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어드벤처 열풍의 중심에는 BMW의 GS 시리즈가 있다. 많은 곳들에서 어드벤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GS 시리즈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시기 일쑤였다. 이런 GS 시리즈의 유행으로 촉발된 어드벤처 유행은 점차 확대되며 다른 장르에까지 영향을 미쳐 최근에는 어드벤처 포지션의 온로드 모델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GS 시리즈는 엔진을 기반으로 나뉘는데, 대표 모델로 올해 초 출시를 알린 수평대향 수랭 2기통 엔진, 일명 ‘복서 엔진’을 베이스로 하는 R 1300 GS, 그리고 엔트리급인 수랭 단기통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G 310 GS,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허리를 담당하는 병렬 2기통 기반의 F 800/900 GS가 있다. BMW 모토라드 코리아는 지난 26일 경기도 양평 아르떼파인에서 F 800 GS와 F 900 GS, F 900 GS 어드벤처의 미디어 대상 시승행사를 진행해 현장을 찾았다.

BMW의 F 엔진 기반의 GS 시리즈가 처음 등장했을 1994년에는 지금처럼 2기통이 아니었다. 650cc 단기통 엔진을 탑재한 F 650 GS가 BMW의 입문용 모델로 자리하며 F 엔진 GS 시리즈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여러 파생 모델로 이어지던 F 650 시리즈가 2006년 배기량을 높인 F 800 시리즈로 이어지는데, 이때부터 병렬 2기통 엔진을 사용해 보다 다루기 수월해졌다. 이후 업그레이드 때 F 750 GS와 F 850 GS으로 구분하며 온로드형과 오프로드형으로 구분짓기 시작한 뒤 이번 신형을 선보이며 F 800 GS와 F 900 GS로 바뀌었다.

이름에서 예상하듯 이번 F 800/900 GS의 가장 큰 변화는 엔진에 있다. 배기량이 895cc로 42cc 늘어나 F 800 GS는 87마력, F 900 GS는 105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굳이 같은 엔진임에도 출력을 달리 세팅한 이유는 F 800 GS는 미들급에 새로 입문하는 라이더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반대로 F 900 GS는 오프로드 입문자는 물론이고 기존 R 1250/1300 GS의 경험이 있지만 좀 더 가볍고 경쾌한 오프로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격인 모델로, 성능 뿐만 아니라 차량 구성에 있어서도 두 모델이 차이를 보이는 요소들이 많다. F 800 GS는 캐스트휠과 낮은 시트고 등으로 편하게 타는데 집중한 반면, F 900 GS는 스포크휠과 조절식 포크, 전자식 쇼크 업소버 등 좀 더 본격적인 장비를 앞세우고 있다.

한국이륜차신문 제공

오늘 시승 현장에는 얼마전 출시한 R 12와 R 12 나인티까지 함께 하며 무려 5종에 달하는 모델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배정받은 모델은 F 900 GS 어드벤처로, 23L의 대형 연료탱크를 탑재해 장거리 투어나 임도 주행에 적격인 모델이다. 나머지 모델은 이후 기회가 닿는데로 시승해보고 오늘은 이 한 모델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시동을 걸고 인스트럭터의 안내에 따라 조를 나눠 도로로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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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새로 출시한 R 1300 GS를 시승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화사한 봄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당시의 기억이 아직 남아있는지라 신형이라 해도 F 900 GS ADV에 특별한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최첨단 기능이 집약된 형님과 동생의 차이이니 말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달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은근히 매력적인 점들을 하나씩 발견하게 됐다. 가장 먼저 성능. 105마력이 얼마 안돼보이겠지만, 20년 전에 나왔던 마지막 공랭식 박서 GS인 R 1200 GS의 최고출력이 109마력이었으니, 기술과 성능의 향상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도 10마력이나 오른 덕분에 성능의 향상을 체감하지 못하면 이상할 정도다. 이미 배기량에서부터 미들급이라 불리기 애매했는데, 뻗어나오는 출력에선 이젠 리터급으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스로틀 레버를 감을 때마다 경쾌하게 바늘이 치솟는데 굳이 R 1300 GS를 고를 필요가 있을까 싶을만큼 빠르게 달린다. 제로백(0-100km/h)는 3.7초에 불과하다고 하니, 무언가 아쉽다고 느낀다면 정말 그것이 성능의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눈에 보이는 숫자의 차이 때문인 건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가벼운 무게 덕분에 저속에서도 다루기 수월하다 (한국이륜차신문 제공)

경쾌함의 이유는 엔진 성능에도 있지만, 차체에서도 찾을 수 있다. 먼저 차량 곳곳에서 무게를 덜어내 이전 세대 대비 무려 14kg이나 다이어트를 했다. BMW에서 이 만큼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정말 차체 곳곳에 변화를 가했는데, 흔히 ‘최고의 튜닝은 다이어트’라는 농담도 있는데 14kg이나 덜어냈으니 이 정도면 풀튜닝 정도로 봐야하지 않을까.

여기에 서스펜션도 주목해야 한다. 상황에 맞게 잘 설정된 서스펜션은 타이어 그립력을 높여 주파성을 높여주는 중요 포인트다. 앞은 조절식 포크가, 뒤는 전자식 서스펜션이 적용됐는데 이 정도로 변화가 크게 느껴질까 싶겠지만, 은근히 변화의 폭이 크다. 궁금하다면 넓은 공터에서 저속으로 천천히 운행하며 차체를 위아래로 열심히 흔들어가며 모드별 차이를 느껴볼 것. 만약 이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운행 중 모드를 바꿔보면 시트 높이가 조금씩 바뀌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조절식이나 전자식 모두 작동 범위가 OEM 모델보다 훨씬 넓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이면서도 민첩한 움직임을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이런 요인들이 어우러져 F 900 GS ADV는 함께 달린 다른 모델들 못지 않게 경쾌한 모습으로 와인딩의 코너들을 공략한다. 앞브레이크로 부드럽게 서스펜션을 눌러주며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시선을 던지면 차체가 부드럽게 기울기 시작한다. 코너를 돌아나와 다시 서서히 스로틀 레버를 당기기 시작하면 차체가 서서히 일어서서 다음 코너를 향해 달려나간다.

다양한 전자기능들도 주행을 보조하는데, ABS나 트랙션 컨트롤은 물론이고, 기본 적용된 퀵시프트는 스포츠 주행에서는 경쾌함을, 느긋한 주행에서는 편안함을 더하는 요소다. 이 밖에도 다양한 환경에 대응 가능한 여러 주행모드와 안전성을 높이는 다이내믹 브레이크 컨트롤, 엔진 드래그 토크 컨트롤 등도 국내 사양엔 기본 적용된다.

그렇게 와인딩을 달리기 시작하길 1시간 여, 어느 편의점 앞에 멈춰 서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며 차량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바삐 출발하느라 미처 보지 못했던 외모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묘하게 익숙한 얼굴이다. 이전 세대 복서 GS인 R 1250 GS의 표정과 닮은 짝짝이 눈을 갖고 있다. 재밌는 건 F 900 GS만 단일형 헤드라이트고, 나머지 F 800 GS와 F 900 GS ADV는 비대칭형 2안형 헤드라이트다. 내부를 3분할로 나누는 LED 방식의 주간주행등은 이전과 동일하지만 짝짝이 느낌은 이전보다 훨씬 강하다. 여기에 너무 과하지 않게 적당히 튀어나온 부리(비크)와 높게 솟은 윈드스크린, 너클가드 등 어드벤처에 필요한 사양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거대한 덩치에 압도당할 것이다. 23L의 대형 연료탱크 때문인데, 마치 R 1250 GS 같은 모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굳이 BMW 모토라드가 왜 F 900 GS와 ADV 모델을 동시에 출시한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차량을 직접 보니 이해할 수 있었다. 바로 R 1300 GS의 외모에 아쉬움을 느끼고 이전 세대를 그리워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선택지인 것. 완전히 바뀐 외관으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불호 쪽인 라이더들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F 900 GS ADV인 것이다. BMW 모토라드의 영리한 전략에 소름이 살짝 돋았다.

계기판 자리에는 6.5인치 TFT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어 각종 주행정보와 차량정보를 확인하고 빠른 설정 변경이 가능하다. 화면 메뉴는 좌측 핸들바 그립 안쪽 끝부분의 회전 다이얼과 그 옆 상하 조절 버튼으로 확인할 수 있고, 서스펜션 메뉴는 좌측에, 엔진 특성과 전자장비 개입도를 한꺼번에 조절할 수 있는 주행모드 버튼은 오른쪽 핸들바에 장착되어 있다. 다만 주행모드나 서스펜션 설정 변경은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차량 설정 메뉴는 오로지 정차중에만 사용할 수 있으므로 주요 설정은 출발 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계기판 왼쪽으로는 BMW 전용 12V 전원 포트가, 오른쪽으로는 스마트폰 사용자를 고려해 USB 충전 포트를 배치해놓았다. 스마트키가 적용되어 키박스 대신 전원버튼이 마련되어 있고, 조작감을 높일 수 있도록 조절식 레버가 장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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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남짓의 짧은 시승이지만, 은근히 매력적인 요소들이 가득한 F 900 GS ADV가 꽤나 마음에 들었다. 든든한 덩치와 개성있는 눈매도 매력적이고, 여기에 넉넉한 파워, 가벼운 차체로 만들어내는 경쾌한 움직임까지, 배기량 숫자에 연연하지 않으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합리적인 성능의 F 900 GS ADV를 선택할 수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고 백견이 불여일행이다. 지금 가까운 BMW 모토라드 딜러를 방문해 F 900 GS ADV를 직접 살펴보고 기회가 된다면 시승까지 해보길 추천한다. 그러면 R 1300 GS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F 900 GS ADV를 꼽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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