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모터사이클을 선정하면 혼다 슈퍼커브를 꼽는데 이견을 갖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출시 이후 60년 넘는 긴 시간동안 1억 대 넘게 판매되어 전 세계 사람들의 편하고 빠른 이동수단이 되어왔다. 게다가 이 1억 대라는 숫자는 혼다 슈퍼커브에만 한정되는 것이고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한 모델이거나 무단으로 복제해 사용한 모델까지 고려한다면 그 숫자는 두세 배 이상으로 크게 늘어날 만큼 세계 각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말 그대로 ‘대중적’인 모델이다.

이 슈퍼커브가 긴 시간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편하게 탈 수 있는 구조다. 초심자들이 모터사이클 운행에 앞서 느끼는 부담 중 하나인 클러치 조작을 통한 변속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혼다 소이치로가 원심 클러치를 개발, 적용시켜 클러치를 조작하지 않고도 레버를 밟는 것만으로 쉽게 변속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배달업 종사자들, 개발 당시 고려 대상인 메밀국수 가게의 직원들이 한 손에 배달 물품을 든 상태에서도 주행을 할 수 있어 배달업을 중심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여기에 S자 형태의 프레임을 사용해 다리를 높게 들지 않아도 타고 내리기가 수월할 뿐 아니라 앞 서스펜션과 프레임 주변으로 레그 가드를 달아 여성들도 치마를 입고 탑승하는 것이 문제 없을 정도여서 출퇴근 용도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혼다 CT125

국내에는 지난 2013년 처음으로 슈퍼커브가 정식 수입되어 올해로 판매 10년째를 맞았다. 초기에는 비즈니스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품이 구성됐으나, 점차 시간이 갈수록 이 시장은 PCX에 뺐기고 오히려 출퇴근이나 통학용 등 일상용 모터사이클을 찾는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뒤이어 고급형 모델인 C125가 지난 2018년 선보였으며, 올해 첫 번째 변형 모델인 CT125까지 국내에 출시되기에 이른다.

60년 넘는 긴 역사, 이번 CT125를 비롯해 다양한 변형 버전의 커브 시리즈들이 선보여왔는데, 어떤 변형 모델들이 있었고 어떤 특징을 지녔는지 살펴보았다.

C100

슈퍼커브의 오리지널 모델. 동시대 차량들이 성능을 위해 2행정 방식을 채택했던 것과 달리 4행정 방식을 채택해 높은 내구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성능까지 끌어올려 단숨에 인기 모델로 자리잡았다. 현재는 OHC 방식을 사용하지만 당시에는 OHV 방식을 사용한 점이 차이. 초대 모델에는 킥 스타터만 있었으나 이후 셀모터를 장착한 C102를 선보였고, 54cc로 배기량을 높인 C105 등이 이어졌다.

C310

혼다가 일본 외 지역에서 생산을 시작한 첫 번째 모델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큰 제품이기도 하지만, 자전거와 모터사이클을 결합한 ‘모패드(Mopad)’라는 형태의 커브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끄는 제품이다. 이러한 형태가 나오게 된 것은 세금 체계에서의 유리함과 함께 모터사이클의 연령 제한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엔진 좌우로 부착된 자전거 페달을 볼 수 있으며, 연료탱크가 시트 하단이 아닌, 핸들 바로 앞쪽으로 장착된 점도 눈길을 끈다.

C240 포트 커브

여성을 공략하기 위해 1962년 출시된 제품으로, 하늘색과 흰색의 조합으로 디자인적인 면에서도 어필했을 뿐 아니라 변속기를 기존 4단에서 2단으로 줄여 편의성을 높였으며, 휠 크기를 줄이고 윙커를 생략하는 등의 원가 절감이 이뤄졌다. 그러나 기대만큼 큰 인기를 얻지 못해 2년 만에 생산이 종료된다.

드림(EX5)

언더본 시장이 가장 활성화된 곳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을 꼽을 수 있는데, 자동차 보급이 더디다는 점과 함께 도로 포장률이 높지 않아 휠이 작은 스쿠터보다 언더본 형태가 승차감이 더 우수하다는 장점으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지금도 다양한 브랜드에서 다양한 형태의 언더본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언더본 모델로 진행되는 레이스도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을 정도다. 국내는 이러한 언더본 모델들이 1인 승차 혹은 짐을 적재해 운반하는 용도로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동남아시아 지역에선 2인 승차가 널리 활성화되어 있어 승차 시 편의성을 위해 일체형 시트가 적용된 점이 눈길을 끈다. 이후 혼다 웨이브로 이어진다.

C110 스포츠 커브

슈퍼커브에서 파생된 모델이라고 하기에는 형태적인 면에서의 차이가 크다. 특히 핸들과 시트 사이로 공간이 있어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는 기존 슈퍼커브와 달리, 다리를 들어올려 탑승해야 하는 전통적인 모터사이클과 같은 형태다. 여기에 4단 수동변속기가 장착되고 레버 조작식의 클러치가 더해져 있는 등 유사점을 찾기가 어려우나, 지면에 수평으로 장착된 90cc 공랭 단기통 엔진에서 이 모델이 슈퍼커브에서 이어졌음을 확인시켜준다.

CA100T 트레일

국내에 출시된 CT125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모델로, 고객의 요구에 맞춰 오프로드에 맞는 모델로 튜닝해 판매하던 딜러를 본 혼다 미국 법인의 영업 담당자의 요청으로 제작되어 판매되기 시작했다. 기존 트레일 모터사이클보다 가볍고 별도의 클러치 조작이 필요 없어 훨씬 더 쉽게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업스타일 머플러와 오프로드 타이어, 각종 페어링 및 가드류를 제거한 형태였는데 지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에서는 ‘헌터 커브’라는 이름으로 출시됐으며, 호주에서는 우체국에서의 배송용 모터사이클로 이용되기도 했다.

C100 BIZ

브라질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진 제품으로, 현재 동남아시아에 판매중인 혼다 웨이브와 유사한 형태를 보여준다. 기존 커브 대비 뒷바퀴 크기를 줄이고 시트 하단에 수납공간을 마련해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

WAVE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인기리에 판매중인 슈퍼커브의 변형 모델로, 일반적인 슈퍼커브와 달리 훨씬 스포티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국가의 면허 체계 등의 상황에 따라 100cc, 110cc, 125cc 3종류로 출시되고 있으며, 언더본 방식 프레임에 공랭 엔진, 로터리 방식의 4단 변속기 등 기본적인 구조는 슈퍼커브와 동일하다.

프레스 커브

헌터 커브가 호주 우체국의 배송용으로 사용됐지만, 이쪽은 출시된 모델을 용도에 맞게 변형해 사용한 것과 달리, 프레스 커브는 애초에 배달용으로의 목적으로 제조사에서 생산된 것이란 차이가 있다. 대형 리어 캐리어와 프런트 바스켓이 기본 장착되어 적재 능력이 우수하고, 상황에 맞춰 메인 헤드라이트와 바스켓 앞쪽에 장착된 서브 헤드라이트를 전환할 수 잇도록 설계됐다. 또한 화물을 실었을 경우를 대비해 대구경 리어 드럼 브레이크와 강화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리틀 커브

포트 커브의 정신적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모델로, 여성들이 타고 내리기 쉽도록 차고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슈퍼커브 50을 베이스로 하며, 휠은 17인치에서 14인치로 크기를 줄여 시트고가 30mm 낮아진 705mm여서 타고 내리는데 부담을 크게 줄였다.

크로스 커브

슈퍼커브와 헌터커브의 장점을 두루 가져온 형태의 모델로, 아웃도어 스타일을 도입해 ‘일상과 놀이의 크로스오버’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슈퍼커브 대비 높은 핸들과 오프로더 느낌의 헤드라이트, 긴 작동범위의 서스펜션, 대구경 드럼 브레이크 등으로 주행 성능을 향상시켰다. 이후 슈퍼커브 110 프로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C125

국내에도 출시된 제품으로, 오리지널 슈퍼커브인 C100의 디자인을 가져와 현대적인 감각으로 다듬고 스마트키나 ABS 등 그동안 슈퍼커브에 장착되지 않았던 고사양 장비들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부품 전반의 강성을 높이고, 새로운 공랭 125cc 단기통 엔진을 개발, 탑재했으며, 절삭 가공된 휠과 전면 디스크 브레이크 등을 장착해 디자인과 성능을 두루 갖췄다.

EV-커브

2009년 도쿄 모터쇼에서 공개된 EV-커브는 양산제품이 아닌 콘셉트 모델이지만, 전동화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는 출시될 가능성이 높은 제품이다. 각 바퀴의 허브에 장착된 모터로 2륜 구동이 이뤄지며, 프레임 중앙의 엔진이나 시트 하단 연료탱크가 없어 스쿠터 스타일의 헬멧 수납함이 시트 하단에 배치되는 것이 당시의 개발 콘셉트였지만, 최근 배터리 교체형 모터사이클이 전동화의 방안으로 주목받는 상황이어서 수납함 대신 배터리 슬롯이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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