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서 유유히 대지를 달리는 모터사이클 라이딩, 누구나 꿈꾸는 그림이다. 지난 14일부터 양일 간, 공기 좋고 물 좋은 강원 평창에서 할리데이비슨 호그 랠리가 열렸다.

할리데이비슨 코리아는 올해를 기점으로 각 지역 챕터별 랠리를 개최하고 있다. 일산 챕터는 이번 랠리에 많지 않은 80명 규모가 참가해 차분히 정돈된 상태로 진행할 수 있었다.

이번에 참가한 랠리 라이더들은 할리데비이슨 모터사이클을 가지고 있거나 함께 동승해 온 이들이다. 연령대는 30~50대가 주로 많았다. 매일이 비슷한 일상을 벗어나 함께 라이딩을 즐기는 벗들과 함께 공기 맑은 강원도로 달려온 이들은 어린아이처럼 밝은 웃음이 가득했다.

어두컴컴하고 강렬한 마초 이미지를 상상했던 것과 달랐다. 인상적이었다. 모두 선입견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가장이자 사회의 구성원으로 지내온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진정한 의미의 휴식을 찾은 행복한 표정들은, 처음 보는 얼굴인데도 제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호그 랠리는 활동이 전국 모임에서 지역 챕터별로 나뉘며 규모가 소박해졌다. 대신 더 체계적이고 지역적으로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됐다. 아무래도 전국모임보다 한 동네에 사는 이웃이라는 생각이 강하고, 여기에서 적잖이 친근감을 가지는 것이다. 변혁 이후 긍정적인 효과다.

부부동반 참여 라이더도 있었다. 서로 헬멧 끈을 매어주는 모습이 뭉클했다. 라이더라면 모두가 바라는 장면이다. 취미를 공유하고 여가를 공유하면서 함께 한 방향으로 웃을 수 있다는 것은 대부분 꿈꾸는 부부 간의 행복한 노후다.

오랜만에 만난 선후배끼리 그리고 친구끼리 이야기가 끊일 줄 모른다. 남자도 반가우면 수다가 늘어난다. 

첫 날 밤은 웰컴 파티 식의 디너 파티가 열렸다. 일산 챕터 회장, 일산 지점장이 무대에 올라왔다. 환영인사를 곁들여 “무엇보다 우리의 우선은 안전”이라고 말했다. 랠리 기간 동안 안전하게 즐기다 웃으며 돌아갈 수 있도록 당부했다.

 

 

뷔페 식사 후 축하공연이 시작됐다. 댄스 걸그룹이 한껏 흥을 돋웠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사회자가 레크레이션을 이끌며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을 진행했다.

 

 

 

경품이 걸린 이벤트가 시시때때로 펼쳐졌다. 특히 타이어를 건 이벤트가 재미있다. 사회자가 특정 치수의 타이어 세트를 보여줬다. 자신의 모터사이클에 딱 맞는 사람을 찾아 선물로 주겠다는 거다.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기종에 딱 맞는다며 무대로 뛰어 올라왔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지점장이 어느 기종이 맞는지 판별해줬다. 결국 몇 안 남은 지원자끼리 게임을 통해 승부를 가렸다.

기차놀이, 가위바위보, 댄스 배틀 등 다양한 레크레이션이 계속됐다. 처음에는 쭈뼛거렸던 참가자들도 이제는 마음을 열었다. 오랜만에 몸을 움직여 노니 숨차지만 재미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아침은 기다리던 그랜드 투어였다. 일산 챕터 랠리 회원들이 함께 평창의 순록을 함께 달릴 수 있는 기회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채비를 한 라이더들이 모습을 보였다.

 

호그 랠리는 기본적으로 안전을 담당한 스태프들이 곳곳에서 지원한다. 시민들과 함께 쓰는 일반 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시시각각 챙겨야할 일들이 많다.

참여한 기종은 다양했다. 할리데이비슨은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다. 다양한 모양새는 물론이고 엔진의 형식도 다르다. 여기에 오너만의 액세서리를 더하면 더욱 개성이 넘친다.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거기서 거기일지 모르지만, 이들은 소리만 들어도 구분해낸다.

이날 그랜드 투어는 평창 경찰서에서 지원을 나왔다. 한화리조트 출발점에서 이승복 기념관 반환점까지 안전한 운영을 위해 대열 선두에 서 속도를 조절했다. 중간 큰 교차로 지점마다 몇몇 경찰 인력이 투입돼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유도했다.

대열 선두를 맡아 달린 경찰관은 “어떤 규모의 모임이든 사고가 생기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며, “운전자들의 안전한 대열 운행을 위해 종종 지원을 나온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하는 입장 또한 같은 마음이다. 든든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이날 지원된 경찰용 모터사이클도 할리데이비슨이다. 참가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한번 앉아보고 포즈를 취하거나 주차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오기도 한다. 포즈를 취해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도 한다.

엄숙해 보이는 경찰관이지만 지금만큼은 함께 달리는 라이더라는 생각에 마음의 벽이 허물어졌다.

어디를 보며 그렇게 반갑게 손짓을 하나 했더니 하늘에 촬영용 드론이 윙윙거리며 떠 있다. 신기한 마음에 영상을 찍어달라며 손을 흔든다. 해맑은 모습이 언뜻 적응 안 된다.

검은 가죽 재킷에 은빛 사슬, 짙은 선글라스에 거친 수염을 기른 이들 또한 평범하게 모터사이클을 좋아할 뿐인 남자들이었다. 주말이 끝나면 다시 생업으로 돌아 가야하는 사회인일 뿐, 대단히 독특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랜드 투어를 마친 이들은 다시 경찰의 인도 하에 집결지로 돌아갔다. 이틀간의 즐거웠던 시간도 마무리다.

일산 챕터의 가을 랠리는 성공이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보다는 차분하고 안전하게 진행되는 반면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그랜드 투어도 안전하게 진행됐고 모두가 함께 라이딩의 즐거움을 나눴다.

할리데이비슨 랠리는 내년에 또 열린다. 긴 겨울을 지내고 나면 다시 라이더들이 봄기지개를 펼 것이다. 좋은 매너와 미소를 머금은 호그 일산 챕터 회원들의 행복한 얼굴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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