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바이크를 타면서도 편안한 승차감을 원한다면 어떤 모델이 좋을까? 많은 분들이 ‘트렉 도마니(DOMANE)’라는 이름을 꺼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글이 트렉 도마니의 시승기라서가 아니라, 국내외 많은 사이클링 커뮤니티의 수없이 많은 라이더의 질문과 답변에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까닭이다.

트렉 도마니 시리즈는 이미 수많은 사이클리스트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이름이며, 성능을 인정받고 있는 가장 뛰어난 인듀어런스(Endurance) 로드바이크 중 하나다. 트렉 도마니는 단순히 자전거의 프레임을 부드럽게 만들어 충격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소스피드(IsoSpeed)’라는 독자적인 기술로 노면의 진동과 충격을 흡수하고 레이스에서 필요한 빠른 반응성과 뛰어난 추진력까지 내는 자전거로 명성 높다. (파비앙 칸첼라라에 의해 테스트 중인 도마니 프로토타입)

부드러운 자전거는 페달링에 한 박자 느리게 반응하고, 레이스에는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도마니를 한 번도 타보지 않은 라이더가 어떤 자전거인지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힌트라면 도마니는 단순히 부드러운 자전거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안장에서 일어나 댄싱을 해보면 예상보다 훨씬 프레임이 단단하다는 점에 놀랄 것이다. 페달링에 경쾌하게 반응하며 앞으로 뻗어나가는데, 처음 타본 사람 중 십중팔구는 상상과 전혀 다른 라이딩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도마니가 푹신푹신할 것이라 생각한 사람들은 예상보다 도마니가 단단해서 실망할 수도 있다. ‘승차감이 뛰어난 도마니’에 대한 상상이 깨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도마니의 명성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은 원래 자신이 타던 자전거로 돌아가 라이딩 할 때야 깨닫게 된다. 평소랑 똑같은 길을 달리는데도 ‘이 길에 이런 턱이 있었나?’, ‘여기 노면이 이렇게 거칠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이건 분명 도마니 중독의 초기 증세가 나타난 탓이다.

도마니의 편안함에 익숙해지면, 도마니가 아닌 다른 자전거가 불편해진다. 하지만 그 맛을 본 이상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필자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이번 도마니 시승을 함께하며 촬영을 도와준 사진 속 라이더의 말이다.

라이더의 다양한 취향에 맞추기 위해 도마니는 세분화된 모델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카본 프레임을 적용한 고성능 모델로 실제 레이스에서 트렉-세가프레도 팀 선수들이 사용하는 최상급 모델은 ‘도마니 SLR’이며, 이보다는 한 단계 아래 등급이지만 아마추어 사이클리스트의 레이스나 투어용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도마니 SL’이 있다.

‘도마니 ALR’과 ‘도마니 AL’은 합리적인 가격과 성능을 위해 알루미늄 프레임을 사용한 모델이다. 도마니 ALR이 알루미늄의 특성을 살린 경량 모델이라면, 도마니 AL은 가성비 중심의 입문용 모델이며, 각각의 도마니 시리즈는 장착된 부품에 따라 모델이 세분화 된다.

 

도마니 기술의 핵심 - IsoSpeed

도마니 패밀리의 각 모델은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라는 콘셉트를 공유하지만, 아무래도 소재가 서로 다른 이상 모델별 특성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플래그십인 도마니 SLR과 도마니 SL은 승차감과 주행 성능까지 포함해 유사한 부분이 많은 자전거다. 최상급 모델인 도마니 SLR은 코스에 따라 ‘IsoSpeed 디커플러(Decoupler)’의 특성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더해져 있지만, 프론트/리어 IsoSpeed이라는 핵심기술이 적용된 점에서는 도마니 SL과 SLR이 동일하다. (해당 이미지는 플래그십 모델인 도마니 SLR의 IsoSpeed 시스템)

이번에 시승한 도마니 SL 6는 시마노 울테그라 등급 구동계를 장착한 모델이다. 플래그십은 아니지만 동호인 레이스나 장거리 투어를 준비하는 이들이 베이스 모델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성능을 보여준다.

도마니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IsoSpeed 디커플러/프론트 IsoSpeed다. 도마니 SL은 탑튜브와 시트튜브 연결부위, 탑튜브와 헤드튜브 연결부위의 안쪽에 피봇과 베어링이 들어있다. 프레임과 분리(decouple)된 헤드튜브와 시트튜브가 피봇을 통해 연결되어 앞뒤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구조다.

노면에서 세로방향으로 충격과 진동이 올라오지만, IsoSpeed 디커플러/프론트 IsoSpeed 기술 덕분에 안장과 포크가 앞뒤로 움직이면서 이를 완화시켜 준다. 실제로는 그리 쉽게 움직이지 않는데, 체중을 실어 눌러야 미세하게나마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는 정도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 라이더는 안장과 핸들이 앞뒤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거의 눈치 채지 못할 정도지만, 의외로 몸이 느끼는 라이딩 피로감소 효과는 굉장히 크다.

앞뒤방향으로는 유연한 반면 좌우방향으로 비트는 힘에는 단단하게 저항한다. 안장에서 일어나 페달을 밟는 동시에 핸들을 잡아당기며 자전거를 쥐어짜듯 달리더라도 낭창거리는 느낌이 없다. 이것이 도마니가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하면서도 레이스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자전거라 인정받는 비결이다.

도마니 SL의 포크와 시트마스트도 편안한 승차감을 만들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크는 거친 노면에서도 높은 안정감을 제공하며, 노면의 충격을 흡수하는데 유리하도록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휘어지는 형태다. SLR부터 도마니 AL에 이르기까지 도마니 시리즈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시트마스트는 자전거의 무게를 줄이는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도마니 IsoSpeed 디커플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필수요소다. 일반적인 자전거에 장착되는 시트포스트는 기본적으로 프레임의 안쪽으로 삽입되는 부품이다. 당연히 자전거의 시트튜브 주변을 단단하게 만들어야 하며, 시트포스트가 들어가 더욱 단단해지기 때문에 유연함을 요구하는 도마니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도마니는 자전거의 시트튜브가 탑튜브 위로 연장된 부분인 시트마스트 겉 부분에 ‘시트마스트 캡’을 씌워 시트포스트를 대체했다. 가벼울 뿐 아니라 시트튜브 내부로 들어가는 부품이 없어 유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다.

트렉의 로드바이크는 기본적으로 ‘연식’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매년 새로운 디자인이 등장하지만, 이전 연도에 나온 모델과 프레임, 부품구성이 같다면 같은 모델로 취급한다. 또한 트렉 자전거를 선택하는 라이더는 예전에 나온 모델의 디자인이 올해 모델보다 마음에 든다면 해당 모델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올해 도마니 SL 6에는 중요한 변화가 있는데, 시마노의 신형 울테그라 R8000시리즈가 장착된다는 점이다. 뒷바퀴 기어의 스프라켓 수는 11장으로 이전과 거의 같지만, 변속기의 설계가 완전히 바뀌었다. 시마노 MTB 변속기의 ‘섀도우’ 디자인이 로드바이크용 변속기에도 적용된 것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로드바이크에 장착되는 가장 큰 스프라켓 톱니 수가 25T를 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기어의 숫자가 늘어나고, 산악구간에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점차 톱니수가 많은 큰 스프라켓을 장착하는 것이 일반화 되고 있다. 사실상 과거 MTB에 사용된 것과 비슷한 기어를 로드바이크에도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변화에 맞춰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마노가 로드바이크용 변속기도 MTB의 그것과 비슷한 모습으로 만들었다 예상해볼 수 있다.

실제로 이번 도마니 SL은 50/34T 체인링을 장착한 콤팩트 크랭크에 11-28T 11단 카세트 스프라켓을 장착하고 있는데, 만약 가파른 언덕을 더 편안하게 오르고자 한다면 32T의 대형 카세트 스프라켓도 장착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폭 28mm(700×28C)의 와이드 타이어가 장착된다. 산악구간, 가파른 경사의 정점을 찍는 ‘깔딱 고개’도 안장에 앉아 페달링만으로 오를 수 있고, 웬만한 비포장 구간도 거침없이 달릴 수 있을 만큼 편하다.

 

어떤 길도 편안한 인듀어런스 바이크, 도마니 SL

도마니의 형제, 트렉의 에어로 로드바이크 마돈은 ‘공기역학적 성능이 곧 빠름’이라 말할 것이다. 경량 올라운더 에몬다는 ‘가벼움이 곧 빠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마니의 캐치프레이즈는 ‘부드러움이 곧 빠름’이다.

원래 유럽의 거친 돌 길 ‘파베’를 달리기 위해 개발된 자전거지만, 일반 도로에서도 도마니는 강력한 주행성능을 자랑한다. 로드바이크가 늘 매끄럽게 포장된 길만을 달리는 것이 아니다. 아스팔트길이라도 갈라지거나 깨지고 마모되어 거칠어진 구간을 종종 만나게 된다. 아니,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대부분의 노면이 로드바이크를 위한 이상적인 주행환경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도마니 SL 6 역시 모든 곳에서 완벽한 자전거는 아니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로드바이크보다 편하다’는 것. 도로 턱이나 단차가 있는 곳을 지날 때의 충격도 부드럽고, 보도블록으로 포장된 곳을 빠르게 달리더라도 핸들이 흔들리거나, 진동이 안장을 타고 올라와 골반이 부르르 떨리게 하는 그런 느낌이 거의 없다.

사실 두툼한 타이어 때문인지, 도마니가 자랑하는 IsoSpeed 시스템 덕분인지 정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이번 도마니 SL 6는 둘 다 적용된 자전거이기 때문. 심지어 도마니라면 브레이크 캘리퍼/프레임과 타이어의 충분한 클리어런스를 가져 더욱 폭이 넓은 타이어를 장착할 수도 있다.

가혹한 환경에서도 최대한의 편안함을 제공하는 도마니는 장거리 라이딩에 적합하다. 5시간 이상 체력을 보존하며 달려야 하는 그란폰도나 브레베 같은 이벤트에서 달리기에도 적합해 보인다.

이미 여러 로드바이크를 거쳐 다음 자전거를 찾는 라이더라면 단순히 자전거의 무게나 부품 등급으로 정의할 수 없는 각각의 자전거의 특징과 개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장거리를 즐겁게 달리고 싶은 이를 위한 자전거, 바로 도마니다. 아직 어떤 자전거를 타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라이딩이 즐겁기를 바라는 입문자라면? 역시 트렉 도마니는 모범 답안이다.

부담 없는 가격의 로드바이크를 찾는다면 알루미늄 프레임의 도마니 AL이라는 선택지도 있지만, 이왕에 조금 더 좋은 자전거를 구입해 오래오래 함께하길 바란다면 도마니 SL 6를 권한다. 라이더의 실력이 향상되어도 부족함 없이, 오히려 라이딩 마일리지가 늘어날수록 도마니의 진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트렉 도마니  SL6 제원

프레임 : 500시리즈 OCLV 카본, 프론트&리어 IsoSpeed, 테이퍼드 헤드튜브, 시트마스트
포크 : 도마니 풀 카본, E2 비대칭 테이퍼드 카본 스티어러
크랭크 : 시마노 울테그라, 50/34T 콤팩트, BB90
시프터 : 시마노 울테그라
앞 디레일러 : 시마노 울테그라, 브레이즈 온
뒤 디레일러 : 시마노 울테그라
카세트 : 시마노 듀라에이스, 11-28T, 11단
브레이크 : 본트래거 스피드 스탑, 다이렉트 마운트
휠세트 : 본트래거 패러다임 튜브리스 레디
타이어 : 본트래거 R2 하드 케이스 라이트, 700x28C
스템 : 본트래거 프로, 31.8mm, ±7º
핸들바 : 본트래거 레이스 라이트 IsoZone(아이소존), VR-CF, 31.8mm
헤드셋 : 카트리지베어링, 상단 1-1/8인치, 하단 1-1/2인치
안장 : 본트래거 어피니티 콤프, 크롬몰리 레일
사이즈 : 50, 52, 54, 56, 58, 60, 62
색상 : 매트 드니스터 블랙&글로스 트렉 블랙, 바이퍼 레드&오닉스 카본
가격 : 365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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