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은 생계형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삶을 즐기기 위한 훌륭한 레저 스포츠 도구로도 많은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스포츠성을 강화한 세그먼트는 다양한 배기량에 걸쳐 포진하고 있다. 작게는 50cc부터 125cc, 그리고 많게는 자동차 배기량에 육박하는 1,000cc나 1,200cc까지 섭렵한다.
이 계통의 스포츠바이크는 대부분 배기량이 커질수록 값비싸고 본격적인 레이스 장비를 도입해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추구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배기량이 작고 차체가 작아질수록 본연의 스포츠성을 끌어내기 한결 쉽기 때문에 저배기량 세그먼트의 인기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세계적인 다운사이징 트렌드의 영향인지, 작은 배기량을 가진 스포츠바이크에도 리터 클래스(1,000cc 내외의 배기량을 가진 수퍼바이크) 레이스 머신 못지않은 강력한 장비들이 장착되는 모델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본래 오프로드 모터사이클의 명가로 전통을 이어온 KTM은 2000년 이후 온로드 모델을 적극적으로 탐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저배기량 네이키드 모델인 듀크125, 듀크200을 개발해 매우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얼마 전 기존 듀크200에 사용되던 차체의 사이즈에 375cc 엔진을 장착한 듀크390을 선보였다. 작은 차체에 넉넉한 파워를 가진 엔진을 탑재해 매력적인 라이딩 쾌감을 선사하는 짜릿한 본격 스포츠바이크다.
이를 여세로 KTM은 레이스 모델인 RC390을 개발했다. 1200cc 클래스 슈퍼바이크인 자사의 RC8의 네이밍을 이은 RC390은 등장 직후부터 매혹적인 존재감과 본격 레이스 장비를 모두 탑재한 공격적인 모습에 많은 이들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KTM 대표인 스테판 피에르는 "우리는 Moto3를 위해 순수한 GP머신을 개발했다. 이는 RC390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한다.“며 운을 뗐다. 그는”적은 배기량으로 고품질 모터사이클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이기 때문에 두 프로젝트는 무엇보다도 가장 많은 노력을 들였다. RC390은 2014년에 일반 도로에서 달릴 수 있는 상용 모델을 위한 베이스로 사용될 것이며 곧 일반 소비자에게도 판매를 준비할 것이다.“라며 새로운 스포츠 바이크 양산 계획이 사실임을 공개했다.
또 그는 “새로운 KTM RC390은 그간 저배기량 클래스가 가졌던 낮은 품질의 스포츠 바이크에 대한 아쉬움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모델이 될 것이며, 많은 수요를 충족할 것이라 확신한다."며 새로운 RC390에 대한 큰 열정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9,500rpm에서 43마력을 뽑아내는 RC390의 375cc 엔진은 KTM 전통의 격자형 파이프 프레임에 엮인다. 또 강력한 브렘보 브레이크와 레이스 노하우가 축적된 스윙 암, 화이트파워 서스펜션을 장착했다. 무게는 말할 것도 없다. 새로운 RC390은 오히려 더 낮은 배기량을 가진 해당 세그먼트의 스포츠바이크보다도 훨씬 가벼운 중량을 자랑한다.
이미 선보인 듀크 390은 139kg이며, RC390도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 한다. 시트고는 트랙용 RC390의 경우 850mm 이지만 스트리트 버전은 더욱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는 높이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듀크 390처럼 RC390도 마찬가지로 ABS 버전을 옵션 사양으로 갖출 것이다. 버전마다 약간의 가격 차이는 있겠지만 다양한 선택권이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이 좋다. 만약 당신이 RC390을 구입하고 싶다면 얼마 정도를 준비해야 할까? 현지 예상 가격을 한화로 그대로 전환하면 약 850만 원 정도로 계산된다. 물론 수입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관세나 통관비용, 운송비용 등이 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조금 더 여유를 두는 편이 좋다.
KTM의 RC390 말고도 비슷한 클래스의 모델은 이미 몇 종류가 더 있다. 대표적인 것은 최근 태국 혼다 생산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 오고 있는 CBR500R이다. 혼다의 CBR500R은 RC390과 지향점이 조금 다르다. 생활 속의 스포츠를 추구하는 F포지션(네이킷과 스포츠의 중간)을 가진 모델이며 병렬2기통 471cc 수냉 엔진을 가졌다. RC390에 비해 높은 47마력을 낼 수 있지만 중량은 약 50kg 가까이 무거운 190kg이다.
국내에는 890만원에 판매되는 스탠다드 버전뿐이지만 해외에서는 ABS를 장착한 버전도 판매중 이다. CBR500R ABS 버전은 RC390 예상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며 ABS가 빠진 스탠다드 버전은 국내에서도 899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준수한 스타일, 넉넉한 배기량과 부담 없는 출력을 가진 CBR500R은 국내기준 이미 1차 판매 분량이 소진되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가와사키의 인기를 끄는 저배기량 스포츠바이크에서 닌자 300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닌자는 전통적으로 숏 스트로크(피스톤 상하운동 범위가 적어 고회전에 유리한 세팅) 엔진을 즐겨 쓰며 이로 인한 고출력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닌자 300은 상대적으로 적은 배기량을 이용해서도 적지 않은 출력을 뽑아냈으며 형제 닌자 모델과 마찬가지로 안정된 중/고속 밸런스를 지닌 모델로 평가 받고 있다. 혼다 CBR500R과는 꽤 차이가 나는 296cc 병렬2기통 엔진을 장착했으며 39마력을 마크한다.
중량은 172kg이며 국내에는 ABS가 빠진 스탠다드 버전이 79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닌자 특유의 남성적인 외관 스타일이 매력인 이 모델은 오랜 시간 그림의 떡 신세였지만 올해부터는 국내에서도 딜러를 통해 구입 가능하다.
언제나 자동차나 모터사이클 모두 스포츠 머신으로 구분되면 무엇보다도 경량화, 고출력화가 화두다. 그렇지만 반드시 배기량이 높은 모터사이클만이 화끈한 스포츠성을 가졌다고는 할 수 없다.
세계적인 모터스포츠인 F1이나 MotoGP도 마찬가지로 환경 문제, 안전 문제로 배기량을 점차 줄여가고 있는 추세다. 위에 소개한 스포츠바이크들은 비록 500cc짜리 우유 한 팩이 채 안 되는 용적의 작은 엔진을 가졌지만, 그런 머신을 100% 컨트롤하며 즐기는 것이야말로 대의적으로 추구하는 스포츠 본연의 의미에는 더 가까울지 모른다.
아무리 훌륭한 스포츠바이크를 가졌다 해도 국내 환경상 대부분 모터사이클이 달리게 될 곳은 일상속의 스트리트다. 소비자 모두가 프로 레이서는 아니기 때문에 전제조건으로는 반드시 ‘컨트롤 가능한 스포츠’라는 것이 바탕 되어야만 한다는 뜻이다.
심지어 트랙에서도 마찬가지다. 감당하기 어려운 고출력 모터사이클에 업혀 혹사당하느니 마음껏 써먹을 수 있는 쪽이 훨씬 즐겁다.
RC390과 같이 작고 알찬 스포츠바이크가 인기를 끌 때, 위신이나 겉치레를 목적으로 모터사이클을 과시하는 기형적인 풍토 또한 점진적으로 사라질 수 있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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