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업계에서 300이라는 숫자가 흔해진 요즘이다. 125cc, 250cc, 600cc 등으로 나뉘던 1리터 이내의 시장에 변화가 생긴 것은 꽤 지났다. 300cc 카테고리의 새로운 모터사이클들은 주로 동남아 등지의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국내에 얼마 전까지 250cc 카테고리로 소개된 다양한 종류의 모터사이클도 대부분 원형은 300cc 급이다. 나라별 시장별 환경이나 법적 규제에 맞게 수정되어 팔려온 것이다. 허나 알다시피 국내에는 125cc이상은 사실상 무제한 면허가 적용되어 250cc라는 애매한 숫자는 큰 의미없다.

물밀 듯 들어온 300cc대 모터사이클은 하나같이 인기가 많았다. 250cc라는 작은 우유 하나만한 배기량 내에서 출력을 내기위해 고회전 특성을 피할 수 없었던 대신, 300cc를 넘는 배기량을 확보하자 같은 최대출력을 내도 저회전에서 여유롭게 힘을 쓸 수 있었다.

수동 기어 모터사이클은 물론이고 CVT를 사용한 스쿠터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과거의 획일적인 배기량 구분은 온데간데 없고, 이제는 200cc급, 320cc급, 500cc급 등 천차만별이다.

SYM은 대만 모터사이클 제조사로서 다양한 배기량의 스쿠터를 개발해왔다. 조이맥스 시리즈는 125cc급과 300cc급으로 나뉘어 국내에서 상당한 판매량을 자랑했다. 물론 높은 인기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인기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앞서 말했듯 배기량 제한을 과감히 탈피해 일상과 레저 영역을 넘나들 수 있는 파워, 그리고 중형 차체에 걸맞은 넉넉한 포지션과 편의성, 안락한 주행성 등이 무기였다.

하지만 시대는 변해간다. 무엇보다 올해는 환경 규제의 강화로 많은 모터사이클들의 연식변경이 불가피해졌다. SYM은 조이맥스 300i를 새로운 유로4 규제에 적합한 뉴 모델을 출시하면서 빠르고 자연스럽게 대처했다. 주인공은 CRUiSYM 300i다.

뉴 모델 CRUiSYM 300i ABS는 기존 조이맥스의 특장점을 물려받았다. 거기에 디자인은 더욱 인상적으로 변했고 편의성도 높였다. 무게가 조금 늘었으나 수긍할만한 정도다.

디자인 콘셉트는 이전보다 터프해졌다는 데 중점이 있다. 도심 주행과 스포츠 주행의 장점을 고루 갖춘 CRUiSYM은 다기능 크로스오버 맥시스쿠터가 콘셉트다. 따라서 디자인적인 요소로 기존의 조이맥스처럼 말끔하고 세련된 인상에서 약간 거칠고 터프한 이미지를 더한 것이 눈에 띈다. 어드벤처 바이크의 느낌과 투어링 기능을 결합해 현시대가 요구하는 이미지를 연출했다.

색상은 매트블랙, 화이트 매트 그레이 세 가지다. 첫눈에 본 인상은 도회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조이맥스보다 확실히 남성적이며 강인해 보인다는 점이다. 각부에는 플라스틱 수지에 카본 파이버 모양의 텍스처를 입혀 단순함을 덜었다.

프론트 카울 아래로 마치 어드벤처 바이크와 같은 부리 모양의 페어링을 추가해 꾸준히 인기가 높은 아웃도어 이미지를 추가했다. 프론트 마스크는 55와트 프로젝션 듀얼 헤드라이트가 또렷한 표정을 나타낸다.

LED가 촘촘히 배치된 포지션 라이트도 강렬하지만, 독특한 점은 방향지시등이 마치 튜닝파츠를 부착한 듯 사이드미러 지지대로 옮겨갔다는 거다. 고휘도 LED가 단 두 개 박혀있지만 충분히 기능적으로 보인다. 사이드미러는 주차시 공간 활용을 위해 안쪽으로 접힐 수 있는 폴딩식이다.

윈드스크린은 기본적으로 넓고 평평한 형상이다. 충분히 넓은 사이즈로 운전자의 상체로 들이치는 풍압을 걸러주고 피로감을 최소화 한다. 수동으로 높이를 조절할 수도 있는데, 2개의 포지션으로 움직여진다고 한다.

뒤를 살펴보면 6각형 모양의 프리즘 테일라이트를 중심으로 방향지시등까지 모두 작은 LED로 촘촘히 메워져 있다. 다른 스쿠터와 차별된 뒤태를 보여주고 싶은 노력이 엿보인다.

엔진은 단기통 4밸브 278.3cc 수랭식이다. 연료 분사는 전자식이며 CVT 미션을 사용했다. 현가장치의 경우 앞은 텔레스코픽 포크를, 뒤는 유닛 스윙암 구조다.

휠 사이즈는 앞 120/70-14, 뒤 140/60-13으로 보편적인 중형 스쿠터의 표준 크기다. 연료탱크는 12리터로 먼 거리를 떠나도 거뜬한 크기를 가졌다.

스쿠터라면 역시 수납공간이 중요하다. 시트 아래의 가장 큰 트렁크 공간에는 풀페이스 헬멧이 두 개 모두 들어가는 크기를 자랑한다. 혼자 운행할 일이 많다면 헬멧 하나와 나머지 공간은 소지품이나 가방으로 채울 수 있을테고, 텐덤 라이딩을 즐긴다고 해도 동승자용 헬멧까지 챙길 수 있으니 더 좋다.

물론 상식적인 사이즈의 글러브 박스도 있다. 내부에 12볼트 USB 충전포트가 기본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별도의 작업없이 USB 충전 케이블을 마음껏 쓸 수 있다. 보통은 아마도 휴대폰 충전용으로 쓰게 되지 않을까?

쟁쟁한 경쟁 차종에 비해서 눈에 띄는 점은 낮고 편안해 보이는 시트다. 시트 높이는 지상으로부터 760mm. 보통 키라면 정차 시 전혀 불편하지 않을만한 높이다.

중형 이상의 큰 스쿠터는 좌우 시트 폭이 넓기 때문에 시트고 수치 대비 실제로 발을 바닥에 딛고 서 있기가 여간 불편하다. SYM은 그런 운전자들의 고충을 잘 파고들었다. 구형 조이맥스300보다 10mm 낮아진 수치로 발 착지성은 더 나아졌다고 볼 수 있다.

발판도 독특한 발상이 들어갔다. 평평한 메인 패널외에 앞으로 길게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은 장거리 주행시 편안하게 느낄 수 있다. 약 40도로 굽어져 릴렉스한 기분으로 투어링할 수 있다. 또한 코너링 주행이나 스포츠 주행시 차체를 단단히 홀딩하고 싶다면 더 이상 텐덤스텝을 이용해 불편하게 달릴 필요가 없다. 그 점 또한 고려해 메인 패널 뒤쪽으로 스포츠주행용 발판을 추가로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계기부는 5각형 구조의 듀얼 디스플레이로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아날로그식으로 속도계와 엔진회전계가 메인으로 배치돼 있고, 가운데 디지털 LCD 창에는 엔진 수온계와 연료 잔량계, 시간이나 기타 정보들을 표시한다.

주유구는 원터치 오픈식으로 양 발판 사이 볼록 솟은 돔에 있다. 운전자와 동승자는 주유소에서도 스쿠터에서 내리지 않고 급유할 수 있어 편하다. 필러 캡은 하나의 키 홀로 시동, 락, 연료구, 시트 오픈 등 7가지 기능을 한다.

스포츠 주행을 뒷받침할 브레이크 시스템은 든든한 대형 디스크 로터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의 경우 260mm, 뒤는 240mm 크기의 로터를 사용해 즉각적인 제동력을 발휘한다. ABS 또한 기본 채용이기 때문에 우천 시 혹은 사정이 좋지않은 노면환경에서도 제동 시 안심할 수 있다.

리어 서스펜션은 양쪽으로 설치되어 있으며 기존 모델 대비 저속에서의 완충력 향상, 흔들림 개선을 기대할 수 있고 고속에서는 안정적인 주행감을 도모했다고 한다.

환경규제 유로4 사양에 맞추기 위해 중량은 다소 늘고 출력은 소폭 감소했으나 체감할 수 있을만한 수치는 아니다. 활동적으로 보이는 디자인과 과감한 디테일 요소가 더 큰 관심사다. 바꿔 말하면 얌전해보이던 이미지를 좀 더 와일드한 레저용 도구로 연출했다는 점이 두드러지는 변화점인데, 소비자들의 취향에 적중할 수 있을지 모른다. 모터사이클이 어드벤처 도구로 각광받는 시대인만큼 SYM의 노림수가 잘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겠다.

전작 조이맥스 300의 경우 이미 높은 가격대비 가치와 상품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름이 바뀐 뉴 모델 또한 그러한 장점을 그대로 이어받은 데다 시대의 트렌드를 십분 반영해 지금과 같은 와일드한 이미지로 완성됐다. 취향을 사람 따라 다르지만 상당히 올라서 있는 스쿠터 자체로서의 상품성은 여전히 훌륭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격전지 시장에서 독특한 이름만큼 빛을 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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