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이탈리아 캄비아고에서 시작된 ‘콜나고(COLNAGO)’를 한마디로 설명하는 말은 ‘명가(名家)’다. 오랜 역사뿐 아니라, 콜나고는 선수들의 몸에 자전거의 프레임 사이즈를 맞춘다는 개념을 가장 먼저 도입한 혁신적인 메이커이며 그 전통을 이어받아 지금도 콜나고의 플래그십인 C60은 거의 20가지의 세분화된 프레임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을 정도다.

또 콜나고를 상징하는 클로버 마크의 배경에는 청·적·흑·황·녹의 다섯 색깔 띠가 들어있다. 월드챔피언을 상징하는 컬러다. 유행처럼 그려 넣은 장식이 아니라, 수많은 이탈리안 챔피언과 월드챔피언, 그랜드 투어의 챔피언이 콜나고를 탔다. 전통과 자랑스러운 레이스에서의 경력, 그리고 화려함과 단아함을 갖춘 품격이 바로 여전히 수많은 이들을 매료시키는 콜나고의 매력이다.

콜나고 라이더들 가운데는 플래그십인 C60과 같은 고가의 상급 모델을 타는 이들이 많은데, 그런 반면 입문자 및 중급자 중에는 콜나고 라이더를 보기 어렵다. 명품이라 불리는 브랜드인 만큼 가격대비 장착된 부품의 등급이 낮아서일까? 그러나 콜나고의 C60이나 콘셉트 같은 모델은 가성비를 따져서 구입할 자전거가 아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플래그십을 제외한 나머지 모델에서 ‘콜나고 고유의 품격’이라 할 수 있는 특유의 프레임 지오메트리나 고급스러운 페인팅 같은 매력요소를 찾기 어려웠다. 오죽하면 콜나고를 타고 싶다면 부담스럽더라도 플래그십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포기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콜나고의 중간 등급 모델은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콜나고는 작년 새로운 카본 모노코크 프레임의 로드바이크 ‘C-RS’를 공개했다. 콜나고 C-RS는 콘셉트와 V1-r(V2-R) 같은 신세대 레이스모델의 등장과 함께한다. 2018 콜나고 C-RS 울테그라는 플래그십에 비해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미드클래스 모델이지만 ‘진정한 콜나고’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C-RS의 등장, 콜나고 미드클래스 모델의 반전

C-RS는 콜나고의 미드클래스 모델에 대한 평가의 반전을 노린다. 올라운더 스타일의 카본 모노코크 프레임을 가진 모델로, 현재의 콜나고 로드바이크 라인업에서 알루미늄 모델인 A1r의 위 등급, 콜나고 카본 프레임 모델 중에서는 엔트리급에 해당한다(A1r은 국내 미출시). 카본 엔트리급이라 하지만 콜나고 C-RS는 높은 완성도와 아름다운 마감을 보여준다. 상위 모델인 콘셉트와 V1-r에 적용된 차세대 콜나고 프레임의 구성요소들을 C-RS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C-RS를 실물로 만나자마자 ‘이게 바로 콜나고지’라는 생각을 했다. 콜나고는 고전적인 매력이 있는 브랜드다. C-RS는 최신 모델로 클래식 프레임과는 아주 다르지만, 주행에 불필요한 요소를 배제하고 최대한 심플한 모습을 가졌고, 콜나고 특유의 지오메트리를 적용했다.

지오메트리를 살펴보면 48사이즈의 슬로핑 프레임(48S)이지만, 다른 브랜드의 48사이즈와 비교했을 때 프레임이 크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유효 탑튜브 길이는 528mm로 신장 175cm의 라이더가 타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C60 슬로핑 모델과 비슷하다. 슬로핑 탑튜브를 적용했지만, 기본적으로 탑튜브가 수평인 프레임을 바탕으로 살짝 기울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프레임의 심플한 느낌은 튜빙의 형상에서 비롯된다. 울룩불룩한 근육질의 복잡한 곡면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사각형의 단면을 바탕으로 설계된 튜빙을 적용했는데, 탑튜브와 다운튜브는 모서리를 살짝 오목하고 둥글게 깎아냈다. 콜나고의 전통적인 클로버 형 단면 튜빙에 대한 오마주가 아닐까 생각된다. 기능미를 추구하면서도 콜나고다운 개성을 보여준다.

앞삼각과 뒷삼각 모두 의도적으로 곡선을 배제하고 쭉 뻗은 직선의 튜빙을 사용했다. 러그를 사용하지 않은 모노코크 프레임이지만 클래식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이 때문이리라. 요즘 자전거에서 오히려 보기 드문 디자인이다. 화려하고 복잡한 장식이 자전거 프레임의 기본인 삼각형의 비례가 만들어내는 시적인 아름다움 앞에서 고개 숙일 수밖에 없음을 콜나고는 잘 알고 있으리라.

프레임의 디테일한 부분에서 콘셉트와 V1-r의 이미지를 겹쳐보게 된다. 정면에서 보아 허리가 오목한 절구형의 헤드튜브 양 측면으로 브레이크와 변속 케이블이 내부로 수납된다. 자전거를 보는 눈이 높다는 것은 성능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마감에도 눈길을 보낸다는 것을 뜻한다. 프레임 중간을 잘라내고 플라스틱 부품으로 마감하는 것이 기능적이며 가격도 절감할 수 있지만, 아름답지는 않다. C-RS의 프레임은 엔트리 모델이라도 콜나고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훌륭한 마감과 품격을 보여준다.

BB셸과 체인스테이 역시 사각형의 튜빙에 맞춰 심플하게 디자인되었다. 단, 플래그십 모델이 콜나고의 독자규격 스레드 BB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C-RS는 프레스 핏 방식의 BB를 사용한다. 체인스테이는 세로방향으로 납작한 사각형의 단면을 적용했다. 드롭아웃은 별도의 장식 없이 콤팩트한 형태이며, 드롭아웃 바로 뒤쪽에서 변속기로 이어지는 케이블이 나온다. 그야말로 단순함 그 자체.

시트포스트는 직경 27.2mm의 라운드 타입을 사용하며, 알루미늄제가 장착되었지만 원한다면 다른 서드 파티 제품으로 교체할 수도 있다. 시트포스트를 고정하는 클램프는 탑튜브와 시트튜브가 이어지는 부분 상단에 숨어있다. 캠 형태로 시트포스트를 눌러 고정하는 방식이다.

포크는 일자로 쭉 뻗은 스트레이트 타입. 크라운에서 드롭아웃까지 곧바로 이어지는 직선 그 자체다. 너무 심플해서 이런 디자인을 오히려 보기 드물다. 포크블레이드와 스티어러튜브 모두 카본소재를 적용한, 소위 풀 카본 포크다. 사실 C-RS가 보여주는 뛰어난 완성도를 생각하면 이런 설명을 하는 게 오히려 우습고 어색하다.

컴포넌트는 시마노의 울테그라 R8000 시리즈를 장착했다. ‘섀도우’ 디자인이 적용된 신형 구동계다. 시마노 신형 구동계의 파격적인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심플한 프레임과 잘 어울린다. 시마노 울테그라 구동계의 성능과 신뢰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크랭크는 50×34T 콤팩트 체인링을 장착했고, 카세트 스프라켓은 11-28T를 장착해 평지에서 산악까지 넓은 커버리지를 제공한다. 그야말로 신형 시마노 구동계의 성능을 가장 잘 이끌어낼 수 있는 조합이다.

휠은 시마노의 엔트리급 휠세트인 RS-010을 장착했다. 성능을 생각하면 섭섭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묘하게 납득이 된다. 자전거의 프레임과 비교하기엔 한참 부족한 휠이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이런 엔트리급 휠을 장착한 이유는 ‘업그레이드’를 전제로 한 것이라 봐야 한다. RS-010을 분리하고 자신의 마음에 드는 휠을 장착하라는 뜻이다. 물론 추가비용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2018 콜나고 C-RS 울테그라의 국내 출시가격은 320만원이다. 카본 프레임에 울테그라 구동계를 장착한 자전거가 이 가격이면 비싸다고? 하지만 이것만큼은 다시 한 번 전하고 싶다. C-RS가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프레임인지 살펴보라. 플래그십에 견줄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완성도를 가진 로드바이크다. 결코 이름값에만 기댄 비싼 자전거가 아니다. C-RS, 역시나 콜나고는 콜나고다.

 

2018 콜나고 C-RS 울테그라 제원

프레임 : 콜나고 C-RS, 카본 모노코크, 인터널 케이블 라우팅
포크 : 카본 레그, 카본 스티어러 튜브
크랭크 : 시마노 울테그라 FC-R8000, 50×34T
시프터 : 시마노 울테그라 ST-R8000(22단)
앞 디레일러 : 시마노 울테그라 FD-R8000-F
뒷 디레일러 : 시마노 울테그라 RD-R8000
카세트 : 시마노 울테그라 CS-R8000, 11-28T (11단)
체인 : 시마노 CN-HG601
브레이크 : 시마노 울테그라 BR-R8000
휠세트 : 시마노 WH-RS010
타이어 : 비토리아 자피로 프로 G+, 700X25C
스템 : 데다 제로, ±6도, 31.8mm
핸들바 : 데다 RHM02, 31.8mm
안장 : 콜나고 (프롤로고 OEM)
시트포스트 : 콜나고 알루미늄 27.2mm
무게 : 8.07kg (48S, 실측)
사이즈 : 42S, 45S, 48S, 50S, 52S, 54S
프레임 컬러 : CRAD(UAE Team), CRUW(유광 블랙/화이트), CRRW(유광 레드/화이트), CRIT(유광 화이트/레드), CRBB(무광 블랙)
가격 : 32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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