. 포크는 폭스 플롯 36 퍼포먼스 엘리트로, FIT4 댐퍼가 적용된 모델이다. 구동계는 XO1 이글, 브레이크는 스램 가이드 RS다. 시트포스트는 제킬1과 같은 레이스페이스 터바인 드롭퍼 가변식 시트포스트다. 시트포스트 트래블은 S 사이즈는 125mm, M-XL 사이즈는 150mm다.

산악 라이딩에서 흙이나 돌이 튀면 은근히 신경 쓰인다. 딱히 내구성에 영향이 없다고 해도, 긁히거나 도장이 벗겨질 때도 있다. 제킬은 다운튜브 하단에 카본 프로텍터를 장착해 프레임이 손상될 확률을 줄였다. 또한 링크 아래에는 물통 케이지와 물통을 장착할 충분한 공간이 있다.

제킬3는 제킬2와 같이 발리스텍 카본 메인프레임, 스마트폼 C1 알로이 스윙암을 사용했고 리어쇽과 포크, 부품 구성에 차이가 있다. 리어쇽은 플롯 퍼포먼스 DPS EVOL이고, 포크는 플롯 36 퍼포먼스다. 상위 모델에는 트루바티브 디센던트 카본 크랭크와 스램 이글을 사용했으나 제킬3에는 캐논데일 Si 크랭크와 시마노 XT 구동계, 시마노 SLX 브레이크가 장착돼 있다.

제킬의 새로운 링크 구조는 난이도 높은 코스에서의 라이딩도 가능하게 해 준다. 브레이크를 잡았을 때 리어쇽 동작에 영향을 주는 자전거들이 있으나, 제킬은 브레이크와 서스펜션이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라이더가 안정된 자세를 유지할 수 있어서 거친 노면의 급경사 다운힐을 만나도 자전거에서 내릴 필요가 없다.

제킬4의 리어쇽과 포크는 제킬3과 같다. 대신 메인프레임과 스윙암을 모두 스마트폼 C1 알로이로 만들었다. 구동계는 주로 시마노 SLX 부품이 사용됐고, 브레이크는 시마노 데오레 유압 디스크 브레이크다. 제킬3과 제킬4의 시트포스트는 트랜스X 드롭퍼 가변 시트포스트이며, 트래블은 사이즈에 관계 없이 모두 120mm이다.

제킬은 변속기, 브레이크, 시트포스트와 서스펜션 조절 케이블이 모두 프레임 내부로 들어가 디자인이 매우 깔끔하다. 내부 배터리 마운트가 적용돼 있어 Di2 구동계로 변경할 수 있고, 변경 후에도 가변 시트포스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지금 이대로도 훌륭한데, 다음 단계까지 고려했다. 엔듀로 월드 시리즈에서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트리거, 산에서의 긴 하루

트리거는 제킬보다 조금 더 오르막에 특화된 모델이다. 리어 145mm, 프론트 150mm 트래블의, 올마운틴과 엔듀로 중간 정도의 자전거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캐논데일은 트리거를 올마운틴으로 분류했다. 풍부한 트래블과 동시에 충분한 오르막 성능을 가졌기 때문이다.

Ai 기술을 적용한 짧은 체인스테이는 트리거에도 똑같이 적용되어 있다. 체인이 길수록 손실이 늘어나는데 체인스테이가 짧을수록 손실은 줄어든다. 뒷바퀴가 무게중심에 더 가까워지므로 접지력을 유지하기 좋고, 라이더의 움직임에 더 빠르게 반응한다.

헤드튜브 각도는 제킬이 65도, 트리거는 66도다. 조향은 헤드튜브 각도가 지면에 가까울수록 안정적이고, 수직에 가까울수록 민첩하다. 트리거는 기술을 요하는 오르막에서의 민첩성을 위해 헤드튜브 각도를 제킬보다 1도 더 수직에 가깝게 만들었다. 변속, 브레이크, 시트포스트, 서스펜션 조절 케이블은 모두 프레임 내부를 통과한다. 각각의 모델과 함께, 다른 기술에 대해서 더 알아보자.

트리거 중 최상급 모델인 트리거1이다. 풀 발리스텍 카본 프레임, 카본 리어쇽 링크로 구성돼 있다. 리어쇽은 폭스 팩토리 플롯 X EVOL, 포크는 150mm 트래블의 팩토리 플롯 34로 FIT4 댐퍼와 카시마코팅이 적용돼 있다. 트루바티브 디센던트 카본 크랭크, 스램 XX1과 XO1 이글을 조합한 구동계, 스램 가이드 RSC 브레이크를 사용했다. 시트포스트는 제킬 1, 2에 사용된 것과 같은 레이스페이스 터바인 드롭퍼다. 시트포스트 트래블은 S 사이즈는 125mm, M-XL 사이즈는 150mm다.

링크 구조가 바뀌면서 제킬과 트리거의 시트튜브에 물통케이지와 물통을 장착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하루 종일 산악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은 물통케이지보다 물백을 선호하지만, 가득 채워도 부족할 때가 있다. 혹은 물이나 음료 대신 공구를 보관할 수도 있으니, 이는 상당히 유용한 기능이다.

트리거2의 메인 프레임은 발리스텍 카본, 스윙암은 스마트폼 C1 알로이다. 포크와 리어쇽은 트리거1보다 한 단계 아래인 플롯 34 퍼포먼스 엘리트와 플롯 X 퍼포먼스 엘리트 EVOL이 적용됐다. 전체적인 기능은 같지만 카시마코팅이 빠졌다고 보면 된다. 시트포스트는 트리거1과 같고, 구동계는 스램 XO1, 브레이크는 스램 가이드 RS다.

다운튜브와 바텀 브래킷 사이에는 케이블 라우팅 포트가 있어 케이블을 프레임에 밀착해 설치할 수 있다. 외부 충격에 많이 노출되는 부분인 만큼 가볍고 강한 카본 프로텍터를 장착해 강한 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했다. 체인스테이에 구멍을 뚫고 케이블이 내부로 통과하는 일부 타사의 제품들과 비교하여 체인스테이 강성이 탁월하다.

트리거3는 트리거2와 같이 발리스텍 카본 메인 프레임, 스마트폼 C1 알로이 스윙암으로 구성돼 있다. 포크는 플롯 34 퍼포먼스, 리어쇽은 플롯 퍼포먼스 DPS EVOL이다. 구동계는 시마노 XT, SLX 조합을 사용했고, 브레이크는 시마노 SLX, 시트포스트는 120mm 트래블의 트랜스X 드롭퍼가 장착돼 있다.

트리거 우먼스 1은 여성용 모델이다. 프레임 지오메트리는 남성용과 같지만 여성에게 맞는 부품으로 구성했다. 남성용은 45mm 스템과 780mm 핸들바를 사용한 반면 여성용에는 35mm 스템과 760mm 핸들바를 장착했다. 안장도 여성 체형에 적합한 WTB 데바 HP 콤프 안장이다.

산바다스포츠(sanbadasports.co.kr)가 수입, 공급하는 캐논데일의 제킬과 트리거를 소개했다. 기사를 쓰는 내내 참 갖고 싶은 자전거라는 생각을 했다. 새로워진 링크 구조와 제미니 쇽, 캐논데일만의 Ai 기술, 적당한 트래블과 부품 구성까지 매우 훌륭하다. 입고될 제품과 입고 시기는 국내외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가격 미정.

글

함태식 기자 tsham@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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