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아라곤 서킷은 마드리드 공항에서 동쪽으로 288km,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서쪽으로 198km 떨어져 있습니다. 대도시 공항에서의 접근성은 나쁘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09년 오픈한 아라곤 서킷은 F1 서킷의 대표적인 건축가 헤르만 틸케가 설계했습니다. 우선 모터랜드 아라곤은 테크놀로지 파크, 스포츠 및 레저, 문화 구역 등 세 가지 주요 구역을 통합하도록 설계되었고 테크놀로지 파크에는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연구 및 교육 기관, 스포츠 구역에는 서킷과 카트 트랙, 오프 트랙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또한 호텔, 비즈니스센터, 쇼핑센터 등도 갖춘 대규모 시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라곤 서킷은 스페인의 네 번째 모토GP 개최 서킷이 되었는데 사실 2010년 헝가리 발라톤링 그랑프리의 예비 서킷으로 계약을 했는데 발라톤링 서킷에서의 개최가 불발되면서 모토GP 캘린더에 포함되게 되었습니다. 총 연장 5.087km로 좌 코너 10, 우 코너 7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메인 스트레이트 구간은 968m입니다. T3, 4, T6, T10, T11은 상당히 고속 코너로 이루어져 있으며 T8, 9코너는 미국 라구나 세카와 비슷한 저속 다운힐 코크 스크류 코너입니다. ​대표적인 추월구간은 메인 스트레이트 구간을 지나는 T1, 깊은 브레이킹을 해야 하는 T5, 7, 고속 완만한 코너 후 나오는 T12, 롱 스트레이트 구간을 진입하는 T15와 끝나는 지점인 T16 코너가 있습니다.

 

2010년 케이시 스토너가 두카티로 우승을 차지한 이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고 2011년 혼다로 이적한 스토너의 우승을 시작으로 다니 페드로사 우승 1회, 마크 마르케즈 5회로 아라곤 서킷에서 가장 성공적인 매뉴팩처러는 혼다입니다. 호르헤 로렌조가 야마하로 2014, 2015년 연속 우승을 하였으며 지난해 두 번의 그랑프리에서 알렉스 린스가 스즈키의 첫 우승을 차지했으며 두 번째 아라곤 그랑프리에서는 프랑코 모비델리가 6년 만에 야마하에 우승을 안겼습니다.

메인 스트레이트 구간보다 1km에 육박하는 롱 스트레이트 구간에서 모토GP 클래스 바이크는 슬립 스트림을 이용한 추월이 의외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추월을 하기 위해서는 위에 적어놓은 대표적인 추월구간에서 해야 합니다. 평균 속도도 170km/h를 넘는 고속 서킷이기 때문에 두카티와 같이 스트레이트 구간에서 월등한 가속 성능을 보이는 데스모세디치에 유리하다고 할 수 없는 서킷이기도 합니다. 스즈키, 야마하가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레이아웃의 특징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킷 통합 최고 기록은 2015년 마크 마르케즈의 1분 46초 635입니다.



타이어 공급사 미쉐린

미쉐린 파워 슬릭 프런트는 소프트, 미디엄, 하드 전부 좌우 대칭 컴파운드이며 리어는 좌 코너가 10개로 더 많기 때문에 좌측면이 하드 한 소프트, 미디엄, 하드는 좌우 비대칭 컴파운드를 공급합니다. 프런트 타이어는 헤어핀 코너와 고속 코너 등 다양한 코너에서의 스트레스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리어 타이어는 고속에서 뛰어난 안정성을 제공하며 모든 파워를 지면으로 전달하여 빠르고 규칙적인 주행을 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습니다. 또한 아라곤 서킷이 있는 테루엘 지역의 기온 폭이 크기 때문에 경기 개최 기간 동안 오전의 기온이 낮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공급되는 타이어는 이런 기온차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타이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습주행, 예선

아라곤 그랑프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라이더는 야마하에서 아프릴리아로 이적한 매버릭 비냘레스였습니다. 미사노 테스트에서 상당히 괜찮은 랩 타임을 기록했기 때문에 아프릴리아는 비냘레스를 올 시즌 남은 여섯 번의 그랑프리에 참전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야마하 YZR-M1은 직렬 4기통 엔진이지만 아프릴리아의 RS-GP는 V4 엔진이기 때문에 엔진 특성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비냘레스는 FP1에서 19위였으며 1분 50초 187로 마르케즈에 2.139초의 차이를 보였지만 FP2 세션에서는 1분 48초 755로 1.5초 정도 단축했고 세션 1위와는 1.142초 밖에 차이가 안날 정도로 그 격차를 엄청나게 줄였습니다.

지난 미사노 테스트를 제외하면 비냘레스가 RS-GP를 탄 시간은 불과 90분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이런 랩 타임을 기록했다는 것은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한 그랑프리가 거듭될수록 더 나은 페이스를 보일 것입니다. 다만 비냘레스는 너무 일찍 브레이킹을 하는 것이 문제라고 스스로 진단했는데요. 현재 모토GP에서 랩 타임 격차를 크게 보이는 곳은 바로 브레이킹이기 때문에 이 부분 개선된다면 1초 정도의 격차는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비냘레스의 브레이킹을 제외하면 코너 속도나 가속도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RS-GP의 성능을 예상할 수 있으며 더 많은 적응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지난해에는 COVID-19의 영향으로 개최 일정이 밀리면서 대략 1개월 늦은 10월에 개최되었고, 그로 인해 노면 온도가 낮아 대부분의 라이더가 그립 때문에 고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그랑프리에서는 원래대로 9월에 개최되었고 기온이 지난해에 비해 높기 때문에 라이더들의 랩 타임도 빨라졌고 그 격차도 상당히 좁혀졌습니다. 21명의 라이더가 5km가 넘는 서킷에서 1.273초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격차를 보이며 치열한 레이스를 예상하게 했습니다. 우선 혼다가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했고 강한 서킷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역시 FP1 세션에서 마크 마르케즈 1위, 알렉스 마르케즈 4위, 나카가미 9위, 폴 에스파가로 10위로 혼다 네 명의 라이더가 모두 10위 안에 들었습니다.

마크 마르케즈는 아센과 레드불링에서 사용한 섀시를 개선하는데 집중했습니다. 그는 아센부터 사용한 신형 섀시의 장점은 안정성이라고 했지만 FP1에서 전도했고 FP2 세션에서는 20위를 했습니다. FP1 세션에서 계획했던 것이 전도로 인해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랩 타임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이번 그랑프리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랩 타임이 빠르냐가 아니라 일관성 있는 페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카티 레노보 팀의 잭 밀러는 FP2 세션에서 1분 47초 613을 기록하며 1위를 했으며 2위 알레익스 에스파가로에 0.273초 빨랐습니다. 21명의 라이더가 1.273초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0.273초 격차라는 것은 잭 밀러의 랩 타임이 압도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팀 메이트인 페코 바냐이아 6위, 독립 팀인 프라막 레이싱의 요한 자르코와 호르헤 마틴이 각각 5, 6위, 아빈티아의 바스티아니니가 10위로 두카티 데스모세디치를 타는 다섯 명의 라이더가 10위 안에 들었는데요.

프라막 레이싱의 요한 자르코는 시즌 초중반까지의 페이스보다 후반기 들어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는 오른팔의 암 펌프 증상 때문에 고전했으며 수술을 앞두고 있습니다. 잭 밀러의 FP2 세션 최고 랩 타임은 압도적이지만 그의 가장 큰 단점은 일관적이지 않은 페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션을 시작할 때 새 타이어로 주행했고 그립이 부족할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고 T10과 마지막 코너에서는 환상적일 정도로 좋았다고 했지만 코너에서의 속도는 좀 더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랩 타임으로는 잭 밀러가 가장 빨랐지만 일관적인 페이스로 최고를 가린다면 단연 챔피언십 포인트 리더인 파비오 쿼타라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쿼타라로는 잭 밀러에 0.421초 차이로 FP1, 2 세션 종합 7위였지만 페이스는 매우 뛰어났습니다. FP2 세션 주행 1에서는 프런트, 리어 하드 컴파운드 타이어로 플라잉 랩 5랩 가운데 48초대를 4회 기록했고 주행 2에서는 4랩 중 49초대 3회, 주행 3에서 3랩 중 다시 48초대를 2회 기록했습니다. 쿼타라로는 스트레이트 구간에서 바이크의 경쟁력이 조금 떨어지기 때문에 섹터 4에서의 랩 타임이 좋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또한 낮은 RPM과 충분하지 않은 파워 때문에 슬립 스트림에 의한 추월이 불가능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비냘레스가 아프릴리아로 이적하면서 칼 크러치로우가 대신 그랑프리에 참전하고 있는데요. 크러치로우는 FP2 세션에서 1분 47초 897로 3위라는 놀라운 랩 타임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페이스가 일관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레이스에서 좋은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레이스 페이스라면 충분히 우승도 가능한 페이스로 상위권 라이더 가운데 쿼타라로와 비슷한 페이스를 보여준 라이더는 아프릴리아의 알레익스 에스파가로 뿐이었습니다. 그는 주행 1에서 6랩 가운데 49초 3회, 48초 1회, 주행 2에서 4랩 중 49초 3회, 48초 1회, 주행 3에서는 쿼타라로를 압도하는 랩 타임으로 4랩 중 47초 2회, 48초 1회를 기록했습니다.

레이스 시뮬레이션을 하는 FP4 세션에서 마크 마르케즈가 1분 48초 186로 1위를 했습니다. 마르케즈의 시뮬레이션 레이스 페이스는 굉장히 일관적이었습니다. 작센링, 오스틴, 아라곤 서킷은 주행 방향이 반 시계 방향으로, 이 곳들에서 마르케즈는 특히 강한 모습을 보입니다. 아라곤에서 총 7회 참전하여 다섯 번 우승을 차지했고 작센링은 8회 연속 우승, 오스틴 역시 6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근력이 약화되었고 금요일 전도, 토요일 전도로 그는 두 번의 그랑프리에 참전하지 않았음에도 3전부터 현재까지 총 18회의 전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모토GP 라이더 가운데 가장 많은 전도로, 두 번째로 많은 전도가 있는 이커 레쿠오나보다 세 번이나 더 많습니다. 이번 그랑프리 두 번째 전도는 프런트의 로우 사이드로, 이전 같으면 전도로 이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실제 마르케즈는 로우 사이드를 여러번 살린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의 오른팔은 로우 사이드를 버틸수 있는 근력이 없으며 마르케즈 본인도 예전 같으면 살릴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마르케즈에게 전도가 많아진 것은 1년 정도의 공백이 있고 미쉐린 타이어의 변화, RC213V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르케즈는 2017년 무려 27회 전도로 모토GP 라이더 가운데 가장 많은 전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월드 챔피언에 등극했습니다. 또한 그는 이런 전도를 통해 그립, 바이크의 한계를 더 정확하게 익히기 때문에 전도를 단순히 전도로만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올 시즌 이렇게 전도가 많다는 것은 부적정일 수 있겠지만 그의 패턴, 내년을 볼 때 매우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FP4 세션 페코 바냐이아는 완전히 레이스 시뮬레이션으로 한 번의 주행으로 16랩을 주행했으며 48초대를 9랩 주행했습니다. 4위 쿼타라로는 두 번의 주행에서 14랩을 주행했으며 두 번째 주행에서는 9랩을 주행, 첫 번째 랩을 제외하고 전부 48초대를 기록하는 무서운 페이스를 보여줬습니다. 5위 잭 밀러 역시 페이스가 상당히 좋았는데 첫 번째 주행 9랩에서 7랩을 연속으로 48초대를 기록, 두 번째 주행에서도 5랩을 주행 3랩에서 48초대를 기록했습니다. 2위를 한 루키 에니아 바스티아니니는 10랩에서 1분 48초 264를 기록했지만 랩 타임이 전혀 일관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의미 없는 순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FP4 세션의 페이스로만 본다면 바냐이아 > 쿼타라로 > 잭 밀러 > 마르케즈 순으로 좋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냐이아는 16랩을 주행하면서 리어 소프트 컴파운드 타이어를 사용했고 쿼타라로는 리어 하드 컴파운드를 사용했습니다. 가장 많은 랩을 소화했지만 소프트 컴파운드를 사용한 바냐이아가 실제 레이스에서 더 큰 장점을 가지고 레이스를 주도할 수 있습니다. 하드 컴파운드는 타이어의 예열로 인해 소프트 컴파운드에 비해 초반 강한 가속으로 주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두카티 레노보 팀 바냐이아 페코 바나이야의 페이스는 FP4 세션 뿐 아니라 Q2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그는 Q2에서 1분 46초 322를 기록하며 시즌 두 번째 폴 포지션을 차지했는데, 2015년 마르케즈가 기록한 1분 46초 635의 통합 최고 기록을 유일하게 경신했습니다. 바냐이아는 2020년 두 번의 아라곤 그랑프리에서 전부 전도해 리타이어하며 자신감이 굉장히 낮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나는 많은 생각을 했고 작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무겔로에서와 같이 완벽에 가까운 주행이었다. 이번에 GP21은 실버스톤과 완전히 동일한 세팅인데 실버스톤에서는 리어 타이어의 그립 문제로 실망했지만 아라곤에서는 그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FP4 세션에서 리어 소프트 컴파운드 타이어는 일관적인 그립을 제공했기 때문에 레이스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했습니다. 바냐이아는 아직 그랑프리 우승이 없지만 그의 올 시즌 페이스로 본다면 이번 그랑프리가 가장 확실한 기회입니다.

팀 메이트인 잭 밀러는 바냐이아에 이어 Q2 2위를 차지했습니다. 바냐이아와 0.366초 차이인 1분 46초 688을 기록한 밀러는 “데스모세디치 GP21은 환상적이었고 코너에서 이렇게 안정적이고 빠르게 주행한 것을 본 적이 없을 정도다”라고 했는데요. 2021년을 대비하여 두카티는 섀시를 미쉐린 타이어에 최대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변경한 것이 이번 아라곤 그랑프리 예선 1, 2위를 하게된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데스모세디치의 장점이라면 엄청난 가속력과 최고 속도지만, 이번에는 코너 속도의 향상까지 이뤄내며 전천후 바이크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잭 밀러 역시 FP4 세션에서 바냐이아와 마찬가지로 리어 소프트 컴파운드 타이어를 사용했는데 잭 밀러는 레이스에서도 충분한 그립을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카티에게는 상당히 의미 있는 그랑프리로 이번 바냐이아의 폴 포지션은 두카티의 모토GP 50회 폴 포지션 기록이었습니다. 또한 2010년 케이시 스토너, 2018년 호르헤 로렌조 이후 아라곤 세 번째 폴 포지션입니다.

몬스터 에너지 야마하 모토GP의 파비오 쿼타라로는 3위를 했습니다. 아라곤 그랑프리는 쿼타라로에게는 최악의 서킷 중 하나입니다. 2020년에는 18위와 8위로 매우 저조한 성적을 내었기 때문입니다. 쿼타라로는 인터뷰에서도 명확한 목표가 없다고 할 정도로 아라곤 서킷에서는 자신감도 보이지 못하는데요. 실제 YZR-M1의 속도가 부족하다고 이미 금요일 인터뷰에서도 지적한 바 있고 슬립 스트림을 통한 추월 역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쿼타라로의 이야기 입니다. 그는 포디엄에 오르면 좋겠지만 자신할 수 없고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금요일, 토요일 세션에서의 페이스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페이스는 최고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우승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아프릴리아 레이싱 팀 그레시니의 매버릭 비냘레스는 1분 47초 764로 19위를 했습니다. 바냐이아와는 1.442초 차이의 격차였지만 그는 만족스럽고 매우 긍정적이지만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RS-GP로는 첫 번째 그랑프리이고 상당히 다른 바이크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지난해 아라곤 그랑프리에 비해 노면 온도가 약 15℃ 이상 상승했기 때문에 라이더들의 타이어 선택도 레이스 결과에 매우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결승

레이스는 기온 30℃, 노면 온도 48℃, 드라이 컨디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미쉐린 파워 슬릭 프런트 타이어는 노면 온도가 높았기 때문에 요한 자르코가 미디엄 컴파운드를 선택한 것을 제외하면 21명의 라이더가 전부 좌우 대칭 하드 컴파운드를 선택했습니다. 리어는 22명의 라이더가 좌우 비대칭 소프트 컴파운드를 선택했습니다.

챔피언십 포인트 리더인 몬스터 에너지 야마하 모토GP의 파비오 쿼타라로는 1랩부터 7위로 뒤처졌고 9위까지도 순위가 떨어졌을 정도로 페이스가 좋지 못했고 결국 8위로 체커기를 받으며 챔피언십 포인트 8점을 획득하는데 그쳤습니다. 쿼타라로는 일요일 오전에 있었던 20분간의 웜업 랩 세션에서 리어 소프트 컴파운드 타이어를 사용했고 8위를 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리어 타이어의 그립이 비정상적이었고 추월도 불가능했는데 지금까지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문제였는지 자세히 파악한다고 했습니다.

일요일 오전 웜업 랩은 26℃였고 금요일 오후 FP2 세션은 44℃로 레이스와 가장 근접한 노면 온도였습니다. 쿼타라로는 FP2 세션에서 두 번의 주행에서 리어 하드 컴파운드를 사용했고 상당히 일관적인 페이스를 보였습니다. 토요일 오후 FP4 세션은 45℃였으며 주행 1에서 리어 하드 컴파운드로 3랩 주행 48, 49초대를 기록했고 주행 2에서는 리어 소프트 컴파운드 타이어로 8랩을 주행 전부 48초대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레이스라는 긴 여정을 생각한다면 하드 컴파운드를 선택했어도 크게 도박에 가깝다고 볼 수 없었습니다. 오전 노면 온도가 조금 더 낮은 웜업 랩에서 리어 소프트 컴파운드로 빠르지 않았기 때문에 레이스에서 하드 컴파운드도 괜찮은 선택이었을 텐데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이번 아라곤 그랑프리는 페코 바냐이아와 마크 마르케즈의 멋진 승부와 바냐이아의 무서울 정도로 침착한 레이스 운영이 돋보였던 그랑프리였습니다. 특히 마지막 3랩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멋진 승부였습니다. 마르케즈는 3랩을 남긴 21랩에서 대표 추월 구간 중 하나인 T5에서 첫 추월을 시도했지만 레이싱 라인을 벗어나면서 다시 2위, T15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2랩에서도 완전히 똑같은 코너 똑같은 추월이 있었지만 마르케즈는 실패했습니다. 사실 어떤 코너에서 어떻게 추월을 시도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번 그랑프리에서 바냐이아의 침착한 레이스 운영은 극찬이 아깝지 않습니다. 마르케즈라는 괴물 라이더가 레이스 내내 격차가 벌어지지 않으면서 강하게 압박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르케즈의 날카로운 인 코너 추월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바냐이아가 마르케즈를 방어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바냐이아가 자신의 속도에 자신이 있었고 그 속도에서 추월하면 마르케즈가 레이싱 라인을 벗어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레이싱 라인을 결코 벗어나지 않았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주행했습니다. 발렌티노 로씨가 전성기 때 마르케즈와 같이 뒤에서 강한 압박을 하여 실수를 유도하는 레이스 운영을 정말 많이 했고 성공률도 매우 높았다는 것은 대부분 아실 겁니다. 마지막 3랩이 아니어도 마르케즈는 레이스 내내 엄청난 압박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바냐이아는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침착했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했고 정말 영리한 레이스 운영을 한 것입니다.

우승의 문턱에서 여러 차례 고배를 마신 바냐이아였기에 이번 우승은 너무 값진 것이었습니다. 바냐이아는 인터뷰에서 “나는 마르케즈와 나의 격차가 +0(매우 근접한 상태) 이라는 피트 보드를 보면서 레이스 운영을 했고 나는 내가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100%는 아니지만 마르케즈도 무척 빨랐다. 저는 금요일 FP1 세션부터 모든 것이 완벽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특히 지난해 두 번의 아라곤 그랑프리에서 리타이어 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없었는데 우승까지 차지해서 기쁘다. 아라곤과 같이 그립이 적은 서킷에서는 공격보다 방어가 쉽고 나는 폴 포지션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선두로 주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마르케즈에게 추월을 당하면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최대한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했습니다. 인터뷰가 끝날 때 발렌티노 로씨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고 레이스에서 네 번의 실수가 있었다고 실토하기도 했습니다. 바냐이아는 모토GP 데뷔 이후 42경기 만에 첫 우승을 기록한 것으로 이탈리아 라이더의 프리미어 클래스 250승 기록이었습니다. 챔피언십 포인트 25점을 추가하며 다시 2위로 올라섰고 쿼타라로와는 53점 뒤져 있습니다.

바냐이아와 접전을 펼쳤지만 아쉽게 2위를 한 렙솔 혼다 팀의 마크 마르케즈도 너무 멋진 레이스를 펼쳐줬습니다. 사실 금요일, 토요일 한 번씩 전도가 있었고 올 시즌 모토GP 라이더 가운데 가장 많은 전도를 하고 있는 마르케즈는 심적 부담이 있었습니다. 또한 그의 오른팔은 근력도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바냐이아를 추월한 코너는 전부 좌 코너였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우 코너에서 마르케즈가 갖는 부담감은 생각보다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르케즈는 인터뷰에서 매우 인간적인 모습을 보였는데요. 그는 “결과에 만족한다. 결국 나는 인간이고 지난 2일간 두 번의 전도는 저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그랑프리에서 바이크의 느낌이 정말 좋았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다. 우선 바냐이아는 내가 추월을 시도했을 때 한 번도 실수하지 않았고 코너에서의 주행 라인, 브레이킹, 가속은 모든 것이 최고였고 나 역시 최선이었다”라고 했습니다.

마르케즈는 라이딩 스타일에 조금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사실 프런트 로우 사이드 전도는 여러 차례 살린 경험이 있지만 이제는 우 코너 로우 사이드는 팔의 근력이 없어서 불가능해졌습니다. 이런 전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르케즈는 바이크의 앞쪽에 조금 더 많은 하중을 주는 방식으로 스타일을 바꾼 것입니다. 마르케즈의 장점이라면 바로 변화무쌍한 라이딩 스타일에 있는 것입니다. 레이스 중 타이어의 마모에 따라 라이딩 스타일에 변화를 주는 그에게 크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을 겁니다. 위에도 이야기했지만 그는 올 시즌 두 번의 그랑프리를 건너뛰고 3전부터 참전했지만 전도는 18회로 가장 많고 2위보다 세 번이나 더 많습니다. 하지만 마르케즈에게 전도는 자신감 하락보다는 한계점을 파악하고 더 강해진다는 것을 이미 입증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만 볼 문제는 아닙니다.

디펜딩 월드 챔피언 팀 스즈키 엑스타의 후안 미르는 세 경기만에 3위로 포디엄에 올랐습니다. 예선 7위로 포디엄을 예상하기 어려웠지만 좋은 스타트로 포디엄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항상 반복되는 것이지만 스즈키의 최대 단점이 예선입니다. 미르도 인터뷰에서 “처음 몇 랩에서 체증이 없었다면 우승도 목표로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추월을 하며 랩 타임을 낭비했고 마르케즈와 바냐이아와의 격차를 줄일 수 없었다. 리어 홀샷 디바이스를 제거한 상황에서 브레이킹, 가속력이 부족했고 스트레이트 구간에서 그들을 추월할 수 없었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미르는 인터뷰 내용을 보면 홀샷 디바이스에 대한 신뢰가 없는데, 어떠한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그는 홀샷 디바이스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라이더와 동등한 상황에서 스타트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팀 보스가 F1으로 가면서 현재 스즈키에는 선장이 없는 상황으로, 팀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스즈키도 다른 팀 보스를 빨리 영입해야 하는데 어영부영하고 있고 이미 시즌은 막바지로 가고 있습니다. GSX-RR의 성능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지만, 고질적인 예선 부진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두 번의 월드 챔피언 타이틀 획득은 불가능할 겁니다.

 아프릴리아 레이싱 팀 그레시니의 알레익스 에스파가로는 아쉽게 포디엄을 놓쳤지만 4위로 굉장히 좋은 결과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영국 실버스톤에서 21년 만에 포디엄에 올랐기 때문에 페이스는 괜찮았습니다. 금요일 FP1, 2에서 쿼타라로와 함께 가장 일관적이고 빠른 페이스를 보여줬던 에스파가로는 RS-GP가 지난 주말 보여준 잠재력을 완벽하게 반영하지 못한 자신에게 실망했다고 했는데요. 확실히 RS-GP의 성능이 많이 올라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노면 온도가 높아 리어 하드 컴파운드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반대로 미쉐린 타이어는 이런 높은 노면 온도에서 소프트 컴파운드가 더 잘 작동하고 그립을 보장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소프트 컴파운드를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그랑프리에서 리어 타이어는 전부 소프트 컴파운드를 선택했는데 바로 이런 이유였던 것입니다.

팀 메이트이자 RS-GP로 첫 그랑프리에 참전한 매버릭 비냘레스는 18위에 그치며 챔피언십 포인트 획득에는 실패했습니다. V4 엔진의 바이크를 타기 위해 비냘레스의 라이딩 스타일도 변화가 있고 특히 코너 진입 시 브레이킹에서 YZR-M1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많이 어려워하고 있는데요. 그의 랩 타임은 긍정적이지만 확실히 시간이 좀 필요한듯합니다. 다행인 것은 비냘레스가 RS-GP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 그랑프리는 9월 29일 산마리노 미사노입니다. 미사노 그랑프리는 프랑코 모비델리가 몬스터 에너지 야마하 모토GP 팀으로 복귀하며 모비델리의 페트로나스 야마하 SRT 팀으로는 안드레아 도비지오소가 복귀합니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