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마다 대표 모델 하나쯤은 갖고 있지만, 그 중에서 유독 하나의 제품군이 브랜드를 대변하는 곳이 있다. 경쾌한 차체에 강력한 파워를 더해 도로를 누비는 악동, KTM의 듀크 시리즈다. 역사가 그리 길진 않아도 KTM이 오프로드에서만 강한 브랜드가 아님을 명확하게 각인시킨 모델로, 1994년 첫 모델 620 듀크를 시작으로 이후 200, 390, 125 등 다양한 엔트리 라인업과 함께 숙련자를 위한 오버리터급의 슈퍼듀크까지 라인업에 더하며 KTM의 온로드 모터사이클을 상징하는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듀크 시리즈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기 위한 모델을 공개했는데, 마침내 국내에서도 이 특별한 모델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KTM 공식 수입원인 스포츠모터사이클코리아는 지난 22일 경기도 용인 올드타운로드 카페에서 신제품 출시 및 미디어 시승회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3대의 듀크 시리즈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강력한 1390 슈퍼듀크 R 에보와 고배기량을 꿈꾸는 입문자들에게 적합한 390 듀크, 그리고 병렬 트윈 엔진으로 새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는 990 듀크가 현장에 전시되어 눈길을 모았다.

 

더 강력해진 괴물, 1390 슈퍼듀크 R 에보

먼저 듀크 시리즈의 최고봉인 슈퍼듀크는 ‘비스트’라는 별명에 걸맞게 강력한 파워의 엔진을 가벼운 차체에 얹어 차원이 다른 주행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1390 슈퍼듀크 R 에보에는 1,350cc의 90도 V형 수랭 2기통 LC8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90마력/10,000rpm, 최대토크 145Nm/8,300rpm의 성능을 낸다. 그러면서도 무게는 고작 201kg(연료 제외)에 불과하니 상상을 뛰어넘는 경쾌함을 경험할 수 있는 것.

물론 이런 강력한 성능을 컨트롤할 수 있는 장비들도 두루 갖추고 있다. 브레이크는 앞에 브렘보 스타일레마 모노블럭 캘리퍼를 좌우 양쪽으로, 뒤에 브렘보 2피스톤 캘리퍼를 달았으며, 브렘보 MCS 레디얼 브레이크 마스터 실린더를 더해 높은 제동력을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 최신 모델인 만큼 여기에 코너링 ABS를 더했고, 뒷바퀴는 ABS를 비활성해 강력한 파워로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면서도 앞 ABS는 개입도를 낮춰 안전을 확보하는 슈퍼모토 ABS도 갖추고 있다.

서스펜션도 주목할만한 부분으로, WP의 새로운 SAT 포크는 오픈 카트리지 디자인에 세미 액티브 테크놀로지를 더해 격렬한 움직임에서도 정확하고 일관된 댐핑력을 제공해 전자식 밸브의 이점을 유지한다. 또한 무게는 이전 모델보다 750g 가벼워 경량화에도 도움을 준다. 쇼크 업소버 역시 세미 액티브 밸브를 더해 센서를 통한 서스펜션의 작동 범위와 가속도를 측정해 정확한 밸브 작동을 제공한다. 프리로드(예압) 역시 스트로크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조절되어 동승자나 화물 등 하중의 정도나 노면 상황, 라이더의 입력을 통해 최적의 세팅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옵션으로 서스펜션 프로 패키지를 선택하면 트랙과 프로 2개의 추가 댐핑 모드가 제공되고, 3개의 자동 레벨링 프리로드 설정, 안티 다이브 모드의 온/오프가 가능하다. 또한 RC16에서 영감을 얻은 팩토리 스타트 옵션이 추가되고, 쇼크 업소버는 정차 시 자동으로 차고를 낮춰줌으로써 직진에서의 안정성이 증가하고 뒷바퀴에 실리는 무게가 늘어나 출발 시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것을 줄여 더 빠른 출발이 가능하다.

헤드라이트는 중앙 LED 헤드램프에 좌우로 LED 주간주행등을 더해 개성 있는 전면부를 연출한다. 계기판은 5인치 TFT 풀컬러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량의 정보를 쉽고 빠르게 확인하고 설정할 수 있다. 또한 KTM커넥트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차량과 연결하면 내비게이션, 오디오, 전화 송수신 등을 사용할 수 있고, 이 때 스마트폰이 방전되지 않도록 충전할 수 있는 USB-C 포트도 갖췄다. 트랙 주행에서는 랩타임은 물론이고 차체의 기울임 각도, G포스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다.

 

새로운 강력함, 990 듀크

과거에는 슈퍼듀크의 이름을 부여받았지만, 더 강력한 모델이 나왔으니 이름을 양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강력함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업그레이드된 엔진을 바탕으로 듀크라는 모델이 지향하는 바를 여실히 보여주는 모델, 그것이 바로 990 듀크다.

전면부에서는 앞서 소개한 1390 슈퍼듀크 R 에보와 닮아있지만 방향지시등의 위치만 조금 다르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시트고는 1390 슈퍼듀크가 834mm고 990 듀크는 825mm로 약간 낮아졌는데 이는 점차 단계를 높여가는 라이더들을 위한 배려로 보인다. 스마트폰 연결 기능을 더한 5인치 TFT와 USB-C타입 충전 포트를 배치해 편의성을 높였다.

파워트레인은 947cc 수랭 병렬 2기통의 LC8c 엔진으로 최고출력 122.3마력, 최대토크 101Nm의 성능을 낸다. 엔진이 탑재된 프레임은 완전히 새로 개발된 튜블러 프레임이며, 단조 부품과 스윙암 피벗 포인트를 통해 비틀림 강성을 높여 라이더에게 노면에서의 피드백이 더 선명하게 전달되도록 했으며, 서브 프레임은 알루미늄 다이케스트 방식으로 제작하고 에어박스와 흡기구를 합쳐 경량화했다. 환경이나 취향에 따라 출력을 조절할 수 있도록 총 5단계의 주행모드를 제공하며, 론치 컨트롤과 안티 윌리를 갖춘 트랙 모드(옵션)도 제공된다.

앞선 1390 슈퍼듀크에서 전자식 서스펜션을 채택했는데, 990 듀크에서는 이보다 한 등급 낮춘 WP 아펙스 43mm 조절식 오픈 카트리지 역방향 텔레스코픽 포크를 적용했다. 좌우 포크가 각기 다른 기능을 담당하도록 설정해 각각이 압축(컴프레션)과 신장(리바운드) 감쇠력을 제어한다. 다만 압축과 신장 모두 5클릭만으로 조절 가능해 운전자가 쉽게 설정을 변경할 수 있다. 쇼크 업소버 역시 5클릭으로 신장에 대한 설정이 가능하고 예압(프리로드)까지 조절할 수 있는 방식. 브레이크는 앞에 4피스톤 캘리퍼와 300mm 디스크를 좌우 양쪽으로, 뒤에 240mm 단일 디스크와 1피스톤 캘리퍼를 조합해 우수한 제동력을 제공하며, 슈퍼모토 ABS 기능까지 더해진 ABS 시스템까지 갖춰놓았다.

 

경쾌한 운동성, 390 듀크

2종 소형 면허를 갓 취득한 라이더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390 듀크도 대대적인 업데이트가 이뤄졌다. 전면부 형태는 앞선 두 모델과 전체적으로는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지만, 세부적인 모양에선 조금 차이가 있긴 한데 공격적인 느낌은 그대로 이어져 듀크 시리즈 고유의 분위기는 그대로 담아냈다.

엔진은 최신의 399cc 수랭 단기통 LC4c 엔진을 적용해 최고출력 44.8마력, 최대토크 39Nm의 성능을 낸다. 차량 무게가 165kg에 불과해 125cc에서 이제 막 배기량을 높인 라이더라도 차체를 다루는데 큰 부담이 없겠다. 먼저 소개한 모델들에 비해 성능은 낮지만, 이 모델을 구입하는 라이더들이 아직 익숙치 않다는 점을 고려해 역시 레인과 스트리트 2단계의 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재밌는 건 이 390 듀크에도 론치 컨트롤이 적용되어 있다는 점으로, 공격적인 주행을 보여주겠다는 듀크 시리즈다운 선택이다. 국내 뿐 아니라 쿼터 클래스 모델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레이스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레이스나 주말 트랙데이 등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위해 트랙 스크린 모드를 적용, 레이스에 특화된 회전계 디자인과 랩타이며, 큼지막하게 표시되는 기어 단수 등 트랙 주행에 최적화된 계기판을 사용할 수 있다.

서스펜션은 43mm WP APEX 조절식 오픈 카트리지 포크와 옵셋 장착된 WP APEX 쇼크 업소버를 조합했다. 브레이크는 앞 320mm 싱글 디스크와 4피스톤 캘리퍼, 뒤 240mm 디스크와 2피스톤 캘리퍼를 장착했고, 여기에 코너링 ABS와 슈퍼모토 ABS도 기본 사양으로 적용했다. 제품의 가격은 1390 슈퍼듀크 R 에보가 3,680만 원, 990 듀크가 2,200만 원, 390 듀크가 890만 원이다.

 

이날 시승회가 함께 진행되어 1390 슈퍼듀크 R 에보를 타보았다. 10분 남짓의 짧은 시간과 시승 코스의 많은 교통량, 비가 뿌리는 날씨 등으로 인해 제대로 성능을 확인해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주행 모드를 레인으로 바꿔주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다루기 쉬워져 부담을 덜 고 탈 수 있었다. 물론 출력이 낮아졌다고 해도 레인 모드에서 130마력이나 발휘되는 만큼 약간의 긴장은 계속 유지해야 했다. 전자식 서스펜션이 적용된 덕에 주행모드를 변경하는 것만으로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부드럽다. 브레이크는 캘리퍼부터 마스터 실린더까지 브렘보의 고성능 시스템을 탑재해 제동력이 선형으로 일관되게 뻗어나오는 덕분에 원하는 지점에 멈춰 세우는 건 물론이고 앞차에 맞춰 세밀하게 속도를 조절하는 부분까지 조작이 수월했다.

1390 슈퍼듀크 R 에보의 201kg이란 무게는 990 듀크와는 22kg, 390 듀크와는 46kg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 정도여서 미들급 스포츠 네이키드의 무게에 익숙하다면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는 수준. 가벼운 무게에 강력한 성능이 조화를 이뤄 경쾌하게 달리는 모습에 ‘비스트’라고 해서 꼭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괴물의 진면모를 경험해본 것은 아니지만, 이 부분은 앞으로 조만간 따로 시승 기회를 마련해 여유있게 타보며 얼마나 공포스러운 모습을 보여줄지 경험해볼 생각이다.

3종의 듀크 시리즈를 앞세워 2024년을 맞이한 KTM, 각 모델마다 사양이나 성능은 조금씩 다르지만 어떤 모델을 선택하더라도 듀크 시리즈가 추구하는 도로에서의 강력함, 민첩한 운동성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도로부터 서킷까지, 어떤 곳에서 즐기더라도 듀크라는 이름을 선택했다면 후회할 일은 없지 않을까. 그 어떤 곳에서도 남들에게 뒤지지 않을 강력함과 민첩함을 두루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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