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YZF-R1M, YZF-R1, YZF-R7, YZF-R3

모터사이클 브랜드가 슈퍼스포츠 모델 개발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보편적으로 레이스에 사용되는 모델이고, 그 과정에서 타 브랜드의 제품과 경쟁하면서 드러나는 순위의 차이가 소비자들에게 기술 격차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레이스에서 자사의 모터사이클이 좀 더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한정된 배기량 안에서 최대한의 성능을 뽑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코너링 성능을 높이기 위한 지오메트리,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에어로다이나믹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제품 개발에 반영한다.

야마하의 모토GP 머신 YZR-M1

야마하의 슈퍼스포츠 라인업에는 ‘YZF’라는 이름이 공통으로 붙어 있고, 배기량에 따라 R1, R3 등으로 달리 매겨진다. 여기서 ‘YZF’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야마하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어 의견이 분분한데, 일반적으로 Y는 야마하를, Z는 레이스를, F는 4기통 엔진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참고로 제조사에서 레이스를 위해 개별 제작한 모델의 경우 YZ의 이름 뒤에 장르별로 다른 이름을 붙이는데, 모토GP에 참가하고 있는 최상위 모델은 YZR-M1으로 R은 레이서를 의미하고 M은 ‘사명’을 의미하는 미션(mission)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본다.

YZ 이전 시대의 슈퍼스포츠 모델인 TZ250

YZ 이전 시대의 슈퍼스포츠 모델에는 TZ라는 이름을 붙여 사용해왔으나, 1973년 새롭게 개발한 YZR500에 처음으로 YZ를 사용한 것으로 세대가 전환됐음을 보였다. 그렇게 등장한 YZR500이 그랑프리에서 승승장구하며 야마하 슈퍼스포츠의 강력함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켰고, 이에 힘입은 야마하는 1993년 월드 슈퍼바이크 챔피언십과 스즈카 8시간 내구레이스 참가를 목적으로 개발한 신제품에 YZF750R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양산 모델에도 처음으로 YZ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TZ에서 YZ로 이름이 바뀐 첫 번째 모델 YZR500

비슷한 시기 1000cc급 슈퍼스포츠 모델은 FZ의 이름을 달고 있었다. 당시 WSBK 등의 레이스 참가 규정이 750cc로 제한되어(최근까지 출시되는 750cc 슈퍼스포츠 모델은 당시의 호물로게이션 모델에서 이어진 것이다) YZ의 이름을 받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래도 1987년부터 생산된 FZR1000의 경우 배기량 등의 제한이 없는 맨섬 TT 등의 오픈 클래스 레이스에서 활약하며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다 1996년 드디어 YZF1000R 썬더에이스가 출시되고, 이 모델이 1998년 YZF-R1으로 이어지며 지금의 야마하 슈퍼스포츠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앞서 소개한 YZF750R은 1999년 YZF-R7으로, 그리고 FZR600에서 YZF600R로 변경된 썬더캣은 YZF-R6으로 이어졌다.

 

YZF1000R 썬더에이스

YZF1000R 썬더에이스

투어러인 FZR1000에 탑재된 145마력의 1,002cc 직렬 4기통 20밸브 제네시스 엔진과 YZF750R의 프레임을 조합한 모델로, 슈퍼스포츠보다는 스포츠 투어러의 성향에 더 가까운 모델. 그렇지만 맨섬 TT에도 참가했을 정도로 스포츠 모델로써의 성능은 우수하다. 크랭크축과 피스톤의 회전질량을 줄여 스로틀 응답성을 높였으며, 스로틀 포지션 센서를 더한 카뷰레터를 통해 배기 시스템 제어 성능을 향상시켰다. 최근의 이런 스포츠 성향의 모델들이 역방향 텔레스코픽 포크를 채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썬더에이서는 정방향 텔레스코픽 포크를 채용한 점이 이채롭다. 역동성보다는 안정성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인 듯.

 

YZF750R/SP

YZF750SP

월드 슈퍼바이크 챔피언십 배기량 제한이 750cc였던 시절에 생산된 호몰로게이션 모델로, 이 모델이 YZF-R7(1999-2002)로 이어진다. 기본형인 R과 함께 싱글 시트 버전의 SP 2종으로 출시됐다. 직렬 4기통 엔진은 120마력을 냈으며, SP버전은 케이힌 FCR 플랫슬라이드 카뷰레터, 낮은 스크린, 탈착식 리어 서브프레임 등으로 차별화하고, 서스펜션은 앞 조절식 텔레스코픽 포크, 뒤 올린즈 리어 쇼크 업소버를 적용했다. 1996년 생산된 R 버전에도 올린즈 쇼크 업소버를 적용했다고. 스즈카 8시간 내구레이스에서 4회 우승의 기록을 달성했다.

 

YZF600R 썬더캣

YZF600R 썬더캣

유럽에서 인기를 끌었던 FZR600R의 뒤를 잇는 모델로, 당시 유럽 600 슈퍼스포츠 챔피언십에서 미들 클래스를 주름잡던 두카티 748을 제치고 우승한 유일한 4기통 모델이었다. 새로 개발한 직렬 4기통 수랭 엔진에 스틸 델타박스 프레임, 스로틀 포지션 센서를 장착한 카뷰레터, 흡기 효율을 높이는 램-에어 시스템 등을 탑재해 최고출력 100.1마력/11,500rpm, 최대토크 65.6Nm/9,500rpm의 성능을 냈다. 공기역학적 성능을 고려한 플 페어링이 적용됐으며, 즐겁고 사용하기 쉬운 주행 특성을 구현했다고.

 

YZF-R1

YZF-R1(1998)

YZF1000R 썬더에이스의 뒤를 이어 현재까지 이어지는 야마하의 대표 슈퍼스포츠 모델. 날카로운 디자인뿐 아니라 성능적인 부분에서의 향상으로 슈퍼스포츠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건조중량 177kg을 달성한 초경량 섀시에 150마력을 내는 998cc 수랭 4기통 엔진을 조합해 1.18kg/ps의 놀라운 무게 대 마력비로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이후 모토GP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투입, 크로스플레인 크랭크샤프트를 투입하는 등 기술 진화에 따른 변화 과정을 거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현행 모델은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113.3Nm를 내는 998cc 직렬 4기통 엔진에 알루미늄 델타박스 프레임을 탑재하고 있으며, 관성측량장치(IMU)를 기반으로 하는 최첨단 주행보조기능이 추가되어 라이딩을 돕는다.

 

YZF-R7(1999)

YZF-R7(1999)

앞선 모델인 YZF750과 마찬가지로 레이스 호몰로게이션 모델이지만, 이쪽은 최소한의 규정만을 충족시키기 위해 전 세계 500대만 한정 생산했다는 차이가 있다. 슈퍼바이크 월드 챔피언십과 스즈카 8시간 내구레이스 참가를 위해 만들어진 모델로, 직렬 4기통 749cc 엔진은 기본적으로 106마력의 성능을 내지만, 배기시스템과 ECU 업데이트를 거치면 비활성화된 또하나의 인젝터가 활성화되며 출력이 135마력으로 늘어나는 레이스킷을 함께 발매했다. 레이스용 모델답게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올린즈를 적용했고, 티타늄 밸브와 티타늄 콘로드, 델타박스II 프레임 등으로 무게는 189kg에 불과했다.

 

YZF-R6

YZF-R6(1999)

YZF600R의 뒤를 잇는 슈퍼스포츠 모델로, 출시 이후 최근까지도 YZF-R1과 함께 야마하의 스포츠 라인업을 이끌었지만, 미들 클래스 스포츠 바이크의 인기 감소외 함께 수익성 하락에 따라 현재는 일반도로용 모델은 단종되었고, 레이스용 모델인 YZF-R6 RACE만 발매되고 있다. 초기형 모델은 짧은 휠베이스를 갖도록 설계한 델타박스 II 프레임과 긴 리어 스윙암을 조합한 경량 컴팩트 차체에 레드존 15,500rpm의 초고회전, 120마력에 달하는 고출력의 엔진을 탑재했으며, 특히 세계 최초로 다이노 측정 결과 순정 상태에서 100마력 이상을 내는 600cc급 4행정 양산 모델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YZF-R125

YZF-R125(2008)

2행정 스포츠 모터사이클 TZR125를 대체하기 위한 4행정 모델로, 야마하 자회사인 MBK 인더스트리에서 제조되어 현재까지 3세대째를 맞이하며 유럽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모델이다. 이름에 걸맞게 델타박스 프레임을 탑재해 슬림하고 컴팩트한 차체에 경쾌한 움직임을 제공하며, 브렘보 브레이크 캘리퍼, 알루미늄 스윙암 등 125cc치고는 호화스러운 파츠들로 무장했다. 국내에도 2010년 출시된 적이 있었으나, 전량 프랑스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당시로써도 777만 원이라는 상당한 가격에 판매되었다.

 

YZF-R3

YZF-R3(2015)

국내에서는 고배기량 입문자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모델로, YZF-R25로 나오던 쿼터(250cc)급 경량 스포츠 모델의 배기량을 300cc로 끌어올리며 여유 있는 출력으로 훨씬 다루기 쉽게 만들었다. 일반도로 주행에 초점을 둔 모델이지만, 서킷에서도 훌륭한 성능을 보여준다. 현재 국내 판매중인 모델은 R 시리즈 특유의 공격적인 디자인과 포지션, 42마력을 내는 수랭 2기통 321cc 엔진, 우수한 밸런스의 다이아몬드 프레임, 알루미늄 주조 휠, KYB 37mm 역방향 텔레스코픽 서스펜션 등을 탑재했다.

 

YZF-R7(2022)

YZF-R7(2022)

초대 YZF-R7의 이름을 이어받은 신형이 출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당시 모델과 마찬가지로 고성능 모델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YZF-R6도 수익성 악화로 단종된 상황에서 가능성이 낮았고, 실제 제품은 예상과는 다르게 MT-07의 병렬 2기통 689cc CP2 엔진을 베이스로 스포티한 특성으로 다듬어 탑재했다. 기존 MT-07이 일상 영역에서 다루기 쉬운 특성을 보여줬는데, 신형 YZF-R7은 뛰어난 가속과 스로틀 응답성을 제공한다고 밝혀 실제 주행에선 적잖은 차이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덕트가 더해진 YZR-M1 스타일의 전면 페어링, LED 헤드라이트와 LED 포지션 라이트로 공격적인 표정을 연출하며, 조종성을 높이기 위한 브렘보 레디얼 마스터 실린더, 경량 알로이 휠, A&S 클러치 등을 탑재하고 있다. 국내에는 올 상반기 출시를 예정하고 있으나, 정확한 일자는 미정이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