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메이커를 대표하는 스쿠터는 여러 종류가 있다. 버그만은 스즈키를 대표하는 중대형 스쿠터로써 명맥을 유지해 왔다. 특히 버그만400과 버그만650은 유럽은 물론 세계적으로 많은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 모델이다. 어드레스나 NEX와 같은 소형 스쿠터들도 효자 모델인 것은 맞지만, 버그만처럼 특정 닉네임을 유지한 채 다양한 클래스를 아우르는 모델은 판매고를 떠나 또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다.
특히 버그만은 ‘도심의 신사’라는 의미로, 무엇보다도 안락함과 파워를 겸비한 대형 스쿠터를 만들고자 한 스즈키의 개발 콘셉트가 비춰진다. ‘안락함’의 철학은 특히 기함급인 버그만 650뿐 아니라 가장 낮은 버그만 125과 200에도 그대로 담겨있다.
스즈키는 버그만400과 버그만650이 빅 스쿠터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그보다 저렴하고 부담 없는 출력의 저배기량 버전을 다시 한 번 세련되게 다듬어냈다. 그 결과가 바로 2014년 신형 버그만125와 200이다. 특히 ABS가 기본 포함된 두 클래스의 작은 버그만은 동급 스쿠터들이 빠르고 간편한 이동을 추구하는 것과 반대로 편안하고 느긋한 주행성을 모토로 설계됐다.
125cc와 200cc의 가볍고 콤팩트 한 엔진을 기반으로 한 버그만125와 200은 수랭 엔진으로 다양한 주행환경에서도 언제나 동일한 성능을 유지한다. 특히 개선된 CVT가 새롭게 장착되어 작동감이 더욱 부드러워졌고 진동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정 스프링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접목됐다.
배기 시스템은 유로3 규정에 따라 저소음/저공해를 기본으로 설계됐다. 정숙한 엔진음과 정숙한 배기음은 버그만이 가진 안락한 승차감과 푸근함이 더해져 원하는 곳까지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
프론트 서스펜션은 33mm 텔레스코픽 포크를 사용해 노면 충격을 충분히 흡수한다. 리어 서스펜션은 듀얼 타입으로 상황에 따른 프리로드 조절이 가능하다. 연료탱크는 저중심으로 설계되어 높은 속도에서도 주행 안정성과 쉬운 조종성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자동차와 달리 모터사이클은 연료가 차지하는 무게의 비중에 꽤 크기 때문에 연료탱크의 형상이나 위치 등이 주행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좌석 높이는 735mm로 동급 스쿠터 중에서도 가장 낮은 편이다. 시트는 새롭게 디자인되어 더블 스티치 라인이 포인트로 가미됐다. 시트 앞쪽으로 오면서 점점 좁아지는 형상 덕에 정차시 바닥에 발 딛기가 편해 여러 가지로 키가 작은 라이더도 주눅들 필요가 없다. 그리고 발판도 다리에 거치적거리지 않게 오목하게 파여 있는 점도 눈 여겨 볼 만하다.
통상적으로 빅 스쿠터는 크기가 크고 무게도 상당하기 때문에 안락함 위주로 설계된 큰 시트가 다소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스즈키는 여러 모터사이클 메이커 중에서도 특히 그런 인체공학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는 섬세함을 가지고 있다.
앞바퀴에 13인치, 뒤 바퀴에 12인치를 채용한 알루미늄 휠은 대부분의 도로에서 수준급의 승차감을 선사하며 고속주행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잃지 않는다. 빅 스쿠터 범주에 들어갈 만큼 차체 크기도 크고 편의성을 충분히 제공하지만, 어디까지나 주 활용용도는 일상 속의 커뮤터이기 때문에 주 활용 속도와 파워에 걸맞은 적정 휠 사이즈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휠 사이즈가 작을수록 핸들링의 민첩함이 살아나고 순발력이 좋아지지만 반면 직진 안정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앞바퀴는 노면에 영향을 덜 받고 안정적인 선회력을 갖추기 위해 13인치를 택했지만 뒤 바퀴는 순간적인 파워를 타이어로 민첩하게 전달하고 작은 출력이지만 동력 손실이 적은 12인치를 택해 밸런스를 유지했다.
브레이크 시스템을 살펴보면 앞바퀴에 2피스톤 캘리퍼와 240mm 디스크 플레이트를 장착했고, 뒤 바퀴에는 1피스톤 캘리퍼와 같은 사이즈의 디스크 플레이트를 적용해 제동력을 확보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타이어 잠김 방지 시스템인 ABS는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옵션사양이지만 국내 사양으로는 기본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버그만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넓은 수납공간을 빼놓을 수 없다. 좌석 아래에는 두 개의 풀 페이스 헬멧을 가득 수납 할 수 있는 41리터의 큰 적재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상위 기종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대용량이다.
또 계기부 아래에는 5.5리터의 추가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작은 소지품을 효과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 두 수납공간 중 하나는 키로 잠글 수 있어 중요한 물품을 안전하게 수납할 수 있다. 이 두 공간은 500mL 음료를 충분히 넣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해 활용도가 높다. 또 휴대폰 등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12볼트 소켓도 갖추고 있다.
새로운 다기능 계기반도 눈 여겨 볼만하다. 세련된 디자인을 갖춘 계기반은 다양한 정보를 한 눈에 보기 쉽게 표현하는데 눈이 피로하지 않은 황색 컬러가 기본이다. 엔진 회전계, 속도계, 상향등, ABS경고등, 수온 경고는 물론이고 연비 운전을 지향하는 순간 연비 표시등 ECO 램프도 마련되어 있다. 기계적으로 연비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경각심을 일깨워 심적으로 연비 운전을 돕는 효과적인 수단인 것은 분명하다. 계기반에 적용된 서체도 새롭게 디자인된 것으로 세련된 면모를 더한다.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고 장착할 수 있는 고급 액세서리도 준비되어 있다. 파킹 브레이크 기능을 갖춘 사이드 스탠드는 물론 비상등 스위치, 열선 그립, 동승자석 등받이, 수납공간을 대폭 늘려주는 톱 케이스 등 스즈키가 제공하는 오리지널 액세서리들이 바로 그것이다. 사제품보다 조화로운 것은 물론 제품의 퀄리티는 스즈키가 보장하는 셈이니 믿고 장착할 수 있다.
컬러는 유광 은색, 무광 검정 등 도회적인 이미지의 감각적인 색상들이 적용되어 한층 멋스럽게 보인다. 버그만 시리즈는 오래 전부터 점잖은 이미지의 빅 스쿠터로 자리 잡아 왔고 현재의 인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버그만 시리즈의 기함인 650 클래스의 디자인이 다소 날카롭게 다듬어지면서 그 아래 클래스의 버그만도 중후한 이미지를 유지한 채 감각적인 디테일을 살리는 방향으로 콘셉트를 옮겨가고 있다. 이는 단지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 높은 이미지만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에 민감한 한층 젊은 세대도 포용하기 원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버그만 650이 대형의 범주에 들어간다면 버그만 400은 중형, 그 아래 125와 200은 준중형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절대 소형으로는 분류하기 어려운 차체 크기와 같은 클래스 대비 놀라운 편의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버그만 시리즈가 오랜 기간 가져온 특징이다. 당당한 차체로 확인할 수 있는 존재감과 안락한 인간위주의 편의성만큼은 타협하지 않는 것, 그 여전한 고집이 새로운 버그만125/200의 인기를 보증해 줄 것이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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