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브랜드마다 자사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모델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강렬한 이탈리안 레드 컬러로 유명한 두카티는 어떨까? 두카티의 헤리티지를 잘 보여주는 모터사이클, 그러면서도 타기 쉬운 특성에 강력한 파워를 지닌 모터사이클,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두카티의 대표 네이키드 몬스터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이야 두카티 라인업을 떠받치는 핵심 라인업이지만, 처음 개발 당시에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회사 경영진은 “두카티의 유산을 보여주지면서도 타기 쉬운, 그렇지만 슈퍼스포츠는 아닌 모터사이클을 개발하라”는 특명을 디자이너에게 전달한다. 물론 당시 경영진은 크루저 시장으로의 진출을 고민하며 이런 지시를 내린 것이었지만, 현실은 어려움이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예나 지금이나 가장 큰 제조사들의 고민인 '생산 비용의 절감'이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엔진과 프레임은 900 슈퍼스포트에서 가져왔고, 포크는 750 슈퍼스포트에서 가져왔지만, 그래도 라이더들에게 인상을 남기기 위해 차체는 미니멀하게 디자인하면서 근육질 연료탱크를 장착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그렇게 완성된 몬스터는 대단히 공격적인 포지션의 로드스터로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시각적인 부분과 함께 성능적인 부분에서도 두카티의 특성은 그대로 이어진다. 두카티의 상징인 일명 L-트윈, 90도 V-트윈 엔진과 함께 고회전까지 작동시킬 수 있게 하는 데스모드로믹 밸브 등은 두카티만의 주행 감각을 보여주는 요소들이다. 이런 요인들이 결합되어 평소에는 편하게 즐기다가도 교외에서나 트랙에서는 스포티한 주행을 즐길 수 있는 다재다능한 모습을 갖췄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무려 35만 대 이상 생산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지만,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뤄진 덕분에 많은 두카티스트들을 만족시키는 모델로 자리잡아왔다.

현재 판매중인 몬스터는 테스트스트레타 11° 937cc L-트윈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11마력/9,250rpm, 최대토크 9.5kg‧m/6,500rpm의 성능을 갖추고 있다. 이전 세대 대비 전반적으로 성능이 향상됐는데, 특히 일상 주행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중저회전역에서의 토크를 향상시켜 스릴 넘치는 성능으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스포티한 주행의 즐거움을 더욱 높여주는 퀵시프트가 기본으로, 상하 변속 모두를 지원한다.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전면 프레임은 동사 슈퍼스포츠 모델인 파니갈레 V4의 콘셉트를 가져와 엔진 헤드와 프레임을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이전 대비 4.5kg이나 덜어낸 덕분에 단 3kg의 무게만을 차지해 전체 건조중량을 166kg으로 줄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 밖에도 경량화를 위해 휠에서는 1.7kg, 스윙암은 1.6kg을 다이어트 했으며, 리어 서브프레임은 유리섬유 강화 폴리머 기술을 적용해 1.9kg을 덜어내는 등 차량 전반에 걸쳐 무려 18kg이나 감량하며 가볍고 경쾌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두카티 모터사이클의 엔트리 모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몬스터인 만큼 라이더들이 쉽게 다룰 수 있는 구성들이 다양하다. 우선 시트고가 820mm인데, 키가 작은 경우 발에 땅이 닿지 않아 정차할 때마다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이 경우 시트의 쿠션감을 유지하면서도 높이를 20mm 낮추는 시트를 선택할 수도 있고, 만일 이걸로도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서스펜션용 스프링 키트를 구입해 교체하면 추가로 25mm 낮춰 775mm까지 시트고를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주차장에서 차량을 이동할 때나, 극저속으로 차량을 움직여야 할 때는 조향각이 넓을 수록 차량을 컨트롤하기 쉬운데, 이를 위해 조향각을 7° 늘린 36°로 설정했다. 또한 핸들바도 라이더쪽으로 7cm 당겨 조작이 한결 수월하다.

가볍고, 조종하기 편한 모델에 안전까지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들이 추가됐다. 커브에서도 안정적인 제동을 돕는 코너링 ABS, 뒷타이어가 그립력을 잃었을 때 이를 회복할 수 있게 돕는 트랙션 컨트롤, 출발 시 자칫 앞바퀴가 들려 전도하는 상황을 방지해주는 윌리 컨트롤 등 다양한 안전 기능들이 갖춰져 있다. 물론 스포티한 특성까지 갖춘 몬스터인 만큼 트랙에서의 사용까지도 고려해 번개같은 출발을 도와주는 런치 컨트롤 역시 탑재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기능들은 스포츠, 어반, 투어링의 3단계 주행모드를 통해 손쉽게 전환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정보 확인 및 차량 설정은 4.3인치 컬러 TFT 대시보드를 통해 이뤄진다.

몬스터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모델이지만, 약간의 개성을 더하고 싶은 라이더를 위해 다양한 액세서리 파츠들도 마련되어 있다. 스포티함을 배가시켜주는 탠덤 시트 커버, 트랙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에어로다이나믹 윈드실드는 물론이고, 각종 커버 키트, 테르미뇨니 인증 머플러 등 퍼포먼스까지 끌어올려주는 다양한 액세서리들도 만날 수 있다. 두카티 몬스터의 가격은 1,990만 원이다.

두카티의 라인업 중에서도 엔트리 모델이지만, 가장 오랜 시간동안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상의 편한 주행부터 교외의 스포츠 주행, 서킷에서의 다이나믹한 주행까지 두루두루 소화할 수 있는 두카티의 만능 재주꾼 몬스터. 첫 출시 당시의 두카티 관계자들은 과연 이 정도로 성공하고 장수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 예상했을까? 무조건 최신의, 급진적인 것을 고집하는 것보단,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소비자들에게 더욱 어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두카티 몬스터를 꼽을 수 있다. 처음 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몬스터는 여전히 두카티의 ‘헤리티지’를 잘 보여주는, 그러면서도 최신 기술의 투입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모델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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