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발렌시아 서킷은 마드리드 공항에서 남동쪽으로 270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바르셀로나 공항에서는 남서쪽으로 311km 떨어져 있습니다. 발렌시아 서킷에서 헤레즈 서킷까지는 무려 직선거리로 580km 정도 떨어져 있고 자동차로 이동할 경우 730km 정도로 7시간 정도 걸립니다. 1999년부터 모토GP를 개최하고 있으며 2002년부터는 최종전의 개최 서킷으로 다음 시즌 테스트까지 진행되는 전통적인 서킷이 되었습니다. 지난해에는 COVID-19의 영향을 인해 두 번의 그랑프리가 개최되었지만 최종전은 포르투갈 포르티망에서 개최되어 최종전 연속 개최는 2019년까지로 마감되었습니다. 올 시즌은 다시 최종전의 개최 서킷으로 그랑프리를 개최하게 되었으며 올해로 24회째 개최되는 것입니다.

 

서킷의 정식 명칭은 '리카르도 토르모 서킷'으로 스페인 라이더의 이름입니다. 그는 1978년과 1981년 50cc 클래스에서 월드 챔피언에 등극했고, 1984년 부상으로 은퇴 후 1998년 백혈병으로 사망했는데 추모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공식 서킷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킷의 관중석은 서킷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모든 관중석에서 18개의 전체 코너가 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발렌시아 서킷의 총 연장은 4.005km로 독일 작센링에 이어 두 번째로 짧은 서킷입니다. 스트레이트 구간은 876m이며 좌 코너 9, 우 코너 5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또한 평균 속도가 160km 정도로 가장 느린 서킷이기도 합니다. 스트레이트 구간을 지나 아스파 팀을 운영하는 호르헤 마리네즈의 이름을 딴 T1을 지나 짧은 스트레이트 구간을 거쳐 T2 믹 두한 코너 이후 좌우 코너가 연속됩니다. T5부터 T6 엔젤 니에토 코너를 지나 다시 스트레이트에 가까운 구간과 T8, T11의 헤어핀 코너가 나오며 특히 T11과 T12에서 많은 추월이 발생합니다. T13의 넓은 코너는 필립 아일랜드의 케이시 스토너 코너와 같이 리어 슬라이드가 일품이 코너입니다.

 

모토GP 역사는 1949년부터 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발렌시아 그랑프리는 진작에 매진이 될 정도로 엄청난 팬들이 가길 원하고 모토GP 팬들과 시청자들의 높은 시청률이 기대되는데요. 바로 살아있는 전설 발렌티노 로씨의 마지막 그랑프리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바이크로 주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며 26년간의 현역 생활을 마감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발렌티노 로씨를 비롯하여 모토2 라이더이자 2018년 모토GP 클래스에 참전했던 톰 루씨가 319회 그랑프리 참전의 대기록을 끝으로 은퇴를 하게 됩니다. 318회 참전은 발렌티노 로씨, 안드레아 도비지오소에 이어 모토GP 역사상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참전 기록입니다.

루씨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거의 매년 챔피언십 타이틀 경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 정도로 경쟁력이 큰 라이더였지만 아쉽게도 모토2 클래스에서의 타이틀은 없습니다. 물론 2005년 125cc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라이더로 2002년 데뷔하여 2021년까지 무려 20여 년을 현역으로 참전할 만큼 그는 안정적인 실력을 인정받은 라이더였습니다. 특히 그의 조용하고 친절하며 신사다운 인성이 매우 좋은 라이더이며 팬과 언론을 위해 별도로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훌륭한 성품을 지닌 라이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는 2022년부터 모토3 프루스텔GP의 스포츠 디렉터 역할을 맡아 활동하게 됩니다.

 

또한 KTM의 다닐로 페트루치는 내년 1월에 있을 다카르 랠리 참전을 위해 한창 준비중입니다. 하지만 랠리 참전 이후 그는 모토GP, WSBK 등에서 시트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은퇴의 길로 갈지도 모릅니다. 2011년 이탈리아 슈퍼스톡, FIM 슈퍼스톡 1000에서 챔피언에 등극하고 2012년과 2013년 아프릴리아 바이크를 베이스로 한 CRT 팀인 아이오다 CRT 바이크를 타면서 모토GP에 데뷔했습니다. 사실 챔피언십이나 우승을 바라는 라이더라면 이런 팀에서 이런 바이크를 타지 않았겠지만 다닐로 페트루치라는 무명의 라이더는 성능이 한참 뒤떨어지는 바이크로 모토GP에 데뷔한 것입니다.

또한 181cm, 80kg이 넘는 피지컬로 사실 모토GP 라이더로는 어울리지 않는 거구였으며 CRT 바이크를 타던 그가 두카티 팩토리 팀의 시트를 차지하고 두 번의 우승과 10번의 포디엄에 오를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지만 그는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냈습니다. 순수함을 잃지 않았던 고생이 정말 컸던 라이더의 성공 스토리는 무척 감동적입니다. 그래서 그가 모토GP를 떠나는 것이 더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타이어 공급사 미쉐린

미쉐린은 이번 그랑프리에서 프런트, 리어 슬릭 모두 좌우 비대칭 컴파운드를 공급합니다. 발렌시아 서킷은 우 코너 5, 좌 코너 9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좌 코너 특히 T13에서 리어 타이어의 마모가 높기 때문에 좌우 비대칭 컴파운드가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프런트 슬릭의 좌우 비대칭 컴파운드 타이어는 좌우 그립 격차가 크기 때문에 라이더가 선호하지 않지만 서킷의 레이아웃 특성상 좌우 대칭 컴파운드를 대신한 것입니다.

 

연습주행, 예선

금요일 오전 FP1 세션은 많은 비로 인해 세션 내내 웨트 컨디션으로 진행됐고, 오후 FP2 세션은 몇 코너에 습한 구간이 있었지만 드라이 컨디션에서 진행되었습니다. 2016년 노면 리노베이션을 했고 브레이킹이 까다로운 T1의 경우 그립이 향상되었지만 배수는 나아지지 않았고 안전지대의 페인팅 부분은 곳곳이 젖어 있었습니다. FP1 세션에서는 페트루치, 마리니, 밀러, 바냐이아가 전도했고 FP2 세션에서는 쿼타라로, 바스티아니니, 레쿠오나, 폴 에스파가로가 전도했습니다. 잭 밀러는 조금 레이싱 라인을 벗어나 조금 넓게 주행했고 연석을 밟는 순간 얼음과 같이 미끄러웠다고 했고 쿼타라로, 바냐이아는 브레이킹 중에 프런트가 잠기면서 전도로 이어졌습니다.

 

쿼타라로는 드라이 컨디션에서는 바이크의 그립이 현저히 떨어지는 현상으로 페이스가 완전히 떨어지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프런트의 느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코너에서 고전했습니다.

렙솔 혼다 팀의 폴 에스파가로는 FP2 세션에서 2위로 최근 후반 들어 상승세에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그는 프런트 타이어가 약간의 문제가 있었고 특히 타이어의 컴파운드가 더 부드러웠기 때문에 이미 하드 컴파운드를 사용한 라이더들도 있었다면서 자신도 하드 컴파운드 타이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두카티 레노보 팀의 잭 밀러와 페코 바냐이아는 1, 3위로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안드레아 도비지오소였습니다. 그는 FP2 세션에서 9위를 했는데 그는 다른 라이더들이 까다로운 노면 컨디션으로 100% 주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9위를 한 것 같다며 토요일 드라이 컨디션에서는 더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아직 YZR-M1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듯합니다.

팀 메이트인 발렌티노 로씨는 FP1 세션에서 불과 2랩만 주행했는데 그는 아침부터 노면도 많이 젖었고 매우 추웠기 때문에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사실 은퇴를 앞둔 로씨 입장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주행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주행한 2랩의 랩 타임은 1분 52초 981로 1위와는 무려 12초 정도의 차이로 예선 룰 107%에 들지 못했기 때문에 순위를 전혀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로씨의 26년 라이더 경력에서 107%에 들지 못해 순위에서 완전히 벗어난 경험이 있었을까요.

 

토요일 오전 FP 세션에서는 발렌티노 로씨가 10위로 Q2에 직행했고 팬들과 팀은 무척 기뻐했습니다. 발렌티노 로씨가 10위를 했는데 왜 이렇게 기쁠까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하나하나 이상하게 현실로 보이고 수긍하게 만들고 그것이 다시 감동이 되어 돌아옵니다.

아프릴리아 레이싱 팀 그레시니의 알레익스 에스파가로는 FP3 세션에서 1위를 했고 두카티의 잭 밀러는 마치 FP4 세션을 주행하듯 첫 주행에서 미디엄 미디엄 콤비네이션으로 13랩을 주행했고 총 21랩을 주행했습니다. 미디엄, 소프트로 교체한 두 번째 주행에서 1분 30초 547을 기록하며 세션 2위를 했습니다. 조금씩 팩토리 YZR-M1에 적응해 나가고 있는 몬스터 에너지 야마하 모토GP의 프랑코 모비델리가 3위를 했습니다.

 

로씨는 VR46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이탈리아의 젊은 라이더들을 육성했고 그 결과로 페코 바냐이아라는 걸출한 라이더가 탄생했습니다. 또한 바냐이아 외에도 VR46 아카데미 출신의 이탈리아 라이더들이 모든 클래스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바냐이아는 FP3 세션에서 발렌티노 로씨가 그의 뒤를 쫓아 주행했는데 마치 앞서 달리는 코치와 같이 빠른 라인으로 그를 이끌었고 결국 로씨는 10위로 Q2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Q2 세션에서도 그를 이끌며 주행했습니다. 보기 드문 장면이면서 스승과 제자의 주행이 아름다웠습니다.

 

두카티 레노보 팀의 바냐이아는 FP3 세션에서 4위, FP4 세션에서 4위였으며 FP4 세션에서는 총 16랩을 주행하는 동안 31초대를 7회 기록했습니다. 나쁘지 않은 페이스였으며 Q2에서는 소프트 컴파운드가 아닌 프런트 하드, 리어 소프트 컴파운드 타이어로 주행했으며 마지막 플라잉 랩을 남겨두고 1분 30초 000으로 폴 포지션 랩 타임을 기록했습니다. 6연속 폴 포지션을 눈앞에 둔 바냐이아는 마지막 플라잉 랩에서 더 빠른 랩 타임을 기록하기 위해 더 밀어붙였지만 T2에서 로우 사이드로 전도했습니다. 이번 그랑프리 두 번째 전도이며 올 시즌 여섯 번째 전도였지만 그는 2위를 차지했습니다. 6연속 폴 포지션을 아쉽게 놓쳤지만 10회 연속 맨 앞줄에 서게 되었습니다. 바냐이아는 “발렌시아에서 두카티 데스모세디치는 빠른 바이크가 아니었지만 이제 두카티 바이크에 크게 불리한 서킷은 없다. 그립이 높지 않고 약간의 어려움을 겪고는 있기 때문에 가속과 브레이킹의 차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른 바이크도 비슷한 것 같다. 그립이 조금 더 높아진다면 우리는 더 강한 브레이킹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레이스에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팀 메이트인 잭 밀러는 1분 30초 325로 마지막 플라잉 랩을 남겨둔 시점에서 3위였고 마지막 타임 어택 1섹터와 2섹터에서는 0.084초 빠른 가장 빠른 랩 타임을 기록하며 폴 포지션의 페이스였습니다. 하지만 T11에서 역시 로우 사이드로 인해 마지막 폴 포지션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밀러는 앞서 전도한 바냐이아의 섹터 1구간에서 황색기를 봤기 때문에 반신반의하는 생각으로 주행했고, T9부터 조금 잘못된 라인으로 진입하며 T11에서 레이싱 라인보다 조금 넓게 주행했는데 전도로 이어졌다고 했습니다.

 

두카티의 후반기 페이스는 실로 엄청납니다. 팩토리 팀과 독립팀 모두 시즌 초반부터 상당한 페이스를 보였는데요. 독립 팀인 프라막 레이싱의 루키 호르헤 마틴은 팩토리 라이더를 제치고 폴 포지션을 차지했습니다. 마틴은 1분 29초 936으로 이번 그랑프리에서 유일하게 29초대를 기록했고 이는 2017년 마르케즈의 폴 포지션 랩 타임보다 빨랐습니다. 그에게는 운도 따랐는데 바냐이아가 넘어지는 시점 그는 T2를 지나고 있었기 때문에 랩 타임이 취소되지 않았습니다.

마틴은 루키임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네 번째 폴 포지션을 기록했으며 이는 2019년 파비오 쿼타라로가 루키로 기록한 6회 폴 포지션을 기록한 이후 4회 이상의 폴 포지션을 기록한 유일한 루키 라이더였습니다. 또한 두카티는 올 시즌 18회 그랑프리에서 무려 11회 폴 포지션을 기록했고 모토GP 클래스 단일 시즌으로는 2008년 9회 이후 두카티의 시즌 최다 폴 포지션을 기록한 것입니다.

 

올 시즌 월드 챔피언 타이틀은 놓쳤지만 두카티의 강세는 뚜렷했습니다. 우선 올 시즌동안 맨 앞 줄의 54개(18라운드×3개) 그리드 가운데 30개를 두카티 라이더가 차지했으며 지난 16전 로마냐 이후부턴 맨 앞줄을 거의 독차지했습니다. 17전 포르티망은 예선 3위를 후안 미르가 차지했지만 1, 2, 4, 5위를 두카티 라이더들이 싹쓸이할 정도로 후반기 두카티 페이스는 매우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월드 챔피언 타이틀은 놓쳤지만 지난 그랑프리에서 제조사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확정 지었고 이제 팀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남겨 놓고 있습니다. 카티 레노보 팀은 두 라이더의 챔피언십 통합 392점을 기록 중이며 2위는 몬스터 에너지 야마하 모토GP로 364점을 획득하고 있습니다. 팀 챔피언십은 팀 라이더가 획득한 포인트를 합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팀 타이틀도 두카티가 획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KTM의 브라드 빈더는 두카티 바이크는 팩토리, 독립팀 할 것 없이 모두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가고 안정적으로 탈출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홀샷 디바이스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전체 바이크 가운데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혼다의 홀샷 디바이스는 다소 리어가 갑자기 떨어지며 작동하지만 두카티의 홀샷 디바이스는 매끄럽게 작동하며 리어가 내려가는 것을 거의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정교하게 작동합니다.

 

윙렛, 윙포드, 타이어 쿨러, 휠 커버, 홀샷 디바이스 등 현재 모토GP에서 공기 역학과 엔진, 페어링을 제외한 다른 부분의 혁신적인 부분은 두카티가 독보적이며 모든 팀은 그들을 쫓아가기 바쁠 정도입니다. 데스모세디치는 이제 가속 능력만 뛰어난 바이크가 아니라는 것이 하나둘 입증되고 있습니다. 내년 챔피언십은 잭 밀러보다 바냐이아와 호르헤 마틴에 더 큰 기대를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월드 챔피언 몬스터 에너지 야마하 모토GP의 파비오 쿼타라로는 8위로 다소 부진했습니다. FP4 세션 2위로 일관적인 레이스 페이스는 좋았지만 그는 2년 전보다 속도가 나지 않고 좋지 않은 상황에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폴 에스파가로가 이번에 공급된 미쉐린 프런트 소프트 컴파운드에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이는 너무 부드럽다는 이야기였습니다. Q2에서 거의 보기 힘든데 이번 그랑프리에서는 프런트 하드 컴파운드를 사용한 라이더들이 많았으며 쿼타라로는 하드 컴파운드조차도 부드러웠다고 이야기할 정도였습니다.

 

페트로나스 야마하 SRT의 안드레아 도비지오소는 “발렌시아 서킷은 레이아웃 때문에 리어 타이어의 마모가 높아 타이어 관리가 매우 까다롭고 어렵다”고 했는데요. 레이스에서는 프런트 미디엄과 하드 사이에서 라이더들이 선택에 신중해야 합니다. 타이어가 소프트 하고 우 코너가 적기 때문에 우측면의 타이어 온도를 적정온도까지 높이는데 하드 컴파운드는 적어도 3랩 정도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순위를 뜰어올리려는 라이더는 미디엄을 선택하겠지만 이는 타이어 관리 능력이 수준급인 라이더에게 국한된 선택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그랑프리는 타이어 관리 및 전도를 최소화해야 마지막을 우승으로 장식할 수 있습니다.

렙솔 혼다 팀의 폴 에스파가로는 FP3 세션에서 큰 하이사이드로 부상을 당했고 서킷 근교의 병원으로 후송되었는데 다행히 골절은 없었지만 통증으로 레이스는 결장하기로 했습니다.

 

 

결승

레이스는 기온 20℃, 노면 온도 23℃, 드라이 컨디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미쉐린 파워 슬릭 프런트는 좌우 비대칭 하드, 리어는 좌우 비대칭 미디엄 컴파운드 타이어로 올 시즌 처음으로 모든 라이더가 같은 컴파운드를 선택했습니다. 이번에 공급한 프런트 소프트 컴파운드는 그립과 내구성에 문제가 있었고 예선에서 하드 컴파운드를 사용할 정도로 미쉐린 타이어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최종전이지만 이미 월드 챔피언이 결정된 발렌시아 그랑프리의 모든 시선은 마지막 레이스에 임하는 발렌티노 로씨에게 쏠려있었습니다. 로씨는 올 시즌 두 번째로 좋은 예선 성적 10위로 출발하였고 전도 없이 10위로 체커기를 받으며 마지막 챔피언십 포인트 6점을 획득했습니다. 1996년부터 26년간 423회 그랑프리에 참전하며 그가 획득한 챔피언십 포인트는 6,357점으로 역대 최다 포인트를 기록했으며, 참전 기록 역시 역대 최다로 이는 모토GP가 1949년 시작된 이래 전체 그랑프리의 무려 44.4%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는 쉽게 깨질 수 있는 기록이 아닙니다. 발렌티노 로씨의 화려한 경력과 그의 라이딩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가 이룬 업적은 팬들의 가슴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모토GP의 시즌을 마무리하는 FIM 모토GP 어워드 세레모니에서는 발렌티노 로씨에게 모토GP 레전드 메달을 수여했으며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습니다. 이번 발렌티노 로씨의 마지막 그랑프리에서는 이탈리아 라이더들이 로씨가 월드 챔피언에 등극할 때 착용했던 헬멧의 리버리를 리메이크하며 그에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그가 모토GP에서 차지한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한 명의 라이더가 은퇴하는 것이 아닌 마치 모토GP가 끝난 것 같은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리드에서는 그의 여자친구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경험한 이탈리아의 팬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로씨를 사랑합니다. 2018년 말레이시아 세팡에서 로씨가 선두로 주행하던 중 전도로 5랩을 남겨두고 리타이어 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이때 우승했다면 그의 마지막 우승의 기록을 남았을 겁니다. 그때 로씨의 팬클럽 회원 10여 명이 그 장면을 목격하고 대성통곡하는 것을 보고 우리가 로씨를 좋아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저도 만감이 교차하고 눈물이 흘렀는데 유럽의 팬들은 과연 마음이 어떨까… 많이 공허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모토GP를 알았고 그를 촬영하는 모토GP 포토그래퍼가 되었는데 이제 그가 모토GP를 떠나고 다시는 그를 카메라에 담을 수 없다는 것이 무척 슬픕니다. 하지만 거의 20여 년 가까운 세월을 그를 보며 응원하고 즐거워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오로지 일방적으로 받은 것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슷한 연배로 그의 활동을 보면서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고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그의 은퇴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 고마웠고 당신의 두 번째 인생을 응원합니다. 태어날 아기도 함께. Grezie VALE~~~

발렌티노 로씨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지만 두카티의 활약은 대단했습니다. 폴 포지션을 차지한 프라막 레이싱의 호르헤 마틴은 스타트 직후 T1에서 홀샷을 차지하며 레이스를 주도했습니다. 하지만 마틴과 같은 루키에게 약점은 바로 타이어 관리입니다. 이번 그랑프리와 같이 타이어 마모가 높을 경우에는 선두보다는 선두 그룹에서 타이어 관리를 하며 주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틴은 15랩에서 바냐이아에게 선두를 내주고 2위에 만족해야 했지만 그는 올해의 루키상을 수상했습니다. 레이스 직후 가지는 인터뷰에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불참했는데 그는 시즌 초반 포르티망에서 전도로 다중 골절을 당한 바 있습니다.

두카티 레노보 팀의 페코 바냐이아는 예선 2위였지만 15랩부터 선두로 나섰고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았습니다. 바냐이아는 시즌 네 번째 우승을 기록했고 두카티 레노보 팀은 챔피언십 포인트 433점으로 몬스터 에너지 야마하 모토GP에 53점 앞서며 2021 시즌 제조사와 팀 타이틀을 모두 획득했습니다. 바냐이아는 발렌티노 로씨의 은퇴에 맞춰 스페셜 헬멧을 착용했고 발렌티노 로씨를 축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했습니다.

 

“우리 이탈리아 라이더들은 발렌티노 로씨를 위해 스페셜 헬멧을 기획했고 나는 작년 헬멧 그래픽을 하려고 했지만 혼다가 강세였던 2004년 타이틀이 떠올라 그 당시 그래픽을 선택했다. 나에게 그는 친구이자 형이고 그는 나를 위해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렇게 그를 축하하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였고 예선에서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 스타트는 좋지 않았고 4위까지 밀렸지만 밀러가 작은 실수를 했을 때 추월을 했다. 항상 고군분투했던 발렌시아 서킷에서 우승하는 것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고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 이제 나는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자신감을 찾았기 때문에 2022년은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헤레즈에서 테스트를 마치면 11월 23일 다리에서 플레이트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재활 치료를 1개월 정도 생각하고 있고 내년 테스트에 임할 계획이다”라고 했는데요. 자신의 스승이자 동료인 발렌티노 로씨를 위해 최선을 다한 바냐이아의 멋진 행동이 감동적입니다.

팀 메이트인 잭 밀러는 쿼타라로, 후안 미르와 치열한 순위 경쟁 끝에 3위로 포디엄에 올랐으며 그로 인해 두카티 라이더가 모두 포디엄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밀러는 두카티 데스모세디치로 2019년 3위, 지난해 두 번째 발렌시아 그랑프리에서 2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그가 데스모세디치로 세 번째 포디엄을 기록한 것으로 분명히 이전 두카티와는 다르게 발렌시아 서킷이 두카티 바이크에 어려운 서킷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점점 더 다양한 서킷에서 강한 전천후 바이크로 변모하고 있는 데스모세디치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요?

 

밀러는 “두카티 라이더가 포디엄에 오른 역사적인 날 그 일원이 되어 기쁘다. 2015년 모토GP로 스텝 업했을 때 만약 두카티 바이크를 타라고 했다면 나는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나 뿐 아니라 데스모세디치를 타고 싶어 하는 라이더가 많고 결과는 긍정적이다. 첫 번째 랩에서 마틴을 추월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내가 추월을 당하며 당황했다. 그리고 후안 미르, 쿼타라로가 나를 추월했고 저는 정신을 추스르고 타이어 관리에 집중했다. 금요일과 토요일 타이어 그립을 완벽하게 찾지 못했기 때문에 강하게 밀어붙일 수도 없었다. 레이스 중반부터 속도가 있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2위 마틴에 0.823초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했는데요. 실제 그의 레이스 랩 타임은 중반 이후 더 빨라졌고 타이어 관리를 확실히 했기 때문에 더 좋은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밀러는 신인상을 수상한 마틴에 대해 “그는 환상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고 나에게 부족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그의 기술은 내가 아는 한 습득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 중 하나이지만 그는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그래서 긴장하고 있다”고도 했는데요. 2021 시즌 호르헤 마틴은 부상으로 인해 네 번의 그랑프리에 결장하고도 우승 1회, 2위 1회, 3위 2회, 폴 포지션 4회를 기록했고 잭 밀러는 우승 2회, 3위 3회, 폴 포지션 0회로 팩토리 팀의 제1 라이더로는 부족한 성적을 남겼지만 루키로서 독립팀의 마틴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대부분의 라이더들은 2022년까지 계약되어 있으며 내년 중반부터는 계약 시즌이 활발하게 돌아오게 됩니다. 그렇다면 잭 밀러의 올 시즌과 비슷한 성적이라면 두카티는 호르헤 마틴을 팩토리 팀으로 불러들여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게 될 겁니다. 모토3 클래스에서 모토GP로 곧바로 스텝 업 한 만큼 잭 밀러는 재능 있는 라이더임에 틀림없지만 케이시 스토너와 같이 월드 챔피언을 기대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이제 바냐이아는 명실공히 월드 챔피언에 가까운 최고의 라이더라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그의 팀 메이트로 잭 밀러와 호르헤 마틴 둘 중 어느 라이더가 더 나을까요? 모토GP 팀은 재능 있는 젊은 라이더를 선호하기 마련입니다. 잭 밀러가 내년 시즌 초반 경쟁력 있는 성적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팩토리 시트에서 내려와야 할지도 모릅니다.

2021 월드 챔피언 몬스터 에너지 야마하 모토GP의 파비오 쿼타라로는 시즌 마지막 그랑프리를 5위로 마쳤습니다. 그는 “포디엄을 목표로 했지만 결과는 5위였다. 발렌시아와 같이 추월이 어려운 서킷에서는 예선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드가 뒤에 있다면 추월하기 위해 무리해야 하고 타이어 관리는 더 어려워진다. 두카티와 싸우려면 더 빠르고 안정적인 바이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야마하의 YZR-M1은 바이크 평준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현재 시점에서 좋은 바이크가 결코 아닙니다. 그래서 쿼타라로의 올 시즌 월드 챔피언은 더욱 빛이 나는 것입니다. 두카티가 제조사와 팀 챔피언십을 차지한 것 역시 이를 반증하는 것입니다. 매버릭 비냘레스가 야마하를 탈출한 것은 야마하와의 관계가 악화된 이유도 있지만 나아지지 않는 YZR-M1의 영향도 매우 컸습니다.

 

지난해 챔피언십 2위를 했던 모비델리는 부상의 영향이 있기는 했지만 올 시즌 지난해에 비하면 말도 안 될 정도로 좋지 않았습니다. 2016년부터 발생한 리어 타이어 마모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고 발렌티노 로씨는 결국 은퇴를 하게 되었습니다. 두카티는 경쟁력 있는 바이크와 라이더가 여섯 명이나 있지만 야마하는 올 시즌 쿼타라로만 제대로 역할을 하고 나머지 라이더들은 기대 이하의 결과를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COVID-19로 인해 2020년과 2021년 엔진 개발이 동결되었고 2년 만에 새로운 엔진을 장착한 새로운 신형 바이크를 타게 됩니다. 과연 큰 변화가 있을까요? 두카티를 칭찬할 필요는 없지만 두카티는 끝없이 개발하고 혁신적인 운영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왔습니다. KTM도 올 시즌 타이어로 인해 부진했지만 지난 시즌 보여준 잠재력은 무척 컸고 레이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적어도 올 시즌보다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혼다는 RC213V가 마크 마르케즈에 포커스를 두고 개발되었기 때문에 그가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한다면 굉장히 희망적인 2022 시즌이 될 수 있습니다. 아프릴리아는 비냘레스가 바이크에 적응 중이지만 RS-GP의 경쟁력은 계속해서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내년 시즌 전망은 나쁘지 않습니다.

스즈키는 예선의 부진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하지만 내년 시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후안 미르는 올 시즌 우승이 없었지만 2위 2회, 3위 4회로 챔피언십 포인트 208점을 획득하며 시즌을 3위로 마쳤기 때문에 적어도 자신의 몫은 충분히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팀 메이트인 알렉스 린스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이번 그랑프리에서 3위로 주행하다 10랩에서 전도로 리타이어 했는데 올 시즌 다섯 번이나 리타이어 했고 포디엄은 단 한 번 2위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챔피언십 포인트는 99점으로 모토GP 데뷔 시즌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시즌이 종료된 현시점에서 2022 시즌을 보면 두카티가 가장 맑음이며 혼다는 마르케즈의 회복 여부에 따라 다시 월드 챔피언 타이틀이 그들에게 갈 수 있습니다. KTM은 사실 바이크 경쟁력보다 라이더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팀이라서 지난해 활약했던 정도 이상은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즈키와 야마하는 비슷한 수준으로 나이지거나 나빠지거나 하지만 야마하는 모비델리가 빨리 수술한 무릎 부상에서 회복해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테크 3 KTM 팩토리 레이싱의 다닐로 페트루치는 모토GP를 떠나게 되었고 팀 메이트인 이커 레쿠오나는 WSBK 슈퍼바이크 혼다 팀으로 이적했습니다. 올 시즌 챔피언십 경쟁이 나쁘지 않았고 발렌티노 로씨의 은퇴를 아쉬움을 많이 남기는 시즌이었습니다.

 

다음 그랑프리는 2022년 3월 6일 카타르 로자일 서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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