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는 2019년 하이브리드 슈퍼카인 ‘시안 FKP 37’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했다. 이 모델이 주목받은 이유는 브랜드의 첫 번째 하이브리드 모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다른 브랜드들이 전력 저장을 위해 배터리를 사용해온 것과 달리, ‘슈퍼 커패시터(Super Capacity)’라는 새로운 저장장치를 최초로 적용한 것에도 의미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뿜어지는 830마력의 파워는 V12 엔진 기반의 모델 중 가장 높은 출력으로, 뛰어난 중량 대 출력비와 함께 제로백 2.8초 미만, 최고속도 350km/h 이상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페르디난드 칼 피에히 전 폭스바겐 이사회 의장

이름의 FKP는 폭스바겐 그룹의 전 회장이자 이사회 의장이었던 페르디난드 칼 피에히(Ferdinand Karl Piëch)의 이름의 약자로, 2019년 8월 25일 사망한 그를 기리기 위한 의미를 담은 것이다(숫자 37은 그가 태어난 1937년을 의미한다). 1993년 폭스바겐 그룹 회장에 오른 그는 지금의 폭스바겐 그룹을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람보르기니 브랜드 인수에도 큰 역할을 했으며, 폭스바겐, 스코다, 세아트, 아우디, 부가티, 벤틀리 등 다양한 브랜드를 각자의 색깔로 성공시켰다.

그는 모터사이클 브랜드인 두카티에 있어서도 의미가 깊은 인물이다. 모터사이클 애호가였던 그는 오랫동안 두카티 브랜드를 원해왔고, 1984년에 인수의 기회를 놓쳤던 것에 대해 오랫동안 후회해 왔다고 전한다. 그렇기에 아우디 AG가 두카티를 인수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2012년 아우디 AG는 7억 7500만 유로(약 9억 9900만 달러)를 들여 자회사인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SpA 산하로 두카티 모터 홀딩 SpA를 영입, 마침내 두카티가 폭스바겐 그룹의 품에 안기게 됐다.

람보르기니 시안 FKP 37(위)과 디아벨 1260 람보르기니

이렇게 두 브랜드가 한 집안의 가족이 된 만큼 협업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미 두카티의 경우 과거 메르세데스-AMG와 손잡고 한정 모델을 내놓은 경험도 있고, 특히 이번 람보르기니의 시안 FKP 37은 람보르기니만큼이나 두카티에도 의미있는 모델인 만큼 협업하기에 가장 적당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협업의 밑바탕이 된 모델은 디아벨 1260으로, 특유의 스타일과 함께 강력한 엔진을 더해 도심이든 교외의 와인딩에서든 스포티한 성능을 거침없이 보여주는 모델이다. 가변 타이밍 기술이 적용된 1262cc 테스타스트레타 DVT 엔진으로 저중속부터 선형의 토크를 뿜어내 항상 파워풀한 주행을 경험할 수 있다. 여기에 람보르기니 고유의 디자인 언어와 시안의 구성 요소들을 디아벨에 맞춰 재설계해 적용한 것이 이번 디아벨 1260 람보르기니인 것이다.

외관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역시 컬러일 것이다. 두카티 하면 떠오르는 강렬한 두카티 레드 대신 시안에 적용된 것과 동일한 그린 컬러의 차체, 프레임과 시트 테일, 단조 휠의 골드 컬러가 눈길을 사로잡지만, 두카티의 정신은 브렘보 브레이크 캘리퍼의 레드 컬러에 담아놓았다.

경량 단조 휠은 시안에 적용된 것과 동일한 디자인이며, 흡기구나 라디에이터 커버 등을 비롯해 차체 전반에 카본 파이버 소재를 사용해 건조중량 220kg이라는 무게로 경량화의 이점과 함께 스타일에서의 존재감을 함께 드러낸다. 시동을 걸기 위해 키 온을 하면 디지털 계기판에 두카티와 람보르기니의 로고가 함께 떠오르는 것으로도 특별함을 느낄 수 있다.

시안은 전 세계 단 63대만 한정 판매됐는데, 이는 람보르기니 브랜드의 창립연도인 1963년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번 디아벨 1260 람보르기니 역시 이에 맞춰 차체에 63의 넘버링을 담고 전 세계 630대만 한정 판매한다. 프레임에는 일련번호가 각인된 알루미늄 플레이트로 특별함을 강조했다. 또한, 구매자 한정으로 모터사이클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이 적용된 전용 헬멧을 구입할 수 있다.

람보르기니도, 두카티도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이번 디아벨 1260 람보르기니를 시작으로 앞으로 두 브랜드 간 다양한 협업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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