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모터사이클 문화 수준을 점수로 매겨본다면 과연 몇 점이나 될까? 많은 사람들이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가장 깊은 곳에 뿌리 박혀 있는 ‘위험한 탈 것’이라는 대중들의 관념이 가장 크게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위험한 탈 것’이라는 인식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생겨나게 됐을까? 좀 어이없지만 정답은 라이더들 스스로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대중들은 모터사이클로 인해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놀랄만한 신속한 배달문화 등 필요할 때마다 요긴한 혜택을 보고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모터사이클이 ‘위험한 탈 것’이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따지는 것은 이제와 크게 무의미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그러한 인식을 어떻게 올바른 방향으로 바꿔나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다.
하지만 그러한 부정적 인식에 비해 우리나라 도로를 달리는 모터사이클은 꽤 종류가 다양하다. 특히 레저용 모터사이클 시장에는 국산 브랜드보다 수입 브랜드가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 중에서도 최근 단연 돋보이는 브랜드는 BMW 모터사이클이다. BMW 모토라드는 대한민국이 금융 위기로 곤경에 처했을 즈음 국내에 첫 발걸음을 뗀 수입 모터사이클 브랜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급 승용차로 이미 유명세를 떨치던 BMW 엠블럼이 모터사이클에도 달려 있는 모습은 당시 신선한 충격이자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존재였다.
올해로 90주년을 맞이한 BMW 모토라드는 우리나라에 첫 발걸음을 딛었을 당시에도 이미 타 모터사이클 브랜드와는 다른 독특한 지향점을 가진 브랜드였다. 누가 더 1마력 높은가, 어느 것이 더 날렵하고 빠르게 생겼는가를 비교하던 시절, BMW 모토라드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다. BMW의 모터사이클은 마치 자동차와 같은 감각으로 각종 전자장비 및 편의장치를 가득 담고 있었으며, 날렵함이라고는 찾기 힘든 둥글둥글한 디자인 일색이었다.
기본적으로 스포츠 성향을 가진 모터사이클에 ABS나 TCS와 같은 전자 장비를 장착했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가진 대중 속의 라이더들은 BMW 모터사이클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어 했다. 수년이 지나자 전 세계적으로 많은 브랜드가 양산형 모터사이클에 대한 전자장비의 벽을 허물더니, 결국에는 앞 다투어 전자장비의 채용을 홍보하기에 이르렀다. 즉, BMW 모토라드가 일찍이 지향했던 시장에 합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어떤가? 오히려 고성능 모터사이클의 범주에 가까울수록 첨단 전자 장비를 기본으로 채용하고 있다. BMW 모토라드를 트렌드 리더로 꼽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BMW 모토라드는 비단 모터사이클만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었다. 유수의 브랜드가 소위 ‘잘 나가는’ 모터사이클을 앞장서 판매할 때, BMW는 모터사이클과 잘 어울리는 안전장비를 함께 판매했다. 출력이 세고 무거운 모터사이클을 타기 위해서 그에 어울리는 안전장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여기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적어도 BMW 모터사이클을 선택한 소비자들은 BMW가 함께 제공하는 세이프티 어패럴을 착용하는 것 또한 모터사이클 라이딩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BMW 모토라드만의 세이프티 라이딩 문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BMW 모토라드는 '바이커 미팅', ‘모토라드 데이’ 등 모든 모터사이클 라이더와 그의 가족들이 함께 어울리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매년 마련하며 모터사이클을 사람과 함께 즐기는 방법을 공유하며 고객과 친근하게 소통해 왔다. 그러한 노력은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지난 9월 6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 리조트에서 열린 BMW 모토라드 데이즈 2013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모토라드 데이즈는 BMW 모토라드가 탄생한지 90주년을 맞은 뜻 깊은 행사로 시작됐다. 창립 90주년을 기념한 9개 현장 미션 이벤트와 포토 서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가족과 함께 행사에 참가한 고객들에게 쉴 틈 없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또 모터사이클 라이더를 위한 모터사이클 클린 서비스는 물론, HP4를 포함한 BMW 모터사이클 전 모델 시승의 기회가 주어져 평소 체험해 보고 싶었던 모터사이클을 한 자리에서 마음껏 시승할 수 있었다. 또 고객의 가족들은 아이들과 함께 타로, 게임을 즐기는 등 마치 놀이공원으로 나들이를 온 듯 한가롭게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다수 운영돼 호응이 컸다. 일부 유료 프로그램은 ‘코인’ 구입을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코인 수익금은 국내 최연소 모터사이클 선수인 김인욱(11세) 군의 라이딩 기어를 후원하는 데 사용됐다.
이번 BMW 모토라드 데이즈 2013에 함께 참여한 김효준 BMW 그룹 코리아 대표는 “한국에서도 매년 열리는 BMW모토라드 데이즈는 전 세계 20개국에서 5만 명이 모이는 큰 행사”라며 “특히 올해는 90주년을 축하하는 의미 깊은 행사”라고 남다른 감회를 나타냈다. 김효준 대표는 행사에 참가한 700여 명의 고객과 함께 BMW 모터사이클이 가진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며 자유롭게 소통하고 가치를 확산하는데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90주년을 기념해 진행된 특별 경매에서는 C 600 Sport 모델을 상품으로 고객 간 뜨거운 경합을 펼쳤다. 5백 만 원을 시작가로 최종 1,340만원에 낙찰된 이 모터사이클은 BMW 모토라드가 얼마 전 새로이 선보인 시티 커뮤터다. 647cc 수냉 2기통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60마력의 힘을 발휘하는 BMW 모토라드의 최초 맥시 스쿠터로 많은 소비자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이날 행사의 피크였던 이브닝 파티에는 BMW 그룹 코리아 HC 베텔스 부사장이 직접 자사 모델인 R1200GS를 타고 무대에 올라 고객과 함께 즐기는 모터사이클의 의미를 더했다. 그는 프리젠테이션에서 내년에 열릴 BMW GS 트로피에는 한국 팀 또한 참가하게 될 것을 천명했다. BMW GS 트로피는 BMW 모토라드 본사가 주최하는 전 세계 고객 대상의 오프로드 레이싱 이벤트다. BMW 모토라드 고객을 대상으로 랠리 형식의 레이스를 펼치는데, 스피드를 강조하는 레이스가 아닌 협동심과 화합의 축제로써 이미 익스트림 스포츠 랠리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하고 있다. BMW 모토라드는 곧 국내 예선을 거쳐 내년에 출전할 선수들을 선발해 교육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진행된 기부복권 경품행사 및 특별 경매 참가비 수익 전액은 BMW 코리아 미래재단으로 기부됐다. 미래 재단에 기부된 성금은 ‘주니어 캠퍼스’를 이용한 과학 꿈나무를 양성하는 데 필요한 자금으로 사용된다. ‘주니어 캠퍼스’는 직접 각 도서 산간지역에 위치해 도심과 같은 문화권역에서 다소 떨어진 학교에 찾아가, 자동차를 매개로 한 기초과학 체험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이동식 학습관이다. 이 밖에도 ‘MINI 존’에서는 MINI의 다양한 신모델을 직접 시승해보며 ‘NOT NORMAL' 캐치프라이를 몸소 체험해 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이어졌다.
올해 창립 90주년을 맞은 BMW 모토라드는 꾸준한 고객과의 소통과 문화 교감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또 지난 달 실시한 ‘캠핑 투어’와 정기 진행하고 있는 ‘라이딩 스쿨’ 등 다양한 고객 대상 프로그램을 확대해 브랜드 신뢰도를 굳혀 나가고 있다. 단순히 모터사이클을 파는 것이 아니라 라이딩 문화를 팔고 이에 걸맞은 실속 있는 놀이터를 제공하는 BMW 모토라드. 모터사이클을 어떻게 즐기는지 잘 알려주는 그들의 마케팅 철학은 멀리 보아 여타 모터사이클 브랜드를 리드할 수밖에 없는 트렌드가 되어 가고 있다.
그동안 라이더들은 값비싼 모터사이클을 구입해도 어디서,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대부분 고민에 빠져야만 했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많은 브랜드가 단지 모터사이클이라는 상품을 세일즈하는 것에 그쳤기 때문이다. ‘팔면 끝, 노는 건 알아서’라는 풍토가 당연시 되어있는 현실에서 벗어나 ‘우리 상품을 구입한 고객이라면 놀이터도 우리가 제공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BMW 모토라드의 적극적인 자세는 그 누구라도 반길 만 하다.
BMW 모토라드 코리아는 올해 8월까지 총 945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이러한 성장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가지 짚어 둘 것이 있다. 꾸준한 BMW 모토라드의 성장세는 이제 막 경제 불황을 벗어난 현재에 국한 된 통계가 아니다. 국내에 산재돼 있는 각 브랜드 모터사이클 수입사가 ‘고 환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경제 불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소비자가격을 올리며 근근이 영업을 유지했던 시절도 포함해서다. 이제 1차원적으로 상품을 파는 ‘세일즈’만으로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모터사이클을 개발한지 어언 90년, 본가와 먼 동방의 이국에서 새로운 희망을 맞이한 BMW 모토라드. 모터사이클 시장의 새로운 판도를 BMW 모토라드가 리드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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