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모터사이클을 탈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나만의 개성 표출, 온 몸으로 와 닿는 강한 속도감, 자유로의 일탈.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환상적인 가속력이다. 0-100km/h를 체크하는 가속력 데이터는 모터사이클이나 자동차의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보편적인 기준이다. 따라서 요즈음에는 많은 브랜드들이 이를 기준으로 한 가속성능을 공식 자료를 통해 소개하기도 한다.
흔히 슈퍼카의 기준으로 삼는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모델을 살펴보면 재미있다. 최근 등장한 페라리 모델 중 고성능으로 찬사를 받는 458 이탈리아의 경우 시속 100km를 3.4초 만에 주파한다. V8 4,497cc 엔진을 가졌으며 무게는 1,380kg의 경량이다. 최고속도는 무려 325km/h에 이른다.
가야르도는 꾸준히 새로운 버전을 런칭하는 람보르기니의 슈퍼카다. V10 5,204cc 엔진으로 시속 100km까지 페라리 458 이탈리아와 같은 3.4초를 기록한다. 중량은 1,500kg으로 페라리보다는 조금 무겁다.
슈퍼카가 아니라 조금 더 현실적인 로드스터를 생각해보면 BMW Z4를 떠올릴 수 있다. 4기통 2,979cc 엔진으로 245마력을 자랑하며 누구나 드림카로 손꼽는 아름다운 자동차다. 이 차의 시속 100km 도달시간은 7.7초다. 35.7kgm의 화끈한 토크로 1,420kg의 차체를 가볍게 밀어붙이지만 슈퍼카의 성능에는 조금 못 미친다.
가장 현실적인 국산 스포츠쿠페로는 제네시스 쿠페가 있다. V6 3,778cc 엔진을 품고 350마력에 40.8kgm 토크를 발휘하는 현대차의 자존심이다. 0-100km/h는 단 5.9초로 놀라운 성능을 발휘한다. 다른 부분을 제쳐두고 엔진 성능만을 꼽자면 세계무대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국산 자동차 중 가장 많이 판매 된 모델 중 하나인 쏘나타와 K5는 파워트레인을 공유한다. 이 두 차의 0-100km/h 가속 시간은 9초대 초반이다. 다운사이징한 터보 엔진을 얹고 새롭게 런칭한 르노삼성 SM5 TCE는 그보다 조금 빠른 8.2초로 발표됐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중형 승용차 배기량의 십 분의 일도 안 되는 125cc급 스쿠터의 경우 자동차와 나란히 가속해도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마력 대 중량비 덕분이다. 출력이 좋은 자동차라도 구조상 모터사이클보다 중량이 몇 배 이상 무겁기 때문에 배기량이 열 배에서 스무 배 이상 차이가 나더라도 스타트 시 나란히 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레저용 스포츠 모터사이클 중 가속력이 두드러지는 모델은 어떤 것이 있을까? 공식 자료에서 말하듯 불과 2.6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두카티 디아벨이 있다.
디아벨은 1,198cc 2기통 엔진을 가졌으며 건조중량 210kg로 자동차에 비하면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볍다. 가격은 기본형 2,990만원으로 대형 모터사이클 중에서도 고가에 속한다.
스포츠 타입으로는 BMW S1000RR이 있다. 현재 존재하는 양산형 슈퍼바이크 중 가장 우수한 성능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0-100km/h 가속시간은 단 2.9초다. 엔진은 4기통 999cc을 가졌으며 건조중량은 183kg에 그친다.
194마력에 11.4kgm 토크를 가졌으며 최고속도는 300km/h를 어렵지 않게 넘는다. 가격은 2,420만원이며 다양한 할부 금융 프로그램을 통해 최근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수입 모터사이클 중 하나다.
심지어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 주파할 수 있는 듀얼퍼포즈 모터사이클마저도 어지간한 슈퍼카에 필적하는 가속력을 자랑한다.
두카티 멀티스트라다 1200은 0-100km/h를 3초 초반에, 사막을 무대로 하는 다카르 랠리 머신 콘셉트의 야마하 슈퍼 테네레도 단 3초대에 100km/h의 벽을 넘는 막강한 성능을 가졌다.
그렇다면 600cc 모터사이클은 어떨까? 세계적으로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스테디셀러 혼다 CBR600RR은 4기통 599cc 엔진을 품었다. 단 155kg에 그치는 건조중량으로 경쾌한 몸놀림이 매력적인 슈퍼바이크다.
이 모델은 자동차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 배기량을 가지고 120마력 이상을 내며, 시속 100km/h 도달시간은 한 단계 위 클래스에 지지 않는 3.2초다. 마력 대 중량비가 우수하면 결과적으로 우수한 퍼포먼스를 낸다는 단순한 공식이 빛을 발하는 훌륭한 예다.
도심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네이키드 바이크도 마찬가지로 마력 대 중량비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엔진 룸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스트리트용 바이크지만 성능은 슈퍼카 수준인 모델도 많다. 두카티 몬스터 시리즈의 경우 100마력 안팎의 출력이지만 170kg 수준의 가벼운 중량 덕분에 가속성능은 무시무시하다.
야마하 페이저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슈퍼바이크 YZF-R1의 엔진을 그대로 사용해 시속 100km까지 4초 이내에 도달한다.
모터사이클을 타는 많은 즐거움 중 하나는 특유의 짜릿한 퍼포먼스를 즐기는 것이다. 온 몸으로 전해지는 가속감과 비례해 거칠게 몰아치는 맞바람에 대항할 자신이 있다면 슈퍼카에 필적하는 성능을 갖춘 모터사이클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탁 트인 개방감과 함께 단 3초 만에 시속 100km를 주파하는 파워풀한 엔진을 한 손에 쥐고 컨트롤 하는 기분은 그 어느 레저 스포츠에서도 맛볼 수 없는 독특한 감각이기 때문이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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