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9일 모터사이클 전문매체 기자들과 함께 라이더유니온 사무실을 찾아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요즘 노동조합, 노조에 얽힌 기사만 나오면 부정적인 댓글이 수두룩하게 달리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주로 노조와 관련된 기사들은 ‘임금교섭’이나 ‘파업’에 얽힌 것들이 많은데, 이에 대한 기사 논조와 댓글 모두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특히 파업으로 인한 불편함이나 기업의 이익 감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다루는 기사를 읽다보면 노조의 행동들이 불법이거나, 아니면 노조 자체가 불법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 라이더 최초의 노동조합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조는 최상위 법령인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권리이다. 회사의 불합리한 처우에 대처하고 제공한 노동에 맞는 합당한 이익을 누리기 위한 요구를 하기 위한 단체 활동이고, 파업 역시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단체행동권’ 중 하나인 것이다. 노조에 부정적인 기사를 연일 쏟아내는 보수언론에도 노조가 있고, 가끔씩 이들 보수언론의 노조에서 임금협상 등으로 인해 사측과 마찰을 겪는다는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배달 노동자의 안전은 당연한 권리이나, 근무환경이 위험으로 내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쨌든 이러한 노조는 노동자들이 단체로 조직을 결성해 합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배달 노동자는 어떨까? 대부분이 개인 사업자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 일부 플랫폼 소속 노동자를 제외하곤 노조를 결성하기 어려운 상황.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결성된 단체가 있다. 바로 라이더유니온(위원장: 박정훈)이다. 배달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배달 라이더로 시장에 뛰어든 노동자들은 많지만, 대부분 개인 사업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권리나 처우 개선을 요구하긴 쉽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라이더들의 노동조합으로 2019년 5월 1일 노동절에 맞춰 국내 최초로 라이더유니온이 결성되어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나의 '편리'는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

이들은 배달 라이더들의 활동 실태를 다양한 측면에서 조사‧분석하고, 잘못된 부분에 시정을 요구해 차별을 개선해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사고를 당한 라이더가 산재신청을 진행했는데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이유 없이 산재 승인을 미룬 경우가 있었는데, 이에 라이더유니온이 나서 공단 담당자와의 면담과 기자회견 등으로 라이더가 산재 승인을 받아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 개인이었다면 관공서와의 지리한 싸움과 반복되는 무성의한 답변으로 지쳐 포기할 수도 있는 사안이었지만, 라이더유니온의 도움으로 합당한 권리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밖에도 아파트 엘리베이터 갑질 사건, 노조 활동 라이더 부당해고 관련 등 다양한 이슈에 맞서 싸우며 배달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배달노동자의 정확한 현실을 알리는 것도 라이더유니온의 역할 중 하나다.

그렇다고 책임 없이 권리만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배달 라이더들의 안전과 준법 의식을 높이기 위한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9일을 신호데이로 지정하고 라이더들이 교통법규를 지키면서 배달을 하기 위해선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를 직접 실험을 통해 알아보기도 했다. 실험 결과 배달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교통신호를 지키면 배달 플랫폼의 AI 알고리즘이 계산하는 것보다 시간이 늦어지는 것을 확인,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특히 AI의 알고리즘은 반강제적으로 업무를 배정, 수행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주고, 충분히 내비게이션 등으로 거리와 시간 계산이 가능함에도 직선거리로만 업무를 계산, 실제 주행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임에도 직선거리로 계산한 시간에 맞춰 배송을 요구하는 점 등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개선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라이더유니온에선 우분투재단의 지원을 받아 자차수리공제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궁극적으로 라이더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지만, 실제 라이더들이 몸으로 체감하긴 어려울 수 있다. 라이더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일 또한 라이더유니온에서 진행하는 일 중 하나다. 대표적인 것이 자차수리공제사업 운영이다. 승용 라이더에 비해 주행시간이 긴 배달 라이더들은 그만큼 더 사고를 당할 확률이 높다. 이러한 사고는 라이더의 과실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변수들로 인한 사고들, 예를 들어 갑작스럽게 인도에서 튀어나온 아이를 피하려다 넘어진다거나, 비 오는 날 미끄러져 넘어지는 등의 사고들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자동차라면 가입한 자기차량손해담보(이하 자차)를 통해 보상받으면 된다지만, 모터사이클의 경우 이러한 자차 가입을 잘 받아주지도 않을 뿐더러 받아준다고 해도 차 값을 훌쩍 뛰어넘는 말도 안 되는 보험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국회에 정책요구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라이더유니온에선 이런 라이더들이 수리비의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는 공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고일 직전 3개월 동안 최소 월 2만 5000원의 공제회비를 연체 없이 납부한 라이더(조합원 한정)가 사고를 당했을 경우 계약 모터사이클에 직접적으로 생긴 손해를 50%, 최대 150만 원까지 보상한다. 다만 이러한 제도를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사고 1회당 보장범위를 10%로 축소하고, 반대로 무사고 1년마다 보장범위를 10%씩 늘려 최대 70%(최대 150만 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도록 했다(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참조).

'민주주의' 사회에선 개인의 목소리는 단체의 목소리에 묻힐 수밖에 없다. 그 말은 곧 '집단'의 목소리는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여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라’는 말은 곧 남의 문제처럼 보이던 것이 때론 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의 활동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십 년은 기본에 수십 년 동안 회사를 위해 노력해온 노동자들이 전보다 나아진 회사 상황에 맞춰 보다 나은 권리, 보다 나은 이익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문제일까?

안전은 모두가 당연히, 공평하게 누려야할 권리이다.

집단의 힘은 체계적으로 조직된 단체에서 나오는 것이다. 연대하지 않으면 아무리 목소리를 내더라도 그저 한 개인의 주장, 일부의 주장 정도로만 치부될 뿐이다. 라이더도 마찬가지다. 배달 노동자 뿐 아니라 일반 라이더들 역시 자동차전용도로나 고속도로 통행 금지 등 모터사이클 라이더의 입장에서 부당함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개개인이 모여 하나의 단체를 통해 목소리를 낸다면, 라이더들의 조직된 힘을 통해 내는 주장들은 기업도, 정치권도 무시할 수 없는 여론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라이더유니온에 많은 응원과 지지로 라이더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려 부당함을 없애는 일에 힘을 보태보자. 그저 관망만 하고 있지 말고 함께 움직이고 함께 목소리를 낸다면, 분명 세상은 변화할 것이다.

박정훈 위원장(오른쪽)과 전성배 노동안전상담사

라이더유니온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2019년 5월 1일 출범한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다. 주로 하는 일은 대형 플랫폼사에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국회 등에 라이더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일을 한다. 그리고 자차공제를 만들어 수리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표준 공임 약관을 만들어 견적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있다.

일반 라이더도 가입이 가능한가?

그렇다.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노조다. 기업별 노조는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만 가입할 수 있었으나, 시대가 바뀌고 여기저기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일반노조의 형태로 만들어져 일반 라이더뿐만 아니라 실업자도 가입이 가능하다. 다만 배달 노동자에 초점을 맞춰 움직이다보니 이해관계가 조금 안맞을 수 있겠으나, 라이더라는 공통의 문제에 대해 같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선 이득이라 할 수 있겠다.

가입 방법이나 조건은?

가입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고, 조건은 특별하게 없지만 조합비(서울 1만5000원 이상, 지역 1만 원 이상)를 납부해야 한다. 공제회원은 월 2만 5000원 이상 납부해야 하며, 자차공제 혜택에 사고 위로금을 지급한다.

가입 혜택은?

공제회원의 경우 자차 수리비의 50%(150만 원 한도 내)을 지급하고 사고 위로금 15만 원, 4일 이상 입원 시 50만 원, 14일 이상 입원시 100만 원을 지급한다. 운전자보험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된다. 여기에 서울시 지원으로 3% 대의 저이율로 최대 500만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일반 조합원은 사고 상담이나 문제 발생시 지원 등을 하고 있다. 개별 라이더의 구제보다는 집단의 목소리로 정부나 기업에 압력을 가해 업계 전체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이 크다.

라이더유니온의 자체적인 안전 교육 활동도 있는지?

기사화되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일단 얼마 전 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결의문을 채택했는데, 좋은 교통문화를 만들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올해 주요 목표로는 헬멧 미착용 문화, 불법 개조, 주행 중 흡연 등을 개선하는 것이고, 이 외에도 횡단보도에서 모터사이클 끌고 건너기(끌바) 등도 있다. 안전 운전 독려를 위해 무사고 라이더 포상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을 전체 라이더가 하기 전 내부에서 먼저 진행해 자정노력을 퍼뜨리고자 한다. 이 밖에도 안전 교육은 같은 배달 라이더가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강사단을 양상해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얼마전 진행한 배달 플랫폼의 AI 알고리즘 검색 실험 등을 통해 명확한 데이터 기반으로 업체에 근무 조건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으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렇다. 초창기 출범 직후만 하더라도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기업 측의 이야기만을 들었지만, 지금은 라이더유니온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이나 업무 제도 등에 조금씩 반영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배달 라이더도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시민권’을 획득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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