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별로 구역이 나눠진 혼다 부스는 항상 그렇듯 많은 관람객들로 북적였고, 사진 하나 찍기 위해 적잖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몰론 유럽에서도 혼다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혼다는 어반, 투어링, 스포츠, 어드벤처 등 제품 장르별로 전시장을 구성했다. 가장 먼저 들린 곳은 역시 올해의 주인공인 신제품을 만날 차례다. 이런 행사에서 주인공은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거나 완전히 뒤바뀐, 풀체인지된 모델이 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특히 한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이고, 탄생한지 30주년이 됐다면 그 행사의 진짜 주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바로 CBR1000RR 파이어블레이드처럼 말이다.

사실 CBR1000RR로 보면 그리 역사가 긴 것은 아니지만, 그 앞에 선보인 CBR900RR부터 929, 954까지 모두 ‘파이어블레이드’라는 이름을 공유한 모델이기에 그 모든 파이어블레이드의 역사를 묶어 하나로 보는 것이고, 그 파이어블레이드가 내년이면 3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혼다에서도 이를 위해 이번 행사에 특별한 두 모델을 전시했다. 바로 CBR1000RR 30주년 기념 모델과 초대 파이어블레이드인 1992년형 CBR9000RR을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게 한 것. 당시에는 상당히 놀라운 디자인에 놀라운 성능까지 갖추고 있었던 모델을 3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이렇게 잘 보존된(심지어 실제 이탈리아 내에서 운행되는 차량이다) 모습을 보니 묘하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30주년 기념 모델의 컬러는 특유의 패턴에서 알 수 있듯 초대 파이어블레이드인 CBR900RR의 것을 이어받은 것이다. 기념 모델 답게 한정 발매되며, 연료탱크 상단에 기념 모델 로고를, 탑브릿지에는 한정 모델답게 넘버링이 새겨진다. 전시된 모델은 첫 파이어블레이드가 출시된 연도에 맞춘 1992번.

특별한 변경 없이 새로 그래픽만 입힌게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소소한 변경점들이 적용됐다. 중속 코너에서의 가속과 주행 질감의 개선을 위해 엔진 흡기계 설정이 바뀌었으며, 후면 스프로켓 이빨도 40개에서 43개로 바뀌며 가속 성능을 향상시켰다. HSTC도 세팅을 다듬었으며, 브레이크 캘리퍼 소재 변경과 표면 마감 처리를 통해 제동력을 높였을 뿐 아니라 높은 성능이 일관적으로 발휘되도록 했다.

다음으로 ADV 350이 전시된 어드벤처 공간을 찾았다. 원래대로라면 이번 행사의 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하지만, 30주년을 맞이한 파이어블레이드 때문에 뒤로 밀려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이 새로운 모델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잘 보여주였다. 어드벤처 구역에 진입하자 이 장르의 대표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아프리카 트윈이 모래에 박혀 있다. 맨 앞에 나와 있지만 사실 이 쪽이 이번 쇼의 주인공은 아니다. 주인공은 가장 뒤쪽에 배치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보러 오는 법. 가장 안쪽 무대 위에 자리한 ADV 350을 드디어 만나 찬찬히 살펴봤다.

시장의 유행 중 하나로 어드벤처 열풍을 꼽고 있다. 이번 EICMA에서도 이러한 유행을 직접 느낄 수 있었는데, 다양한 브랜드들에서 어드벤처 신제품을 선보였을 뿐 아니라 스쿠터에도 어드벤처 스타일을 적용한 신제품을 발매할 정도로 분위기가 뜨거웠다. 하지만 이 유행의 시작을 이끈 건 역시 혼다라고 할 수 있다. X-ADV라는 제품으로 기존 스쿠터의 방향성을 완전히 바꿔버린 혼다가 새롭게 ADV350을 선보이며 유행의 확장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이름답게 외관은 X-ADV와 꽤나 비슷하다. 헤드라이트 주변을 시작으로 측면부, 핸들바 주변, 시트 등 특유의 각을 살린 스타일이 그대로 이어진다. 계기판은 스타일은 비슷하나 TFT 스크린이 탑재된 X-ADV와 달리 LCD 방식이 적용됐다. 하지만 복잡한 핸들바 조작부는 동일한데, DCT 변속버튼을 뺀 나머지 버튼은 거의 대부분 이어지고 있었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키를 적용해 키 박스 위치에 전원 레버와 시트/주유구 열림 버튼이 배치되어 있다. 시트도 앞뒤 좌석이 구분되도록 확실하게 단차를 두었으며, 시트 디자인도 이름에 어울리는 모습을 갖췄다.

탑재된 330cc eSP+ 엔진은 포르자 350과 같은 것이지만, 특성에 맞춰 세팅을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 최고 출력은 29.2마력/7,500rpm, 최대토크는 31.5Nm/5,250rpm으로 포르자 대비 수치가 낮은데, 어드벤처 스타일이라는 특성에 맞춰 저속에서의 성능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예쌍된다. 탑재된 장비와 기능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앞뒤 디스크 브레이크와 2채널 ABS, 2단계로 선택할 수 있는 혼다 셀렉터블 토크 컨트롤(HSTC), 바상 정지 신호, 스마트키, 시트 하단 USB 충전 포트 등이 적용된다.

재밌는 점은 후면 서스펜션이 차이를 보인다는 점인데, ADV350에 적용된 쇼크 업소버는 쇼와의 리저버 탱크가 더해진 것으로, 특성에 맞춰 감쇠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예상된다.

근래에 인터넷을 통해 먼저 공개된 NT1100도 이번 EICMA 현장에서 드디어 실물을 만나볼 수 있었다. 혼다 라인업 중에선 골드윙 외에는 투어러 라인업에 속한 모델이 전무한 상황에서 이번 NT1100의 등장이 라인업을 더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최근의 온로드 어드벤처가 투어러 시장을 넘보고 있는 만큼 계속 명맥이 이어질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듯하다.

아프리카 트윈과 레블 1100에 탑재된 병렬 2기통 엔진을 공유하고 있어 중저속에 초점을 둔 성능이 기대되는 모델이다. 계기판은 상단에 대형 TFT 풀컬러 스크린을, 아래에 LCD 보조 계기판을 결합한 방식인데, 이렇게 구성한 이유는 탑재된 커넥티비티 기능,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의 사용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즉 상단 화면으로 내비게이션 정보를 표시하고 하단을 통해 속도 등의 정보들을 볼수 있게 한 것이다.

다만 이렇게 다양한 기능들을 탑재한 대신 조작 버튼은 상당히 많아졌다. 여기에 DCT 변속 버튼까지 더해지니 왼쪽 핸들바에만 십수개의 버튼이 장착되어 어지러울 정도. 이러한 추세는 첨단 기능이 탑재되는 다른 모델에도 이어질텐데, 주행에 꼭 필요한 방향지시등, 헤드라이트, 경적 등의 버튼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첨단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해보인다.

투어러답게 장거리 주행에서 좀 더 편하게 달릴 수 있게 해주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탑재되며, 전면 윈드스크린은 전동식에 가운데 구멍을 뚫어 헬멧 주변에서 발생하는 와류를 줄여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여기에 손쪽으로 향하는 주행풍을 막도록 별도의 스크린이 더해졌으며, 이 밖에도 스마트폰 등을 충전할 수 있는 USB 포트와 12V 소켓, 열선 그립과 패니어 케이스 등이 기본 제공된다.

CBR500R

CB500 시리즈도 이번 2022년형에서 업데이트가 이뤄졌다. CBR650R에서 이어진 쇼와 41mm SFF-BP 포크를 채용해 핸들링과 승차감을 높였으며, 제동성능을 높이기 위해 앞 브레이크 디스크를 296mm로 늘렸다. 스윙암을 경량화해 핸들링과 코너링 성능을 높인 점도 공통적인 특징이다. 이 중 어드벤처인 CB500X의 경우 앞 포크의 작동 범위를 더욱 키우고 휠 역시 경량의 19인치를 적용해 어드벤처에 적합한 구성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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