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cc 모터사이클 시장의 경쟁이 심상치 않다. 이는 올해 말 모터쇼를 치르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제는 거의 메이저 양산차 메이커 대부분이 250cc 클래스 시장에 발을 들인 셈이다. 혼다는 이미 태국 생산의 CBR250R로 많은 소비자를 끌어왔고, 가와사키의 닌자250R, KTM의 200클래스에 이어 이제는 야마하도 250cc 스포츠 바이크를 내놓는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영국제 트라이엄프까지 데이토나 시리즈를 잇는 250cc 스포츠 바이크를 테스트 중에 있다.
대체 250cc 시장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난리들 인걸까? 모터사이클 메이커의 기술력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클래스는 예나 지금이나 플래그쉽 모델인 리터급(1,000cc), 혹은 오버리터 급이다. 물론 그 아래로 미들급(600cc) 모델이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전 카테고리의 허리역할을 맡을 뿐 기술력의 꽃은 최고 배기량을 가진 스포츠 바이크라고 말할 수 있다.
혼다가 크게 히트를 친 CBR250R은 비교적 노동력이 저렴한 태국 생산으로 생산원가를 충분히 낮춰 매력적인 가격으로 전 세계에 많은 양이 팔려나간 베스트셀러다. 등장 초기만 해도 크게 경쟁 모델이 없었으며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성능은 알짜배기였으며 디자인은 혼다의 최상급 플래그쉽 스포츠 투어러인 VFR1200F의 콘셉트를 그대로 적용했다. Y자 형태로 이어지는 전면부 인상이 특히 그렇다. 디자인이야 워낙 주관적인 판단이 앞서는 부분인지라 호불호가 갈렸지만 아무튼 크게 흠잡을 데 없는 구성에 가격대비 충분한 가치를 가진 것이 성공의 이유였다.
하지만 이제는 판도가 달라졌다. 더욱 빠르고 멋진 동급 경쟁자들이 다량 배출됐다. 첫 번째 적으로는 가와사키 닌자250R이었다. 지금은 300cc 버전이 나와 있지만 CBR250R의 단기통 엔진이 아닌 병렬 2기통 엔진으로 출력 차이를 일찌감치 멀리 벌려놨다. 게다가 마치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한 남성적인 디자인이 시선을 빼앗았다.
얼마 되지 않아 먼 오스트리아 메이커인 KTM에서 네이키드 엔트리 바이크인 듀크125, 듀크200, 듀크390에 이어 RC125, RC200, RC390을 선보였다. 생산 단가에 연연하지 않고 철저히 고품질, 고성능을 추구한 단기통 엔진 채용 모델이었다. 과연 전세계 매체는 도전정신에 환호를 보냈다. 모터쇼에서도 칭찬 일색이었다. 더욱이 애초에 레이스를 염두에 둔 설정이기 때문에 성능 면에 있어서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영국제 모터사이클 메이커인 트라이엄프도 이에 가세했다. 인도에 공장을 가진 이들은 네이키드 버전 250cc 바이크를 테스트하는 장면이 유출됐지만 사실 더 비중있는 모델은 풀 카울링 스포츠 바이크였다. 상급인 데이토나 675의 얼굴을 고스란히 빼다박은 250cc급 스포츠 바이크를 개발한 것이다. 이 모델은 곧 테스트를 마치고 생산체계에 돌입한다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국의 가장 큰 경쟁 메이커인 야마하가 R25라는 모델을 프로모션하고 있다. GP머신인 YZF-M1을 그대로 답습한 외모에 스타 레이서인 발렌티노 롯시를 홍보 전선에 함께 내세웠다. 소비자는 발렌티노 롯시가 타는 GP머신을 합리적인 가격에 느낄 수 있을거라는 환상에 금새 빠져들었다. 구체적인 양산 버전 R25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양산 체계돌입은 초읽기에 들어간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혼다도 카테고리의 다양화면에서는 어느 메이커에도지지 않을 정도로 발이 넓다. 현재로써 스포츠 라인업인 CBR시리즈 중 저배기량만 해도 국가별로 CBR125R, CBR250R, CBR300R, CBR400R, CBR500R이 존재한다. 이 모델들은 기술력을 내세운 고성능 모델이 아닌 ‘전략형’ 모델들이다.
과거 전략형 모델의 초석을 다지기 시작했던 CBR250R은 그 중심에서 다양한 배리에이션을 거느리며 고성능 4기통 모델인 CBR1000RR과 CBR600RR의 아래에서 든든한 뿌리가 되어왔다. 하지만 말했듯 경쟁 메이커들의 250cc 클래스 공세가 시작되면서 소비자를 묶어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그 일환으로 2014년형 CBR125R, CBR250R, CBR300R의 외모에 변화를 줬다. CBR300R은 중국 모터쇼에서 처음 존재를 알렸지만 CBR250R과 외형은 동일하고 국가별 사정에 따라 판매될 계획이라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월드 프리미어 모델은 CBR300R이고 면허 체계 등 국가별 시장 상황에 따라 수요가 다른 국가에는 CBR250R을 공급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면허 체계에 굳이 250cc가 있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통상적인 인식이나 대중성이 짙은 CBR250R이 수입되지 않을까 싶다.
신형 CBR250R의 가장 큰 변화는 모터사이클의 얼굴에 해당하는 전면부 디자인 인상이다. VFR1200F의 디자인을 이어받았던 것에 대한 평이 좋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혼다 최상급 슈퍼바이크인 CBR1000RR의 외모에 최대한 가깝게 바뀌었다. 프론트 뿐 아니라 사이드 페어링이나 시트 카울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인 디자인이 차분하게 정리됐다는 느낌이 강하다. 사이드 라인을 살펴보면 전면부 페어링이 다소 낮아지면서 보다 매섭게 전방을 노려보는 형상이 됐다.
그 외에 엔진이나 섀시 등의 변화는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전히 스틸 튜브 프레임을 쓰고, 엔진은 수랭 249.6cc 단기통 그대로다. 출력도 이전과 동일하게 26마력을 발휘해 병렬 2기통을 쓰는 경쟁 모델보다 조금 뒤쳐져 있게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변화된 디자인의 힘이 강하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편안한 스포츠 라이딩 포지션을 유지하지만 페어링 레이아웃을 고쳐 공격적인 자세가 됐다.
배기 사일렌서도 디자인이 바뀌었다. 기존의 독특하고 부드러운 유선형 디자인 대신 평범하게 빛나는 금속 질감의 원통형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상급인 CBR500R의 것과도 유사하다. 전반적으로 저배기량 모델 특유의 허전한 느낌을 최대한 억제한 풀 페어링이 신형 CBR250R을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다시금 평가받게 했다.
기계적 완성도는 의심할 여지가 거의 없다. 지속적인 판매량이 그것을 대변하고 있기도 하지만, 단순하고 신뢰도 높은 단기통 엔진은 넓은 rpm에서 무던한 토크를 내어주고 최고속도도 클래스를 감안하면 충분한 수준이다. 크게 개량이 필요 없는 엔진이다. 게다가 레이스를 위해 튠-업 하면 퍼포먼스도 부쩍 향상된다. 차체 밸런스가 높기 때문에 어지간한 파워 향상에도 끄떡없다.
메이커가 자랑하는 플래그쉽 모델은 가격이 비쌀 뿐 아니라 성능도 필요 이상으로 과하다. 따라서 취미용 모터사이클로 여기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고성능 고가의 모터사이클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열정과 경제적 재력이 있어야만 한다. 그런 관문은 특별한 모터사이클 마니아가 아닌 이상 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 대안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메이커에 입문할 수 있는 엔트리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만큼 성능이나 디자인 등의 상품성이 여러모로 플래그쉽 모델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이왕 취미로 모터사이클을 즐기고자 한다면 비슷한 값의 5~6년 지난 플래그쉽 모델을 중고로 마련하는 편이 가치 있다고 느끼기 쉽다. 아니면 아예 조금 더 경제적 심적 여유가 될 때까지 구입을 미루는 일이 많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엔트리 모델의 구입동기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성능은 고사하고 적어도 플래그쉽 모델에 준하는 멋진 디자인을 갖춰야만 한다. 오히려 상급 모델보다도 디자인 가치 의존도가 높은 것은 엔트리 모델이라는 뜻이다. 메이커 입장에서도 이 점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엔트리 모델을 접한 소비자야말로 더 값비싼 상급 모델로 갈아탈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모터사이클 경험이 전혀 없는 신규 소비자를 유입하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쉽다.
남자다움, 자유, 여유를 상징하는 미국제 크루저 메이커인 할리데이비슨도 500cc 클래스를 내놓은 현실이다. 그만큼 엔트리 클래스는 모든 모터사이클 메이커에 있어서 반드시 구성해야만 하는 카테고리가 됐다. 단지 페이스리프트 정도로 보여질 수 있지만 작은 터치에 전반적인 인상은 크게 바뀌었다. 정확히 말하면 한층 상품 가치가 높아진 셈이다. ‘다 좋은데, 디자인은 글쎄...’하고 아쉬워했던 목소리가 쏙 들어갈 만하다.
한편으로는 국내 시장에는 잠잠했던 S&T 모터스의 엑시브250N이 등장해 시기 적절히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엑시브250N 또한 완벽한 신형 모델이라는 불안 요소가 있긴 하지만 완성도 면에서 뒤지지 않으며 가격 경쟁력은 더욱 좋다. 엔트리 클래스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선되며 그만큼 이 클래스에 대한 평가 잣대도 깐깐해지고 있다. 소비자는 돈을 낸 만큼 얻어가려고 한다.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2014년의 엔트리 스포츠 바이크 시장을 새 단장한 혼다 CBR250R이 다시 잠재울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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