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나 모터사이클과 같이 바퀴달린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커스텀(Custom)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커스텀은 커스터마이즈(Customize)를 짧게 줄여 부르는 말로, 사전적으로 ‘주인이 원하는 대로 변형하다’라는 뜻이다. 즉 ‘맞춤’이라는 말로 간단히 풀이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모터사이클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개방적이지 못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은 우리가 바라는 만큼 빠르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커스터마이징을 거친 모터사이클을 국내에서 타는 사람들이 받는 시선들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역시나 곱지는 않다. 그렇다고 모터사이클 커스터마이징 그 자체를 불법행위라 규정하긴 곤란하다. 국내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타깝지만 모터사이클 문화가 선진화된 해외사례를 예로 들 수밖에 없다. 외국의 경우 무작정 불법으로 제약되는 케이스는 많지 않다. 커스텀의 제약 범위가 비교적 적다는 뜻이다.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줄만큼의 구조물 변경-이를테면 강철소재의 프레임을 날카롭게 깎아 보행자를 포함한 타에게 심각한 부상을 끼칠 수 있는 정도-이나 청각 손상을 일으킬만한 수준의 소음을 발생시킨다면 위법 단계별로 벌금과 벌점을 규정해 이를 제지하는 정도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대한민국은 만약 철저한 단속이 시작된다면 현행 법규상 구조 변경 신고를 하지 않은 모든 액세서리 및 커스텀 파츠, 심지어는 손톱만한 스티커 한 장만 붙여도 사실상 단속 대상이다. 좀 더 현실적으로 이야기해보면 만약 당신이 대한민국 국민이자 동시에 모터사이클 소유자라고 가정 할 때, 신차 구입 시의 순정상태로 폐차 혹은 중고로 타인에게 양도하는 시점까지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자유는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쉽게 말해 내가 돈 벌어서 구입한 내 모터사이클이라도 내 마음대로 할 권리는 그다지 보장되지 못한다는 소리다. 약간은 과장된 이야기같이 들리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처럼 취향대로 꾸밀 여지가 다분한 탈 것들에는 커스터마이징도 빼놓을 수 없는 큰 즐거움 중 하나다. 모든 오너들이 오직 그것들을 타는 행위로만 즐거움을 찾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것을 어떻게 즐길 수 있는지 그 방법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 문화자체가 존속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변에서 커스텀 모터사이클을 쉽게 볼 수도 없거니와, 그런 즐거움이 존재하는지 조차도 모르는 안타까운 상황이 오랜 시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와 비슷한 생활수준, 혹은 생활수준이 높은 다른 나라에서는 모터사이클 커스터마이징을 어떻게 ‘즐기고’ 있는지 궁금할 법도 하다. 인터넷만 뒤져봐도 해외의 모터사이클 커스터마이징 업체는 상상이상으로 많다. 검색엔진을 통해 단순히 ‘Motorcycle customize'을 타이핑해도 어마어마한 결과가 쏟아져 나온다. 이 세계 또한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 이상으로 흡입력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다.
그 중 특히 눈에 띄는 브랜드가 있다. 과거 올랜드 블룸과 같은 할리우드 스타가 즐기는 커스텀 모터사이클로 많은 매체에 소개된 바 있던 ‘DEUS'다. 할리데이비슨, BMW, 혼다, 야마하, 트라이엄프 등 전 세계 대부분 브랜드의 모터사이클을 고객의 요구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하고 있다. 그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최신 할리데이비슨 스포스터 시리즈, 역사의 유물과도 같은 BMW R100S, 2스트로크 엔진을 쓴 가와사키의 명물 마하3 등 다양한 모터사이클을 베이스로 ’합법개조‘하고 있다.
트라이엄프 본네빌은 스크램블러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는 모터사이클이다. 포장/비포장 도로를 가리지 않고 기분 좋게 달릴 수 있으며, 스트레스 없이 모터사이클 특유의 감성을 만끽할 수 있는 스테디셀러다. 그런 베이스를 가진 본네빌을 좀 더 스포티한 카페레이서 스타일로 꾸민 것이 포인트다. 핸들을 세퍼레이트 타입과 같이 극단적으로 내리고, 스텝을 뒤로 옮겨 라이딩 포지션을 공격적으로 변모시켰다. 한편으로는 사이드 월이 두꺼운 타이어를 장착해 클래식한 분위기를 더했고, 브라운 컬러의 시트와 가죽 새들백으로 오너의 고풍스러운 취향을 그대로 드러냈다.
가와사키 W650은 일제 특유의 치밀한 기계적 특성을 고스란히 담은 스트리트 모터사이클이다. 엔진 회전감이 무척 부드럽고 주행성 또한 모나지 않은 특성을 가졌다. 이런 특성을 좀 더 와일드한 필링으로 바꾸기 위해 오픈 에어필터와 배기가 용이한 머플러를 장착했다. 또한 날렵한 스타일을 위해 시트 위에 캐노피(덮개)를 덮어 싱글시트로 개조했다. 핸들은 좀 더 라이딩하기 편하고 때에 따라 적극적인 컨트롤이 가능한 갈매기형태의 와이드 핸들 바를 달았다. 헤드라이트는 최소한의 광량만 제공하는 작은 크기를 장착해 마치 대형 아메리칸 차퍼의 느낌을 자아낸다.
EARLE MOTOR의 소유자인 알렉스는 경험이 풍부한 자동차 디자이너다. 유타 출신인 그는 동시에 열렬한 오프로드 모터사이클 마니아다. 두카티의 스트리트 모델 몬스터 M900을 플랫 트랙 레이서로 재탄생시킨 것도 그다. 새롭게 개조된 이 모델은 엔진룸 가득한 이탈리안 L트윈 실린더를 주축으로 가느다란 더트 타이어를 끼워 넣어, 기존에 없던 전혀 새로운 존재감을 발산한다. 알렉스는 이 모델을 만들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미니 스케일 모델을 만드는 등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다. 그는 이런 절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신과 같은 커스텀 빌더를 위해 커스텀을 위한 금형 등 제작 도구들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커스터마이징 문화를 확산시키려는 작은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Moto Sumisura는 BMW K75를 레트로 풍으로 재해석했다. 740cc 수냉 3실린더 엔진을 쓴 이 모델은 당시로써 꽤 발전된 퓨엘 인젝션을 모터사이클에 적용했던 모델이다. 전반적으로 브라운컬러를 메인으로 부드러운 복고 분위기를 뚜렷이 나타냈고, 작은 헤드라이트와 스크램블러 스타일의 포크부츠와 검게 도장된 파츠를 썼다. 브레이크 시스템 또한 원본 그대로 남겨둬 클래식한 맛을 더했다. 대신 최근 모델에 비해 떨어지는 브레이킹 성능이나 이에 따른 안전에 대한 위험성은 감수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좁은 파이프 핸들과 극단적으로 작은 미니 펜더를 장착해 담백하고 간결한 멋을 유지했다.
꼭 클래식 모델만을 커스터마이징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야마하 FZ1은 비교적 최신 유행을 달리는 스트리트 모터사이클인데, YZF-R1과 같은 슈퍼스포츠 모델의 엔진을 그대로 적용해 강력한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따라서 커스텀도 거친 성능에 어울리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엔진이나 차체설계에는 일체 손을 대지 않고 단지 페어링 디자인과 페인팅을 새롭게 해 강인한 인상을 더한 것이다. 리어 페어링은 마치 카페레이서처럼 둥근 1인용 시트로 개조했고, 비키니 카울을 연상케 하는 프론트 페어링과 손바닥만 한 헤드라이트를 장착했다. 백미러도 사이버틱한 순정을 탈거하고 클래식한 원형타입의 크롬 백미러를 장착해 네오 클래식을 추구했다. 이와 같이 단순해 보이는 커스텀이지만 분위기는 순정 모델과 완전히 다른 개성을 뽐낼 수 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애증을 느낄만한 밀리터리 룩 모터사이클도 있다. 당장 전선에 뛰어들어도 손색 없을 만한 포스를 뿜는 이 모델은 오랜 전통과 가치를 인정받는 영국 트라이엄프의 스크램블러를 베이스로 커스터마이징 된 작품이다. 이 모터사이클은 기본적으로 온/오프로드를 가리지 않고 주파할 수 있는 터프함을 갖췄지만, 이에 한술 더 떠 군사용 모터사이클로 손색이 없는 구성을 갖춘 것이 특색이다. 이른바 국방색이라 불리는 카키 컬러를 차체 전면에 두르고 위급할 때는 언제든 급유를 할 수 있는 비상 연료통을 매단 모습이 원초적이다. 험로에서도 핸들링이 용이한 와이드 핸들, 그리고 최소한의 광량을 가진 안개등 수준의 노란 헤드라이트로 마무리했다.
이는 모터사이클 커스텀 업체인 BLITZ MOTORCYCLES가 제작한 영상으로, 스트리트 커스텀 모터사이클과 몇 남자들의 짧은 여행에 대한 이야기다. 손수 제작한 커스텀 모터사이클을 타고 자연 속으로 자유롭게 떠나고, 그 과정에서 모터사이클이 가진 본연의 즐거움과 개방된 삶을 즐기는 이들의 이야기가 소박하게 담겨있다. 합법적인 일탈을 보장해주는 가장 매력적인 도구가 바로 모터사이클이라는 것에 이의를 달 수 없게 만드는 영상이다.
위와 같이 모터사이클 커스터마이징은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비단 모터사이클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개인의 노력으로 구입한 소유물을 원하는 대로 바꾸고 치장하는 것을 설득력 없이 제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을 지킨다면, 최소한 성인이 갖춘 상식적인 테두리 안에서는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모터사이클은 몇몇의 수제 모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공산품이다. 남들에게 없는 나만의 모터사이클을 하나쯤 가지는 것은 모터사이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일일 것이다. 언제든 내가 원할 때 길을 떠날 수 있는 이동수단이 가진 매력은 그 어느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꼭 배기량이 커야하거나 파워풀한 성능을 자랑하는 값비싼 모터사이클일 필요도 전혀 없다. 단지 도로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인 100cc 이상의 모터사이클이라면 충분하다. 모터사이클 커스터마이징은 가진 자들의 거창한 문화가 아니다.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모터사이클 커스텀문화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간혹 존재한다 해도 자동차 배기량에 육박하는 거대한 아메리칸 차퍼가 번쩍거리는 크롬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모터사이클처럼 소박하고 경제적인 기계가 가질 수 있는 색깔은 무궁무진하다. 반드시 비싼 돈 들여 크고 화려한 멋을 뽐내야만 ‘커스텀’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개조하는 것은 보장되어야 하는 자유다. 하지만 배기음을 크게 낼 목적으로 소음기를 개조하고, 현란한 LED 장식물을 차체 곳곳에 달아 타에게 시각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는 부인할 수 없는 범법행위이다. 이는 사실 단속 이전에 모터사이클을 타는 사람 스스로 근절해야 한다. 정제되지 않은 불법 개조 모터사이클이 아무런 제지 없이 그대로 도로에서 달리게 된다고 상상해 보라. 고속도로 통행을 외치기 이전에 대중의 모터사이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제지는 필수불가결 하다.
하지만 한 발치 멀리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꼭 배기음을 크게 하거나 화려한 장식물로 남의 시선을 잡아 끄는 커스터마이징을 하지 않고도 타에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취향대로 개조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이렇듯 한정적인 부분에 대한 ‘시선 끌기’용 커스터마이징 문화가 대한민국에 만연해 있는 모터사이클에 대한 부정적이고 단편적인 시각을 더욱 더 좁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모터사이클 오너라면 마땅히 즐겨야 하는 즐거움 또한 함께 사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범국가적으로는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구체화 된 법률도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소음 규제 등 각종 단속이 강화되는 것은 찬성이지만 그 방향성이 자유의 한도를 지나치게 넘지 않도록 충분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모터사이클 소유주는 무작정 불법 개조 단속을 욕하고 탓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안전을 이유로 타인의 시각이나 청각을 자극해 괴로움을 줘도 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법치국가임을 떠나서라도 도의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대중에게 관용을 바랄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이 부분을 명확히 해결하자면 어느 정도 스스로 정화할 필요도 있거니와, 국가 차원에서도 법률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 또한 분명하다.
우리 모두가 그 동안 국내 모터사이클 운전자가 커스터마이징에 대해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봐온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커스터마이징의 목적 또한 되새겨봐야 한다. 그러한 시각이 넓어지지 않는 한, 위에 소개한 다양한 모터사이클처럼 자유분방한 매력을 가진 커스텀 모터사이클들은 우리나라에서 영원히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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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드매거진 sjlee@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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