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적의 엔진오일 제조사인 모튤은 올해로 창립 165주년을 맞이했다. 모튤은 엔진오일을 만드는 수 많은 회사들 가운데 1800년대에 설립된 몇 안 되는 회사들 중 하나다. 사실 어떤 회사가 하나의 사업을 무려 165년 동안이나 해 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당연히 그 동안 최고의 제품을 만들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모튤의 역사는 가솔린 자동차의 시작보다 더 오래되었다. 또한 올해는 국내에 처음으로 자동차가 소개된지 115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 

올해가 2018년이니 165년 전이면 무려 1853년이다. 이 년도 대로라면 모튤은 본격적으로 자동차가 나오기 전부터 제품을 만들고 있던 셈이다. 최초의 가솔린 엔진 자동차는 1866년 칼 벤츠가 만든 페이턴트 모터바겐이기 때문이다. 가솔린을 사용하는 자동차보다 오래된 엔진오일 회사라니. 생각해 보면 엔진오일이 없었다면 엔진이 움직일 수 없었을 테니 엔진오일 제조사가 먼저인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모튤이 사업을 시작한 1853년을 살펴보면, 청바지의 대명사인 리바이스가 사업을 시작한 해며 엄청난 명화를 수도 없이 남긴 화가 반 고흐가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조선왕조(철종 4년)이었다. 

물론 당시 우리나라에는 자동차가 없던 시절이었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국내에 처음으로 자동차가 들어온 것은 1903년으로 고종황제의 의전용 어차로 들어온 포드의 A형 리무진(추정)이 최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한민국 최초의 자동차는 이듬해 벌어진 러일 전쟁 당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기록상으로는 1903년 4월에 들어 온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니 올해로 115년이 된 셈이다. 이후 1911년에는 고종황제의 어차로 영국의 다임러 리무진이 들어왔고, 1913년에는 순종황태자의 어차로 미국 GM의 캐딜락이 들어왔다. 이후 순종황제는 아버지의 다임러 리무진을 물려 받고, 순종황제가 타던 GM 캐딜락은 순정효왕후가 탔다. 현재 이 차량들은 국립고궁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후 1928년에는 서울에 20인승 버스가 다녔고 1944년에는 기아자동차의 전신인 경성정공이 설립되었지만, 초기에는 자전거를 만들었고 한참 뒤인 1961년에야 모터사이클과 3륜차를 내놨다. 물론 자동차를 만든 시기는 현대자동차 보다 많이 빠르다. 이후 1955년 6.25전쟁이 끝나고 미군이 남겨 놓고 간 차량에 드럼통을 두들겨 차체를 만든 시발자동차가 나왔고, 1957년에는 신진공업이 등장했고 이 회사는 GM코리아와 새한을 거쳐 대우로 이어진다. 1962년에는 닛산과의 기술제휴로 새나라 자동차가 닛산의 블루버드를 라이선스 생산했고, 1966년에는 신진자동차 공업이 토요타의 코로나를 라이선스 생산한다. 현대자동차의 설립은 1967년이며, 최초의 국산차인 포니 1은 1975년에 등장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 국가가 되었다. 

 

165년, 12개의 키워드

사실 165년의 역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튤 역시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역사가 짧다면 그냥 좋은 오일을 만들고 있는 회사라고 이야기하면 그만이겠지만, 길어도 너무 긴 시간이기 때문이겠다. 그래서 모튤은 이 유구한 역사를 12개의 키워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일단 모튤의 전반기 100년은 창립부터 세계 최초로 만든 엔진오일이 장식한다. 사실 모튤의 이름으로 165년을 이어온 것은 아니다. 모튤의 전신은 Swan & Finch Oil Corporation이란 회사였다. 이 회사가 1853년 뉴욕에 설립 되었고 다양한 오일을 만들었다. 모튤은 당시 이 회사의 브랜드 중 하나였으며, 모튤 말고도 Aerul, Textul과 같은 브랜드들이 있었다. 

1932년에는 Swan & Finch Oil Corporation에서 자동차 및 공업용 전문 오일 제품을 혼합해 판매하고 교환해 주는 사업을 진행하는 Supra penn(수프라 펜)을 프랑스에 설립했다. 회사가 설립된 1853년에서 100년이 지난 1953년에는 수프라 펜이 모회사인 Swan & Finch Oil Corporation을 인수한다.  자회사가 모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그만큼 자동차의 숫자가 점점 많아지면서 엔진오일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일 것이다. 

 

멀티그레이드, 세미 합성유, 합성유 모두 모튤이 최초

수프라 펜은 모회사 인수와 함께 최고급 엔진 오일을 만들던 모튤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게 된다. 최고급 엔진오일을 만들던 그들의 명성에 걸맞게 1953년 모튤은 전세계 최초로 멀티그레이드 엔진오일인 Motul Century를 출시했다. 멀티그레이드 엔진오일은 현재의 5W 30으로 점도가 표시되는 엔진오일이다. 이전의 싱글그레이드 오일은 10W, 20W처럼 저온 점도만 표시되거나 20, 30처럼 고온 점도만 표시되는 엔진오일이었다. 

그리고 1958년 수프라 펜은 여러 브랜드 중 최고급 엔진오일을 생산하던 모튤의 이름으로 사명을 교체했다. 이 시대의 로고는 지금과 달랐으며, 현재의 로고는 1982년부터 36년 동안 사용되고 있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고 여전히 예쁘다. 이후 모튤은 끊임 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향상된 제품들을 꾸준히 만들었다. 엔진오일의 역사에서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회사들은 많지 않다. 반면 모튤이 만든 제품에는 세계 최초 용어를 쓰는데 주저함이 없을 제품들이 많다. 앞서 이야기한 멀티그레이드 엔진오일은 물론이고, 세미 합성유와 100% 합성유 모두 전세계 최초로 모튤이 만들었다. 

세미 합성유는 1966년 처음 등장했는데, 이 오일은 당시 레이싱카에 많이 사용되었다. 지금이나 그때나 레이싱카들은 일반 차량에 비해 훨씬 가혹한 환경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광물유가 아닌 세미 합성유를 사용하게 되면서 속도가 높아지고 박진감과 함께 차량 성능 역시 비약적으로 높아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1966년 세미 합성유 이후 1971년 모튤은 드디어 인류 최초의 100% 합성유를 만들어냈다. 에스테르 기반의 합성유로 이때부터 레이싱 머신들은 본격적으로 속도 경쟁을 시작한다. 이제 많은 회사들이 합성유를 만들고 있지만 가장 처음 만든 것은 모튤이다. 인류 최초의 합성오일의 이름은 센추리 300V. 현재 모튤의 레이싱 또는 고성능 차량을 위한 엔진오일인 300V의 역사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모튤의 역사는 레이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발전합니다. 이후 모튤의 역사는 레이싱과 함께 한다. 

 

모튤의 역사는 레이싱의 역사 

그동안 모튤은 전세계의 크고 작은 레이스에 스폰서는 물론이고 엔진오일을 공급하는 파트너로 참여해 왔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당연히 역사적인 일들은 거의 다 레이싱 서킷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다. 흔히 레이싱 스폰서는 광고와 마케팅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일 수 밖에 없는 모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모튤이 꾸준히 레이스에 스폰을 하는 이유는 새로운 성분의 오일을 만들고 이를 극한의 환경인 레이싱 서킷에서 확인하고 다시 개선하고, 레이싱 서킷에서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거쳐왔다. 우리가 흔히 ‘레이스에서 온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모튤의 엔진오일을 포함시켜야 하지 않을 까란 생각이 들 정도다. 

모튤 165주년 역사 중 하반기의 시작은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터사이클로 1,000km를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인듀어런스 레이싱(1000km du Mans, Bol d’Or)에서 모튤은 350cc 모터사이클 카테고리에서 첫번째 월드 그랑프리 타이틀을 차지합니다. 이후 수많은 레이싱 경기에서 다양한 팀들이 승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기초를 세운 셈이다. 당시 이 업적을 달성한 라이더는 1951년 4월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일본인인 카타야마 타카즈미. 그는 어린 시절에는 모터사이클 정비를 했었고 국제적인 모터사이클 대회에서 일본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쥔 인물이기도 하다. 카타야마 타카즈미는 1985년 은퇴 이후 모터사이클 스쿨을 열었고 일본 내 오토바이 협회를 설립하는 등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다. 당시 그는 야마하 팀 소속이었으며 엔진오일 스폰서가 모튤이었다. 이때부터 모튤은 레이싱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1977년 이후 모튤은 꽤 오랫동안 Sonauto-Yamaha 팀과 함께 본격적으로 다양한 레이싱 대회에 참가한다. 1984년에는 Christian Sarron이 야마하 TZ250으로 그랑프리 모터사이클 레이싱(현재 모토GP의 전신) 250cc 클래스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그의 머신은 여러 회사에서 프라모델로 만들어졌다. 흰색과 하늘색이 섞여있는 예쁜 컬러링과 함께 저배기량의 모터사이클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그의 과격하고 화끈한 주행 스타일 때문에 팬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후 모튤은 온로드 레이싱에서 시작해 오프로드 레이싱에도 참가한다. 1986년에는 모터크로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Jacky Vimon가 250cc 월드 챔피언십에 올랐다. 

역시나 야마하 팀 소속이었던 그는 눈에 확 들어오는 핑크색의 라이딩 재킷으로 유명 했었다. 또한 프랑스 국적 선수로는 처음으로 모터크로스 월드 챔피언이 되기도 했다. 그는 2017년 전세계 모터사이클 레이스를 관장하는 FIM의 선정하는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1993년 영원한 스즈키 맨이자 모튤의 친구인 캐빈 슈완츠는 모토GP의 500cc 클래스에서 스즈키와 모튤과 함께 챔피언이 되었다. 캐빈 슈완츠는 원래 오프로드 레이싱 선수였다. 오프로드와 온로드는 주행 환경이 완전히 다르기에 사용하는 기술에도 차이가 납니다. 캐빈 슈완츠는 오프로드의 기술을 온로드 레이싱에 접목하는 극한의 기술로 전설이 된 레이서다. 

모튤의 역사가 기념하는 마지막 선수는 발렌티노 롯시다. 이미 카타르에서 1전을 치른 2018 Moto GP에서 발렌티노 롯시는 야마하의 M1을 타고 3위를 기록했다. 1996년에 데뷔해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는 그는 대단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데, 라이벌이라 불리는 마크 마르케즈는 1993년에 태어났다. 발렌티노 롯시가 탔던 머신들 중 상당수에는 모튤의 엔진오일이 들어 있었다. 

2018년 현재 모튤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 100여 개의 나라에서 엔진오일을 비롯한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수 많은 레이싱 경기에 공식 스폰서와 공식 윤활유 파트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모토 GP에 참가하는 야마하, 스즈키, 아프릴리아 팀은 모튤의 엔진오일을 사용하고 있으며, 가장 극한의 레이스라 불리는 온로드의 르망 24, 오프로드(라기 보다는 길이 아닌 곳을 달리는)의 대표격인 다카르 랠리에는 공식 윤활유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흔히 전세계로 중계되는 레이싱 경기들이니 선수들의 주행 장면 뒤쪽에 로고 하나만 나와도 들인 비용은 뽑는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당연히 그런 측면도 있겠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공식 스폰서와 공식 윤활유 공급 파트너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2018년의 또 다른 300V인 300V²

모튤은 공식적으로 윤활유를 공급하고 경기가 끝난 후 그 윤활유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얻어진 데이터로 열에 의한 엔진 손상을 막고 경기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엔진오일을 개발한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들은 300V와 같은 레이싱 전용 오일에 적용되는 것은 물론 일반 공도를 달리는 소비자용 엔진오일에도 적용된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모튤은 창립 165주년이 되는 2018년 레이싱 엔진오일인 300V의 성능을 높인 300V²를 발표했다. 

현재 300V²는 모터사이클을 위한 팩토리 라인 제품이 먼저 소개 되었다. 300V²는 오프로드와 온로드 양쪽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먼저 오프로드를 달리는 모터사이클을 위해 낮은 회전 속도(RPM)에서 낮은 오일 저항성으로 토크를 올려 준다. 언덕을 오르는 경우 중요한 것은 마력보다는 토크며 토크가 조금이라도 더 나온다면 쉽게 올라갈 수 있고 그만큼 주행 안전성도 높아진다. 이에 더해 클러치로 기어를 변속하는 경우 오일 마찰력이 약하면 제대로 변속이 이루어지지 못하는(미션 슬립) 상황이 되기도 한다. 300V²는 클러치의 그립을 늘려 미션이 미끄러지는 확률을 줄여준다. 여기에 기어박스의 안정성을 높여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서킷을 달리는 모터사이클을 위해서는 높은 엔진 RPM에서 오일의 마찰력을 줄여 최대 출력을 더 높여준다. 평지를 달리는 경우 토크도 중요하지만 출력(마력)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데 이 상황에서도 300V²는 유리한 쪽으로 작용한다. 엔진오일은 주행하면서 조금씩 점도가 낮아 진다. 특히 레이싱 처럼 극한의 환경이라면 일반적인 엔진오일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열화가 시작된다. 300V²는 이 시점을 최대한 늦춰 엔진오일이 갖춰야 할 엔진 보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게 한다. 이에 더해 300V²는 엔진 내부를 더 깨끗하게 유지 시켜 지속적인 엔진 성능을 낼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조금 더 친환경적인 소재로 만들어졌고,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18%나 줄인 친환경 엔진오일이기도 하다. 이 제품의 출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최대한 간략하게 살펴 보려고 했지만 길어지고 말았다. 16년 5개월이 아닌 165년이니 정말 많은 역사적 사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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