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제조사마다 각각의 특색을 보여주는 요소들이 있다. 디자인적인 요소든, 성능적인 요소든, 기술적인 요소든 다양한데, 엔진으로 독특함을 보여주는 브랜드가 있다. 다른 브랜드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독특한 엔진을 사용하는 이 곳, 하늘을 나는 독수리, 모토구찌가 그 주인공이다.

1차 세계대전 중 이탈리아군 조종사인 조르조 파로디와 조반니 라벨리, 카를로 구찌가 힘을 합쳐 모터사이클 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심하고 1921년 만들어진 회사가 모토구찌다. 브랜드 로고에 독수리가 포함된 이유는 조반니 라벨리가 전쟁 직후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해 그를 그리기 위한 것이다. 초반에는 설립자인 파로디 형제(조르조의 형제인 안젤로 파로디도 설립에 참여했다)와 카를로 구찌 각각의 성(姓)의 머릿글자를 딴 GP(Guzzi-Parodi)라는 이름으로 선보였지만 이후 지금의 이름인 모토구찌로 바뀌게 된다.

초기 모델은 수평형 단기통 모델로 모터사이클을 만들었고 레이스에서도 활약했지만, 창립자들이 사망하고 회사가 재정적 위기에 빠지자 국영기업인 SEIMM(Società Esercizio Industrie Moto Meccaniche)에서 모토구찌를 인수하는데, 이 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로배치형 V-트윈 엔진을 개발, 자사 제품에 적용해오기 시작했다. 이 엔진은 실린더 헤드가 양쪽으로 돌출된다는 외관상의 특징도 있고, 드라이브 샤프트가 세로 방향으로 놓인다는 기능상의 특징도 있다. 여기에 드라이브 샤프트를 연결할 경우 동력 손실을 줄일 수 있지만, 서스펜션의 움직임으로 인해 샤프트가 휘거나 회전 밸런스가 깨지는 ‘샤프트 잭킹’ 현상을 발생시킬 수 있는데, 모토구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링크를 추가하는 ‘CARC(Cardano Reattivo Compatto)’라는 구조를 채용, 지금에 이르고 있다. 덕분에 유지보수 간격이 더 길어지는 건 물론이고, 부드러운 구동력 전달, 우수한 제동 성능 등의 효과 등으로 널리 호평받고 있다.

모토구찌의 대표 모델이자 엔트리 모델인 V7 스톤은 브랜드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면서도 다루기 쉬운 특성을 가진 모델이다. 클래식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정통 로드스터 스타일의 외관은 원형 헤드라이트 엔진에서 뻗어나온 메가폰형 머플러 등 전형적인 요소들도 있지만, 튀어나온 실린더 헤드에 맞춰 근육질의 형태로 설계된 연료탱크는 모토구찌만의 특색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V7 스톤은 오랫동안 이어진 역사적인 모델이지만, 디자인에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하기 위한 리뉴얼이 이뤄졌다. 측면 형태가 전반적으로 재설계된 건 물론이고 로고 역시 새롭게 디자인되어 차체에 부착됐다. 차량 색상에 맞춰 머플러 역시 블랙 컬러로 마감했고, 휠은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포인트를 살리는 동시에 경량화로 실용적인 부분까지 함께 충족시킨다.

기능적으로도 현대적인 것들이 상당수 적용됐는데, 원형 헤드라이트의 경우 LED를 채택하고 독수리 형태로 디자인된 주간주행등이 더해져 클래식한 감각을 현대적인 기술에 잘 녹여냈다. 계기판 역시 풀 디지털 LCD 방식에 스마트폰을 연결할 수 있는 MIA 앱을 지원한다.

핵심인 공랭식 가로배치 90도 V-트윈 853cc 엔진은 유로 5 환경규제를 충족시키며, 최고출력 65마력/6,800rpm, 최대토크 73Nm/5,000rpm의 성능을 내는데, 이전 세대 대비 출력은 25%, 토크도 20% 가량 향상됐다. 특히 토크의 경우 3,000rpm에서 최대토크의 80%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일상 주행을 더욱 편하게 한다.

섀시는 스티어링 헤드 부분에 강철 소재를 사용해 강성을 끌어올렸고, 쇼크 업소버는 작동범위를 늘려 충격 흡수량을 늘렸다. 시트는 앞뒤가 낮은 단차로 구분되어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에게 편안함을 제공하고, 풋 페그 역시 이전 세대의 것을 개선한 덕분에 승차시 불편함을 크게 줄였다.

브레이크는 앞 320mm 디스크에 브렘보 4피스톤 캘리퍼를, 후면에 260mm 디스크와 2피스톤 캘리퍼를 적용해 제동력을 높였고, 앞뒤 2채널 ABS로 미끄러운 노면에서도 안정적인 제동력을 제공한다. 또한 안전을 위해 트랙션 컨트롤 기능이 탑재되어 뒷바퀴가 헛돌거나 미끄러지게 되면 동력을 차단해 그립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한다. 휠은 앞 18인치, 뒤 17인치 구성에 타이어는 앞 100/90, 뒤 150/70 사이즈가 적용된다. 모토구찌 V7 스톤은 네로 루비도, 센테나리오, 아란치오네 레임 3종의 색상으로 발매되며, 가격은 1,580만 원이다.

모토구찌의 가로형 V-트윈 엔진은 이제 곧 60년째를 맞이한다. 물론 배기량이나 부품 등은 계속 개선이 이뤄져왔지만, 기본 구조를 이렇게 긴 시간동안 이어올 수 있다는 건 일반적이지 않은 독특한 외관과 주행 감각으로 유니크함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시대를 가리지 않고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꽤나 긴 역사를 가진, 클래식함을 기반으로 삼고 있는 모델이지만 나름의 특색으로 개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은 꽤나 아이러니하다. 그 시작점에 위치한 V7 스톤과 함께 모토구찌만의 매력속에 풍덩 빠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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