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리오 혼도 서킷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북쪽으로 약 1,000km 떨어진 곳으로, 올 시즌으로 일곱 번째 모토GP를 개최하게 됐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첫 번째 그랑프리는 1961년 부에노스아이레스였으며 처음으로 유럽이 아닌 곳에서 개최된 그랑프리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국가입니다. 1999년까지는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외의 오스카 알프레도 갈바스 서킷에서 개최됐으며, 리오 혼도 서킷은 2008년 완공되어 2013년 모토GP 개최를 앞두고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실시했습니다.

 

리오 혼도 그랑프리는 원래 2013년 개최하기로 했지만,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취소되고 이듬해인 2014년 개최됐습니다. 당시 아르헨티나 정부가 스페인의 렙솔 산하 YPF 사를 국유화한다고 발표하면서 두 국가 간의 분쟁이 생겼고 이에 스페인 정부는 렙솔의 후원을 받는 팀과 라이더에게 아르헨티나 여행 자제를 권고했습니다. 이로 인해 도르나 스포츠는 상황을 보며 시기를 고려했지만 결국 FIM의 결정 기한인 11월 18일을 넘기며 자동으로 취소됐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된 총 17회의 그랑프리 가운데 10회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됐으며 리오 혼도 이전의 그랑프리는 1999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2020년과 2021년은 COVID-19로 인해 개최가 취소됐었습니다. 또한 지난해 2월에는 프레스 센터, 레이스 컨트롤 및 VIP 빌리지가 포함된 건물에 큰 불이 나 많은 부분이 파괴됐습니다. 다행히 건물 끝에 있는 박물관과 관제탑, 사무실 등은 파손되지 않았고 Off 시즌이었기 때문에 인명피해 또한 없었습니다. 서킷은 화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기 때문에 금전적인 손해는 피할 수 있었고 5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복구에 성공했습니다.

 

리오 혼도 서킷은 라이더를 비롯하여 관계자들이 가장 가기 싫어하는 서킷 1순위입니다. 3일간의 레이스 주간에서 15만 명 이상의 팬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지만, 서킷의 위치는 인기에 반비례합니다. 우선 공항에서의 접근성이 최악의 수준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에서 무려 1,200km가 떨어져 있고 90km 정도로 가장 가까운 투쿠만에 있는 국제공항은 날씨가 좋지 않으면 결항이 잦아 실제로 2016년에는 기상 악화로 라이더의 발이 묶이면서 도르나 스포츠가 부랴부랴 버스를 투입한 적도 있습니다. 칼 크러치로우의 경우 1,150km를 3일 동안 이동한 적이 있으며 비포장도로도 많아 여정 자체가 무척 피곤하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강절도 사건도 있기도 해 2회 이상 환승 또는 경유하는 이런 서킷은 기피 1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말레시이아 세팡 서킷은 실제 직선거리로 공항에서 불과 2km 정도 떨어져 있고 자동차로 돌아가도 14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최고의 접근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리오 혼도 서킷은 총연장 4.806km로 좌 코너 5개, 우 코너 9개이며 메인 스트레이트 구간은 1.076km로 미국 오스틴, 이탈리아 무겔로에 이어 세 번째로 긴 서킷입니다. 모토GP 클래스의 경우 이탈리아 무겔로 전이 120.635km로 가장 긴 레이스이며 혼도가 120.15km로 스페인 발렌시아 전과 같은 거리로 두 번째로 긴 레이스가 됩니다.

 

서킷 최고 속도는 2017년 리알레 아빈티아 레이싱 헥터 바바라가 두카티 데스모세디치로 세운 334.4km/h입니다. 평균속도는 173.3km/h로 상당히 고속 서킷이며 T2를 탈출하면 T3부터 고속 우 코너와 스트레이트 구간이 나오고 T6 좌 코너, T8 우 코너, T10 우 코너, T11 좌 코너의 완만한 고속 코너가 있습니다. T5의 경우 스트레이트 구간에서 강한 브레이킹으로 헤어핀을 돌아야 해 라이더들의 실수가 빈번한 코너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추월 구간은 스트레이트 구간에서 강한 브레이킹을 해야 하는 T5 우 코너와 T1 첫 번째 우 코너, T7 우 코너, T13 우 코너가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라이더로는 세 명이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으며 세바스티안 포르토 250cc 7회, 베네틱도 칼다렐라(1962년)와 호르헤 키슬링(1961년)이 500cc에서 각각 한 번씩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또한 포르토가 2005년 네덜란드 아센 그랑프리 250cc 클래스에서 페드로사와 로렌조를 꺾고 한 것이 아르헨티나 라이더의 마지막 우승이었습니다.

 

혼다는 2014년 그랑프리를 개최하기 시작한 리오 혼도 서킷에서 마크 마르케즈 2014년, 2016년, 2019년, 칼 크러치로우 2018년, 총 네 번의 우승을 기록했습니다. 마크 마르케즈는 세 번의 우승을 차지했고 세 번 모두 폴 투 피니시였습니다. 2015년과 2017년도에서 폴 포지션을 차지했지만 레이스에서 선두 다툼을 하다 전도하여 리타이어 했습니다.

 

야마하는 발렌티노 로씨 2015년, 매버릭 비냘레스 2017년 두 번의 우승을 기록했습니다. 두카티는 안드레아 도비지오소가 2015년과 2019년에 2위를 차지했는데 이것이 유일한 포디움입니다. 2018년은 잭 밀러가 두카티 라이더로는 처음으로 폴 포지션을 차지했으며 마르케즈를 제외한 라이더의 첫 폴 포지션이었습니다. 2018년 알렉스 린스가 스즈키 라이더로는 유일하게 3위로 포디움에 오른적이 있습니다.

 

 

타이어 공급사 미쉐린

좌 코너 5, 우 코너 9개로 구성되어 있지만 미쉐린은 2019년과 같이 좌우 비대칭이 아닌 좌우 대칭 컴파운드 타이어를 공급합니다. 일반적인 서킷의 경우 리어 타이어는 좌우 비대칭 컴파운드를 공급합니다만 리오 혼도에서는 레인 타이어만 리어 좌우 비대칭 컴파운드를 공급합니다.

 

연습주행 & 예선

리오 혼도 그랑프리는 원래 미국 오스틴 그랑프리 1주일 전에 개최되는 일정이었지만 원활한 화물 통관을 위해 오스틴 그랑프리보다 1주일 앞서 개최하는 것으로 스케줄을 조정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화물 점보기의 엔진 문제가 발생하면서 화물이 도착하지 않아 금요일 FP 세션 전체가 취소되는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간단히 설명드리면 러시아가 항공 화물 사업에서 전 세계적으로도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도르나 스포츠의 화물과 관련하여 러시아 역시 20%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전쟁으로 인해 제재가 있었고 여기에 하필 비행기 엔진 밸브에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런 제재 조치가 아니라면 다른 화물 점보기를 확보할 수 있겠지만 세계적으로 140여 대밖에 되지 않는 화물 점보기 중 러시아 영향을 받는 화물기를 제외하고 대체 항공기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케냐 몸바이에서 부속을 확보하여 수리하기까지 이른 것입니다.

 

이번 화물 누락에는 챔피언십 포인트 리더인 에니아 바스티아니니, 레오파드 모토3, VR46, 아조 모토3, 마크 VDS 팀 등의 모터사이클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뿐 아니라 HJC, 다이네즈 등 레이싱 서비스에 필요한 용품까지도 포함됐습니다. 누락된 화물은 투크만에 도착하여 통관을 거치고 다시 육로로 100km 정도를 운송하고 서킷에 금요일 늦게서야 도착했습니다.

 

모토GP의 대부분 팀은 레이스가 끝나면 다음 일정을 위해 모터사이클 등의 정비를 하지 않습니다. 지난 인도네시아 만달리카는 웨트 레이스였기 때문에 모터사이클가 많이 더럽혀졌고 이것을 세척하는 데만 대략 3시간 정도 소요되며 이는 최소한의 시간으로 그레시니 같은 독립팀은 아예 아무런 장비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피트 패널 등의 설치까지 고려하면 8시간 이상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레이스가 1시간 가까이 지연됐고 저녁 8시에 항공기에 탑승해야 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누구도 정리를 하지 못하고 바로 화물로 보냈습니다.

보통 모토GP는 수요일 피트를 꾸미거나 모터사이클 정비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거치고 목요일 최종 점검을 하는 방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터사이클 세척, 정비 등은 새로운 서킷에서 하게 되는 게 일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토요일 새벽 2시에 서킷에 도착한 모터사이클의 세척과 정비, 피트 패널 설치 등을 위해 팀원들은 밤을 꼬박 새워야 했습니다.

 

리오 혼도 서킷은 워낙 접근성이 좋지 않기 때문에 화려하고 멋진 레이아웃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킷의 활용도가 매우 낮습니다. 모토GP가 아니면 이벤트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따라서 노면의 컨디션을 장담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카타르 로자일, 인도네시아 만달리카에서 볼 수 있듯이 모래 먼지 또는 새로운 서킷의 노면이 상상 이상으로 먼지가 많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리오 혼도 그랑프리 역시 모토3 클래스와 모토2 클래스의 FP1 세션 주행에서 많은 먼지바람이 일어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랑프리 위원회는 금요일 세션을 취소했을 때 변경했던 일정을 또다시 변경했습니다. 노면의 먼지를 최대한 제거하기 위해 모토3, 모토2 클래스가 희생했는데요. 원래는 모토3, 모토2, 모토GP 클래스의 순으로 진행되어야 할 세션이 모토3, 모토2 두 번씩 진행하고 모토GP 세션을 가장 늦게 시작했습니다. 레이스 시뮬레이션을 실시하는 FP4 세션 없이 FP1, 2 세션은 각각 15분 늘어난 60분이 주어졌습니다. 2020년과 2021년 모토GP 클래스로 스텝 업 한 라이더들은 모토GP 모터사이클로 주행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서킷 레이아웃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습니다. 노면의 먼지는 많이 없어져 대체로 깨끗해졌지만 모터사이클의 속도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빨랐습니다. 하지만 먼지가 없어진 레이싱 라인을 벗어나면 그립을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FP1, 2 세션을 주행한 엑스타 스즈키의 알렉스 린스는 모두의 속도에 놀랐다고 했는데요. 그는 “모토3 클래스도 무척 빨랐다. 솔직히 노면이 너무 더러운데 너무 빠른 것에 놀랐다. 겉으로 보기에는 더럽지만 실제로는 그립이 있어 상당히 인상적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두카티 레노보 팀의 잭 밀러는 더러운 노면에서 라이딩에 대해 약간의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며 “엣지 그립이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엣지 그립보다는 최대한 넓은 면을 활용하여 접지면을 넓혀 주행하는 것이 안정적이다. 노면이 더 깨끗해지면 엣지 그립을 충분히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팁을 전했습니다.

토요일 특히 두카티 팩토리 라이더들의 모터사이클는 T11 범프에서 엄청난 흔들림을 겪어야 했습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라이더는 페코 바냐이아였습니다. 잭 밀러는 “범프는 서킷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것을 극복해야 하는 것은 라이더의 몫이다. 범프를 잘 빠져나가는 방법은 스로틀 단 하나다. 따라서 나를 비롯해 바냐이아의 모터사이클이 흔들렸던 것은 스로틀이지 모터사이클의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만, 페코 바냐이아는 “지난 미국 오스틴 그랑프리에서 많은 범프를 겪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세팅에 초점을 맞췄다. 모터사이클이 공격성을 최소화하는 설정이 적절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표했습니다.

 

이번 토요일 세션에서는 아프릴리아 레이싱의 알레익스 에스파가로가 쿼타라로의 모습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압도적인 페이스를 보여줬습니다. 이런 페이스를 유지하며 Q2에서 자신의 세 번째이자 아프릴리아의 2002년 이후 4스트로크 모토GP 최초의 폴 포지션이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남겼습니다. 4스트로크 이전 아프릴리아 RS500 V-트윈 모터사이클의 폴 포지션은 두 번 있었는데 1999년 이탈리아 무겔로에서 테츠야 하라다, 2000년 호주 필립 아일랜드에서 제레미 맥윌리엄스가 기록한 적이 있습니다. 에스파가로는 호르헤 마틴이 폴 포지션을 기록하고 있는 마지막 타임 어택에서 1분 37초 668을 기록했으나 서킷 베스트 랩 타임인 마크 마르케즈의 2014년 1분 37초 683과 0.005초 차로 기록 경신에는 실패했습니다.

아프릴리아의 역사적인 폴 포지션 이외에도 에스파가로는 2014년 네덜란드 아센에서 포워드 야마하(CRT 규정), 2015년 스즈키 GSX-RR로 스페인 카탈루냐, 이번 아프릴리아 RS-GP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세 가지 다른 제조사 모터사이클로 폴 포지션을 기록한 라이더로 기록됐습니다. 그리고 일요일 레이스는 그의 200번째 모토GP 그랑프리 참전으로 그에게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그랑프리입니다.

 

팀 메이트인 매버릭 비냘레스 매버릭 비냘레스도 FP2 세션에서 2위를 하며 아프릴리아 파워를 보여줬습니다. 예선도 5위로 아프릴리아 이적 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비냘레스의 RS-GP 적응 속도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RS-GP의 모터사이클 성능이 이제는 다른 모터사이클에 견주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레익스 에스파가로는 “정말 행복하고 우리가 달성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아프릴리아에서 여섯 번째 시즌이고 우리가 얼마나 오래 함께했는지 잘 알고 있다. 저와 우리 팀 모두 얼마나 고생했는지도 잘 알고 있다. 오늘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모터사이클을 탔고 성능을 입증했다. 모든 분들이 함께 기뻐해 주신 것에 너무 감사하고 나 또한 매우 행복했다. 지금까지 고생하며 함께한 팀원들이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프라막 레이싱의 호르헤 마틴은 2위로 두카티 라이더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며 올 시즌 개막전 폴 포지션과 지난 만달리카 그랑프리 예선 2위까지 꾸준히 빠른 페이스를 보이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올 시즌 그가 획득한 챔피언십 포인트는 0점입니다. 역시 두카티 독립팀인 무니 VR46 레이싱 팀의 루카 마리니가 3위로 지난해 산마리노에 이어 두 번째로 맨 앞 줄에 서게 됐습니다.

Q2 세션에서는 파비오 쿼타라로가 타임 어택을 하던 T7에서 앞선 잭 밀러가 서행하며 쿼타라로의 주행을 방해했습니다. 사실 잭 밀러가 고의적으로 레이싱 라인을 막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빠른 속도에서 코너로 진입하는 순간에 잭 밀러와 같은 포지션이라면 위험성이 크다고 할 수 있고 뒤의 라이더는 자신의 페이스와 라인대로 주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레이스 디렉션은 잭 밀러에게 3 그리드 강등 조치를 했습니다. 파비오 쿼타라로는 “예선 6위는 나쁜 결과는 아니지만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두 번째로 빠른 랩에서 잭 밀러를 발견하고 타임 어택을 중단해야 했다. 그는 정확히 레이싱 라인에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4단 기어로 매우 빨랐고 누군가가 방해받을 수 있는 라인 가까이에 있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주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의견을 말했습니다.

 

챔피언십 포인트 리더인 에니아 바스티아니니는 12위, 만달리카 우승자인 미구엘 올리베이라는 16위, 두카티 팩토리 라이더인 바냐이아와 잭 밀러는 각각 13, 14위를 했습니다. 또한 스즈키 듀오는 여전히 예선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알렉스 린스 알렉스 린스 7위, 후안 미르 후안 미르가 8위를 했습니다.

 

레이스

세션 스케줄이 조정되지 않았다면 레이스 시뮬레이션을 하는 FP4에서 에스파가로는 어떤 페이스를 보여줬을까요? 이미 토요일 보여준 그의 페이스는 쿼타라로가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일 때의 모습과 매우 흡사했습니다. 토요일 역사를 만든 그는 또다시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아프릴리아는 모토GP 클래스에서의 경험이 길지도 않지만 달콤하지도 않았습니다. 2014년 11월 최종전이 끝나고 진행된 공식 테스트에서 아프릴리아가 모습을 보였을 때에는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프로토타입 모터사이클이라고 하기에는 양산 제품인 RSV4의 수정 버전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미래는 밝지 않았습니다. 물론 RSV4의 성능이 낮지 않고 WSBK에서는 최고의 성능을 보여준 양산 모터사이클이었지만 적어도 모토GP에서 다른 프로토타입 모터사이클과 경쟁을 하기에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아프릴리아는 올 시즌부터 완벽한 팩토리 팀이 됐지만 지난 시즌까지는 그레시니 레이싱에 위탁 운영하는 방식으로 팀을 운영해 왔습니다. 아프릴리아가 그레시니 레이싱에 위탁 운영한 데에는 비용 문제가 가장 컸고 레이싱 부서의 인원이 팩토리 팀을 운영하기에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올 시즌부터 그레시니와 결별하고 팩토리 팀으로 거듭난 아프릴리아. 2013년 전 세계 금융위기에 모토GP도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했는데 이때 바로 CRT 규정이 생겼습니다. CRT 규정은 양산차 엔진에 프로토타입 섀시를 적용하여 비용을 대폭 절감한 시스템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당시 양산차 가운데 RSV4가 가장 경쟁력 있었고 CRT 모터사이클을 사용하는 팀은 4팀, 총 5대가 참전하기도 할 정도로 RSV4는 성능이 좋은 모터사이클이었습니다. 또한 CRT 룰은 엔진과 프로토타입 섀시의 조합이 필수였지만 당시 아프릴리아의 섀시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두카티가 반기를 들고 나섰던 적이 있습니다. WSBK 모터사이클 스펙에 컬러만 바꿔 모토GP에 참전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는데, 그만큼 성능은 상당히 뛰어난 양산차였던 것입니다. 적어도 제가 판단할 때 모토GP 역사상 가장 우울하고 형편없었던 시즌이라면 바로 CRT 룰이 시행됐던 3년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에스파가로와 같이 챔피언십 타이틀 경쟁과 거리가 멀었던 라이더가 모토GP에 데뷔한 사례로 대표적인 라이더는 다닐로 페트루치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모토GP에 입성한 아프릴리아의 첫 CRT 룰의 ART 모터사이클를 최초로 탄 라이더가 바로 알레익스 에스파가로였습니다. 그러니까 CRT 모터사이클를 타는 팀이나 라이더는 시즌 챔피언 타이틀 경쟁과는 전혀 관계없는 라이더가 시트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프로토타입 모터사이클과 성능 차이가 현격했기 때문이며 팀 운영비가 팩토리 팀의 1/10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라이더를 영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시스템이었습니다. 따라서 챔피언십 타이틀 경쟁과 거리가 멀었던 에스파가로가 CRT 룰 때문에 모토GP에 데뷔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서 잠시 에스파가로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알레익스 에스파가로는 모토GP 13년 차 라이더로 2004년 125cc로 세계 무대에 데뷔하였고 올해로 18년 차 되는 베테랑 라이더입니다. 또한 안드레아 도비지오소에 이어 두 번째 최고령 라이더이기도 합니다. 그의 그랑프리 통산 참전은 284회이며 모토GP 클래스는 200회로 모토GP 역대 8위에 해당하며 앞으로 네 번의 그랑프리만 더 참전하면 7위 호르헤 로렌조를 넘어서게 됩니다. 적어도 올 시즌 전 그랑프리에 참전하면 다니 페드로사, 니키 헤이든을 뛰어넘어 역대 4위에 랭크 되게 됩니다. 이런 참전 기록만 보면 대단한 것이죠.

 

에스파가로는 2004년 125cc부터 2009년 250cc 참전하면서 단 한 번의 포디움에도 오르지 못할 정도로 전혀 주목받지 못하던 라이더였습니다. 물론 2004년 CEV 125cc 클래스 챔피언 출신이었지만 그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던 그에게 큰 행운이 찾아옵니다. 2009년 프라막 레이싱의 미카 칼리오가 두카티 팩토리 팀의 케이시 스토너의 유당 불내증으로 인한 결장으로 그를 대신해 참전했고 미카 칼리오 대신 에스파가로가 그 자리를 채우게 되며 모토GP에 데뷔하게 됩니다.

 

2009년 모토GP 데뷔 전이었던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그는 13위, 이후 11위, 11위, 13위로 네 번의 그랑프리에 참전하여 전부 챔피언십 포인트를 획득하며 모토GP 관계자들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그렇다면 프라막 레이싱은 왜 이름 없는 무명의 라이더 에스파가로를 미카 칼리오를 대신해서 픽업했을까요? 그는 챔피언십 경쟁과 거리가 멀었던 라이더였기에 그랬던 것입니다. 2010년 니콜로 카네파의 시트를 차지하며 모토GP에 풀 참전하는 기회를 얻었지만 모토GP 199회 참전하는 동안 우승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CRT 모터사이클로 최초의 포디움에 오른 라이더가 에스파가로였고 그는 모토GP 역사상 최다 참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라이더 1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전의 기록은 콜린 에드워즈로 196회 참전하여 12회 포디움만 기록했었습니다. 운 좋게 모토GP에 참전하고 있고 CRT 룰에서 성능이 떨어지는 모터사이클로 정말 기적에 가까운 랩 타임을 보였던 라이더였으며 모토GP 역사상 최다 참전 무 우승이라는 기록도 199회로 이 기록 역시 깨지기 어려운 기록 중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장기간 우승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모토GP에 남아 있는 것은 신이 내린 행운이 아니라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CRT 참전 횟수도 큰 몫을 하기는 했습니다.)

힘들게 이어온 모토GP 클래스의 라이더. 그 압력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것입니다. 2019년부터 2020년 아프릴리아의 RS-GP가 조금씩 진화하고 있었고 레이스는 아니지만 FP, QP 세션에서 에스파가로는 함께 진화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프릴리아가 모토GP에 데뷔하고 정확히 10년 만에 에스파가로는 2002년 4 스트로크 모터사이클이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아프릴리아의 폴 포지션이라는 역사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레이스에서는 타이어의 경우 미쉐린 프런트는 하드, 리어는 소프트 컴파운드로 최근에 이렇게 단 한 가지 컴파운드를 전부 선택한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레이스는 기온 26℃, 노면 온도 44℃, 드라이 컨디션에서 시작됐고 2년 만에 개최하는 것과는 별개로 남미의 모토GP 인기를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COVID-19로 인해 무관중에서 거리 두기 관중 허가 등 그랜드스탠드에 관중이 꽉 들어찬 모습은 오랜만에 볼 수 있었고 10만 명이 넘는 관중 역시 오랜만이었습니다. 리오 혼도 서킷에는 레이스 주간 금, 토, 일 3일간 무려 186,759명의 관중이 찾을 정도로 그 관심은 폭발적이었습니다.

모토GP 참전 200회를 맞은 아프릴리아 레이싱의 알레익스 에스파가로는 스타트 직후 홀샷을 호르헤 마틴에 내줬지만 5랩을 남긴 20랩 T5에서 선두인 마틴을 추월하며 선두를 유지, 폴 투 피니시로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위에도 말씀드렸지만 모토GP 클래스에서 199회 참전하는 동안 한 번의 우승이 없던 그가 역시 단 한 번도 우승 경험이 없는 아프릴리아 모터사이클로 10년 만에 우승이라는 기적을 일궈낸 것입니다. 토요일의 역사도 감격스럽고 벅찬 드라마였는데 레이스에서는 더 큰 감동을 주고 더 큰 역사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자신의 200회 참전에서 결국 우승을 기록한 에스파가로. 지금까지 유력한 라이더를 제외하고 이렇게 감격스러웠던 그랑프리가 얼마나 되는지 모를 정도로 이번 에스파가로의 우승은 값지고 아름다웠습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면 이번 에스파가로의 우승과 함께 포디움에 오른 두 명의 라이더까지 올 시즌 총 세 번의 그랑프리에서 포디움에 오른 9명의 라이더가 전부 달랐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도르나 스포츠의 성능 평준화를 위한 노력의 결실이고 그만큼 독주가 없다는 것은 올 시즌 모토GP가 어느 시즌보다 더 재미있다는 증거입니다. 아프릴리아의 첫 우승과 전부 다른 라이더의 포디움은 모토GP의 전설인 발렌티노 로씨가 떠난 시점에서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발렌티노 로씨의 은퇴는 저와 같은 팬들에게는 심각한 허탈감을 주었고 실제 모토GP를 멀리하는 또는 발렌티노 로씨에게 비난을 하는 팬들까지 생길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챔피언십이 박빙의 승부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면 잠시 잃었던 모토GP의 관심이 돌아올 수 있습니다.

알레익스 에스파가로는 “토요일 폴 포지션을 차지하고 내 페이스를 보니 주위에서 쉽게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오전 웜 업 세션에서 느낌이 좋지 않았고 호르헤 마틴의 속도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역시 그는 빨랐고 최대한 깨끗한 방법으로 그를 추월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마틴은 저의 절친이기 때문에 더 그랬을지 모르겠다”고 밝혔습니다. 호르헤 마틴이 모터사이클 살 돈이 없어 위기에 닥쳤을 때 바로 아프릴리아의 두 라이더 매버릭 비냘레스와 알레익스 에스파가로가 그를 지원했기 때문에 마틴이 다시 모터사이클을 탈 수 있었습니다. 그를 후원한 에스파가로는 당연히 그를 신사적으로 깨끗하게 추월하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정말 감동적이지 않습니까?

 

또한 그는 “가장 먼저 아내와 쌍둥이 아이들이 생각났고 가족은 내 힘의 원천이다. 3년 전 저는 ‘라이더가 아닌 다른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진지하게 이야기했지만 그녀는 응원과 함께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줬다. 나는 빠른 라이더가 아니었고 사실 아프릴리아의 모토GP 모터사이클은 타려는 라이더가 없었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물론 어려울 것이라고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더욱 열심히 노력했다. 그 덕분에 오늘의 우승이 있었고 RS-GP는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모터사이클이라는데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이번 우승은 운이 아니고 모두가 노력한 결실이라고 생각하며 아프릴리아에서 일하는 모든 동료에게 영광을 돌린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안드레아 도비지오소에 이어 가장 나이가 많은 에스파가로는 1~2년 정도 더 참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우승으로 에스파가로는 처음으로 챔피언십 포인트 리더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팀 동료인 매버릭 비냘레스는 7위로 아프릴리아 이적 후 가장 좋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그는 “의심의 여지 없이 매우 긍정적인 결과였고 오늘 저는 처음부터 옛날과 같이 많이 싸웠고 에스파가로와 멀지 않은 곳에서 두카티 라이더들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우리는 속도와 자신감을 갖게 됐으며 저 역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RS-GP에 많이 적응해가고 있다. 에스파가로의 값진 우승을 축하드리며 RS-GP는 이제 우승이 충분히 가능한 모터사이클라는 것을 입증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2022년 개막전부터 세 번이나 맨 앞 줄에 서게 된 프라막 레이싱의 호르헤 마틴은 지난 두 번의 그랑프리에서 불운을 겪으며 챔피언십 포인트가 0점이었습니다. 그는 가장 빠른 스타트로 홀샷을 차지했고 20랩이나 레이스를 주도할 정도로 최상의 페이스를 보여줬습니다. 아직 루키의 이미지가 많이 남아있지만 지난해 데뷔 시즌부터 그는 돌풍의 주역이었고 큰 기대감을 주는 라이더였습니다. 지난 시즌 페코 바냐이아의 무서운 페이스에 많은 팬들은 그의 월드 챔피언 타이틀 획득을 기대했고 그의 활약은 이런 기대를 하는 것이 결코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고 두카티 팩토리 라이더는 2022년형이 아닌 2021년형 GP21을 타기로 결정했고 반대로 독립팀인 프라막 레이싱의 호르헤 마틴과 요한 자르코가 신형인 GP22를 타기로 결정했습니다. 결과는 기대와 달리 신형 GP22의 경쟁력이 더 좋았습니다. 지난해 대부분의 최고속 기록을 경신하던 데스모세디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팩토리 두카티 팀의 결과에 실망스러웠지만 다행히 마틴과 자르코, 또 다른 독립팀의 VR46 루카 마리니가 선전해 줬습니다. 마틴은 자신의 은인과도 같은 에스파가로와 선의의 경쟁을 했고 우승은 내줬지만 그의 첫 우승을 누구보다 더 기쁘게 축하해 줬습니다. 통제구역에서 에스파가로가 마틴을 안으며 번쩍 들었던 것도 바로 둘의 인연 때문이었던 것이죠.

 

호르헤 마틴은 “지난 두 번의 그랑프리에서 챔피언십 포인트를 획득하지 못한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이번에는 좋은 결과로 레이스를 마칠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 모터사이클의 느낌도 너무 좋았고 내 커리어에서도 최고의 레이스였다. 최선을 다했지만 에스파가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그 역시 나보다 빠른 구간이 여러 곳 있었다. 에스파가로는 T4에서 확실히 나보다 빨랐고 추월을 내준 이후 남은 4랩에서 그의 실수를 유도하기 위해 밀어붙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에스파가로가 오늘의 우승이 있기까지 얼마나 노력했는지 너무 잘 알고 있고 그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며 이번 우승은 정말 특별하다. 그는 나를 물심양면 도와준 은인과도 같은 사람이다.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진심으로 그의 첫 우승을 축하한다”고 전했습니다.

두카티 팩토리 팀은 조금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프란체스코 바냐이아는 예선 13위에서 5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지만 팀 메이트 잭 밀러는 14위에 머물렀습니다. 사실 올 시즌 페코에게 건 기대는 무척 컸지만 아직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잭 밀러는 재계약을 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현 상황이라면 내년부터는 호르헤 마틴과 바냐이아가 팩토리 시트를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프란체스코 바냐이아는 “이번 레이스에서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예선 부진은 내 잘못이고 팀에 사과했다. 긴장해서 모든 것을 망쳐 놓았다. 이번 주말은 나에게 중요한 교훈이 됐고 오늘은 좀 더 침착해졌다.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고 분명히 빠른 라이더가 많아졌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상황이 정상화된다면 지난해의 페이스를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와 팀이 원한 결과는 아니지만 최대한 실수를 줄이고 일관성 있는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그랑프리에서 에스파가로와 마틴의 기세는 매우 강력했지만 레이스 후반 스즈키 듀오의 속도는 굉장했습니다. 후반 페이스는 1, 2위보다 0.1~0.2초 빨랐으니 몇 랩을 더 주행했다면 추월이 가능했을 페이스였습니다. 스즈키의 GSX-RR의 장점이자 특징이라면 직렬 4기통 엔진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듯 빠른 코너 속도와 타이어 관리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예선의 부진입니다. 두 라이더가 맨 앞 줄이나 그 다음에만 서더라도 포디움뿐 아니라 충분히 우승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항상 7위 이하의 예선 성적으로 레이스를 힘들게 끌어가고 있는 것이죠. 개막전에서 보여준 GSX-RR의 성능이라면 조금 나아질 법도 한데 예선의 부진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알렉스 린스는 1위에 1.33초 차이로 3위를 차지하며 포디움에 올랐고 후안 미르는 1.831초 차이로 아쉽게 포디움에 오르지는 못했습니다.

 

알렉스 린스는 “올해 모토GP의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내가 포디움에 오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레이스의 시작은 확실히 느렸지만 랩이 거듭될수록 나아진 느낌을 받았다. 사실 출발 그리드가 레이스 결과에 영향을 주지만 그것이 레이스의 결과를 좌우하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GSX-RR과 나는 다음 그랑프리인 오스틴에서 할 수 있는 최상의 상태를 가지고 있다. 내가 안도라에 거주하기 몇 년 전부터 에스파가로는 거기에 있었고 그와 함께 몇 년 동안 훈련도 했다. 그는 이미 2020년과 2021년 레벨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올 시즌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었다. 나 역시 그의 우승이 너무 기쁘다. 그는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는 라이더다”라고 말했습니다.

 

후안 미르는 “이번 결과인 4위에 만족한다. 올 시즌 레이스에서 처음으로 좋은 느낌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레이스 초반에는 나카가미에 막혀 시간을 허비했지만 매 랩마다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노면 그립이 최상이 아니었던 것을 고려하면 좋은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처음 몇 랩은 확실히 그립에 문제가 있었고 다른 라이더의 공격에 방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레이스 후반 초반과 다르게 충분한 그립이 있었고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예선에서 순위가 뒤처지는 것은 최대한 개선해야 한다. 지금은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여러 차례 리뷰를 통해 말씀드렸지만 레드불 KTM 팩토리 레이싱의 브라드 빈더는 TV 화면에는 거의 잡히지 않는데 결과를 보면 상위권에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도 포디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6위로 챔피언십 포인트 10점을 추가하며 에스파가로에 이어 38점으로 2위에 랭크됐습니다. 팀 메이트인 2전 우승자인 미구엘 올리베이라는 13위로 다소 부진했습니다.

디펜딩 월드 챔피언 몬스터 에너지 야마하 모토GP 파비오 쿼타라로는 8위로 다소 부진했습니다. 파비오 쿼타라로는 “처음 3랩은 악몽이었고 문제는 모든 라이더가 스트레이트 구간에서 나를 전부 추월했다. 그립도 없고 타이어의 과열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드럽게 스로틀을 당겼지만 그 부분에서 다시 추월을 허용하게 됐다. 야마하 M1은 추월이 항상 어렵다. 실망스러운 것은 FP 세션에서 느낌이 좋았는데 레이스에서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M1에 유리한 서킷이 아니고 스트레이트 구간이 길어서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실수를 하지 않았지만 추월을 당했고 상황을 통제할 수 없었다. 웜 업 세션에서 레이스가 힘들 것을 알았지만 이미 그것은 과거이기 때문에 다음 오스틴 그랑프리에 집중하려고 한다. 모토GP에서 내 첫 번째 우승은 최고의 순간이었는데 알레익스 에스파가로의 우승은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프릴리아와 그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전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그랑프리는 미국 오스틴으로 4월 10일 개최되며 오스틴 서킷의 최강자인 마크 마르케즈의 참전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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